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번에 “ ‘양국체제’는 실현가능한가”라는 글을 쓴 바 있다(2017·12·14). 이에 대해 양국체제론을 주장하는 김상준 교수가 “누가 한반도의 빌리 브란트가 될 것인가”라는 칼럼으로 응답해주었다(2017·12·23). 동의하는 부분,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 재론해본다.
양국체제론은 분단체제론을 비판하지만, 공통된 인식을 보이고 있는 부분도 많다. 성급하게 통일을 앞세우지 말고 평화로운 공존과 교류를 추진하자는 것이 양국체제론의 문제의식이다. 이는 분단체제론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분단체제론은 애초에 단선적·급진적인 민족해방론과 계급해방론을 함께 비판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분단체제 때문에 단순 형태의 민족국가나 복지국가로 가는 게 어렵다는 것, 그것이 핵심적 문제의식이다.
필자는 지난번 칼럼에서 양국체제론의 세계체제 인식 결여를 비판한 바 있다. 세계체제론의 해석·평가·적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그러나 세계체제가 한반도 분단체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김 교수도 양국체제론이 나온 국제적 배경에 대해 보완하는 내용을 다시 논의했다. 그러나 김 교수가 논한 것은, 세계 ‘체제’가 아니라 국제적 ‘배경’이다. 세계체제 차원은 양국체제 외부에 존재하는 배경으로 놓고, 남북 양국을 체제의 구성요소로 보는 것 같다.
또한 김 교수는 양국체제가 이미 절반은 성립돼 있다고 주장한다. 양국체제가 절반 정도 성립하게 된 계기는 1991년의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에서 찾는다. 유엔헌장이 이미 회원국의 주권과 영토를 보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양국체제를 완성할 나머지 절반의 힘을 “한반도의 빌리 브란트”로부터 구하는 것이 김 교수의 논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먼저 남북의 유엔가입과 유엔헌장 문제를 검토해보자. 과연 유엔이 남북한을 양국으로서 주권과 영토를 보장하는 제도·체제라고 할 수 있는가? 유엔은 주권국가들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강대국들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 역시 유엔 안보리의 결의와 대북제재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유엔 등 세계체제 요소는 국가주권을 제약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국가주권을 절대시하던 국가 간 체제에 세계주의적 원칙이 편입·확대되는 경향도 있다. 이를 꼭 부정적인 것으로 볼 수만도 없다. 인권준칙, 전쟁규칙, 전범 및 반인도적 범죄에 관한 법, 환경 및 기후 관련 규칙 등도 국가주권을 압박하는 규범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유럽연합 같은 것은 주권국가들이 주권을 공동출자하여 새로운 규칙을 만든 네트워크 조직이다.
그러면 한반도의 비정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굳이 독일의 브란트를 불러온다면, 한반도에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서독과 남한이 직면한 분단의 지정체제에는 차이점이 많다. 독일은 세계대전을 일으켰을 정도의 규모와 주도력이 있었다. 그리고 서독의 동방정책조차도 세계체제 지향의 성격이 강했다. 브란트의 동방정책의 핵심을 서독·동독 양국체제만으로 볼 수는 없다. 전쟁 피해국인 소련·폴란드 등과의 평화관계 확립, 미국·소련·영국·프랑스 등 승전 4대 강국의 베를린협정 체결이 양독관계 개선의 선행조건이었다.
한반도는 예나 지금이나 대륙과 해양세력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장이다. 분단체제는 세계체제와 더욱 강고하게 얽히면서 남북 각각의 국내체제를 형성했다. 우리가 서있는 체제는 세계체제-분단체제-국내체제가 복층으로 결합한 ‘한반도체제’라 할 수 있다. 한국의 87년체제는 당시 세계체제-분단체제에 조응하여 형성된 것이고, 각 체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세계체제-분단체제의 한 요소로, 한·미,한·중·일 관계와 연동되어 있다. 남북관계는 비핵화체제로의 진전 속에서 개선될 수 있고, 이를 위해 한·미동맹과 한·중·일 협력, 안보와 경제의 균형의 경로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한국·중국·일본이 경제·안보 협력체를 구성하려는 노력 자체가, 한·미동맹과 남북관계를 평화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평화적 남북관계가 새로운 체제의 요소가 되려면, 세계체제-분단체제-국내체제가 연동하는 한반도체제의 ‘체제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한·미관계, 한·중·일관계, 남북관계의 균형적인 배열과 국내 정치·경제의 분권화·지역화 혁신을 포함한다. 그때 양국체제는 새로운 네트워크형 지역체제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이 글은 2018년 1월 11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칼럼으로,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다. 필자 이일영 교수는 한신대 교수( 경제학)로, 창비 편집위원이며 저서로 [새로운 진보의 대안, 한반도경제] 등이 있다.
최근 쏟아지는 트위터 메시지와 섹스 관련 폭로, 온갖 조사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는 백악관의 변명 속에서, 누가 여기에 관심이라도 가질 것인가? 그러나 펜타곤의 현재 계획을 보면, (위험한 신종 변형의 모습으로) 21세기 판본의 냉전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점점 강하게 든다. 거의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도 못 하고 있지만 말이다.
미국 국방부가 안보에서 향후 스스로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했던 2006년에 국방부는 단 하나의 미션을 최우선으로 보았다.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장기전’이다. 국방부가 4년에 한 번 발간하는 국방검토보고서 역시 2006년 발간되었는데, 이 보고서는 “다가오는 상당 기간 동안 미국은 동맹 및 동반 국가들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이 전쟁을 치를 준비가 반드시 되어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중동과 아프리카 곳곳에서 게릴라를 상대로 적어도 7건의 충돌이 맹렬하게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펜타곤은 이 장기전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새로운 장기전이 막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유라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기 위한 영구적 군사작전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6,866억 달러의 펜타곤 예산 요청을 공개하면서 국방부 차관 데이비드 노키스트(David Norquist)는 “테러리즘이 아니라, 세계 최강국을 향한 경쟁이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핵심적인 도전으로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들의 권위주의적 가치에 합치하도록 세계를 바꾸길 원하며, 이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지구적 안보와 번영을 가능케 했던 자유와 개방의 질서를 대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국제협약을 뒤집고 전 지구적 무역전쟁에 불을 붙이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가 “자유와 개방의 질서” 보존을 위해 얼마나 노력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중국과 러시아가 현재 국제질서의 와해를 진정으로 추구하는지 아니면 그저 지금보다 덜 미국 중심적인 국제질서를 원하는지도 알 수 없다. 이 문제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으며, 단지 오늘날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을 언론에서 쏟아내는 상황을 목도해 왔어야만 했다. ‘미군이 다가오는 미래에 관하여 결정을 내렸다. 아시아와 유럽 및 중동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진출을 저지하는 삼면(三面, three-front)의 지정학적 싸움에 미군과 국가 전체를 동원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전략의 전환에 관하여 대통령으로부터 한 마디로 듣지 못할 것이다. 그는 광범한 전략적 사고에 필요한 넓은 시야를 결여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중국의 시진핑을 호락호락하지 않은 적수라기보다는 “친구이자 적(frenemies)” 정도로 바라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군 전략의 중대한 변화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펜타곤의 경전을 아주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펜타곤의 예산문서, 그리고 지역 사령관들이 이제 막 시작된 삼면전략의 실행을 총괄하면서 해마다 내놓는 전비태세보고서가 그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이미지 출처: 위키 백과)
새로운 지정학적 체스판
미군의 전략이 중국과 러시아를 새롭게 강조하는 것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전 지구적 전략 등식을 현재의 최고위급 군 장성들이 어떻게 재평가하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911 이후 미군의 상급 지휘관들이 “대테러 장기전”이라는 세계전략 접근법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때때로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지는 장소와 오지에서 쉴 새 없이 벌어지는 대테러작전이 기본적으로 아무런 성공도 거두지 못했으며,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그들의 군사력을 최신식으로 변모시키고 이를 통해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테러 장기전에 관한 이들의 열기는 식기 시작했다.
테러와의 장기전은 펜타곤 특수작전부대가 엄청난 규모로 확대되는 데 불을 붙였고 지금도 확대일로에 있다. 전체 미군 안에 현재 7만 명의 비밀부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테러와의 전쟁은, 육군 전차여단과 해군 항모전단 및 공군 폭격기 부대 등 미군의 “중무장” 부대들에게는 어떤 목적의식이나 실질적인 과업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 작전에서 공군이 중요한 지원 역할을 수행했던 것은 맞다. 그러나 이들을 비롯한 지역에서 정규 부대는 거의 침묵하고 있었다. 경무장한 특수작전부대 병력이나 드론이 역할을 맡았을 뿐이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과 무기로 무장한) “대등한 상대”와의 “진짜 전쟁” 계획에는 최근까지 우선순위가 높게 부여되지 않았다. 범중동권과 아프리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끝나지도 않을 싸움을 우선했던 것이다. 정규부대에 몸담은 이들은 이런 상황에 당황했고 심지어는 분노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이 나설 시기가 온 것으로 보인다.
펜타곤의 새로운 국가방위전략은 “오늘날 우리는 전략적 위축의 시기로부터 벗어나고 있으며, 그동안 우리의 군사적 우위는 침식되어 왔다.”고 선언한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전 지구적 무질서의 증대는 규칙에 기반을 둔 오랜 국제질서의 쇠퇴로 특징지어진다.”고 지적한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IS)가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공격적 행위가 국제질서 쇠퇴의 원인이라고 최초로 지목되었다. 이란과 북한을 주요한 위협으로 거론했지만, 두 강대국이 제기하는 위험에 비교하면 이들은 분명 부차적이다.
이러한 전략 전환이, 값비싼 최신식 군사장비에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할 것과 함께 전 지구적 전략지도를 정규군 위주로 재편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은 전혀 놀랍지 않다. 테러와의 장기전 시기에는 지정학과 경계가 그다지 중요하게 보이지 않았다. 질서가 무너진 곳이라면 어디서나 소규모 테러리스트 조직이 활개 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어느 곳이든 멀리 떨어진 전장으로 신속하게 병력(때로는 비밀작전부대를 포함하여)을 전개할 준비를 갖추어야만 한다고 믿었던 미군에게 국경이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지정학 지도에서 미국은 자신의 국경을 방어하려는 흔들리지 않는 의지와 최신 무기로 무장한 적들과 대면한다. 따라서 이제 미군은 오래 전부터 매우 익숙한, 현대판 삼중의 대치 선을 따라서 정렬하는 중이다.
아시아에서 미국과 핵심 동맹국들(남한, 일본, 필리핀, 그리고 호주)은 한반도에서 시작하여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거쳐 인도양에 이르는 긴 라인을 따라 중국과 마주한다.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은 스칸디나비아와 발트 해 국가들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내려와 루마니아, 동쪽으로는 흑해에서 카프카스 산맥에 이르는 선을 따라 러시아와 대면한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형성된 대결의 두 무대 중간에, 훨씬 사납게 요동치는 범중동권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미국은 이 지역의 두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 및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러시아의 거점인 시리아와 날이 갈수록 더욱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바싹 다가서고 있는 이란과 대치한다.
이것이 가까운 미래를 규정하는 전 지구적 전략지도라는 것이 펜타곤의 시각이다. 향후 주요한 군사 지출과 계획은 이들 라인의 안쪽에 위치하는 미국의 해군과 공군 및 지상군의 강화 그리고 이들 라인을 따라서 노출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약점을 겨눌 것이라고 예상해야 한다.
변화된 전략적 시각의 역학을 이해하는 데 육군과 해군, 공군과 해병대 사령부를 망라한 통합전투사령부의 전비태세보고서를 깊이 들여다보는 일보다 더 나은 방법이란 없다. 통합전투사령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둘러싼 모든 지역을 관할한다. 아시아의 모든 미군을 책임지는 태평양사령부(PACOM), 스칸디나비아에서 카프카스에 이르는 미군을 관할하는 유럽사령부(EUCOM), 미국의 대테러전쟁 다수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관리하는 중부사령부(CENTCOM) 등이 포함된다.
이들 상위 기관의 최고위 사령관들은 그들의 “관할구역” 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관리들이다. 이들은 해당 지역에 파견된 어떤 미국 대사보다 (그리고 때로는 해당 지역의 국가수반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이들이 내놓는 진술 그리고 언제나 그 진술에 딸려 나오는 무기 구매 리스트는, 펜타곤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미군의 미래에 관하여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펜타곤의 모습(사진 출처: 위키백과)
인도양-태평양 전선
태평양사령부의 사령관 해리 해리스(Harry Harris Jr.) 제독은 오랜 기간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지난 3월 15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전비태세보고서에서 해리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지위에 관하여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북한의 핵무장이 초래하는 위험에 더하여, 중국이 미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가공할만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해리스는 주장했다. “현대적인 최첨단 전투부대로 빠르게 변모하는 인민해방군의 변모가 인상적인 동시에 우려되며,” “인민군의 능력이, 확고한 자원 조달과 우선순위 설정에 힘입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력 제고에서 가장 위협적인 분야는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전함이다. 중거리탄도미사일은 일본과 괌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으며, 팽창하는 중국 해군은 중국 연안에서 미 해군에 도전할 수 있고 어쩌면 언젠가는 미국의 서태평양 제해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는 “이러한 전함 건조 프로그램이 지속된다면, 중국은 잠수함과 호위함 급 이상의 전력에서, 2020년까지 세계 두 번째 해군력으로 부상하며 러시아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력 증강에 맞서고 중국의 영향력을 봉쇄하기 위해, 최신 무기시스템 특히 정밀유도미사일에 훨씬 더 많은 세금을 지출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중국의 현재 및 미래 전력을 압도하고 공중과 해상에서 중국에 대한 미군의 군사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이들 무기에 대한 투자를 엄청난 수준으로 증액할 것을 해리스 제독은 요구했다. “인도양-태평양에서 잠재적인 적대국을 저지하기 위하여, 우리는 핵심적인 군사력과 혁신의 가속화에 투자함으로써 더욱 치명적인 전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그는 단언했다.
예산에 담긴 해리스의 구매희망목록은 대단히 놀랍다. 그가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역설한 것은 차세대 전투기와 미사일이다. 펜타곤 용어로는 “반 접근 지역거부(anti-access/area-denial)” 시스템이라고 불리는데, 미군이 중국의 중거리탄도미사일 포대 및 여타 무기 시스템을 타격하고 중국 영토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는 무기 시스템이다.
해리스는 또한 이러한 목적을 위해, 새로운 핵미사일의 보유도 개의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상에서 발사하는 중거리핵탄두미사일을 금지하는 조약으로서 미국도 서명국의 하나인 중거리핵전력조약에 저촉되지 않기 위하여, 함선이나 공중에서 발사 가능한 미사일을 거론했던 것이다. (펜타곤의 핵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불가사의한 언어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자 한다면 이렇게 말하면 된다. “중거리핵전력조약에 저촉되지 않는, 가공할 타격 능력을 계속 확대해야만 한다. 적대국의 반 접근 지역거부(A2/AD) 능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생존전술을 강요하기 위해서이다.”)
마지막으로 해리스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방어선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과 남한, 필리핀과 호주 등 다양한 동맹 및 동반 국가들과의 군사연계 심화를 요구했다. 그는 태평양사령부의 목표가 “뜻이 맞는 동맹 및 동반 국가들의 네트워크를 유지하여, 원칙에 입각한 안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질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네트워크가 종국에는 인도까지 포괄하여, 보다 강력하게 중국을 포위하는 상황이 이상적이라고 해리스는 덧붙였다.
유럽 무대
지난 3월 8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증언한 유럽사령부 사령관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Scaparrotti) 장군은, 배경이 다르고 거주하는 행위자들도 다르지만, 유럽의 미래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에게 러시아는 또 하나의 중국이다. 스캐퍼로티의 설명을 들으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러시아는 자국 정권을 보호하고 주변국에의 패권을 부활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국제질서의 변경과 나토의 분열 및 미국 리더십의 약화를 추구한다. …… 러시아는 변경 국가들에 개입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이미 과시했다. 중동에서 특히 그러하다.”
오랫동안 블라디미르 푸틴을 비판하는 데 소극적이었고 러시아를 확실한 적대국가로 묘사하기를 꺼렸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이러한 전망을 들을 수 없음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 및 정보 관리들에게, 러시아가 유럽에서 미국의 안보 이익에 대한 명백한 위협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오늘날 러시아를 언급하는 방식은 냉전 시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스캐퍼로티는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 전략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가 우리의 동맹 및 동반 국가들에게 더 이상 공격적으로 나오거나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못 하도록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 작전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유럽 동맹국들을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군사적 대응옵션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유럽사령부의 러시아 억제 조치 중 최첨단 수단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이후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여 만든 유럽억지이니셔티브(European Deterrence Initiative, EDI) 프로젝트이다. 초기에는 유럽수호이니셔티브(European Reassurance Initiative)로도 알려졌던 유럽억지이니셔티브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이른바 “최전방 국가”에 전개되어, 나토의 “동부전선”에서 러시아를 마주하고 있는 미군과 나토군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펜타곤이 지난 2월 제출한 구매희망목록에 따르면, 2019년 유럽억지이니셔티브에 할당되어야 할 예산은 약 65억 달러이다. 이 예산의 대부분은 최전방 국가들 안에 군수품을 쌓고, 공군기지의 인프라를 개선하며, 동맹국들과의 합동군사훈련을 확대하고, 미국에 주둔하는 병력을 이 지역으로 순환 배치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펜타곤이 우크라이나에 “고문을 파견하고, 훈련을 돕고, 장비를 제공”하는 작업에는 추가로 2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다.
태평양사령부의 해리스 장군과 마찬가지로, 스캐퍼로티 장군 역시 비용이 많이 드는 무기구매리스트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는 개량된 항공기와 미사일 및 여타 첨단 무기들이 포함되는데, 스캐퍼로티는 이들 무기가 러시아군의 현대화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의 능란한 사이버전쟁 수행 능력을 지적하면서, 사이버 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해리스 장군이 그랬던 것처럼, 향후 유럽 전장에서 “사용가능한” 핵전력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 역시 시사했다. 말을 빙빙 돌려서 했지만 말이다.
중부사령부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트럼프 대통령(사진 출처: 중앙일보)
동방과 서방 사이 : 중부사령부
미 중부사령부는, 태평양사령부의 서쪽 경계에서 유럽사령부의 동쪽 경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 점점 더 불안이 심화되는 이 지역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관할한다.
중부사령부는 최근 역사의 대부분 시기에 걸쳐, 테러와의 전쟁 특히 이라크와 시리아 및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에 집중하여 왔다. 이전의 지루한 전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중부사령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범중동권으로부터 봉쇄하기 위한 새로운 냉전에 대비할 채비를 이미 갖추기 시작했다. 냉전이라는 한물간 용어를 부활시켰으며, 중단 없는 투쟁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중부사령부 사령관 조지프 보텔(Joseph Votel) 장군은 최근 상원 군사위원회 증언에서, 시리아의 이슬람국가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상대로 한 미군의 작전 현황에 집중했다. 그러나 보텔은 중국과 러시아의 봉쇄가 향후 중부사령부의 핵심 전략과제가 되었다고 단언했다. “최근 발간된 미국 국방전략보고서는 초강대국 간 경쟁의 부활이 우리 국가안보에 대한 주요한 도전이라는 점을 올바르게 지적했다. 우리는 이 지역 전체에 걸쳐서 강대국 간 경쟁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의 시리아 정권을 지원함으로써 그리고 이 지역의 여타 핵심 행위주체들에 대한 영향력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통하여, 러시아는 중부사령부가 관할하는 지역에서 점점 더 뚜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텔은 주장했다. 중국 역시 지정학적 영향력 제고를 추구하는 중이다. 경제 측면에서, 그리고 크지는 않지만 군사적 존재감의 확대를 통해서다. 인도양에서 중국이 운영하는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과, 홍해에서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건너편 지부티에 존재하는 중국 군사기지가 특히 우려스럽다고 보텔은 역설했다. 이러한 시설들은 중부사령부 관할구역에서 중국의 “전비태세와 군사력 진출”에 기여하며 향후 미군에 위협이 될 신호라고도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평양사령부 및 유럽사령부와 합동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기세를 꺾는 일은 중부사령부의 의무라고 보텔은 증언했다. “그들이 자리 잡고 있는 장소뿐만 아니라 그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역에서, 이들 위협에 대처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은 채 보텔은 증언을 이어갔다. “어떻게 임무를 수행할지에 관하여 우리는 대단히 훌륭한 계획과 절차를 마련해 왔다.”
보텔의 언급이 무슨 의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공약을 통해, 이슬람국가와 탈레반이 패배하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및 시리아로부터의 미군을 철수하겠고 공언했지만, 중부사령부가 자신의 관할 지역에서 이들 국가에 (그리고 어쩌면 다른 국가에서도) 미군을 무기한 주둔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 점점 더 명백해 보인다. 테러와의 전쟁은 물론이고,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경쟁 격화가 예상되는 지역에 미군의 영구 주둔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파국으로의 초대
미군 지휘관들은 미국이 새로운 장기전에 들어섰다는 그들 주장의 후속 조치를 대단히 신속하게 취했다. 이들이 그린 봉쇄선의 윤곽은 아시아의 한반도에서 시작하여 중동을 가로질러 동유럽의 옛 소련 영토 일부에 닿고 마침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이른다. 이 계획에 의하면, 신뢰할만한 동맹국들의 군대로 증강된 미국의 군사력은 봉쇄선의 모든 부분을 요새로 만들어야 한다. 아직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가설을 바탕으로, 전 지구적 규모로 벌이는 깜짝 놀랄만한 거대 계획이다. 다가올 역사의 상당 부분은 이처럼 도를 넘은 미군의 시도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것이 타당한 전략인지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정책인지가 다가올 미래에 제기될 의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려는 이런 식의 시도가 대항수단을 불러올 것이란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사이버 공격과 다양한 종류의 경제전쟁 등의 수단이 활용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이 유일한 강대국으로 가기 위해 벌여온 전 지구적 차원의 시도라고 상상했다면,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세 개의 긴 봉쇄선에서 대규모 중무장 전력을 유지하는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며, 이는 국내 예산지출 우선순위와 충돌할 것이 분명하고, 어쩌면 징병제의 부활을 둘러싼 여론의 심각한 양분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워싱턴에서 제기되지 않은 진정한 질문은, 애초에 왜 그런 정책을 추구해야 하는지 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 행위를 관리할 다른 수단은 없는 것인가? 삼면전략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충돌과 오판, 긴장의 고조, 그리고 단순히 웅장한 전쟁준비에 끝나지 않고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발트 해, 흑해, 시리아,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전 지구적 봉쇄선의 다수 지점에서 미군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이미 심각하게 대적하고 있다. 적대적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방식으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서로 밀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이와 같은 대면은 어느 순간 화력을 동원한 전투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의도하지 않은 단계적 긴장 고조, 어쩌면 전면적 전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후에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는 핵무기의 사용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러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점점 확대하는 전략으로 미국 국민을 몰고 가기 전에, 아직까지는 계획으로서의 장기전이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실제 장기전으로 전환되기 전에, 워싱턴 관리들은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 톰디스패치(TomDispatch)에 최초 게재된 글
** 글쓴이 마이클 T. 클레어는 햄프셔 칼리지의 평화와 국제안보학 교수이다. 톰디스패치(TomDispatch)의 정기 기고가이며 작가이다. 최근 저서로는 <마지막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주(The Race for What’s Left)>가 있다. 그의 저서 <블러드 앤드 오일(Blood and Oil)>의 다큐멘터리 영화 버전을 미디어 에듀케이션 파운데이션에서 구할 수 있다. 그의 트위터 계정은 @mklare1 이다.
분단 70년을 맞는 지금 여전히 한반도와 동북아는 군사적 갈등과 군비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오는 5월 24일이면 천안함 사건을 이유로 모든 남북교류, 협력사업이 중단된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이 날, 한국전쟁에 참전한 12개국 30여명의 국제평화여성운동가들이 북에서 남으로 비무장지대와 판문점을 지나 평화를 염원하는 ‘한반도 여성평화 걷기(Women Cross DMZ, WCD)’ 행사를 개최한다. 참여연대는 5.24 조치로 남북교류가 차단되고 남북관계가 불신과 전쟁 위협을 반복하는 지금, 평화의 메시지로 남과 북을 연결하고 전쟁종식을 촉구하는 평화여성 운동가들의 행진을 환영한다.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국내 및 세계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남북대화 및 협력 재개를 위해 과감하게 5.24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
▲ 2015. 5. 24. 국제평화여성운동가들이 비무장지대와 판문점을 지나 평화를 염원하는 한반도 여성평화걷기 행사를 하고 있다
5.24 조치 이후 남북관계는 단절되었고 계속되는 군사적 긴장 상태는 군비경쟁의 빌미가 되고 있다. 북한이 맹비난해온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나고 지난 4월 27일 대북비료지원이 5년 만에 재개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조짐이 보이는 듯 했지만, 현재 남북은 또 다시 군비경쟁과 상호 비방 속에서 퇴행적인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한미간 한반도 사드 배치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5월 10일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수중 시험 발사를 성공했다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한데 이어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숙청설과 관련, 공포정치 행태를 언급하자,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을 ‘독사’, ‘미친개’ 등 글로 옮기기 힘든 수준의 비방을 퍼부으며, 또 다시 전례 없이 수위 높은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남과 북을 잇는 한반도여성평화걷기가 열리는 것은 다행이다. 무엇보다 행사가 열리는 5월 24일은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 for Peace and Disarmament)’이기도 해 의미가 깊다. 비록 한국 정부와 유엔사령부가 휴전 협정 조약 위반임을 강조하며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한반도 분단의 상징처럼 인식되는 판문점을 걸어서 통과하지는 못하게 했으나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 염원’이라는 행사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상징적인 이번 행사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길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위기로 치닫고 있는 남북 갈등 해결의 출발점은 모든 교류를 끊어버린 5.24 조치를 해제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화해모드를 만들어 가는 데 있다. 한반도 여성평화걷기 행사를 기회로 삼아, 과감하게 5.24 조치 해제하여 남북관계의 전환을 모색하는 일이야 말로 분단 70년을 맞는 정부의 역할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한다. 그것의 출발은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시키고 있는 5.24조치 해제하고 남북 경제협력 확대와 남북대화 재개,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할 것이다.
지난 4일 목함지뢰 폭발로 시작된 한반도의 준전시 상황과 3일간의 회담끝에 극적으로 타결된 남북 공동보도문. 보름사이에 숨가쁘게 진행된 한반도의 정세에서 국민들은 누가 막후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본질적인 문제는 과연 무엇이었고,이번 공동보도문의 진정한 의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뉴스타파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등 3인의 대표적인 북한 안보 전문가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의 배경과 본질,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요동치는 국제정세에 대해 들어봤다. 위 동영상은 전문가들의 통찰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3시간여에 이르는 인터뷰 분량을 20여분으로 편집,요약한 것이다.
오늘(8/25) 새벽, 남북 공동합의문이 타결됐다. 남북이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 상황을 해소하고 대화와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
이번 합의문에서 북측은 “지뢰폭발로 남측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남측은 정오를 기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했다. 합의에 이르기까지 남북 정부의 도발적인 언행과 군사적 행동으로 특히 접경지역 주민들은 확전의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다시는 이들을 볼모로 위기상황을 재현하지 않도록 남북은 이견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정례화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남과 북이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으로 돌아가 비방, 적대, 군사행동을 중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남북이 합의를 통해 위기상황을 모면하고 관계를 진전시킨 것은 다행이다. 이번 합의문에서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과 민간교류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대화와 논의를 이어가기로 약속했다. 앞으로 양측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남북관계 개선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의 남북 갈등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교류를 끊어버린 5.24 조치를 해제하고 화해모드를 만들어 가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지혜와 노력이 절실하다. 분단 70년을 맞는 올해, 이번 합의를 계기로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는 남북 관계가 상생관계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8월 20일 오후 북한의 선제사격과 남한의 대응사격으로 휴전선 서부전선에서 포격전이 발생했다. 북한의 사격 의도가 대북확성기 방송 저지를 위한 위협성 경고에 있더라도, 이는 정전협정과 남북한 불가침 약속을 위반한 것이자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북한의 선제포격을 규탄하면서, 아울러 우리 정부의 냉정한 자제와 예방적 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대북심리전방송 재개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현재의 군사적 긴장 고조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남북한 군당국은 준전시상황을 선포하고 군사적 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북한은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과 철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남한 군당국은 북한의 요구를 일축하면서 북한의 도발시 강력한 응징을 다짐하고 있다.
올해는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이한 해이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적인 해에 남북한 당국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줄곧 요구해왔다. 그런데 관계 개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전쟁 위기가 대신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남북한 정부에게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우리는 먼저 남북한 모두 확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모든 군사적 위협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특히 북한의 포격과 전쟁 불사의 위협적 언동은 더 이상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대북심리전방송 재개가 남북관계 후퇴이듯이, 또한 이 문제를 군사적 위협으로 해결하려는 것도 적절치 않은 일이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현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평화의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간절히 호소한다. 이를 위해 대북 방송을 중단하고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여 현재의 위기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지금의 위기사태를 남북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불온시하는 경향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과 평화와 같은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예방과 자제를 요구하는 것은, 남남갈등의 조장이 아니라,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당연한 시민의 권리이다. 이는 대북 억제와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원칙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북한에 대해 신뢰와 대화를 촉구해온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은 한반도 위기가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지금 시기야말로 더욱 강력히 지켜지고 적용되어야 할 시점이다.
남북 당국은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어리석은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위기 해소를 위한 대화를 즉각 시작하라.
어제(8/20) 경기도 연천군 일대에서 남북 간 교전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또다시 양측 모두 추가적인 군사적 행동을 예고하면서 일촉즉발의 긴장을 야기하고 있다. 남북은 지금 당장 모든 군사적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라.
어제 남북 간 교전은, 직접적으로는 지난 8월 4일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제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터져 국군 하사 2명이 중상을 입은 것을 계기로 남측이 2004년 중단했던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하고 북한이 이를 군사적 공격행위로 간주해 조준 타격을 강행한 데 기인한다. 그리고 오늘 북한은 '남측이 48시간 내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을, 남한은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한 응징'을 주장하면서 분쟁지역 주민들을 볼모로 한 채 거칠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남북이 서로 외치는 혹독한 대가나 보복은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사적 행동으로 인한 피해는 당장 불안에 떨며 대피소로 향해야 했던 파주, 강화, 김포, 연천 지역 주민들을 포함하여 모든 한반도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지금 남북 양측은 모두 한 발짝씩 물러서야 한다. 지난해 10월, 역시 경기도 연천에서 민간단체가 살포한 대북 전단을 향해 북한군이 고사총을 발사하고 국군도 대응 사격을 한 바 있다. 이런 식의 군사적 충돌이 잦아지고 이에 대해 양측이 강경 대응으로만 일관하면, 긴장은 심화되고 결국에는 더 큰 무장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남북 정부는 도발적인 언행과 군사적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명확히 직시해야 한다.
1992년 2월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과 북이 상대방 내부문제에 간섭하거나 비방 중상하지 않는다’(제2조, 3조),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하여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분쟁문제들을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한다’(제9조, 10조)고 확약하고 있다. 남과 북은 지금 당장 남북기본합의서 정신으로 돌아가 비방, 적대,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며칠 전까지도 남측은 통일부 명의로 북에 대화 제의를 한 바 있으며, 북측 역시 지난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명의로 서한을 보내 군사적 협박과 병행해 관계개선의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군사적 대응과 맞대응이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을 맞아, 남북 당국자들은 한 발씩 물러서 긴장을 유발하는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고 평화적인 대화와 관계개선에 착수해야 한다.
올해는 분단 70년이 되는 해이다. 적대와 대결을 끝내고 평화와 화해의 길을 찾아 마땅한 해에 남과 북이 서로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포격을 주고받는 일이 발생한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오늘의 일촉즉발의 긴장은 지난 70년간 계속되어 온 구조적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군사적 행동이 아니라,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종식할 대범한 평화협상이다.
금일 오전11시 8.15불교연석회의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남북관계 개선 촉구를 위한 불교계 단체들의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광복70주년을 온 겨레가 얼싸안고 감격스럽게 맞이해야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광복 이후 7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남과 북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있습니다. 각국들은 동북아시아 패권을 쟁취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강화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남과 북이 나뉘어 반목과 대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사회의 발전과 희망찬 미래, 나아가 우리 민족의 공동번영에 있어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이에 우리 불교계 단체들은 분단 70년을 맞이한 오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가 선제적이며 적극적인 대북통일정책을 추진해 줄 것을 다음과 같이 촉구합니다.
1.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는 상호 신뢰이며,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합니다.
2.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인 5.24조치를 선제적으로 과감히 해제해야 합니다.
3. 다가오는 광복 70년, 분단 70년 8.15를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 전환의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올해 8.15는 남과 북이 서로 계속 적대하며 동북아시아에서 고립을 자초할 것인지, 반대로 남과 북이 협력하여 공동의 번영과 희망찬 미래를 열어나갈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올해 8.15에 쏠려있는 온 국민의 기대와 겨레의 여망을 감안하여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인 전환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남북관계 개선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