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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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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의 꿈

익명 (미확인) | 화, 2018/06/12- 18:35

고개를 삐딱하게 들고 옆으로 째려보는 눈빛이 강렬하다. 검은 똑단발에 짙은 눈썹, 검은 안경테는 상상 속의 B사감을 연상케 한다. 분명히 웃고 있지만 올라가지 않은 입꼬리에선 묘한 결연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모습이 담긴 사진을 두고 한 유명 변호사는 SNS에 이렇게 남겼다. ‘아주 더러운 사진’, ‘개시건방진’

단 5글자, ‘페미니스트’로 자신을 소개한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벽보 이야기다. 1990년생, 여성, 소수 정당인 녹색당 소속.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신 후보는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하다. 그런데 신 후보가 다른 유력 정당의 후보들보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압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향한 혐오들

바로 이 다섯 글자, ‘페미니스트’ 때문이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 후보의 벽보가 훼손됐다고 신고된 건이 무려 27건. 특정 후보의 선거 벽보를 훼손하는 것만으로도 실정법 위반이 되는 상황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이처럼 열성적인 혐오를 드러낸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신 후보를 향해 “시건방지다”고 표현한 중년의 남성 변호사는 당당하게 “나도 찢어버리고 싶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되자 SNS의 글을 지웠다.

‘1990년 신지예’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낸 데엔 올해 초 폭풍처럼 밀려온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신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학창시절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다가 누군가 “성폭력 당해 본 사람?”이라고 묻자 그 자리에 있던 다섯 명이 모두 손을 들었던 기억을 앞세웠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많은 남성들은 “세상에 변태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혀를 찼다. 일부 ‘변태’들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일상의 구조 속에 켜켜이 쌓인 불편함을 봐달라고 외치자 그제야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 마저도 언론에 드러난, 피해자들이 갖은 용기를 내며 폭로한 사례들을 통해서였을 거다. 신 후보는 미투에서 이어진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여성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며 “내 엄마와 이모, 언니와 동생이 겪었고 겪고 있고, 겪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평등, 인권 분야 대표 공약…“여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 해결해야”

정치의 최전선에 뛰어든 28세 여성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공약들은 간단하지만 명확했다. 성평등, 인권, 미세먼지, 주거·기본소득, 동물·에너지. 5가지 큰 틀에서 그가 꿈꾸는 서울이 설명된다. 성평등 이행각서를 도입하고 불법촬영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것,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고 임신중지 여성을 지원하는 것, 육아호봉제를 적용하는 것은 미투 운동을 넘어 최근 홍대 ‘몰카’ 사건, ‘낙태죄’ 폐지 집회, 여성들의 상의 탈의 시위, 혜화역 시위 등을 통해 힘이 더해진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압축한 듯하다. 신 후보는 출마선언을 통해 “당연한 듯 벌어지고 있는 임금차별, 유리천장, 낙태죄, 생리 혐오, 성폭력, 가부장제의 억압은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사회적인 문제이자 정치적 문제다”라고 외쳤다. 이어 “여성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해결하지 않고서 한국 사회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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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후보의 벽보의 시선을 사로잡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의 문구에서 ‘ㅅ(시옷)’의 글씨체는 2년 전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을 계기로 많은 여성들이 하얀 리본을 들고 거리를 나선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신 후보가 “이 사건 이후 이어지는 여성 운동과 백래시(반발)의 두려움에도 일어서는 자매, 동료들을 보면서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서 뿌리 깊은 여성 혐오와 성차별에 맞서 싸우기로 다짐했다”는 결심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얇은 테의 안경은 그동안 ‘예쁜 여성’에겐 금기시되다시피 했던 안경을 부각시켜 여성성을 벗어난 당당함을 강조하려 했다고 디자이너는 밝혔다. 한 방송사의 여성 아나운서가 동그란 안경을 쓰고 나왔을 때, 그것이 그동안 금기였는지조차 희미할 만큼 낯선 화제가 됐다. 누군가 나를 에워싸고 옭아매지도 않았지만 움추려든 어떤 자세가 너무나 익숙한. 누군가 “너는 여자니까 이래야 한다”, “너는 여자니까 이것 밖에 못 한다”고 말하고 나를 가둬둔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어쩐 일인지 내 안에는 수많은 잣대들이 스스로를 향하고 있던 것처럼 말이다.

 

신지예 후보가 꿈꾸는 유토피아… “여성이 이끄는 소수자들의 평등”

신 후보는 그런 유리창을 깨버리자고 소리친다. 여성의 안에 있던, 그리고 여성을 가두고 있던 울타리 곳곳의 유리창을 말이다. 여성이 앞장서서 장애인과 성소수자, 이민자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과 평등을 만들어 가자고 한다. 그게 바로 신 후보가 말하는 페미니즘이 꿈꾸는 ‘유토피아’인 것이다.

신 후보는 청년 문제에도 오랜 관심을 기울였다. 청년기업 오늘공작소 대표를 맡고 있는 신 후보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사회적기업 ‘이야기꾼의 책 공연’에서 창업멤버로 일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나누는 청년들끼리 모여 함께 책을 읽고 공연도 하고, 특히 인문학과 기술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그룹이 오늘공작소라고 그는 소개한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로 그 문제가 이어지기 때문에 청년 문제는 단순히 그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인과 지역 문제까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담겼다.

부자들의 재산세를 강화하는 대신 20~24세 청년들에게 기본 소득을 지급하고, 공공임대주택 등의 주거정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비롯해 동성커플 등을 위한 동반자 조례 제정, 채식선택권 보장, 장애인 탈시설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등의 공약이 그가 초점을 맞춘 청년과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인권을 향한 고민에 맞닿아 있다. 녹색당 후보답게 시립 동물병원을 설치하거나 동물 긴급구조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것,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지역 에너지 시스템 구축 방안도 공약에 포함됐다.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시건방지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시건방지다’는 표현은 보통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어디 감히?”라는 말이 이어질 법한 불쾌함을 표시할 만한 형용사다. 중년의 남성 변호사가 20대 여성 정치인에게 ‘시건방지다’고 비난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나이 때문만은 아니리라. 젊은 여성이 구의원도 아닌 서울시장에 떡하니 출사표를 내서 건방지다 한 것이었을까. 선거에 나온 주제에 눈을 내리깔지도 않고 오히려 치켜세우며 입 꼬리를 올려서 였을까. 만약 신 후보의 구상이 터무니없게 여겨졌거나 그야말로 왠지 ‘시건방진’ 생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면 사진을 찢어버리고 싶다는 등의 비난 대신 조목조목 공약을 비판했어야 더 품위가 있었을 것이다.

처벌받을 것을 알고도 벽보 속 신 후보의 눈을 후벼 판 이들의 대담함은 또 어디서 나왔나. 마치 남성을 혐오한다는 뜻으로 변질된 채 해석되고 있는 ‘페미니스트’라는 슬로건을 내건 후보라, 남성들을 혐오하는 대상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에서였을까.

각종 성폭력 관련 이슈를 놓고 이상하리만치 성별 대결이 극심해지고 있는 와중에서도 연일 뉴스를 달군 이 20대 ‘시건방진’ 여성 후보를 향한 다양한 반응은 과연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신 후보의 득표율에도 빼곡히 다 담기지 못할 이 숙제들을 풀어가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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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결과를 만들어낸 민심은 어떤 것이었을까.

14일,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사단법인 다른백년과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가 주관한 ‘여론조사로 살펴본 20대 총선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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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는 다른백년 리서치팀의 신승배 교수, 정완규 교수, 강흥수 센터장 등이 분석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여론조사는 20대 총선 이후 최초의 전국 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승배 교수는 정치효능감, 공동체의식, 기관만족도, 경제상황 인식, 정치상황 인식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정완규 교수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유권자를 정당별 지지자로 구분한 뒤 각 지지자별 정당지지 이유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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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흥수 센터장은 “오늘은 기초적인 분석결과만을 공개했지만, 향후에 보다 심층적인 분석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분석결과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디앤알(data & research)에 의뢰해 20대 총선 직후인 4월28일∼5월2일까지 실시됐다. 지역, 성, 연령별로 비례할당방식으로 표본을 추출했으며, 표본수는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17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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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분석결과와 분석보고서는 조만간 다른백년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다.

화, 2016/06/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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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아가씨> 두 작품의 관람 가능 연령은 몇 세일까? <아가씨>는 여배우 김민희의 파격적 정사장면이 있다고 하니 당연히 19금이라 여길 듯 싶다.

그렇다면 <곡성>은 어떨까? 몹시 훼손된 신체가 등장하고, 일가족 살인과 같은 끔찍하고도 잔혹한 일도 벌어진다. 그렇다면 과연 몇 세 관람이 적당할까? 정답은 15세 관람가이다.

15세 관람가, 만 15세 이상 관람을 권하는 영상물. 선정적, 폭력적 장면이 나올 수 있으나 청소년들도 충분히 관람할 수 있을 수준의 영상물을 가리켜 15세 관람가라고 부른다. <곡성>의 최종 관람 등급은 15세 관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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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스틸컷.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곡성>이 개봉한 이후 과연 <곡성>이 15세 관람가가 맞는가에 대한 격론이 오갔다. 공포, 스릴러, 미스테리와 같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곡성>에서 가장 강렬한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긴장과 공포일 것이다. 긴장과 공포는 관객에게는 충격으로 흡수된다. 물론 <곡성>에는 존속살해와 같은 끔찍한 일들이 출몰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살해 도구가 직접 등장하거나 살해 장면이 영화적으로 연출되지는 않는다. 직접적으로 연출된다는 점에서 찾자면 <곡성>에 연출된 가장 잔인한 장면은 아마도 닭의 목을 잘라 피를 받는 장면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성>을 보고 난 많은 관객들은 15세 관람가가 지나친 것이 아닌가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는 영화가 무척이나 잔혹하고 공포스러웠다는 고백과도 같다. 비록 회칼이나 도끼로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이 사실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끝내 마음을 졸인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무섭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공포란 단순히 도구의 노출이나 장면의 재연이라는 물리적 현실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국 영화의 등급은 이렇듯 아리송한 경우가 많다. 얼핏 보면 <곡성>보다 더 잔혹할 것도 없어 보이는 영화 <신세계>는 청소년관람불가이다. 아마도, 범죄조직이 벌이는 범죄라는 점에서 좀 더 엄격하게 폭력성을 살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신세계>에 등장했던 정청(황정민)이 했던 대사, “들어와, 들어와”는 전 연령이 보는 T.V개그 프로그램 및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대사로 차용된다. 이병헌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달콤한 인생>의 대사 중 하나인 “넌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가 전국민적인 유행어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말하자면, 패로디가 굉장한 인기를 끌어 모은 셈인데, 패로디의 원관념이 애당초 19세금이다. 영화의 장면이나 내용이 주말이면 방영되는 짜깁기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 소개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패로디는 단순히 소개된 정도가 아니라 대중적 소비가 축적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원관념으로서의 지위를 갖는 문화-놀이다. 19금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대사가 패로디된다는 것은 그 만큼 그 영화가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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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가 19금이 되고, 또 어떤 영화는 청소년의 관람이 허용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문제적인 것은 대개의 한국 영화의 등급이 폭력에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선정성에는 과도하게 엄격한 잣대를 댄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선정성에는 단순히 성적인 호기심 유발이 아니라 사회경제 및 정치적 면까지 포함되어 있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가 청소년 관람 불가, 즉 19금을 받을뻔한 맥락도 여기에 닿아 있다. 남북한 병사들이 서로 자유롭게 왕래한다는 묘사가 남북한 관계에 대한 오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주려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천만관객이상을 동원한 한국 영화는 모두 11편이다. 이 중에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는 단 한편도 없다. 가장 많은 관람가는 15세 관람가였고, <국제시장>이나 <괴물>과 같은 작품은 12세 관람가였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15세였는데, 왜 <국제시장>은 12세 관람가였는지 그리고 한편 동성애가 암시되는 <왕의 남자>가 지금 같았으면 과연 15세 관람가가 가능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청소년 관람불가야 그래도 동의할 만 하지만 도대체 12세와 15세의 구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등급위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을 영화소비자들 역시 공유하는 사회적 합의여야 한다. 관객수를 몇 백 만 명씩 가늠하는 관람 등급이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 나뉘고 구분되지 짐작할 수 없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검열은 한국 영화계에서 사라진 단어라고 하지만 체감상 영화 등급제도가 검열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는 비단, 영화표를 사는 데 나이가 걸려 민감한 청소년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닐테다. <다이빙벨>과 같은 작품의 상영에 단지 프로그래머들만의 결정이 전부가 될 수 없는 상황도 여기서 멀지 않다.

무릇 추상적인 기준에는 그림자가 많다. 좀 더 투명한 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면 말 그대로 창작자의 견해가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어야한다. 등급을 나누는 일이 권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화, 2016/06/1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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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공식 출범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300여 명의 하객들이 행사가 열린 서울글로벌센터 회의장을 가득 메우고, 새로 출범하는 다른백년의 미래를 축하했습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다른백년 5인 이사들의 토크쇼. 김미경 PD의 사회로 열린 토크쇼에서 5인 이사들은 서로의 인연, 다른백년이라는 조직을 만든 이유, 향후 계획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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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백년 독수리 오형제, 5인 이사들의 토크쇼가 김미경PD의 사회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동춘 다른백년연구원 원장은 “내가 젊었을 때는 사병, 하사관의 입장에서 장교급 선생님들을 간판으로 모시고 여러 가지 일을 벌였는데, 내가 장교의 나이가 되고 보니, 사병과 하사관을 찾을 수 없다”며 “장교의 입장이 된 뒤에도 사병을 모으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 원장은 ”앞으로 다른백년에 젊은 학자들, 활동가들이 더욱 많이 모여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활동이 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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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창립대회에는 300여 명이 하객이 참석해 다른백년의 출범을 축하했다. 하객들이 5인 이사들의 토크쇼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30년 넘게 신문기자로 일해오면서 항상 중립적인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했다”며 “그런 직업적 태도를 통해 세상을 비판해왔지만, 그런 비판이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지 못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의 움직임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팝페라 가수 율리아 신 교수의 노래와 프롬코리아팀의 북 공연은 행사장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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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 신 교수의 노래(왼쪽)와 프롬코리아 팀의 북 공연으로 출범식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행사는 오후 7시30분에 시작해 9시쯤 마무리됐습니다.

그리고 프레시안에서도 이날 행사를 상세히 다뤘네요. (“그 많던 민주화 운동가들은 어디로 갔나”)

또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도 다른백년 출범식을 말하고 있네요. (‘시민’과 ‘주민’, 대화가 필요하다)

월, 2016/06/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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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한겨레신문(2016. 6. 14)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 사고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군의 죽음을 계기로 서울형 노동혁명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일단 서울시의 원인규명 작업, 책임자 처벌, 대안을 기대해 보지만, 이것은 서울시만이 감당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나는 한국의 뿌리 깊은 노동 비하 관행, 노동을 오직 비용으로만 보는 이 사회의 주류 지배층의 사고방식과 대학을 나와야 인간대접 받을 수 있다는 이 사회의 관행이 깊게 얽혀서 그를 죽게 만들었다고 본다.

그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144만원의 월급 중 100만원을 저축해서 대학에 진학하려 했다. 그가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노동조건을 감수한 이유는 생활비와 등록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며, 메트로 자회사의 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였으며, 대학을 졸업하면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이었으리라.

지난 6월 2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숨진 김군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유가족을 만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었던 그는 고용불안 때문에 피켓시위도 했다. 그러나 그는 노동자의 권리를 집단적으로 제기할 수 없었고, 임금인상도 요구할 수 없었고, 생명의 위협을 느껴도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손에 공구를 들지 않는 아버지 세대 메트로 출신 간부나 정규직 직원은 400만원의 월급을 챙겨도 자신은 거의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밖에 받지 못하면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이 역 저 역 미친 듯이 뛰어다니면서 ‘노오력’해야 했다.

그가 살았다면 1년짜리 계약은 갱신되었을지 모르지만, 과연 정규직의 희망이 실현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가 되면 과연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열심히 돈을 모아 대학 졸업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자기소개서를 200번이나 써야 하는 지금의 대졸 백수 청년이 되진 않았을까?

그래도 19살의 젊디젊은 그는 이 사회가 만든 교육을 통해 정규직도 되고 관리자도 될 수 있다는 기성의 신화를 의문시할 수는 없었다. 현실을 그냥 감내하기에 그에게 ‘미래’는 너무 크게 열려 있었다. 불행히도 그에게 미래는 없었다.

노동비하/계층상승이라는 도그마는 이 사회 주류층의 이해관계에서 나온 것이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 시간제, 위험 작업장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기보다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관리자들에게 더 높은 보상과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자본주의 일반의 특징이 아니라 한국적 관존민비, 노동천시의 관행이고, 그 최대 수혜자들은 관료와 기업가들이다.

공기업 비용절감, 경영효율을 거의 폭력적으로 강제하면서도 자신들은 어떤 견제나 감시도 받지 않다가 퇴직 후에는 공기업에 한자리 차고앉은 이 나라 고학력 관료들의 특권과 부패, 언론과 지식인들의 반복되는 도그마 유포 역시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경영자를 문책하지 않고 노동자부터 자르는 일은 가장 퇴영적인 한국식 신자유주의다.

메트로 노조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보다는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주요 업무 아웃소싱으로 자식 같은 청년들이 저임금과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모르는 체했고, 시민들은 자신이 비용을 더 부담하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그들이 노동자의 파업을 죄악시하는 언론에 박수를 쳤기 때문에 청년들이 이 저임금의 위험한 노동을 감수했고,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다.

현재의 메트로 예산 범위 내에서도 김군은 250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고, 노조와 시민사회의 감시권이 있었다면 그는 2인1조의 작업팀에서 일하면서 최소한 생명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한국만큼이나 노동자 권리가 약한 일본도 시간제나 비정규직에게는 돈을 더 얹어준다. 배관공이 교수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고,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 격차를 더 줄일 수 있다면, 그리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노동 존중과 노동권의 개념을 가르칠 수 있다면, 김군은 정비공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면서 대학 가기 위해 그렇게 무리하게 일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금, 2016/06/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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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과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이 한국산업의 화두가 되었다. 시야를 넓혀서 보면 세계적 규모의 금융과 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과정이 겹쳐서 미증유의 산업구조적 변동이라는 거대한 파고가 밀려오는 있다. 해운과 조선업뿐만 아니라, 해외건설, 석유화학, 철강 그리고 현재까지는 잘 버티고 있는 반도체와 액정판넬 및 자동차산업까지 위기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부 전문가의 예언을 빌자면 수 년안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백 만명이 넘는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해운과 조선업의 구조조정이라는 현안은 단순히 해당 산업과 기업의 범위를 넘어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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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 오전,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정부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관련 당정협의를 가졌다. (사진 출처: http://www.ss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5008)

다시 말하면 밀려오는 구조조정 문제를 총체적 관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와 결단의 원칙으로 해결하면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반면에, 당장에 책임회피라는 미봉책으로 처리하면 한국경제가 재기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정권이 벌리고 있는 구조조정 대책을 보면 무책임과 무능함 정도가 미봉책 수준이 아니라 역사적 범죄 수준에 이르고 있다.

재벌들의 족벌경영이 위기 키워

우선 해운산업을 들여다 보자.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 여파로 보호무역주의가 부활하고 무역의 물동량이 격감하리라는 것이 명확했다. 자연스레 한국내 해운업을 영위하는 300여 대부분의 기업은 이를 인지하고 사전적인 사업축소와 인원조정에 들어갔다. 덕분에 2015년 현재 해운협회에 등록된 150여개의 업체중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은 건전한 재무구조와 흑자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오로지 재벌들이 운용하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만이 심각한 결손상태를 보이고 있고, 나아질 전망마저 보이질 않는다.

물론 컨테이너 중심으로 정기선을 운용해야하는 특수한 조건, 즉 전세계를 대상으로 적정 인프라를 유지해야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을 무시한 채 부채비율을 낮추라고 강요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실책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전적인 책임은 기업을 운영하는 주주의 판단과 경영진의 능력의 문제였다. 한치 앞을 못 내다보고 무리한 용선계약을 맺은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 이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회장직을 맡고 있던 면면을 살펴보면 확연해진다.

결국 재벌들의 무능한 족벌경영의 핵심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대마불사라는 환상을 하늘처럼 믿었던 데는 정부 관료와 금융기관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지금이라도 양사의 자본지분을 결손액만큼 감자하고 채권액을 지분으로 전환한 후 양사를 합병하여 축소조정해야 한다. 이렇게 급한 불을 끈 뒤 시장에 다시 매각하는 것이 순리이다. 쉽게 말하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을 무능한 재벌들의 소유에서 분리시켜 냉정한 시장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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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지난 6월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출처: http://media.daum.net/news/view/print?newsId=20160612194609514)

이와 동시에 ‘롯데그룹 형제의 난’에서 보듯이, 지긋지긋한 재벌상속놀음과 무능한 경영에 국민경제가 멍들고 서민들이 고통받는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번을 계기로 재벌에 대한 단호한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 미국이 세계최고의 경제대국을 이룬 배경에는 금산분리와 반독점법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결단의 역사가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재벌에 대한 타협없는 감시감독의 철퇴를 준비해야 한다 ( 박상인교수의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길> 참조).

정경유착의 다른 이름, ‘서별관회의’

조선산업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재벌에서 정권과 관료로 옮겨간다.

지난 수 십년간 한국 조선업이 세계 일등산업으로 효자노릇을 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1960-70년대까지 호황을 누리던 유럽의 조선업계는 스웨덴 ‘뮐뫼의 눈물’이 상징하듯이, 대부분의 일반선박 물량을 한국과 일본에게 물려주고 살을 에는 고통 속에서 고기술 고부가가치의 크루즈선, 요트와 탐색선, 특수선 등으로 사업영역을 이동시켰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조선소를 폐쇄시켜야 했다.

유럽이 겪었던 고통의 과정을 이제 한국 조선업계가 받아 들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해운업과 마찬가지로 보호무역주의 부활이 예견되고, 중국경제의 경착륙이 이야기되면서 일반 선박의 수요가 격감하리라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였다.

그런데 때마침 터져나온 해양개발 특수가 한국 조선업계를 살려주었다. 지난 십 여년간 삼성조선이 필두로 수주하여 큰 수익을 올렸던 ‘드릴쉽’ 사업을 신호탄으로, 백 여척이 넘는 해양플란트 수요가 한국 조선업계로 몰려들었다. 여기에는 사실상 특수수요로 형성된 해양플랜트를 제작할 곳이 한국 외에는 없었다는 저간의 사정이 있다.

유럽은 인건비와 노동시장의 성격상 이를 수주하여 건조를 수행하기 어려웠다. 싱가포르 조선업이 이를 감당할 만했지만, 우선 ‘반잠수시추선’으로 전문화되여 있었고, 건조 규모에서 일정 수요이상을 감당할 수 없었다. 단순 조선에서 산업플랜트로 다변화 되었던 일본 조선업계 역시 고임금과 더불어 사업영역을 쉽게 변신하여 해양사업을 수익성있게 감당하기 어려웠다. 중국 등 다른 아시아지역은 기술수준에서 제외되여 있었다. 해양플랜트의 특수수요는 한국 조선업계가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좋은 기회를 극적으로 반전시켜 수 조원 손실의 악재라는 구렁텅이로 조선업계를 떨어트린 중심에는 대우조선, 그 중에 남상태와 고재호라는 조연 배우, 그리고 이명박근혜정권과 서별관회의라는 주연 배우가 있었다. 

청와대 본관 서쪽에 위치한 서별관에서는 비공개로 주요 경제·금융 현안을 논의하고 정책을 결정한다. 이명박근혜시대의 ‘서별관회의’는 정경유착의 은밀한 장소였다 (사진 출처: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655035)

이명박 부인의 연고로 대우조선의 사장으로 임명된 남상태라는 인물. 그는 해양플랜트가 가지는 기술적 위험성을 무시하고 발주처의 적정 예가에서 20-30% 이상 저가로, 그것도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일괄수주( 턴키방식)를 무모하게 감행한 자이다.

해양플랜트는 시담에서 수주 그리고 건조와 진수까지 5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자기 임기에는 진수와 인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여 예측할 수 없는 위험으로 회사가 망해도 상관없다는 참으로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범죄를 저지른 자이다. 이런 관행은 그의 후임자에게도 되풀이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행위가 대우조선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리한 수주경쟁을 통해 경험과 양질의 조건을 갖추었던 타 조선업체, 즉 삼성조선과 현대중공업에게도 파급되어 적자수주가 일반화되었다. 한마디로 대우조선의 행태는 물귀신작전이였다. 사태는 여기서 멈추질 않았다.

대우조선 경영진들은 자신들의 무능과 범죄행위를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를 감행했다. 조선같은 수주산업의 분식회계 기법은 매우 단순하다. 재고와 기성고 부풀리기, 그리고 회수 불가능한 악성채권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대우조선을 감독하고 견제해야 하는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짓말이다.

악질적인 경영책임자, 이를 공모한 회계법인, 그리고 이를 눈감아준 산업은행로 이어지는 총체적 부패고리를 통해 전형적인 공범 행위가 이뤄졌다. 더구나 이들 뒤에는 정권 실력자와 출세에 눈 먼 경제관료들이 숨어 있었다. 이는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들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핵심들이다.

이미 서별관회의를 통해 5조원이라는 국민 세금이 흘러 들어갔고, 앞으로도 우선 10조가 넘는 돈이 들어가야 한다. 더큰 문제는 여기서 멈추질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다,

뼈를 깍는 구조조정과 책임자 처벌 절실 

눈을 다시 세계조선시장으로 돌려보자.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이지만, 앞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완화되고, 세계경제가 회복되여 격감했던 신규 조선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고 해도 일반 신규조선 수요가 한국 조선업계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중국도 열 개의 조선업체 중 7-8개의 업체가 극심한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인건비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들도 이미 조선산업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일반선박의 신규수요는 중국과 동남아 조선소를 채운 다음에야 남는 수요가 한국에 돌아온다고 보는 것이 정상이다.

한국 조선업이 목을 매는 해양플랜트 특수수요는 미국의 세일가스사업이 본격화되여 유가가 50 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급격히 축소되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해양플랜트사업을 발표하여 한때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Petrobras(브라질 석유공사)가 브라질 경제의 재앙으로 변했고, 정치적 이슈가 되면서 비리혐의로 호세프 대통령까지 탄핵사태를 맞았다. 이미 발주되었던 계약도 시장환경을 구실로 취소되고 건조된 플랜트조차 인수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유럽정상들이 지구환경회의를 계기로 2050년 이후에는 화석연료로 운용하는 발전소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해양플랜트수요는 이제 가뭄에 콩나듯 나올 것이 명약관화하다.

유럽과 같이 한국 조선업의 미래는 기술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선 중심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다 (서울공대 교수들의 공저 <축적의 시간> 참조). 현재의 조선건조 시설과 규모는 너무 방대하다. 순차적인 전환과 축소 그리고 폐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 첫번째 대상은 대우조선이 될 수 밖에 없다.

구조조정에는 반드시 엄청난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고통이 무서워 이를 회피하면 더 큰 재앙이 닥치게 될 뿐이다. 썩어가는 다리는 잘라내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명박근혜정권하에서 사태를 책임져야 할 관료들은 썩고있는 다리에 안티푸라민을 발라대고 있었다. 이제 그만해라 !

대우조선소는 폐쇄하고, 서별관회의 참석자들은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나머지 조무래기는 법과 규정대로 처리하면 된다. 12조원에 달하는 구조조정비용은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사용하고, 거제지역은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으로 지원해야 한다. 책임 회피와 어리석음으로 우리의 미래를 망치는 자들을 절대 용서해선 안된다. 

금, 2016/06/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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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작가는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1995년 등단 이후 꾸준히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수작들을 선보이며 대선배 김수현 작가와 함께 현 한국드라마계의 양대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녀가 활동한 지난 20여 년 간은 국내 드라마사에서 제일 역동적인 시기였다. 데뷔 시기인 1990년대는 트렌디드라마가 처음 등장해 현대드라마의 주류문법을 완성했고, 중견작가 반열에 올라선 2000년대부터는 한류드라마와 막장드라마라는 두 가지 현상이 방송가를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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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노희경 작가(사진)는 작품성과 시청률 양 측면에서 성공을 거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 시간 동안 드라마계에 일어난 결정적 변화는 ‘표피성’이다. 트렌디드라마가 속도감 있는 편집, 다채로운 색감의 영상, 감각적인 배경음악 등 형식미 강화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스펙터클화 하는 데 집중한 최초의 장르였다면, 여기에 스타캐스팅, 해외 로케이션, 화려한 세트 등이 더해져 외적 스케일을 한껏 키운 형태가 한류드라마였다. 그 변화의 끝에는 인간의 내면이 극단적으로 얄팍해지고 외적갈등만 자극적으로 부각된 막장드라마가 있었다.

노희경 드라마가 호평 받아온 이유는 이 극단적인 표피화의 시대를 거스르며 일관되게 인간의 내면을 탐구해왔다는 데 있다. 외적 갈등보다 등장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중심에 놓고 그 감정을 심층까지 파고들며 점층적으로 고조시켜나가는 특유의 서사 방식은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강렬한 정서적 환기력을 이끌어냈다. 그녀의 스물세 번째 드라마인 tvN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러한 인간 성찰의 힘이 원숙의 경지에 도달한 노희경 최고의 걸작이다.

 

드라마에는 평균 연령 67세의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관찰자 역할인 37세 박완(고현정)을 제외하면, 86세 최고령자 오쌍분(김영옥)부터 63세 막내격인 장난희(고두심)까지, 8명의 주요인물이 모두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이 노인들은 나이가 많은 이들이라기보다는 노희경 인간 탐구의 최종성장형으로서 존재에 가깝다. 노희경은 인간을 근본적으로 심층적 내면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고, 내면의 깊이가 한층 심화되는 것을 성장으로 그려낸다. 물론 이 자체는 그리 새로운 관점이 아니다. 이미 ‘속이 깊다’는 말은 ‘어른스럽다’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중요한 건 어떤 과정을 통해 내면이 깊어지는가에 있다. 노희경 작가는 그것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녀의 인물들은 대개 극 초반에는 상처와 결핍으로 마음의 벽을 쌓고 살아가다가 곧 자신과 닮은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고 유대관계를 맺으며 성장해나간다. 이때 이들의 상처는 사회적 의미를 띠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공동체 성장의 가능성으로도 확장된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여성들, 미혼모, 과부, 이혼녀, 장애인, 가난한 노동자의 아픔 등 그동안 노희경 작품에서 다뤄진 거의 모든 사회적 상처가 총망라되어 있다. 이 드라마가 노희경의 가장 원숙한 작품인 것은 인물들이 이러한 사회적 상처를 이해하고 유대해가는 과정을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고 밀도 높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일 인상적인 사례는 ‘보수 꼰대’ 석균(신구)의 각성서사다.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가족을 위해 ‘돈 버는 기계’로만 살아온 그는 자신의 노고만 중시한 나머지 철저히 이기적인 괴물이 됐다. 어느 날 아침 아내 정아(나문희)가 떠나고 혼자가 되자 비로소 스스로를 돌아본다. 자신이 그녀를 평생 노예처럼 부리고 발닦개처럼 취급해왔음을.

아내의 상처를 알아보면서 그의 시선은 조금씩 확장된다. 습관대로 버스에서 우악스럽게 자리를 뺏고 보니 쫓겨난 소녀의 장애가 눈에 들어오고, 평소 아내 친구들을 볼 때마다 쏟아낸 폭언들이 떠올려진다. 제일 심한 폭언을 퍼부었던 완이 앞에서 “세상에서 제일 큰 죄는 지 죄를 지가 모른다는 거”라고 고백하는 그의 반성은 뼈저리다.

석균의 뒤늦은 성장은 지금의 한국사회가 지닌 치명적 문제점을 시사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석균처럼 ‘먹고 살기 바빠서’라는 말로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을 합리화하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상화된 태도다. 정부의 철학도 지배하고 있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약자들의 인권에서부터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얼마나 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민생’으로 포장된 경제우선주의 앞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가.

물질적 가치가 다른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현실에서 뚝심 있게 인간의 가치와 연대를 존중하는 노희경 드라마의 윤리적 태도는 지금 더욱 소중하다. 그리고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이 젊은 거장의 또 다른 20년과 성장을 기대하게 만든다.

월, 2016/06/2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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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참여연대는 4월 7일 토요일에 홍대앞에서 열린 성차별성희록끝장집회에 참가했습니다.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 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집회, 그 세상을 만들러 함께했습니다. 이번 집회 후기는 성평등분과에서 활동하는 김연 님이 써주셨습니다:)

 

YC20180407_미투집회

 

엄청나게 추운 날이었다. 봄이 찾아오나 싶었더니 꽃샘추위가 강타한 서울은 집회를 하기에는 너무 시렸다. 한참을 망설이다 발걸음을 옮긴 홍대입구 역도 추운 날씨는 마찬가지였다. 그냥 쉴 걸 그랬나, 집회는 앞으로도 또 있을 텐데, 여러 핑계들이 내 발목을 붙잡아 왔다. 여섯 시가 조금 안되어 도착한 집회 현장은 내가 여태까지 가 본 곳들 중 가장 협소했다. 사람들도 적고, 준비도 어설퍼 보였다.

 

이런저런 불만들이 쌓여 가던 중, 자유발언대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발언이겠거니 싶었다.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앰프 소리도 너무 컸다. 설렁설렁 들어야지, 하던 내게 발언자의 목소리가 꽂혀 들어온 건 순간이었다. 그 짧은 찰나 나는 그의 목소리가 눈에 보인다고 느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때조차 수없이 많은 것들을 참아내야만 하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나는 그가 되어 있었다. 감히 이런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싶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고 함부로 말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그 순간 완전히 그였다. 우리 모두는 그 순간 그였을 것이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모두가 당했던 폭력이었다. 내가, 우리가 애써 무시하고 또 어떨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참아왔던 폭력들을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모두에게 알렸다. 이것이 폭력이라고. 아프다고. 하지만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소리치고 또 소리치고 말 것이라고.

 

YC20180407_미투집회

 

행진 때는 사람 수가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자유발언에서 느낀 감정들을 어떻게든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 팔이 아파도 계속 플래카드를 높이 들었다. 정말 많은 이들이 우리를 보고, 가리키고, 또 촬영했다. 그들이 어떤 의미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건, 그들 속의 단 한 명이라도 우리를 보고 연대의 희망을 얻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최근 일부러 뉴스를 피하고,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며 나름대로 혼자만의 ‘힐링’을 해왔다. 어쩌면 나는 잊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힘들게, 너무나도 어렵게 목소리를 내 준 이들을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면 편하니까. 모른 체 하면 그냥 그렇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 미투라는 거대한 물살이 밀려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나는 금세 피로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집회에 나가 있는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과거의 내가 얼마나 미웠는지 모른다. 그런 외면은 결국 나 혼자만의 것이라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싶다.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다. 끝까지 손을 꽉 잡고, 연대하겠다. 우리는 우리를 낫게 할 것이다. 더 이상 다치지 않게 할 것이다.

 

YC20180407_미투집회

 

화, 2018/04/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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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가 친절한 남자라고?

  마지막 카드뉴스입니다..(흑흑)

  국립국어원은 이번 페미니스트 정의에서도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포기하지 못했는데요.
  페미니스트가 친절한 남자일까요...?

  자세한 내용은 카드뉴스를 확인 해보세요!!↓↓↓

(feat. 국립국어원은_활동가도_춤추게한다.jpg)

<당신이 국립국어원에게 할 수 있는 액션!>

1. 국립국어원을 귀찮게 해주세요!
ex. 국립국어원 트위터 계정(@urimal365)에 멘션 보내기,
전화 하기, 메일 보내기, 국립국어원 앞에서 짜장면 먹기(??)

2. 항의 피켓 인증샷 찍고 해시태그를 달아주세요!
ex. ‪#‎국립국어원‬ ‪#‎차이를차별로바꿔라‬ ‪#‎친절한남자를삭제하라‬

(캠페인에도 쭈욱~~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국립국어원
#차이를차별로바꿔라
#친절한남자를삭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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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07/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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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9/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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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_추석 시사 상차림

 

 

메갈리아를
어떻게 볼 것인가?

 

 

글. 김동환 오마이뉴스 기자, 참여사회 편집위원

 


지난 7월 18일. 한 성우가 자신이 구입한 2만 원짜리 티셔츠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 올렸다가 봉변을 당했다. 메갈리아라는 여성주의 커뮤니티에서 판매하는 티셔츠를 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유명 게임회사 ‘넥슨’이 만든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 내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그는 성우 교체를 요구하는 게임 소비자들의 집단 항의로 녹음을 마쳤던 자신의 목소리를 하루만에 전량 삭제 당하는 신세가 됐다. 이 소비자들은 메갈리아가 여성주의 커뮤니티라기보다는 남성 혐오 커뮤니티에 가깝다고 규정했다. 성우 하차는 즉각 여성 혐오 문제로 비화되며 논쟁을 낳기 시작했다.


티셔츠 인증샷에서 시작된 ‘메갈리아 논란’이 두 달째 논점과 화제를 옮겨가며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이 건에 대해 부당해고라는 논평을 냈다가 내홍 끝에 다시 철회하고, 종국에는 탈당하는 당원까지 속출하는 등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성우의 목소리 삭제와 메갈리아 혐오에 대해 반대했던 웹툰 작가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이들도 소비자들이 주도한 퇴출운동에 시달려야 했다. 작가들의 태도에 격분한 나머지 일부 소비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역행하는 ‘웹툰 검열 찬성운동’을 벌이는 등 이색적인 풍경도 벌어졌다. 


복잡하게 꼬이고 길어진 싸움은 본질을 잃고 감정적인 진영대결로 변하기 쉽다. 참여사회에서는 너무 어렵고 멀어서 그간 이 논쟁에 참여하지 못했던 독자들을 위해 메갈리아 논쟁의 핵심을 추려서 정리했다. 

 

메갈리아가 도대체 뭔가요?
메갈리아는 지난해 8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처음 생겨난 여성주의 커뮤니티를 말한다. 노르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를 조합해 이름을 지었다. 


『이갈리아의 딸들』에 나오는 이갈리아는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이 바뀐 가상적 공간의 명칭을 말하는데, 이런 설정을 빌려 여성 억압적인 한국사회의 진면목을 드러나게 만든다는 게 메갈리아의 취지다. 이들은 이를 위해 ‘미러링’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남성들의 일상적인 여성 혐오 표현을 그대로 패러디해 거울처럼 보여주는 방식이다. 혐오에는 혐오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기발한 패러디들이 쏟아져 호응이 좋았다. 독자적인 웹 페이지도 개설했다.

 

그러나 차츰 남성 일반에 대한 미러링 뿐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발언들, 심지어는 남성 성기절단 게시물들까지 등장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과도한 혐오 표현을 사용했던 일부 회원들은 피해자들로부터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메갈리아가 남성 혐오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이런 측면에서 불거진 것이다. 

 

게임 소비자들은 왜 성우 교체를 요구했나?
문제의 티셔츠를 판매한 곳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기반으로 하고있는 ‘메갈리아4’라는 커뮤니티다. 이곳은 메갈리아라는 이름을 쓰고는 있지만 앞서 설명한 메갈리아와 달리 강도 높은 ‘미러링’을 하는 곳은 아니다. 메갈리아4는 그럼에도 계속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신고로 페이지가 계속 지워져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들은 페이스북 코리아에 대한 민사소송을 준비하면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티셔츠를 팔았는데 여기서 ‘대박’이 터졌다. 예상보다 10배 정도 많은 1억 원 가량의 기금이 모인 것이다. 그래서 남는 기금을 “메갈리아 활동 중 법적 분쟁에 휘말린 여성의 법률 상담 및 지원에도 쓰겠다”고 밝혔는데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상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던 ‘메갈리아’와 ‘메갈리아4’를 한통속이라는 시선을 받게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평소 메갈리아의 미러링 활동에 비판적 시선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메갈리아4가 티셔츠를 팔아 혐오 발언으로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 범죄를 저지른 메갈리아 회원들의 법률 비용을 후원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들과의 연대를 위해 티셔츠를 구입한 성우 역시 혐오를 옹호하는 셈이니 하차시키지 않으면 게임을 거부하겠다는 게 게임 소비자들의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메갈리아4 운영자가 뒤늦게 추가 입장을 내놨다. 그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훼손을 한 사람과 개인 인격을 훼손할 수준의 모욕을 행한 경우는 지원 대상자로 선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성우 하차는 어떤 문제인가?
게임회사인 넥슨은 해당 성우의 원만한 동의하에 캐릭터 목소리를 교체했으며 계약한 비용도 지급했다고 밝혔다. 성우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당한 대가를 받았고 부당해고라는 표현은 삼가 달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건에 대해 넥슨에 부당해고나 부당계약해지 등의 법적인 문제 제기를 하기는 어렵다. 


물론 가치적 차원에서의 비판은 가능하다. 여성주의 성향 때문에 직업 활동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간접 차별에 해당한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는 성우 하차가 결정되자 하루만에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직업 활동에서 배제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노동권 등 헌법적 가치의 침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은 내부 당원들이 “혐오를 용인하는 논평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탈당 의사를 연이어 밝히자 해당 논평을 철회했다. 

 

성우 교체 요구는 여성 혐오인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여성 혐오’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인식하지 않는 모든 언어, 행동, 사고방식을 의미한다(왜 이걸 모든 한국어 사용자들이 ‘여성 혐오’로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다). 


게임 소비자들의 행동은 분명 여성주의에 연대하는 개인의 의사표현을 억압하는 여성 혐오적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의견의 차이를 소비자주의적인 수단으로 압박해 해결하는 것은 여성주의 진영은 물론 2000년대 이후 진보진영에서 폭넓게 활용해온 방법이다. 때문에 이들에게만 여성 혐오를 이유로 치명적인 비판을 가하기는 어렵다. 이 문제가 단순히 여성 혐오냐 아니냐를 가려내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압박 수단으로서의 소비자주의 운동을 어느 선까지 용인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점에서 좀 더 분명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메갈리아는 남성 혐오 집단인가?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소중한 생득적 권리 중 하나지만 타인에 대한 차별을 선동할 때는 제약될 수 있다는 게 1948년 세계인권선언의 취지다. 차별이란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배제를 말하는데 최근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혐오 표현’ 역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일으킬 위험이 명백하고 분명한 표현을 말한다. 따라서 메갈리아가 남성 혐오 집단이냐는 물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성이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느냐는 점인데,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 혐오란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메갈리아의 활동들에 과도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현행법을 활용해 충분히 개별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이들이 즐겨하는 미러링은 남성 혐오는 아닐지라도 상당 부분이 명백한 언어폭력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언어폭력을 당한 남성이라면 폭력의 수위에 따라 형사 처벌(명예훼손, 모욕)을 호소할 수 있다. 꼭 형사 처벌이 아니더라도 인격권 침해를 근거로 민사소송이나 게시글 삭제 등을 요구하는 방법도 있다. 메갈리아가 남성 혐오냐 아니냐를 가리는 것은 이런 해결방법과는 큰 관련이 없다. 


다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 추석에 마주친 친척 누나나 여동생, 조카에게 ‘너 메갈하니?’라고 물어보는 것은 사회적 낙인찍기에 의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너 일베하니?’와 ‘너 메갈하니?’는 비슷한 종류의 질문이 아니다. 

 

메갈리아는 혐오 집단인가?
메갈리아가 혐오 집단 혐의를 받는 이유는 남성 혐오로 비춰지는 행동 때문만이 아니다. 일부 메갈리아 구성원들이 장애인, 성소수자, 노인, 아동 등 명백한 사회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했었던 전력이 조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갈리아는 이 문제 때문에 지난해 말 커뮤니티가 쪼개지기도 했다. 결국 무차별적 미러링을 선호하는 성향의 구성원들은 ‘워마드’라는 이름의 새로운 여성주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옮겨갔다.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강조한다. 자신들은 약자 혐오에 반대하며 워마드와 메갈리아는 다르다는 것이다. 일부 회원들의 문제로 메갈리아 전체를 혐오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은 지금 시급한 것은 메갈리아의 혐오성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문제의 원형인 여성 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그러면 메갈리아가 사회와 갈등을 빚을 이유도 없다고 강조한다. 
반면 메갈리아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을 지목한다.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표현의 수위를 허용하는 기준이 다른 공간일 뿐, 거기에 글을 쓰는 구성원은 얼마든지 중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메갈리아 내에서 발생했던 약자에 대한 혐오발언이나 타인에 대한 도를 넘은 워마드식 비하발언에 대해 분명한 사회적 단죄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또한 메갈리아 옹호자들에게 여기에 대한 분명한 동의를 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두 집단의 논쟁은 이 지점에서 평행선을 긋고 있다.

 

우리의 접점은?
두 달 동안 오갔던 논쟁들을 살펴보면 메갈리아 옹호와 메갈리아 비판 입장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사람들은 남성 혐오든, 여성 혐오든 기본적으로 차별과 타인에 대한 비하·혐오 표현을 싫어한다. 양성평등이 사회가 종국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도 결이 같다. 그리고 이는 한국 사회가 수년에 걸친 법제화 노력에도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의 제정 취지와 상당부분 겹친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나이, 장애, 병력, 출신 국가, 인종, 피부색, 언어,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종교, 사상,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영역에서의 비합리적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분명한 공감대가 보일 때 차이는 잠시 내려놓고 생각이 같은 부분에 집중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다. 메갈리아와 여성주의, 여성 혐오를 사이에 둔 사회적 논쟁이 언제 종료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끝이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수, 2016/08/3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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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시대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까요?

상황을 새롭게 해석하고 대안을 찾아나서야 할 때입니다.

생명가치를 회복하는 큰 울림, 전환을 맞이하는 대담함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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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오셔서 함께 전환을 얘기 할 수 있기 바랍니다.

 

 

⊙ 일시: 2016.09.08(목) 저녁 7시~9시
⊙ 장소: 광화문 kT스퀘어 드림홀 (광화문역 2번 출구 KT광화문빌딩 1층)
⊙ 참가비: 5,000원
⊙ 입금계좌: KEB하나 630-004757-375 (사)여성환경연대

⊙ 문의: 여성환경연대 02-722-7944 [email protected]

*오프닝 공연
윤진희 (재즈피아니스트)

1부

사회: 이은희 (서울시 은평구 인권센터장)

1. 임순례 (영화감독, 동물보호단체 카라 대표)
– 인간 중심주의 너머에 있는 것들
2. 정희진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녹색당 당원)
– 여성혐오-가장 오래된 문명 & 평화-가장 오래된 폭력
3. 최경숙 (차일드세이브 대표)
-나는 포기하지 않는 엄마다
4. 김가영 (생생농업유통 대표, 소녀방앗간 이사)
-세대와 지역을 연결하는 착한 유통업자
5. 김소연 (쏘야. 지리산 살래청춘식당 마지 공동운영자)
-시골에서 자립과 공존의 삶을 꿈꾸다
6.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소비에서 자급으로 좌표 이동

2부-
질의 응답

월, 2016/08/2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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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BBC “목소리 없앴지만 페미니스트 목소리 이어질 것” – 메갈리아 논란 심층 보도 – 낡은 가치와 새가치의 충돌이란 시선에서 조명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성우 김자연 씨의 트위터 인증샷으로 불거진 메갈리아 논란을 심층 보도했다. 게임업체 넥슨의 게임캐릭터 목소리 연기를 했던 김 씨는 “여자는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티셔츠를 입고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러자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
금, 2016/08/1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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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NPR, “메갈리아, 여성인권 운동 이끈 반면 거친 언어로 비난 사” – 성우 김자연 씨 SNS인증샷으로 불거진 논란 상세 소개 – 여성운동에 기여했지만 잘못된 분노 표출로 비난 사기도 메갈리아는 여론의 뜨거운 감자다. 사실 메갈리아는 지난 해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는데, 게임업체인 넥슨의 캐릭터 목소리 연기를 한 성우 김자연 씨가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인증샷을 SNS에 올리면서 ...
목, 2016/08/0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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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8_회원배움터 (4)

<'여혐? 남혐? 제대로 알아보자'라는 주제로 열린 여성학자 정희진 쌤의 강연 ⓒ청년참여연대>

 

7월이네요. 2015년 10월 3일, 청년참여연대를 발족한 이후 벌써 9개월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270일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경제, 대학, 정치, 성평등, 평화다양성분과는 여러 주제로 열심히 활동을 해왔는데요. 최근에는 성평등분과가 정신없을 정도로 바쁘게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감이 오시나요? 

 

바로 지난 5월 17일 새벽에 일어난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때문인데요. 이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페미니즘 담론 또한 전보다 더욱 열이 오른 것 같아요. 다만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과거에는 ‘여성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으나 현재는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에요. 혐오가 만연하는 시대, 성평등분과의 자문위원이자(뿌듯) 여성학자이신 정희진 선생님을 모시고 회원배움터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번 정희진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공동체를 위한 10계명>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었는데요. 시간을 제때 맞춰 시작하는 것이 함께 공부하는 이들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한 번 더 일깨워주시며 7시 5분에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다음 회원배움터 때는 모두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요^^)

 

SNS나 기사, 게시판 댓글을 읽고있노라면 세상에 또 이런 전쟁이 없습니다. ‘여성혐오는 대체 무엇일까?’, ‘남성혐오라는 것은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인걸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질문들을 설명하기 위해 정희진 선생님께서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며 여성혐오란 무엇인지에 대해 차근차근 얘기해주셨어요. 그리고 실체 없는 남성혐오에 대해서까지요. 동의하셔도, 반대로 동의하지 않으셔도 우리는 여성주의를 배우고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 저녁마다 있는 성평등분과 모임과 여성주의 세미나는 모든 분들게 열려 있습니다.

 

‘무지는 몰라도 되는 특권입니다’. 그리고 만인 앞에 평등한 우리는 그 특권을 내려놓아야만 합니다. 매년 상반기·하반기마다 진행될 회원배움터에 오셔서 아낌없이 배워가요. 그럼 2016년 하반기 회원배움터에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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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6/07/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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