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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426] 시민은 '유권자'가 아니라 '주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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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426] 시민은 '유권자'가 아니라 '주권자'다

익명 (미확인) | 수, 2017/10/25- 11:27

시민은 '유권자'가 아니라 '주권자'다

대의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공리인가?

 

진시원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촛불집회 이후 민주개혁 정부가 다시 들어서고 적폐청산이 추진되고 있는 2017년 현재, 촛불집회의 의미를 폄하하고 시민들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며 대의 민주주의만이 한국 민주주의의 공리이자 바른 길이라고 강변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최장집 교수는 '대의제 민주주의는 선거로 선출한 대표에게 통치를 위임하는 귀족주의의 장점과 평등한 인민주권을 실현하는 민주주의의 장점을 결합한 체제이기에 (직접 민주주의보다) 더 우월하다'는 취지의 글을 발표했으며(중앙일보, 10월 11일자),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주권은 시민 개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그들의 전체 의사이자 그것을 합법적으로 위임한 것을 가리키는 바, 민주주의에서라면 그것은 법을 만들고 집행할 권리를 시민으로부터 일정 기간 위임받은 선출된 대표들에게 주어진다'고 주장했다(동아일보, 10월 10일자). 그런데 이 분들의 글은 오해와 잘못된 인식에 기초해 있다.

 

첫째, 촛불시민 중 대다수는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있다고, 혹은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을 듯하다.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제 보다 낫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촛불시민들의 열망은 오작동 중인 대의 민주주의와 비민주적이고 자기 이익추구적인 정치 엘리트를 주권자 시민이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즉, 촛불시민들은 '유권자'에 머물지 않고 '주권자'가 되겠다는 것이고, 주권의 '소지자'뿐 아니라 주권의 '직접 행사자'도 되겠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촛불혁명이 만들어낸 주권자 시민은 대의 민주주의와 엘리트 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대의 민주주의의 오작동과 자기이익 추구적인 정치인을 주권의 직접 행사를 통해 통제하고 이를 통해 대의제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시민이 바라는 직접 민주주의는 두 가지 형태일 듯하다. 하나는 국민(주민)투표, 국민(주민)발안, 국민(주민)소환을 통해 대의제와 정치 엘리트를 직접 통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자치와 분권 그리고 풀뿌리 차원의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직접 민주주의 강화 움직임은 이번 개헌과정에서 상당수 시민들의 열망임이 확인되고 있다. 둘째, 정치체제가 대의 민주주의이든 아니면 직접 민주주의이든 간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은 시민 개개인의 소유이자 시민 전체의 소유이다. 즉, 주권은 그 누구도 아닌 시민들에게 있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주권의 소유자는 시민이며 주권의 행사자는 선출된 정치 엘리트이지만, 직접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주권의 소유자와 직접 행사자이다. 주권은 절대로 선출된 정치인, 즉 대리인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주권은 시민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주장은 박상훈 학교장의 오해이자 왜곡이다.

 

더욱이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인 한국의 정당과 의회는 그 존재 자체가 상당히 퇴행적이다. 한국 정당사와 정당의 제도 경로성을 보라. 그리고 대다수 시민은 그 많은 정당의 명칭 변천사를 기억하지 못한다. 영국이나 미국, 유럽 국가들의 정당과 한국정당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우리 국회의 비민주성과 갈등 증폭 성향은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회생가망이 그리 높지 않은데, 정당과 의회가 살아야 한국 민주주의가 산다는 주장은, 약효 없는 약을 과신하는 것일지 모른다. 거의 기약 없는 정당과 의회를 붙들고 사는 것보다, 그것을 추구함과 동시에 오작동 중인 한국의 대의 민주주의와 공익보다 사익추구적인 정치인을 주권자 시민이 직접 통제하여 개선하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가 한 걸음 더 민주화되는 길인 듯하다. 촛불집회가 만들어낸 유권자이자 주권자인 시민, 주권의 소지자이자 직접 행사자인 시민이 한국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하기엔 너무 엄청난 전환기적 정치 경험이다. 다시 말하지만, 촛불시민은 오작동 중인 대의 민주의의와 이기적인 정치 엘리트를 시민주권 민주주의로 개선하고자 한다. 대의제를 폐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리(axiom)라는 것은 그것이 진실하다는 점이 자명하고, 그 내용이 아주 잘 확고하게 정리되어 있어 합리적인 인식 공동체 내에서 의심받지 않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진술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대의 민주주의는 한국 민주주의의 공리이고 한국 민주주의는 반드시 그 길을 가야만 하는가? 촛불집회 이후 시민들은 더 이상 '유권자'가 아니라 '주권자'이다. 촛불시민을 다시 '유권자'로 퇴행시키려는 기획은 다분히 복고적이고 보수적이며 시대착오적이다. 주권자 시민들에게 대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더 이상 한국 민주주의의 금지옥엽도 아니고 불사조도 아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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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에 중복 게재됩니다.

당내 강성 지지층을 향한 충성 경쟁이 되어버린 공천

안용흔(대구가톨릭대 교수)

정치학을 공부하던 대학원생 시절, 체벨리스(G. Tsebelis)의 중첩게임(Nested Games)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영국 노동당의 사례였다. 최다득표자가 당선되는 선거제도 아래에서, 온건한 중도층의 지지를 넓힐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이념적으로 더 강경한 후보를 밀어붙이다가 결국 선거에서 패배하는 장면은 겉으로 보기에 매우 비합리적으로 보였다. 민주주의가 오래 축적된 영국에서도 정당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고, 이제 막 민주화의 경로에 들어선 한국 정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30여 년이 흐른 지금, 그 낯설었던 장면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사례가 아니라 한국 정당정치의 현실을 설명하는 익숙한 풍경이 되어 버렸다.

문제는 정당이 늘 승리를 목표로 한다고 해서, 언제나 승리에 가장 유리한 후보를 뽑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거대 양대 정당 모두에서 당원 중심 경선이 강화될수록 공천은 넓은 민심보다 결집된 진영의 선호를 더 강하게 반영하게 된다. 일반 유권자는 대체로 온건하고 실용적인 선택을 선호하지만, 경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당원층은 상대적으로 더 확고한 이념적 성향을 지닌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당원 주권은 민주적 참여의 확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한 진영 논리를 가진 후보가 유리해지는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후보가 강경하냐 온건하냐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이념적으로 강경한 성향의 당원들은 이제 후보의 세부 정책이 자신들의 입장에 얼마나 가까운가를 따지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선택의 기준은 점점 “우리 진영의 사람인가, 아닌가”로 이동한다. 자신들의 진영에 속한 인물이면 옳고, 그렇지 않으면 틀리다는 식의 진영 논리가 자리 잡으면서, 후보의 실질적 역량이나 선거 확장성보다 소속과 충성도가 더 중요해진다. 이 과정에서 진영 내부 인물에 대한 비판은 쉽게 배신으로 읽히고, 외부 인물에 대한 비판은 정당한 평가가 아니라 적대적 공격으로 간주된다. 그러면 정치적 판단은 정책과 성과의 영역에서 점점 멀어지고, 진영을 지키는 감정적 동원으로 대체된다.

최근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이런 흐름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쪽 거대정당에서는 강한 검찰개혁 노선을 내세운 인물들이 경선의 중심에 섰고, 다른 쪽 거대정당에서는 강성 보수층을 겨냥한 구애 경쟁이 공천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표면적으로는 각각 혁신과 경쟁력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도층의 확장성보다 진영 내부의 충성도를 더 중시하는 선택이 반복된 셈이다. 이처럼 공천이 열성 지지층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기울수록, 온건한 후보는 본선에서 더 넓은 유권자를 설득할 가능성이 있어도 경선에서 밀려나기 쉽고, 강경한 후보는 본선 리스크가 분명해도 당내에서는 오히려 더 안전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체벨리스가 보여준 것도 바로 이런 장면이 겉보기와 달리 단순한 광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분석에서 노동당 지역활동가들은 단순히 자기 이념을 즉각 관철하려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는 의석을 잃더라도 온건한 후보를 배제함으로써 미래의 후보들에게 신호를 보내고, 당의 노선을 조정하려 한다. 즉, 지금 한 번의 손해가 커 보여도, 반복되는 경쟁 속에서는 “너무 온건하면 공천을 못 받는다”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일 수 있다. 이 논리의 핵심은 자멸처럼 보이는 선택이 실제로는 미래의 후보 선택 구조를 바꾸는 신호라는 데 있다.

이처럼 공천이 단지 후보를 고르는 절차가 아니라 정당의 미래를 미리 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 현상은 특히 우려스럽다. 강경한 후보가 반복해서 선택되면, 그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도 또다시 비슷한 성향의 후보를 선호하게 된다. 온건한 후보는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도 있고, 상대 진영과도 협상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당내 경선에서는 이런 장점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 너무 유연해 보인다는 이유로, 너무 실용적이라는 이유로, 열성 당원들의 감정을 충분히 자극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탈락하기 쉽다. 결국 공천은 국민에게 확장되는 경쟁이 아니라, 당내 강성 지지층을 향한 충성 경쟁이 되어버린다. 이런 흐름이 반복되면 정당은 국민 전체를 향해 열려 있는 조직이 아니라, 자기 진영 내부만 바라보는 조직으로 굳어지고 만다.

정당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선거 승리의 조건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공천이라면, 그것은 승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오늘의 한국 정당정치는 더 이상 오래전 출간된 한 책에서 언급된 영국의 사례를 남의 나라 일처럼 읽을 수 없다. 한때는 먼 나라 이야기 같았던 자멸적 공천이, 이제는 한국 정치의 익숙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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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6/06/1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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