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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노동 3권을 대신 실현한다는 것의 무게감 (5.8. 박용원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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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노동 3권을 대신 실현한다는 것의 무게감 (5.8. 박용원노무사)

익명 (미확인) | 수, 2018/06/06- 18:20

노동 3권을 대신 실현한다는 것의 무게감


박용원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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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원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공인노무사로서 상담을 하고 때론 사건을 진행하면서 노동조합과 연관된 경우 부담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개 노동조합과 관련한 부당노동행위나 교섭단위 분리 사건 등 집단법과 연관되면 소송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내기가 녹록지 않다. 아마도 노동조합 경험이 없어 모르는 데서 오는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막연한 거리감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입증 책임을 온전히 노동조합에 돌리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한 연구원 노조와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건을 진행한 적이 있다. 연구원이 조합원인 기존노조와 행정직이 중심이 된 신생노조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결국 신생노조가 교섭권을 가져가게 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조합원수 논란이 있었다. 체크오프(임금에서 조합비 일괄 공제)를 통해 조합원수가 투명하게 공개된 기존노조와 달리 사용자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신생노조는 가입원서만을 근거로 사용자 도움을 등에 업고 과반수노조 지위를 인정받았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권을 확보한 신생노조는 지금까지 단일노조로서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해 온 기존노조를 건너뛴 채 독자적으로 사용자와 교섭권을 행사하려 했다. 뿐만 아니라 매일 마주치면서도 최소한의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기존노조는 우연히 기관 온라인게시판에 올라온 신생노조의 잠정합의안 인준투표 공고를 보고 그제야 교섭절차가 진행됐고, 이미 잠정합의안까지 도출됐음을 알게 됐다. 이후 잠정합의안 인준절차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시간 배분 과정에서도 기존노조 배려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신생노조에 기습적으로 교섭권을 빼앗기고 자신의 요구안이 단 1%도 담기지 않은 새로운 임단협을 마주하게 된 기존노조는 곧바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이유로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했다. 다행인 것은 법원이 최근 공정대표의무와 관련해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을 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서울고등법원은 공정대표의무에 소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를 통해 교섭권을 실현할 수 있는 정도의 적극적인 노력과 의무를 포함한다고 판결했다. 교섭대표노조의 잠정합의안 인준절차에 소수노조도 동등하게 참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복수노조 체제에서 소수노조는 노동 3권을 자신의 힘으로 직접 실현할 수 없고 오로지 교섭대표노조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철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교섭대표노조에 실질적인 노력과 책임을 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는 너무나 모순적이다. 하나의 사업장에 굳이 노동조합을 따로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조합 간 이해가 상충된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일률적으로 다른 노조를 대신해 노동 3권을 실현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동등하게 대표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는 아니었을까? 달리 말해 하나로 모아질 수 없는 저간의 사정이 존재함에도 어떻게 다른 노조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르면 소수노조가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권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결국 소수노조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방법은 공정대표의무만 남는다. 사실상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에게 공정하게 대표할 것을 요구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게 된다. 다행히 기존노조가 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들어간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과 관련해 얼마 전 노동위원회는 절차적으로는 물론 단체협약 내용에 있어 역시 중대하게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이러한 판정을 통해 신생노조가 기존노조를 대신해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겼으면 좋겠다. 또한 공정하게 대표한다는 것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기를 기대한다. 물론 자신이 직접 노동 3권을 실현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노동위원회가 교섭대표노조 책임을 더욱 무겁게 묻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박용원  labortoday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로 183 철노회관 4층

: 02-498-6535

: http://www.kptu.net/mboard.asp?strBoardID=KPTU_PDS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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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 “달빛노동” 멈추려면


박공식 공인노무사(이팝노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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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공식 공인노무사(이팝노동법률사무소)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뒤 2단계 정규직 전환 실적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아울러 가이드라인 3단계로 “민간위탁 정책추진 방향”을 논의하고, 이 방향으로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과 민간위탁사무 직접수행 여부 검토 및 민간위탁의 공공성·책임성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 발표안을 보면 그럴듯하지만 결국 ‘민간위탁’이라 불리는 괴물의 실체를 인정한 것과 다름이 없다. 민간위탁 단면이 잘 나타나는 영역이 환경미화부문이다.

환경미화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인데도 열악한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에 대한 정부의 땜질식 '그때그때 지침'은 그야말로 지침에 머물러 있다.

그러한 지침에 더해 지난 4일 환경부는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을 발표하면서 무언가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인 양 "안전한 주간작업 전환" "사람중심의 안전한 청소차가 갖춰야 할 안전장치 구비" 같은 문구로 홍보하고 있다.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달빛노동'에 익숙하다. 달빛노동에 대한 보상은 근로기준법상 야간수당으로 나타나지만 치러야 할 대가는 산업재해 발생 현황으로 드러난다. 보상 기준이 되는 임금은 여전히 시중노임단가에 한참 못 미친다.

환경부 지침을 살펴보면 안전과 관련한 “청소차량의 안전기준, 보호장구 안전기준, 악천후로부터 보호”, 작업시간 및 형태와 관련한 “주간작업으로 전환, 3인1조 작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역점을 두고 마련했다는 "주간작업으로 전환"이라는 것을 보면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꾸준히 요구했던 것이 받아들여진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환경부는 "주간작업의 구체적인 시간대 설정은 작업현장 여건을 고려해 노사협의, 주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지방자치단체 청소계획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실행 주체가 지자체라는 것이다. 과연 정부 가이드라인의 취지를 이해하고 집행할 의지가 있는 지자체가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 간다.

환경미화원 달빛노동은 진행형이다. 환경부 지침에는 주간작업 변경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논의해야 할 임금보전 방안이나 주간작업을 시행 중인 지자체의 환경미화 노동자 임금수준 비교 같은 언급이 빠져 있다. 차후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서 논의될 수 있겠지만 결국 올해 하반기에나 나올 가이드라인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때까지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달빛노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에서 정식 법제화가 되기 전까지 가이드라인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관련법 개정안(환경미화원 안전관리 규정을 포함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다. 시중노임단가 의무적용 관련법인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난 수년간 외쳐 온 핵심 법률안마저 국회 정문 앞에 멈춰 있는 것이다. 환경부 가이드라인 내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 개정에 기댄 화려한 가이드라인은 달빛노동자들에게 일종의 희망고문이다.

달빛노동자는 우리 사회에서 조용하고 치열하게 일한다.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으로 포장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달빛노동에서 해방된다고 열악한 노동조건이 일거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달빛노동에서 해방되는 것이 단순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환경미화 노동과 관련한 핵심 논의사항이 결정되고 하루빨리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를 기대한다.


박공식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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