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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내몰림 시리즈 1편 – 궁중족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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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내몰림 시리즈 1편 – 궁중족발 인터뷰

익명 (미확인) | 화, 2018/02/06- 14:54

둥지내몰림 시리즈 1 궁중족발 인터뷰

 

정리: 윤은주 회원팀 간사

[email protected]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고통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찾는 이가 늘어난 만큼, 쫓겨난 이도 늘고 있습니다.

바로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이야기입니다. 동네는 떴지만 슬픈 이들이 있습니다.

서촌이 뜨자 서촌에서 궁중족발을 운영하시던 분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이들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지만, 세입자였습니다. 건물주인이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297만 원이던 가게를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200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족발 팔아서 얼마나 큰돈을 번다고, 보증금도 아니고 어떻게 월세만 1,200만원을 내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경실련도 제작년부터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대책 마련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가 돼버린 젠트리피케이션! 정책과 제도를 바꾸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소리를 잘 담아 알리고 싶어 둥지내몰림 시리즈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첫 인터뷰는 최근 법원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왼손가락 네 개가 부분 절단되는 중상을 입은 서촌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님과 윤경자 사모님을 만났습니다.

 

 

 

Q: 어떻게 서촌궁중족발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서촌에서 분식점 2년하고 7년동안 실내포장마차 해서 번 돈에다 대출금 받아서 궁중족발을 차렸어요. 빚 좀 갚아나가며 장사가 좀 되겠다 싶었는데 건물주가 바뀐 거죠.

요즘 진짜 약삭빠른 사람들은 한 장소에서 가게 오픈해갖고 3~4년 하다가 팔고 나가요. 근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여기가 고향이란 말이에요. 독립문이 고향이기 때문에 친구들이랑 다 여기 있고. 다른 동네 떠날 생각을 아예 못 한 거에요.

저희도 부동산에서 나와서 부추겼어요. 팔 생각 없냐고? 얼마나 많이 왔는지 몰라요. 서촌이라는 이름이 뜰 때부터요. 사장님네 가게 정도면 권리금 1억 5천에서 8천까지 받을 수 있다고 자기가 받아주겠다고 파시라고 했어요. 근데 저희는 이 동네가 고향이고 여기 떠나서 살 생각이 없어요. 그렇게 하고 나서 그 다음해에 건물주가 바뀌고 나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 거에요.

 

Q: 강제집행은 언제 시작됐고, 최근 3차 집행까지 있었는데 지금까지 과정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10월 10일에 1차 집행이 있었어요. 법원, 사설용역 포함해서 100명 넘게 왔고, 저희는 60명 정도로 막아냈어요. 새벽 6시 반부터 4시간 대치해서 ‘집행불능’하고 갔어요. 2차 집행은 11월 9일에 야간집행이란 걸 신청하고 왔어요. 야간집행은 법원에서 판사가 허가를 내려야 되는 거고, 소수 인력으로 아무 때나 들어올 수 있는 거래요. 20명 내외로 왔는데, 돈은 더 많이 들었다고 해요.

3차 집행을 또 해서 1월 15일 들어왔고 막아냈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집행관이 집행불능이 아니라 집행중지를 내렸어요. 둘의 차이가 큰데, 불능은 집행신청 다시 하려면 건물주가 다시 신청을 해야 해요. 그럼 또 돈이 들어가요. 근데 중지는 그게 아니라 중지된 상태, 말 그대로 휴전인 거에요. 그러면 언제든지 또 들어올 수가 있는 거에요.

집행관이 처음에는 불능이라고 했거든요. 근데 건물주가 집행관을 불러서 뭐라고 하니까 집행관이 다시 와서 중지라고 하더라고요. 건물주가 항의하니까 바꾸더라구요.

 

▲ 작년 11월 9일 왼쪽 손가락이 네 개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고 접합수술 후 회복중이신 김우식 사장님과 윤경자 사모님(왼쪽부터).

 

Q: 손가락 다치셨을 때의 상황을 좀 듣고 싶습니다.

2차 집행 때 사설용역이 사복차림에 손님처럼 가디건에 후드티 입고 모자쓰고 와서 여자들부터 끄집어 냈어요. 족발 꺼내려고 주방에 있는 남편도 끄집어 내려고 했는데 남자다보니 저항하는 게 틀리잖아요. 3~4명 사설용역이 붙잡고 빼는데 윗도리까지 다 벗겨지고 했는데도 죽을 힘 다해 싸우니까 힘을 못 당하니까 건물주가 용역대장, 제일 힘쎈 사람을 1명 더 불렀어요. 그래서 그 사람이 확 낚아채니까 그냥 딸려 나온 거에요. 그 과정에서 조리대 밑에 홈을 잡고 버티다가 새끼 손가락이 제일 심하게 다친 거였고, 네 개 손가락이 거의 절단이 됐죠. 다행히 접합은 잘 됐지만 정말 끔찍했어요.

 

Q: 최근 JTBC 뉴스룸에서 궁중족발 집행관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강제집행 과정에서 잡행관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집행관의 역할은 집행을 지휘하는 사람입니다. 건물주가 동원한 사설용역은 인원수만 채우는 사람들이에요. 물건은 만질 수 있지만 사람들에게 손을 쓰면 안 됩니다. 일반화돼서 내려오다보니 합법적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경비법에는 분명히 명시돼 있어서 지금처럼 사람들에게 손을 대는 건 명백한 불법이에요.

2차 집행중에 손가락 다쳤을 때도 집행관은 몰랐다고 하더라구요. 원래는 인사사고가 나면 집행관이 정치시켜야 하는데, 이 사람은 자기 할 일만 하고 방관했던 거죠. 그래서 저희가 법원 집행처에 진정서를 넣었어요. JTBC 뉴스룸에서 취재나온 게 ‘집행관 위반’으로 법원이 과태료 200만원 처분을 내렸는데, 법원이 노무자 관리 감독을 제대로 안 해 집행관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린 건 우리나라 최초라고 하네요.

 

Q: 건물주는 어떤 분이신가요?

북유럽 수입가구 회사를 운영한다고 하는데, 투기성 입대업으로 돈을 버는 걸로 알고 있어요. 주로 비어있는 건물을 통째 매매하는데, 세입자들이 가져가야 할 권리금 부분이 없어져서 시세차익에 플러스가 돼서 그런 걸 잘 하신다고 해요.

그 분은 집행할 때도 직접 나오세요. 집행나오기 전에도 가게 앞 현수막이나 신문기사 스크랩해놓은 거 다 와서 뜯어버리고, 문자로 “너는 범법자다” 다쳤을때도 “쇼한거지?” “너 진짜 죽으려고 했었냐? 죽지 그랬냐?”고 했어요. 사람 괴롭히는데 일가견이 있으시더라구요. 저희 건물에 다른 가게들도 있었는데 소송까지 간 건 저희뿐이에요. 다 지쳐서 떨어져 나갔어요.

남편이 손 다치고 병원에 입원하고, 저랑 사람들 있는 거 뻔히 알면서 2주 동안 가스 2번 끊고, 전기 개량기 아예 통째로 떼어가고 수도 잠그고 화장실 폐쇄까지 시켰어요. 사업자등록증 말소시키고 통장 압류까지 다 해놨어요. 그걸 2주 동안에 다 했어요. 수도하고 전기는 생존권이잖아요. 사업자등록증도 본인 아니면 말소를 못 시키는 건데… 저희가 관공서 쫓아다니면서 다시 회복시키느라 진짜 힘들었어요.

저희가 다시 관공서 사람들 실사나오게 해서 복구시켰어요. 화장실은 앞에 사장님들이 두 군데나 키를 주셔서 사용하고 있어요. 통장 압류한 것만 아직 못 풀었어요. 그거는 또 다른 손해배상으로 넘어가는 거더라고요. 주택청약통장까지 다 압류당했어요.

10월 말에 투병중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10월 30일날 돌아가셨는데, 탈상하고 1주일 만에 2차 집행을 들어온 거였어요. 그리고 그날 손을 많이 다친거죠.

SNS 하는 젊은 분들이 한달에 1,200만 원 월세가 말이 되냐고? 막 댓글달고 비난하니까 이 분이 명언을 남겼죠. “족발가격은 족발집 사장이 정하는 거고, 임대가격은 임대인이 정하는 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게 왜 문제냐는 거에요.

 

▲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11월 9일 이후 한달 내내 매일 울었다고 하신 윤경자 사모님.

 

Q: 이런 일들 겪으시며 심정이 어떠셨어요?

아무리 자본주의라지만, 건물주는 내 돈 가지고 내가 올리는데 뭔 상관이냐 이러지만 이건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 다쳤는데 더군다나 음식하는 사람이 손을 다쳤는데 그 당시에는 남편 손이 불구가 될 정도라고 병원에서 얘기했었어요. 회복이 빨라 정말 다행이지만.

지금은 웃으며 말하는데, 11월 한달 동안은 내내 매일 울었어요. 경찰서도 한번 안 가봤는데 생전 처음 관공서도 다 다니고 법원이며 경찰서며 혼자 다녔어요. 아이들은 다 커서 직장 다니고 군대 가있고 해요. 큰애가 아빠 병원에 있는 동안 병간호했는데, 다친 날 아빠 다친 걸 직접 보고 대성통곡하는데 그거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져요.

시세차익으로 돈 버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하지만 자기가 돈 버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이건 사람의 삶을 파괴시키는 거에요. 애들한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어요.

 

Q: 도와주시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은 많으세요?

저희가 3차까지 집행 막아내고 할 수 있었던 게 저희 도와주시는 분들 없으면 못 하는 거에요. 맘상모(마음편히장사하고싶은상인들의모임)는 저희처럼 다 장사하는 분들이세요. 저희처럼 이런 일 겪고 분쟁에서 합의봐서 다시 장사 시작하시는 분도 있고, 장사 아예 접고 회사다니는 분도 있고, 아직 분쟁은 안 일어났지만 이제 다음 다음 차례로 대기하고 계시는 분도 있어요. 맘상모가 법률자문부터 수요집회 등 저희와 항상 같이 해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그밖에도 기사랑 보도가 많이 되고, 뉴스, 인터넷 페이스북에도 많이 알려져서 분개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3차 집행 때는 새벽부터 모였거든요. 9시에 들어온다고 해서 새벽 6시부터 모였는데, 제가 처음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더라니까요. 우리가게 처음 오는 젊은 학생들이 집행을 막아내겠다고 왔어요. “사장님 힘내세요! 제가 보고 들어서 많이 알고 있어도 온 건 처음이에요. 많이 오고 싶었는데, 기회가 안 돼서 많이 못왔어요. 오늘 와 봤으니까 다음에 또 올게요”하고 가는 거에요. 그날도 건물주가 와서 행패부리고 하는 거 다 봤거든요. 두 달 동안 있으면서 저희한테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걸 느껴요. 그러니까 버틸 힘이 돼요.

저희 가게 단골손님도 문이 항상 닫혀 있으니까 지나가만 갔었대요. “사장님 힘드시죠? 여기 지나만 갔었는데 항상 문이 닫혀 있어서 사장님 못 뵜어요. 저도 이 동네 살고 있지만 서촌이라고 뜨면서 이렇게 된 건데, 이제는 사장님의 싸움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가 됐으니까 사장님네가 쫓겨나면 여기 임대료 다 오르는 거에요. 사장님 꼭 이기셔야 돼요”하고 가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집에서 쿠키를 손수 구워가지고 그 앞에 메모를 붙여가지고 앞집에 쇼핑백을 맡겼어요. 자기네 온 가족이 우리네 족발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빨리 이기시라고…

그런거 보면서 참 세상이 진짜 나 혼자라고 느꼈는데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구나 실감나게 느꼈어요. 처음엔 죽을 거 같았거든요.

 

Q: 영업을 못하셔서 생활에도 어려움이 많으시겠어요.

장사도 못하는데다가 계속 나가는 건 생기니까 어렵죠. 여기 지켜주시는 분들 생활하고, 한번 오면 스무명에서 서른명씩 오시니까 그 사람들 먹거리며 돈이 계속 들죠. 그래도 돈으로 안 되시는 분들은 음식으로 연대를 해주시고, 김장철에는 자기네 김치 담그시면서 한통씩 갔다주기도 하셨어요. 인터넷에 후원계좌 열어가지고 십시일반 모이는 게 그게 꽤 큰돈이 되더라구요. 큰 돈 송금하는 게 아니라 1인당 5천원, 1만원 모아지면 그래도 꾸려는 나가겠더라구요.

 

▲ 궁중족발집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이 돼버렸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제 법정싸움하고 경찰서 조사만 남아있어요. 법적으로는 진 건데요, 아직 손해배상청구 건도 남아있고, 유치권 소송이 진행 중이에요. 강제집행은 중지된 상태라 또 들어올 수 있어요. 저번엔 법원인력 20명 내외로 적게 왔었는데, 이번엔 더 많이 올 수도 있어요. 보통 건물주가 3차 4차까지는 집행을 안 하거든요. 무리라고 생각해서 안 한 대요. 4차까지 하면 그때서 아 안 되겠구나 포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 상태에서는 일단 잘 버티는 게 중요해요.

24시간 항상 사람이 지키고 있고, 매일 요일별로 행사를 해줘요. 제일 고마웠던 게 옥바라지선교센터는 기도회를 열어주시고, 나머지 음악가들은 다른 음악가들 추천해서 공연, 시낭독회, 영화상영도 해줘요. 다양하게 문화제를 많이 해주시는 게 잡다한 생각하지 말고 기운 북돋아주려고 하는 거 같아요.

안쪽에 테이블 4개 놓고 손님 받던 방은 이제 가게 지키는 사람들이 잠자는 곳, 공연할 때는 무대가 돼요. 가수분들이 이 무대를 되게 좋아하세요. 신발 벗고 양말 신고 공연해보긴 처음인데 웬만한 공연장 못지않고 좋다고 해요.

홍대입구에 있던 두리반 사례처럼 저희도 빨리 해결돼서 마음 편히 장사하고 싶어요.

 

인터뷰 갔는데 가자마자 사장님과 사모님이 저희에게 떡볶이를 한 대접 주셨어요. 분식집하신 경험 때문이신지 정말 맛있었습니다. 영업도 못하시고 투쟁장으로 변해버린 가게를 보며 안타까웠지만 지지해주고 함께 지켜주는 이들과 함께 꿋꿋이 싸우시는 두 분에게서 오히려 힘을 얻고 왔습니다.

소액이라도 후원해주시면 십시일반 모여 큰 힘이 된다고 하시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계좌로 후원해주세요.

[궁중족발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2-455-889687 (예금주:구자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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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내몰림 시리즈 2편] 노량진 카페 7그램인터뷰

 

정리: 윤은주 회원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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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 2월호(통권 161호) 서촌 궁중족발 인터뷰에 이어 이번에는 노량진의 카페7그램을 인터뷰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중족발 인터뷰 보시고,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생존을 위협당하는 상인들의 상황을 안타까워하시며 분노하셨습니다. 궁중족발은 개인이 건물주지만, 카페7그램은 기업이 건물주였습니다. 건물주가 개인이든 기업이든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내쫓김을 당하는 억울한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둥지내몰림 두 번째 인터뷰는 건물주인 박문각과 소송을 진행 중인 노량진 카페7그램 박지호 사장을 만났습니다.

 

 

1.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세요.

2012년 1월부터 박문각 학원 1층 지금 자리에서 카페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카페자리는 외진 곳이라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어요. 외진 자리에 아무도 안 들어오니까 학원측에서 저를 유치하려고 주차도 무료로 해주고, 홍보를 위해 간판 설치도 협조하겠다고 했어요. 1억 3천에 66만원이라는 임대조건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 계약을 했습니다. 계약기간이 2년이라고 해서, 5년으로 해달라고 했더니 그것도 해주더라고요. 그러면서 할 수 있으면 오래 하라고 해서 그 말만 철썩같이 믿었었어요.

그런데 점차 손님이 늘고 장사가 잘 되고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박문각 측이 조금씩 갈등을 일으키더라고요. 2014년에는 학원 입구에 있던 홍보 배너를 강제로 이동시키고, 2015년에는 간판도 강제 철거하더니 급기야 2016년 6월 1일 매장을 비우고 나가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왔어요. 그 후 명도소송을 진행하더라고요. 저는 반소 안하면 변호사비, 원상복구 비용 등이 보증금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서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어요. 법원에서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 판결이 내려져 현재 감정평가 절차가 진행중이고, 간판 강제 철거에 대한 형사고소도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2. 서울시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이 열렸다고 들었는데 합의는 왜 결렬됐나요?

저희 가게에 1억 7천, 2억에 권리금 내고 오겠다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내용증명 받고 나서 그러면 팔고 나가게 해달라고 했는데, 박문각 측에서 거절했어요. 재계약도 안해주고, 팔고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무조건 나가라는 거예요.

그래서 서울시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의뢰했어요. 저는 합의금을 7천에서 6천, 5천, 4천까지 내려서라도 합의를 원했어요. 박문각은 처음에 1천 5백만원을 얘기하다고 1천만원으로 내리더라고요.

제가 처음에 인테리어에 투자한 비용만 1억 8천만원이 들었어요. 그래도 저는 부동산 강의를 전문으로 하는 박문각과 싸울 자신도 없고, 좋게 마무리하고 끝내고 싶어 박문각이 제시한 1천만원에 매장을 비워주기로 하고 서울시 중재 합의서를 작성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박문각 측이 합의를 깨고 소송을 진행해버린 거예요.

 

3. 자리 잡기까지는 사장님이 노력한 부분도 많으실 텐데 억울하시겠어요.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 같은 1층에 있던 햄버거집, 피자집 1톤, 5톤 물류 트럭들이 항시 저희 카페 앞에 주차가 돼 있었어요.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관할관청에 신고하고, 불법주차 차주들 일일이 설득한 끝에 차 없는 인도를 만들고 구청의 협조를 얻어 주차봉을 설치하고 상권을 만들었어요.

영화이벤트, 뮤지컬이벤트도 하고, 손님들 끌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어요.

대로변 횡단보도 앞에 있는 약국에 한 달 동안 매일 찾아가서 홍보 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서 약사님이 감동해서 포스터도 정문에 걸게 해주고, 배너도 놓으라고 해주더라고요.

 

 

4. 박문각에서 간판은 왜 떼었을까요?

2015년 박문각 사무실이 2층에서 1층으로 이전하는 시점에 학원 입구에 카페 간판이 먼저 보이니 학원 이미지에 안 좋다고 철거했는데 잘못된 것이죠. 실제로 간판이 철거된 이후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더군다나 간판 협조사항은 계약당시 특약사항에도 있는 내용이에요.

검찰에서 관리인이 나랑 합의해서 뗐다고 거짓말을 하더라고요. 돈 들여서 특약까지 한 것을 제가 합의해서 뗄 리가 없잖아요. 제가 처음에 찾아갔을 때 관리인이 회장님 지시라고 했거든요. 특약사인을 직접 한 사람이 전무에게 찾아갔을때도 회장님 지시라 막을 수 없었다고 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자기가 혼자 했다고 그러고 전혀 엉뚱한 감사가 시켰다고 말을 번복하며 거짓말을 하더라고요.

서울시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돌출간판은 불법이라 동작구청 행정처분으로 저희 간판을 철거했다고 주장하더라고요. 동작구청에 의뢰해서 알아보니 행정처분 사실이 없대요. 그리고 그 건물의 모든 돌출간판 중 저희 간판만 철거한 것도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박문각측에 확인해보니 회장과 전무는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그 당시 모든 건물관리를 감사가 했기 때문에 관리인이 감사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노량진 학원가가 불법간판이 난무해서 동작구청, 경찰서, 교육청 관리자들이 모여 자정결의도 하고 그런 때여서 학원 담당자가 아마 구청에서 환경정화 차원에서 철거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답변했습니다.

 

5. 박문각이 이렇게까지 내보내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희 옆 분식가게는 주인분이 암투병하시다 돌아가셔서 아내 분이 혼자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변호사 비용, 생계,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두려워 함께 대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하시고 2016년 11월에 권리금 전혀 못 받고 나가셨어요.

박문각에서는 저에게 저희 매장자리와 옆 가게를 연구실로 사용한다고 했는데, 내부 관련자들 통해 들은 바로는 카페를 하려 한다고 했어요.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건물주가 1년 6개월간 비영리 사용시 보상 안 해도 된다는 법의 맹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 그렇게 꼼수를 쓰고 있는 거죠.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박문각측은 학원시설이 부족해서 1층 가게 2개를 자습실이나 연구실같은 학원용도로 쓰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무료북카페 계획은 없다고 했습니다.

 

6. 지금 가장 힘든 게 무엇이세요?

자식과 와이프, 어머니에게 제일 미안해요. 명도소송 당하기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어머니를 저희집 근처로 모시고 왔는데 생활비를 드려야 하는데 죄송하죠.

저희 같은 세대는 부모님도 챙겨야 되고, 자식들도 챙겨야 되고 제 노후는 생각도 못해요. 장사도 안 되니까 다음 달 생활비 어떻게 할까? 여기 정리되면 나가서 뭐 해야 하나? 쫓겨나는 것보다 나가서 뭘 해야 하나가 걱정이에요.

건너편 테이크아웃 카페도 권리금 7천이에요. 권리금을 1억이든 2억이든 받아도 카페는 이제 자신이 없어요. 자리 찾기도 1년 걸렸어요. 죽기 살기로 했어요. 정말 새벽부터 올인하고 일했는데 건물주 욕심 하나에 모든 게 무너졌죠.

직장인의 마지막 보루가 자영업인데, 장사가 안되고 최저임금 오르고 이런 건 내가 극복이 돼요.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되니까. 최저임금 오르고 하면 서로 공감대가 생겨서 열심히 하니까 잘 돼요. 그런데, 건물주에게 쫓겨나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다른 데 가서 할 수도 없어요. 또 쫓겨나면 어떻게 해요? 트라우마가 생겨요.

 

 

7. 사장님처럼 억울한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가장 좋은 것은 법 밖에 없잖아요. 최소한 10년은 보장해줘야 돼요. 임대료 빼고 초기 투자비용만 1억 8천 든 거 생각하면 10년은 돼야 기반잡고 넘어가는 게 가능해요.

10년 보장해주더라도 자영업자가 이미 너무 포화상태잖아요. 경쟁이 치열하고 장사가 안돼서 접는 거는 얘기 못해요. 자기 책임이니까. 근데 사회적인 환경 있잖아요. 상가임대차보호법 문제, 환산보증금 문제, 건물주 갑질, 법이 맹점을 이용해서 1년 6개월 비영리 조항을 이용해가지고 저희처럼 이렇게 내쫓는 것은 막아야죠. 비영리 1년 6개월 조항같은 것은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빼야 돼요.

권리금은 무조건 세입자가 받을 수 있게, 이럴 땐 주고 이럴 땐 안주고 하지 않도록 해야해요. 저 사람한테 하면 1억 받는데, 건물주에게 가면 천 만원도 못 받고 그런 상황이 생기면 안 되는 거죠.

 

8.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현재로선 언론에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아무래도 기업인지라 언론플레이도 잘하고, 언론에 예민하더라고요. 간판 강제철거 형사 수사 관련 담당검사가 2017년 7월 이후 4번이 바뀌고 아직도 수사중입니다. 이런 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하는데, 참 어렵네요. 지금으로서는 많은 시민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법적인 잣대보다 사회적인 여론을 잘 만들어주시면 큰 힘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건물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국내 학원업계 굴지의 기업입니다. 더구나 경찰, 검찰 공무원 교육과 부동산 강의를 하는 학원입니다. 둥지내몰림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법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시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기업이 가진 사회적 이미지에 맞게 문제가 잘 해결되길 기대합니다.

목, 2018/04/1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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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원 회원 인터뷰

 

정리: 윤은주 회원팀 간사

[email protected]

 

이번 회원 인터뷰는 1994년 KBS 기자로 입사해 아나운서, 앵커, 특파원 등을 거치며 20년 넘게 언론인으로 활약하시다 지금은 KBS 파업에 참여하며 언론 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참여하고 계시는 임장원 회원님을 만났습니다.

 

방송국이 총파업 하면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결방하는 것부터 생각해 아쉬워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또 파업하나보다 했지요. 하지만 최근 이명박, 박근혜 정권시절 권력과 결합되었던 국영방송의 파행이 드러나면서 언론적폐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KBS, MBC 언론인과 방송국 노동자들이 청와대 외압으로 민중의 눈과 귀를 멀게 한 KBS 고대영 사장, MBC 김장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긴 시간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고생하며 투쟁하고 있는 언론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임장원 회원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지난 11월 8일 여의도 KBS 근처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파업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파업의 목표는 고대영 사장의 퇴진입니다. KBS의 주인인 시청자들이, 또 내부 구성원이 공영방송에 기대하는 저널리즘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입니다. 집권 세력에게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보도를 해왔고,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저항하는 제작진에게는 인사상의 보복이나 징계를 일삼아왔습니다. 그 결과로 조직의 토론 문화가 죽었고, 건강한 저널리즘은 실종됐습니다. KBS 뉴스는 ‘땡북’ 뉴스(북한 관련 뉴스가 많다는)라는 비아냥을 받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는 종편 채널들의 연이은 특종을 쳐다보기만 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KBS 취재진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의 야유를 받고, 쫓겨나고, 매체 신뢰도는 떨어졌습니다. 이런 현상은 보수정권이 집권한 지난 9년간 지속적으로 이어져왔고, 특히 현 고대영 사장 체제에서 극에 달했다는 게 다수 KBS 구성원들의 평가입니다.

 

 

공범자들 영화를 보거나 투쟁하시는 과정들을 보면 통쾌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분들은 말 못할 아픔과 어려움이 많을 거라 예상됩니다. 파업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세요?

 

파업이 두 달을 넘기면서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것도 고통입니다만,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점은 KBS의 존재감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KBS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공영방송 파업이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방송 매체가 워낙 많다보니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별로 느끼지 않아요, 수신료를 JTBC에 주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KBS 뉴스에 대한 기대 자체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 나오는 양비론적 인식도 안타깝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코드 안 맞는 공영방송 사장은 어차피 쫓아내는 것 아니냐, 보수나 진보나 다 똑같다, 이런 거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다수 KBS 구성원들이 월급 못 받는 파업을 하면서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결코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만약 고 사장이 저널리즘의 본분을 충실히 지키려고 노력해왔다면, 고 사장이 ‘보수 색채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현 정권이 쫓아내려는 시도를 할 경우 KBS 구성원들은 오히려 정권에 맞서 사장의 임기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할 것입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건을 가결하면서 MBC 사태는 해결될 실마리가 보여 희망적인데, KBS는 전망이 밝지 않다는 언론기사들을 보았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난 9년간의 MBC는 워낙 ‘막장’으로 망가져왔기 때문에, 해직 언론인도 여럿 나왔구요, 정상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열망이 높았고, 그게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도, MBC의 정상화가 더욱 시급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만, 상대적으로 KBS가 관심을 덜 받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KBS는 전망이 밝지 않다는 기사가 나오는 배경은 이런 겁니다. KBS와 MBC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거대 야당이 ‘정권의 방송 장악’이라는 프레임으로 몰아붙이다 보니 현 정권 입장에서는 비록 그것이 공영방송 언론인 다수와 국민들이 바라는 개혁이라 해도 일사천리로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겁니다. 게다가, KBS의 경우 사장 임기가 1년 남아서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교체를 서두를 큰 실익(?)도 없으니, 내년 지방선거 등을 감안하면 야당의 ‘방송 장악’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는 정도로 발을 빼고 싶은 셈법도 나올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파업 투쟁 중인 다수 KBS 구성원들은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정권의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시민사회의 관심과 성원입니다. 정말 KBS는 이렇게 1년을 더 가도 좋은 것인지, 정치적 셈법으로 주판알을 두드리는 정치권에 KBS의 운명을 맡겨놔도 되는 것인지… 수신료를 내는 시민들이 더 큰 관심을 갖고 ‘다음은 KBS 정상화다’를 크게 외쳐주셔야 KBS 개혁이 앞당겨질 거라고 봅니다.

 

▲ 임장원 회원은 투쟁의 최종 목표는 고대영 사장의 퇴진이 아니라 KBS가 ‘수신료가 아깝지 않은, 수신료를 내고 싶은 공영방송’으로 다시 정상화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파업 이후의 방향과 투쟁계획 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제가 노조 집행부가 아니라서 투쟁 계획은 드릴 말씀이 없구요,^^;; 중요한 건 고대영 사장의 퇴진이 투쟁의 최종 목표가 아니란 겁니다. 투쟁의 최종 목표는 리셋 KBS, 수신료를 내고 싶어하는 공영방송의 건설이구요, 리더십 교체는 그 수단이자, 디딤돌일 뿐입니다. 제가 기자이기 때문에 보도부문에 대해서만 말씀드린다면, 공짜로 볼 수 있는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 10대부터 노령층까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접하는 시대에 우리는 왜 수신료를 내고 KBS 뉴스를 봐야 하는가에 대해 답이 되는 뉴스를 생산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공공부문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시장(민간부문)에 맡겨놓으면 나오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죠. 언론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뉴스가 넘쳐나지만 검색을 해보면 쟁점이 되는 사안을 양비론적으로 늘어놓는 뉴스만 나옵니다. 양쪽의 주장 가운데 무엇이 진실인지 검증하거나 의혹이 생기면 끝까지 파고드는 뉴스는 가물에 콩 나듯 볼 수 있어요. 민영 언론사들은 기자들에게 기사 한 건을 오랫동안 취재할 시간을 줄 여력이 없고, 광고주들이 싫어할 만한 내용을 끝까지 파고 들게 할 수도 없거든요. 수신료가 중요 재원인 KBS는 구조적으로 ‘끝장 기사쓰기’가 가능한 사실상 유일한 언론사입니다.

 

기자님은 방송기자인데, 최근에는 온라인에 주로 삼성 관련 심층기사를 써서 반향을 일으키곤 하지 않았나요?

 

현 고대영 사장 체제가 출범한 직후인 2015년 12월에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를 9시뉴스에서 다뤄달라는 기자협회장의 호소를 보도본부 간부들이 부당한 압력이자 편집권 침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낸 적이 있었죠. 저는 당시 경인방송센터장으로 부장급 간부였는데, 마지못해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가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성명 참여를 철회하고 보직을 사퇴해버렸어요. 그 이후 인천지국에 평기자로 발령받아 ‘유배’ 생활을 하다가 디지털뉴스부로 옮겼죠. 디지털뉴스부도 일종의 유배지라 ‘진보 성향’ 기자들이 모여 있는데, 온라인 쪽은 수뇌부가 별로 신경쓰지 않으니 오히려 자기가 쓰고 싶은 기사를 마감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었죠. 그래서 제도권 언론이 잘 안 쓰는 기사, 겉핥기만 하는 기사, 검증이 부족한 이슈를 들여다보고 1주일에 하나 정도만 심층적으로 썼습니다. 건수로는 40여 개에 불과하지만 대부분이 포털사이트 메인 페이지나 섹션별 주요 뉴스 코너에 노출되며 격려와 제보 메일을 많이 받는 등 개인적으로는 뉴스 앵커 시절보다 더 뜨거운 성원을 받았습니다.

 

제가 특출해서가 아니라 기자에게 시간과 자유를 주면 더 깊은 기사, 더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있음을 확인한 셈이죠. KBS 기자 수백 명을 시청률과 제작 경쟁에서 풀어주고 성역을 없애주고 시간과 자유를 주면 수신료가 아깝지 않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올 거라 확신합니다.

 

이번 사태를 공영방송 이사회 선출 방식 구조가 문제라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이 방송국 사장을 뽑고 중요 안건을 처리할 수 있는 지금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구조적 개편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맞은 말입니다. 당연하고, 그래서 또 오랫동안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제기돼왔지만, 정치권이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 입장이 달라서 여지껏 성사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선이야 말로 공영방송 독립을 위해 중요하고 시급한 과젭니다.

현재 KBS 이사진은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을 추천하고 MBC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진은 여당에서 6명, 야당에서 3명을 추천하지요. 현 여당이 야당일 때 제출한 방송법 개정안은 이사 수를 각각 13명으로 늘리고 여당과 야당의 추천 이사 수를 각각 7대6으로 해 불균형을 최대한 축소하고, 이사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을 선임할 수 있게 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해서 사실상 야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했을 때의 문제점은 여야 타협의 산물로 무색무취한 사람이 공영방송 수장으로 선임되기 쉽다는 겁니다. 여야 모두가 ‘오케이’를 하는 사람이라면 여야 모두의 눈치를 보고 어느 쪽에도 날을 세우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사실 중립성, 공정성이라는 게 무색무취를 의미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아예 정치권의 영향력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예컨대, 이사들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을 포함해 대규모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천위원의 2/3가 찬성하는 후보자를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의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겠죠.

 

▲ 임장원 회원님은 수신료를 내는 시민들이 더 큰 관심을 갖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쳐주길 당부했습니다.

 

회원 인터뷰인만큼 2006년부터 경실련 회원으로 지금까지 계속 큰 힘이 되어주시고 계신데, 경실련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경실련은 창립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87학번이에요. 6월 민주화항쟁 세대라고도 하는데, 제가 대학 다닐 때는 학교 출석하는 게 죄스럽고 출석하는 것보다 거리에 나가는 게 익숙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3학년 때 경실련이 생겼고, 군대 다녀와서 복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실련 활동들을 알게 됐는데요,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경실련 간사를 꿈꿨었습니다.

심정적으로는 동조했지만 운동권에 참여하지는 않고 변두리에 있었는데, 어쨌든 사회변혁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책임감도 느끼고 있었어요. 노동운동이라든가 야학에 참여할 용기는 못 내고 있는데, 마침 시민사회단체라는 공간이 좋아보였어요. 그런데 거기서 또 주저하게 된 거죠. 저희 집이 가난해요. 경실련 가면 가난할 거 같은데 솔직히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찾은 게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월급받는 게 뭘까 했을 때 ‘언론’일을 하게 됐어요. 실제 기자 생활 하면서도 시민단체 지향과 언론의 지향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사회변혁과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권력을 감시하고 하는 역할들을 한다는 면에서 비슷하다고 봅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언론이 조금 더 제도권에 있고 안정된 생활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차이가 있겠죠. 그래서 비겁하게 조금 더 안정된 기반이 있는 곳으로 전향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저는 시민단체 활동가들 늘 존경합니다. 시민단체 활동가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언론활동 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반성하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경실련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경실련이 해 온 여러 가지 활동들은 박수를 보냅니다. 토지공개념, 금융실명제, 아파트값 문제…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전문성을 가지고 경제정의 실천이라고 하는 설립 취지에 걸맞게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해왔다고 생각을 하고 지금처럼 기조가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단, 이제 경실련은 시민사회단체지만 갑입니다. 경실련이나 참여연대 같은 권위있는 시민단체의 행동이나 발언 하나하나는 이미 언론보다 더 사람들의 신뢰를 받거든요. 조선일보가 말하면 안 믿어도 경실련이나 참여연대가 말하면 믿는다는 거죠. 그래서 그 책임과 신중함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올 초에도 경실련 보도자료 관련해서 오류인가 의도적 과장인가 확인해보고 싶어 담당자와 한번 통화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볼 때는 분명 논리적으로 과장된 부분들도 보였거든요. 사실 이런 부분들은 진보언론에서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선한 목적을 가지고 내세우는 주장이라고 해서 정치(精緻)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에 있어서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전문가들이 동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제기자로서 한 말씀 드려봤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책을 편집하는 과정 중에 방송문화진흥회가 임시이사회에서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가결했습니다. MBC 파업 71일만입니다. 임장원 회원님 말처럼 사장 해임이 최종 목적은 아닐 것입니다. 그동안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해 진실을 은폐하며 언론의 역할을 하지 못한 왜곡되고 망가진 것들을 다시 세워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날마다 언론을 통해 여러 소식을 접합니다.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 해야겠습니다.

 

목, 2017/12/0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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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걱정 없이 장사할 수 있도록
상가법개정을 최우선 순위로 놓고 전력을 다하라!

– 정부가 제2의 궁중족발 사태 방지를 위해 법개정에 앞장서야 –

어제(25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법) 상 계약갱신청구권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궁중 족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은 의견을 내놨다.

김장관이 언급한 궁중 족발 사태는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과 강제퇴거에 맞서다 생업의 터전을 빼앗긴 ‘궁중족발’ 상인이 건물주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비극적 사건이다. 국회에서 몇 년째 잠자고 있는 상가법개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다. 제2, 제 3의 궁중족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불공정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조속히 개정되어야 한다.

김장관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상가법개정에 법무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간 상가법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거래계약 관계를 다루고 있어 법무부가 소관부처를 담당해 왔다. 그러나 법무부는 부동산관련 정책을 다루지 않아 임대료 상승 등 부동산 시장에 대응하기 어려워 법개정이 늦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제 부동산정책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상가법을 공동으로 관리하게 된 만큼 책임감을 갖고 법개정에 반대하는 야당과 국회를 설득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계약갱신청구기간을 최소 10년으로 늘리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 보이나, 철거•재건축 시 퇴거보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임대인의 안정적인 영업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계약갱신기간을 보장해야 하며, 계약 갱신을 거절할 때에는 임차인의 귀책 등 그 사유가 명확하고 정당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상가법은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아닌 철거•재건축 시에도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고, 별도 보상규정도 없다.

영국, 일본, 프랑스에서는 계약이 무기한으로 되어 있고,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명확하고 금전적 보상을 전제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건물에 대한 관리의무는 임대인에게 있으므로 철거•재건축의 경우 계약갱신 거절 사유에서 제외하고, 다만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임차인에게 적절한 퇴거보상과 우선입주권을 보장해 경제적 손실 보상과 영업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행 상가법은 임차 상인의 노동의 가치보다는 건물주의 부동산 재산 가치를 보호하는 불평등한 구조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임대료 부담과 집주인의 한 마디에 보상 없이 쫓겨날 수 있다는 위험 속에 놓여있다. 제2, 제3의 궁중족발의 비극을 막고 도시재생뉴딜사업 추진에 따른 젠트피케이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상가법은 지체 없이 개정되어야 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임차인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린다면 상가법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 첨부. 경실련「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 청원서

문의 :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02-3673-2147

화, 2018/06/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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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상인 보호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방안 토론회

상가임대차보호법, 무엇이 쟁점인가?

28일 법사위, 30일 본회의 앞두고 상가법 개정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법무부, 여야 4당 정책실무자 등 참석하여 상가법 쟁점 토론 예정

2018.8.27.(월) 10:00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지난 6월 건물주의 횡포를 이기지 못한 임차상인이 건물주를 폭행하며 현행 상가법의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고발한 궁중족발 사건 이후 상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난 7월 11일 「상가법개정국민운동본부」 출범식에서 여야 원내대표 및 소상공인위원회 위원장들이 참석하여 한 목소리로 상가법개정을 약속했으나, 8월 임시국회의 법안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어느 정도 수준의 법개정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상가법개정국민운동본부는 여야 정당 및 중소상인•시민사회, 정부 등이 함께 모여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긴급히 토론회를 준비하였으며, 일정상 참여가 어렵다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법무부, 서울시 실무자를 토론자로 섭외하여 상가법 개정 토론회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본 토론회를 통해 각 당의 상가법 개정에 대한 입장과 주요 쟁점에 대해 토론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상가법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토론회 개요>

 

- 사회  최봉문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

- 발제  김남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 토론 

김윤섭 법무부 법무심의관

더불어민주당 정책실

김제동 바른미래당 수석전문위원

이재호 민주평화당 정책실장

김건호 정의당 정책위원

황규현 서울시 공정경제과 주무관 

- 종합토론

 

- 문의  상가법개정국민운동본부 02-723-5303

 

토론회 자료집 [다운로드]

 

화, 2018/08/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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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이야기 – 학림다방 인터뷰

 

정리: 윤은주 회원팀 간사

[email protected]

 

혜화동에는 학림다방이 있습니다. 학림다방은 대학로의 명소일 뿐 아니라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 민주화 운동의 산증인, 예술가와 문인들의 사랑방으로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진 곳입니다. 경실련이 창립된 1989년보다 33년 전인 1956년 옛 서울대 문리대 건너편에 문을 연 학림다방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의 토론 장소는 물론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 예술계 인사들의 단골다방으로 지금도 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980년대 대표적 공안사건인 ‘학림사건’이 대학생들의 첫 모임 장소가 대학로 학림다방이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도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요. 가까이 있었지만 특별한 인연은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회원들에게 잘 소개하고 싶어 4대 학림지기인 이충열 사장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학림다방은 부부 또는 자녀가 함께 오거나, 20대와 60~70대가 등을 맞대고 담소 나누는 풍경이 자연스러운 곳이다.

 

4대 학림지기를 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학림지기를 하게 되셨는지, 학림다방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1987년 학림다방을 인수해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저는 서울대 출신도 학생운동권 출신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에요. 일제시대 때 지은 원래 건물은 지하철 4호선 공사를 하면서 헐리고, 시에서 보상해줘서 다시 건물을 세웠어요. 원래 위치에서 조금 변화도 있었고, 학림이 학림답지 못한 시기(경양식 레스토랑처럼 나비넥타이 맨 웨이터들이 있고, 유선방송 연결해서 음악을 틀어주던)를 거치면서 주변의 권유로 나처럼 모자라는 사람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사장님이 제일 좋아하는 학림다방 메뉴는?

– 손님들한테 맛있는 거 팔아야지, 맛없는 거 팔면 안 되죠. 다 맛있지만 학림만의 치즈케잌이 참 맛있지요. 비엔나커피가 유명한데, 비엔나커피는 예전부터 있었어요. 옛날에 강남의 사모님들이 대학로에서 연극보고 비엔타커피 마시고 가는 게 코스같은 시절이 있었죠.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연속극에 비엔나 커피 마시는 신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비엔나커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지요.

 

찾아왔던 손님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손님은?

  • 30년 넘게 하면서 먹고 살았으니 돈도 벌었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내노라하는 사람들 다 만날 수 있었다는 게 학림다방 운영하면서의 큰 행운이에요. 어느 특정인을 말하긴 어렵네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수도 없이 많아서.

 

▲ 전직 사진가셨지만, 정작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으셔서 말씀 도중 어렵게 한 컷 찍은 이충열 대표님(왼쪽)

 

 

자체 커피공방에 로스터기를 설치해 생두를 선별조합해서 커피를 볶아내고 하루에 스무 잔 이상의 커피를 마셔가며 연구한 끝에 학림만의 독특하고 변함없는 맛을 찾아냈다고 들었습니다. 현대인에게 커피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변하지 않을 것도 있고 변해야 할 것도 있어요. 메뉴랄까 이런 것들은 새롭게 변해야지 옛날에 이랬으니까 계속 이것만 하면 망해요. 커피는 로스팅을 일찍 시작했어요. 대학로 스타벅스가 우리나라 2호점인데, 2호점 들어오기 전에도 로스팅을 하고 있었으니까. 글쎄, 커피철학까지는 모르겠고, 요사이 커피를 많이 마시면서 커피가 너무 유별나지는 거 같아요. 음식들도 경제가 나아질수록 퀄리티 좋은 것들 찾게 되듯이 커피도 똑같은 거 같아요. 인스턴트 먹다가 원두커피 먹고, 더 스페셜한 걸 먹게 되는데 음료고 기호식품인데, 너무들 유난을 떤다는 느낌이 들어요. 커피도 농산물이기 때문에 음식처럼 신선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면 그게 좋은 거지요.

 

▲ 이충열 대표님은 학림다방 뒤편에 자리한 학림커피에서 커피 로스팅도 하고 손님들에게 커피를 판매하기도 한다.

 

대학로도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점포들을 보면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대학로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 우리나라 사람들 너무 쉽게 빨리 돈 벌려고 하는 거 같아요. 저게 될 거 같으면 금새 바꾸고 조금만 유행에 지나면 다른 거 다른 거, 대학로가 그렇게 바뀌어가는 거 같은데 글쎄 별로 썩 좋아보이진 않아요. 나는 유행에 민감하게 기웃거리지 않다보니 대학로에 30년 넘게 있어도 주변에 가게하는 사람들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이제는 좀 차분해졌으면 좋겠어요. 욕심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욕심이 있어야 추진력도 생기고 장사라는 게 항시 수익을 생각해야 하지만 마이너스 크게 안 되면 자기 만족하면서 해야 가게들도 오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너무들 다 들떠 있어요.

 

학림다방도 임대료가 오를 거 같은데 괜찮으신지 궁금합니다.

  • 지금까지 30년 동안 하면서는 어떻게 운 좋게 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어떻게 버텼는데, 앞으로는 사회가 그런 것들을 지켜갈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해요. 이제는 개인이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우리도 집주인이 지금은 나이도 많으시고 돈도 있고 하셔서 괜찮은 거지, 돌아가시고 상속되거나 주인이 바뀌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아니겠어요. 다른 나라가 가게를 100년, 200년 할 수 있는 건 사회가 그렇게 지킬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봐요. 자영업자들이 해보니까 99%는 망하는 거 같아요. 임대료내고 하면 사람 쓰고 그런 건 못해요. 가족들이 하고, 자기 인건비 까먹고, 그러다보면 뭔가 재료에 부실해지고 그러다보면 손님들 안가고 계속 악순환인 거죠.

 

2014년 서울특별시로부터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건물 전체가 영구 보존구역으로도 지정되었는데, 역사와 전통을 보전하는 것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 미래유산 선정됐다고 하는데, 치적쌓기식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돈이나 혜택을 달라는 게 아니라 어렵게 해가는 것들을 계속 지켜갈 수 있도록 해주거나 다른 가게들도 그렇게 노력할 수 있게 뭔가 제도개선 이라든지 뭐가 있어야 되는데 너나없이 다 지정해놓는 느낌이 들어요. 나도 모르는데 지정해놓고, 동판 하나 세워주고, 계속 인터뷰 하자고 연락오고 하는데 뭔질 모르겠어요. 아직은 홍보용 수준 같아요. 예전같은 경우는 음식점에 모범음식점이 있어요. 그 집은 진짜 모범음식점이었는데 지금은 다 모범음식점이래요.

 

경실련 또는 시민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 정말로 집주인들이 부담감 가지고 마음대로 가게를 바꿀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여기는 정말 소중하다, 이거 없으면 안 된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집주인들도 자제가 되겠지요. 사회가 지켜야지 이제 개인이 열심히 해보려고 소신을 갖고 해도 안돼요. 모든 사람들이 문화적인 것들을 소중히 지켜가고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해요.

 

▲ 학림다방은 음악파일로 음악을 재생하지 않고, LP판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래된 LP판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

 

운영하시면서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시면 나눠주세요.

– 별그대 같은 경우도 우리는 부수입 올릴까 내심 기대했었는데 나중에 촬영하고 나서 저가여행상품 만들어가지고 중국관광객들이 관광버스 쭉 세워놓고는 무대기로 와서 사진찍고 가고 아주 곤란했어요. 관광공사랑 서울시에 전화해서 따지고 그랬죠. 물건 파는 거였으면 대박났을텐데. ㅎㅎ 차를 한잔씩 마셔야 하는데 사진만 찍고 우르르 가버리고. 아주 난리였죠. 드라마나 언론이나 이런 게 별로 안 좋은 게 막 띄우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그래서 절대 인터뷰 안하고 있는데. 에이. 경실련 뭐 이런 거창한데서 와가지고. 민주화의 상징이라고도 많이 하는데, 데모가 끝나는 시점에 대학생들이 굉장히 개인주의로 바뀌잖아요. 그러면서 운둥권이나 민주화의 장소로서의 이미지는 많이 없었는데 나중에 검색기능이 발달하면서 여기가 어떤 곳이다 이런 걸 알게 되면서 다시 알려졌죠.

 

새로운 계획들 있으세요?

  • 그전 같은 경우는 50주년 때 김정환 시인이 서두르고 그래서 1주일 동안 예술가들이 일일사장 하는 행사도 하긴 했었어요. 그 이후로는 안했어요. 지금은 이제 다들 나이들어서.. 학림 마지막 세대들이 60대 후반들이니까. 이제 조금 젊은 친구들로 계승이 돼 가야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뭔가 전문성과 열정을 가진 그런 사람들이 계속 해나가야 학림도 100년 가고, 계속 갈 수 있어요. 대충 해가지고는 오래 못 버텨요. 자생력을 항시 가져야지. 학림의 브랜드가치 같은 것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거기에 대해 너무 장삿속 아니고 잘 이어갈 수 있는 친구들이 하면 좋겠어요.

 

순박하고 선한 어르신을 만나뵐 수 있어 마음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르르 몰려간 간사들에게 손수 내리신 커피도 대접해주셨습니다. 무엇이든 돈이 된다 하면 어느 도시든 똑같은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서는 시대에 학림다방이라는 존재 자체가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이웃으로 역사와 전통을 아름답게 이어가자는 마음 나누고 왔습니다.

목, 2017/12/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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