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토부와 환경부 사이에 낀 4대강

페놀사건부터 4대강사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강이 겪은 고통 너무 커
물관리일원화를 향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물관리일원화가 뭐야?” 의아해하는 독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전문적이면서 지엽적인 용어로 들린다. 한마디로 하천 수량과 수질 정책을 단일 부처가 통합 관리하고 집행하자는 말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수량은 건설과 개발의 산 주역인 국토교통부가, 수질은 오염방지와 보전을 지향하는 환경부가 담당하는 이원관리 체계에서는 우리나라 젖줄인 4대강을 포함한 물관리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국회정상화를 위해 여야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물관리일원화에 졸속 합의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불거졌다. 비판의 골자는 이렇다. 여야 합의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외형상으로는 수량과 수질 모두 환경부가 관리하게 된다. 문제는 “하천관리법은 국토교통부에 존치한다”는 단서 조항이다. 국가하천사업이나 유역종합치수계획 같은 하천 관련 핵심정책은 국토부 소관으로 남는다는 의미다. 4대강에 설치된 16개 댐 수문 관리는 계속해서 국토부 관할이다. 4대강 수질악화를 수문개방이나 재자연화로 해소하고자 해도 4대강사업을 진두지휘한 국토부가 이를 쉽게 허락할 리 없다. 4대강사업의 모순은 지속되기 십상이다. 물관리일원화 논의가 세상에 나온 지 20년이 넘었지만 부처 간 힘겨루기와 국회 방임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역사를 거슬러 보자. 1991년은 한국경제발전사에서 기억할 만한 해다. 10% 넘는 고성장 기조가 1991년을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1962년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총 6차에 걸쳐 이루어진 마지막 해이자, 정부가 ‘개발’에서 ‘발전’으로 목표를 수정한 후 10년째 되는 해였다. 1982년 제5차부터 명칭을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으로 바꿨다. 하지만 경제와 사회의 병행 발전이라는 정부 목표가 허울뿐임을 보여주듯, 1991년 3월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이 터졌다. 대한민국 역대 최악의 환경사고다. 1990년 환경청을 각료급인 환경처로 격상하고 환경보전을 국가 주요 목표로 삼았지만, 정책과 실천은 따라오지 못했다.
낙동강에 뿌려진 유독물질 페놀은 대구와 부산을 포함한 영남권 500여만명의 식수원을 더럽혔다. 수많은 주민들이 건강피해와 유산을 호소했고, 전국에 걸쳐 OB맥주와 두산그룹에 대한 항의시위가 잇따랐다. 이 사건은 모든 종이신문의 1면을 장식하면서 국민에게 수질 문제의 심각성을 각인시켰다. 두산전자에 대한 조업중단 명령이 수출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 철회된 후 1991년 4월 2차 유출이 발생했다. 환경부 장차관이 경질되고 두산그룹 회장이 사임했다.
페놀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수질환경보전법 등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했고, 수많은 환경관련 법령을 새롭게 제정하는 촉매로 삼았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내건 ‘환경경제’ 분야 공채의 수혜자가 필자이기도 하다. 드디어 1994년, 건설부와 보건사회부가 관장하던 수질정책이 환경부로 일원화된다.
그러나 이 직제개편은 물관리일원화 관점에서 보면 반쪽짜리였다. 댐건설과 수자원관리는 여전히 건설부 소관이었다. 진정한 물관리일원화 정책이 환경부를 중심으로 실현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었다. 하지만 하천관리를 개발의 범주로 보는 시각은 여전히 강했다.
그 결과 3조원 가까운 돈이 들어간 경인아라뱃길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업이 시행됐다. 1990년대부터 계획된 이 사업은 원래 굴포천 유역의 상습침수를 막기 위한 방수로 사업에서 시작됐다. 홍수예방사업이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물류사업으로 둔갑한 것은 개발사업에 익숙한 건설부가 수량과 치수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진정성 있는 분투가 필요하다. 환경부는 물관리일원화 정책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가? 필자는 자신하지 못한다.
“(전략) 준설에 의한 하천직강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쌓이면 또 준설해야 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바람직하지 않음. 선진국에서는 직강화 하천공사가 홍수예방 효과가 없어 곡류천이나 자연형 하천으로 다시 복원하고 있음.”
1990년대 말 순천시가 하도정비 및 골재채취사업을 추진할 때 환경부 문건에 등장하는 말이다. 순천만은 대한민국 생태관광의 메카로 살아남았다. 이런 환경부가 10년 후 이명박 정권이 강행했던 4대강사업에 동조했다.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던 환경부가 지난 과오를 성찰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물관리일원화를 위해 힘쓰기 바란다. 그래야만 환경부다움을 되찾으며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물관리일원화를 향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페놀사건부터 4대강사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강이 겪은 고통이 너무 크다. 정부 부처와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한다.
(이 글은 5월 23일자 경향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전국신규댐백지화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물관리 일원화, 지속가능한 수자원 정책으로의 전환’ 토론회가 열렸다.ⓒ환경운동연합[/caption]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전국신규댐백지화대책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물관리 일원화, 지속가능한 수자원 정책으로의 전환’ 토론회에서는 물관리 일원화 이후 물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caption id="attachment_194381" align="aligncenter" width="640"]
새로운 물정책에 대한 기대와 관심에 대비해 정책전환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의 댐건설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치수증대사업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으며, 안전과 관리 중심의 댐정책으로의 전환이 대안으로 제시됐다.ⓒ환경운동연합[/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94379" align="aligncenter" width="640"]
염형철 물개혁포럼 공동대표는 “댐관리와 사용권을 하천법, 물환경법, 수자원조사법 등에 통합하고 주민지원도 친수법과 통합해 물이용과 주민지원법 등으로 개편하는 체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환경운동연합[/caption]
염형철 물개혁포럼 공동대표는 “환경부로 이관된 댐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약칭 댐건설법)과 댐장기계획은 댐의 필요성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댐건설자체가 목적이라서 신규댐 수요가 없어진 현재는 불필요한 정책”이라고 지적하며 “댐관리와 사용권을 하천법, 물환경법, 수자원조사법 등에 통합하고 주민지원도 친수법과 통합해 물이용과 주민지원법 등으로 개편하는 체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댐건설과 관리에 대한 규정들만 포함되어 있고, 댐 해체의 주체, 기준, 절차, 방법에 대한 내용이 없어 앞으로 환경부가 과제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
[caption id="attachment_194378" align="aligncenter" width="640"]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치수능력증대사업의 허구성을 지적했다ⓒ환경운동연합[/caption]
한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기상이변에 따른 집중호우에 대처하고 가능최대홍수(PMF) 유입에 대비하며 하류지역 주민들의 침수피해을 막기 위해 계획한 치수능력증대사업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박교수는 충주댐 치수능력증대사업의 문제점을 사례로 들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자체 강우관측소를 운영하여 강우를 예측하고, 목표 댐수위를 설정하여 방류량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잘못된 운영을 했다.”고 지적하며 “댐 여유고를 활용하고 운영방식을 변경하는 방법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caption id="attachment_194377" align="aligncenter" width="640"]
박병언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은 “더 이상 댐 적지가 없다.”며 “앞으로 안전성 강화 등 댐관리를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환경운동연합[/caption]
박병언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은 물관리가 일원화되면서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소속을 이전한 당사자로서 댐정책에 변화가 필요함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용수 수요관리를 강화해 본류와 광역 중심의 물관리에서 벗어나 지류·지천을 포함한 소유역 중심, 수질 및 수생태 중심, 지방과 광역이 연계된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기존 댐 건설로 이·치수 기반이 구축되어 더 이상 댐 적지가 없다.”며 “앞으로 안전성 강화 등 댐관리를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aption id="attachment_194381" align="aligncenter" width="640"]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머니투데이[/caption]
내년에는 물기본법 시행에 따라 유역위원회가 꾸려진다. 유역 단위에서 수질과 수량, 수생태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야하는 시기이므로 국토교통부가 독자적으로 하천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국토교통부에 새로운 하천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유역관리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의 주요 하천사업인 지방하천정비사업은 킬로미터당 5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우리나라 70%의 하천을 콘크리트로 직강화하고 생태계를 훼손해왔다. 환경부의 생태하천복원사업과의 중복으로 예산 낭비가 크다는 점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환경운동연합은 국토교통부가 하천기능을 인질로 삼는 몽니부리기를 그만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에 회부된 하천법개정법률안을 속히 폐기할 것을 요구하며,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은 국토교통부의 하천기능까지도 환경부로 이관해 진정한 물관리일원화를 구축할 것을 촉구한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