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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그건 기업 내부 일이 아니다 (3.13. 김성호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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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그건 기업 내부 일이 아니다 (3.13. 김성호 노무사)

익명 (미확인) | 화, 2018/03/13- 11:30

그건 기업 내부 일이 아니다


김성호 공인노무사(성동근로자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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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호 공인노무사(성동근로자복지센터)

장애인 지원금, 고령자 지원금, 전문인력 채용 지원금, 청년고용 지원금, 여성고용 지원금, 고용환경 개선 지원금, 창업자금, 고용촉진·안정자금, 일자리안정자금, 그리고 각종 인센티브에 컨설팅 지원과 세제혜택까지….

정부가 기업에 지원하는 제도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전체 지원금액은 5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니 지난해 우리나라 예산의 12.5%나 된다. 이 정도면 정부지원 한번 받아 보지 않은 기업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자신 또는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기반으로 기업시설을 마련하고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며 남은 이윤을 자신의 이익으로 가져간다. 이윤 창출에 노동자 기여가 절대적임에도 기업주는 자신의 자본금으로 기업을 경영한다는 이유로 이윤을 독점하고 사회적인 견제에서 벗어나 있다. 노동자 견제는 그나마 노동조합이라도 있어야 가능하다. 시민사회에서 기업 문제를 제기하면 영업비밀이라는 이름의 절대방패를 사용해 기업주는 기업을 자신의 ‘사유물’처럼 보호한다.

그런데 기업주가 유일하게 주장하던 자본금과 자본이라는 것이 사실 그 실체가 모호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09년 상법 개정으로 주식회사 최소자본금은 이론적으로 없다. 작은 기업들은 사무실 보증금이나 책상·컴퓨터 정도를 자본금으로 해서 법인을 설립하곤 한다. 그런 작은 기업은 창업 때부터 다양한 정부지원금과 세제혜택을 받게 된다. 그 정도 지원 없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이제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상태다. 4차 산업 등 이른바 ‘선도산업’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큰 기업들은 더 큰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2013년 기준으로 대기업은 전체 법인세 공제감면 혜택의 76%인 7조3천억원의 혜택을 누렸다. 그 밖에도 대기업은 그 덩치만큼이나 지원금 덩치도 거대하다. 2015년 기준으로 직업훈련 지원금의 80%를 재벌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삼성에 지원된 R&D 지원금은 전체 중소기업에 지원된 금액의 32배였고(2009~2013년), 2012년 정부에서 받은 직접 지원금만 1천684억원이나 된다.

이 정도면 정부지원 없이는 현재와 같이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정부지원이 기업들의 산소호흡기 같은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부와 재계는 지난 20년 동안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가 늘고, 노동자 삶이 보장된다며 이를 각종 정부지원 명분으로 삼았다(하지만 그 명분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실업률은 높아졌고, 양극화는 확대됐으며, 일을 해도 빈곤한 노동빈곤층은 15% 정도로 개선은커녕 증가하기만 했다. 차라리 그 지원금을 노동자 서민에게 직접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국가는 한 해 예산의 12.5%나 되는 엄청난 규모의 금액을 기업에 지원했고, 기업들은 그 지원금으로 목숨줄을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 정부지원금은 공교롭게도 납세자 세금으로 만들어진 돈이다. 비정규 노동자, 이주노동자, 여성·청년·청소년·노인 등 노동자·서민이 내는 세금으로 말이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기업의 목숨줄이 유지되고 있는데, 정작 납세자인 우리는 기업에 아무 말도, 견제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이 기업주들의 ‘사유재산’이기 때문이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목숨줄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더 이상 ‘사유재산’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볼 권리가 있다. 그 안에서 노동자들이 공정하고 인간다운 노동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다.

꼭 정부지원금 때문만은 아니다. 노동은 원래 사람 관계로 이뤄지는데, 그 안에 ‘오로지 내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을까? 기업은 함께 생산하고, 분배하는 이들의 공동 성과물이다. 지역사회 경제와 다양한 관계가 형성되는 중요한 거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기업의 향배는 그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 왔고, 지역사회와 구성원은 기업 운영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굵직한 대기업이 지역사회에 있을 경우 그 기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른 파장은 이미 평택 사례에서 쓰디쓰게 경험했다.

지금 통영에서, 군산에서 고통스런 소식이 들려온다. 그곳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사업장에서, 전국 곳곳의 아파트에서, 대학에서, 기업을 자신들의 사유물로 알던 자본이 자신들의 경영실패를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고통스럽게 전가하고 있다. 더 이상 경제기사 내용 정도로만 볼 일이 아니다. 내 세금이 투여되고, 나와 같은 노동자가 일하며, 나와 이웃이 사는 지역사회에 영향을 주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건 기업 내부 일이 아니다.


김성호 (성동근로자복지센터)



성동근로자복지센터

: 서울시 성동구 상원6나길 22-11 2층

: 02-497-8573

: http://sdlabo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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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직업 감추는 사회, 노동존중 사회라 할 수 있나


강선묵 공인노무사(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 강선묵 공인노무사(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얼마 전 겪었던 일이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더니 어떤 분이 들어왔다.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어봤더니 지나가다가 간판을 보고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들러 봤다고 했다. 그냥 평범한 상담이겠거니 하고 일단 상담실로 들어가라고 안내해 드렸다. 그리고 본격적인 상담을 하기 위해 필기도구와 상담일지를 들고 상담실로 들어갔다.

상담일지 양식에 따라 상담을 하기 위해 방문자에게 회사 이름을 물었다. 그런데 방문자는 회사 이름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았다. 상담을 하러 와서도 회사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노동자들이 워낙 많고, 단순 상담의 경우 회사 이름을 꼭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닌 만큼 원하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대신 어떤 일을 했는지는 알 필요가 있기 때문에 회사 업종이 뭐냐고 질문을 했다. 방문자는 “그냥 밖에서 하는 일”이라고 하면서 이마저도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이분이 어떤 불법적인 일을 하는 곳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업종조차 밝히고 싶지 않는가 보다’ 하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불법적인 일―예를 들면 마약 제조 같은―을 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퇴직금 또한 받을 수 없다. 쉽고 간결한 상담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기껏 퇴직금에 대해 설명했는데 방문자가 실제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헛상담을 하게 되는 꼴이 아닌가. 그래서 방문자에게 솔직히 말을 했다. 업종을 안 밝히는 이유를 모르겠으나, 만약 하던 업무가 불법적인 일―앞에서 예를 들었듯 마약 제조 같은―인 경우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러니 만약 그런 일을 한 거라면 그냥 돌아가시라고.

방문자는 그제야 자신이 세차장에서 세차 일을 했다는 것을 말해 줬다. 세차가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밝히고 싶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말을 듣자 속으로 약간 기가 막혀서 이런 상담하는 자리에서까지 그런 걸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고 말한 뒤 퇴직금 관련 설명을 계속했다.

돌이켜 보면 그 당시 내가 속으로 기막혀 했던 것은 짧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는 속담이 있긴 하지만 그냥 속담에 불과할 뿐이고, 이미 세상에 타인의 노동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상태에서 누군들 그 편견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하겠는가. 사실 나도 최대한 타인이나 다른 분야에 편견을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을 편견이 없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세차를 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아 하던 방문자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물론 세상의 편견에 정면으로 맞대응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건설일용직 노동자를 낮춰 부르는 말로 ‘노가다’라고 하기도 하는데, 상담을 하다 보면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자신이 노가다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노동자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모든 노동자들이 그런 강한 ‘멘털’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 노동존중 사회에 대한 말이 많은데, 세차 업무든 아니면 다른 업무든―그 직업이 불법적인 직업이 아니라면―자신의 직업을 솔직하게 밝힐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편견에 시달리지 않는 사회가 진정한 노동존중 사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강선묵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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