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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기 후기] 세상을 바꾸는 힘, 비폭력 직접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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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기 후기] 세상을 바꾸는 힘, 비폭력 직접행동

익명 (미확인) | 화, 2017/07/25- 14:02

참여연대 20기 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2017년 7월 3일(월)부터 8월 10일(목)까지 6주 동안 진행하게 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24명의 20대 청년 분들이 함께 참여하는데, 이 6주 동안 우리 청년공익활동가학교 친구들은 인권과 참여민주주의, 청년문제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직접행동을 기획하고 진행함으로써 미래의 청년시민운동가로 커나가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후기는 최선경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

 

* 청년공익활동가학교란?
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그 동안 방중마다 실시되었던 참여연대 인턴프로그램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청년들의 공익활동을 위한 시민교육과 청년문제 해결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공부하는 배움 공동체 학교입니다.

 

<비폭력 직접행동 워크숍 후기>

 

워크숍은 엄지손가락 누르기 게임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짝을 지어 손을 잡고 서로 상대방의 엄지를 누르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주어진 시간이 지나 게임이 종료된 후 강연자는 상대방의 엄지를 30번 이상 누를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겠다며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 비법은 상대방과 타협한 후 서로 번갈아 가며 엄지를 누르는 것이었다. 이 조용하고 평화적인 플레이는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우리는 경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왜 우리는 싸워야 할까? 대화와 나누기를 통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을까?

 

20170725_[워크숍]세상을 바꾸는 힘, 비폭력 직접행동 (8)   20170725_[워크숍]세상을 바꾸는 힘, 비폭력 직접행동 (5)


비폭력 직접행동은 폭력이 아닌 소통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세 가지 방법으로 ‘정치인이 되기’, ‘투표’, ‘직접행동’에 대해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에 대해 조별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토론을 통해 나 혼자서는 생각해내지 못할 것들을 알게 되었다. ‘정치는 빠른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지만 직접행동은 권력의 원천을 파괴시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직접행동이 없다면 정치는 타협하게 된다’는 강연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직접행동을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직접 운동을 기획, 추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 샤프가 비폭력 행동 방법을 198가지나 나열했을 정도로 다양하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직접행동이 가능하다. 그중에서 우리는 ‘대규모 집회’, ‘서명운동’, ‘점거농성’, ‘행정기관에 전화’라는 4가지 방법이 각각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되어야 효과가 극대화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했다. 논의 중 불과 몇 개월 전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20170725_[워크숍]세상을 바꾸는 힘, 비폭력 직접행동 (4)   20170725_[워크숍]세상을 바꾸는 힘, 비폭력 직접행동 (3)


직접행동의 사회 변화 작동 방식으로 전향, 조정, 강제에 대해 배웠다. 직접행동은 인식과 태도를 모두 바꾸는 ‘전향’을 최종적으로 추구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과 ‘조정’이 가장 흔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접행동의 포괄적인 방법으로는 ‘항의와 설득’, ‘비협조/불복종’에 대해 배웠다. 홀로그램 시위, 기본소득 게임, 교복 치마를 입은 영국소년들, 불매운동과 보이콧 등 각각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사례를 알게 되었다. 또한 탄핵 반대 의원에게 문자 테러하기, 무기 녹여 생활품 만들기 등 보다 더 적극적으로 방해를 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비폭력 개입’에 대해서도 배웠다.


역사적 직접행동(사회운동)으로 무함마드 알리의 세계 평화운동, 5·18 민주화, 평택 미군 기지 반대 운동 등에 대한 자료를 보았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여성 참정권, 장애인 교통수단 이용 보장, 흑인의 법적 평등 등이 과거 많은 이들의 커다란 노력으로 이루어졌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들 또한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직접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년공익활동가학교 마지막 주차 프로그램은 우리의 직접행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직접행동의 주제, 내용, 방식을 직접 정하고 행해야 하는 것이다. 오전에 함께 감상했던 영화 <예스맨 프로젝트>처럼 대규모로 치밀하며, 기발하게는 못하더라도 우리의 작은 행동으로 인해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니 설레었다.

 

토론과 PPT 강연이 끝난 후 우리는 모두 일어나 ‘평행선 게임’이라는 것을 했다. 평행선 게임은 직접행동을 하는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상상하며 우리가 각각 역할을 맡아 상황극을 해보는 것이었다. ‘성소수자 인권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보수 기독교인 혐오 세력이 몰려와 현수막을 떼고 고함을 지르며 방해’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우리는 각각 행사 운영 담당자 또는 혐오 세력 행동대장으로 연기를 했다. 또한 ‘어느 온라인 취미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 한 유저가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한 글을 쓰고 이에 대한 댓글 논쟁’이 붙는 상황을 상상하며 각각 게시물을 올린 유저 또는 정치 글을 반대하는 유저가 되어 실제 카톡으로 대화해보기도 하였다. 연기를 하자니 조금 어색했지만 재미있었고 맡은 역할의 입장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을지를 상상할 수 있었다. 이런 다양한 상황들을 직접행동 중 실제로 맞닥뜨린다면 당황스러울 것 같았다. 좀 더 침착한 대응을 위해 이렇게 예상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는 것이 직접행동에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직접행동 행위자들 모두가 왜 여기서 이 행동을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 비폭력이어야 한다는 것, 모든 대상자들은 지지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직접행동 그 자체가 전부가 아닌 수단이라는 것 등 비폭력 직접행동 행동 원칙에 대해서 배웠다. 또한 어떤 메시지를 언제 누구에게 전달할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 메시지와 방식이 일치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 등 직접행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웠다. 이러한 공부는 우리가 직접행동을 준비하고 행할 때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었다.


강연자는 우리가 세상을 바꾸려고 할 때 막막함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제도와 인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기는 분명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행해진 수많은 직접행동들처럼 사람들이 모여 연대를 이루고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 행동한다면 세상은 조금씩 움직일 것이다.

 

20170725_[워크숍]세상을 바꾸는 힘, 비폭력 직접행동 (2)

시민들의 의견

뛰어라 참여연대, 날아라 민주주의
이달의 참여연대

박정은 사무처장이 공유드립니다

 

자산 불평등, 종부세와 공시가격 정상화로

리포트1

우리나라 자산 불평등 수준은 상위 5%가 전체 자산의 절반 정도를, 상위 1%가 25% 정도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하지요. 고가의 부동산에 부과해서 불로소득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종합부동산세가 있지만,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3월 5일 세금폭탄이라는 편견이 팽배한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실제 과세 대상이 제한적이고, 세액도 매우 적은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세법개정안 건의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하고, 국회에서 <자산불평등 개선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강화방안> 토론회를 개최해서 현재 세율이 도입 당시에 비해 절반으로 인하된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을 도입 시점의 수준으로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상속세의 경우 일괄공제 금액을 5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인하하고 가업상속공제의 경우 가업의 범위를 자산 규모까지 고려해 최대 500억 원까지 되어 있는 공제한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금융소득과 종교인소득, 주택임대소득 등의 과세에 대해서도 실효적인 개선 조치를 제시했습니다. 

 

3월 13일에는 이슈리포트 <실거래가 반영 못 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를 발표하여, 2017년 기준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이 65.6%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보여주었습니다. 일례로 실거래가가 가장 높은 강남구, 서초구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의 평균 실거래가 반영률이 서울에서 가장 낮습니다. 실거래가를 적용했을 때에 비추어 현행 보유세는 약 34.8%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종합부동산세 축소와 대상자 누락으로 이어집니다. 참여연대는 조세정의를 왜곡하는 부동산 공시가격과 종합부동산세의 실태를 더욱 널리 알리고 정상화를 요구해 나가겠습니다. 

 

공수처 설치 캠페인은 계속된다

공수처

국회에 막혀 있는 게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는 공수처 설치법도 있습니다. 작년 말 여야가 어렵게 합의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정성호, 이하 사개특위)가 구성되었지만,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사개특위는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함께하고 있는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은 국회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연속 칼럼을 연재하고 온·오프라인 서명캠페인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강원랜드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이나 2015년 징계 없이 사직 처리된 진 모 검사의 성폭행 사건 등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난 최근 사례들은 공수처 설치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3월 27일, 그동안 모은 시민 서명을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 정성호 의원에게 전달해 조속한 공수처 설치를 재차 촉구할 것입니다. 

 

인과응보,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거짓말로 일관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면서 참여연대가 내놓은 입장이 인과응보입니다. 뇌물수수 등 제기되는 불법행위 혐의만도 수십 가지에 달하는데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참여연대 역시 이명박 정부와의 악연이 깊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거대한 촛불집회를 개최했던 광우병대책회의 활동으로 창립 이래 처음으로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했고, 활동가들이 연행되고 구속되는 일을 겪었습니다. 당시 참여연대 등에 촛불집회에 따른 피해를 보상하라며 억대 소송을 제기하여 지금까지 10년 넘게 괴롭히고 있기도 합니다. 천안함 사건이나 제주해군기지건설에 대한 참여연대의 문제제기에 색깔론을 들이대며 집요하게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참여연대도 가만있지는 않았습니다. 2013년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해 고발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다스 비자금 조성과 UAE와의 비밀군사협정 체결 문제로 모두 3차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발했습니다. 국정원, 군, 경찰을 동원한 여론조작과 정치개입, 재벌 특혜와 뇌물수수, 국가재정 탕진한 자원외교, 4대강 사업에서의 불법행위 등 참여연대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건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이제 단죄의 시작입니다. 참여연대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뿐만 아니라 이후 재판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입니다. 

 

내 삶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는 개헌으로

개헌

청와대발 개헌 논의가 한창입니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개점휴업 상태인 가운데 대통령 개헌안을 만들기 위해 국민헌법특별자문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참여연대 관계자들도 일부 참여했습니다. 독자적으로 지난 2월 27일에는 내부적으로 1년 반 이상을 준비해 온 헌법개정안을 입법청원했습니다. 이번 개헌 논의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와 국방·외교 정책의 민주적 통제 문제가 전혀 다뤄지지 않아 별도의 청원안을 마련하여 여러 평화단체들과 함께 입법청원하기도 했습니다.

 

3월 20일부터 청와대가 공개한 개헌안에 대해서는 각각 논평을 통해 기본권과 국민주권, 자치분권을 강화하는 기본방향에 동의하면서도 대통령 권한 축소에는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3월 26일 대통령 개헌안 발의를 계기로 범국민적인 개헌 논의가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와 여야 정당들이 정쟁만 일삼지 말고 국회 합의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맞춰 참여연대는 주요 내용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국회의 개헌 논의를 압박하는 대규모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거대 정당의 기득권 지키기로 끝난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에 항의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이 결국 거대 정당의 야합으로 끝났습니다.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각 시·도의회가 양당의 기득권을 지키는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안에 합의했습니다. 각 지역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소수정당의 원내진입과 다양한 정치신인의 진출을 위해 3~4인 선거구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두 거대 정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2인 선거구만을 고집한 것입니다. 대전, 경기, 부산, 인천, 대구 등에 이어 서울시에서도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 통과시켰습니다. 

 

참여연대는 강력한 항의 입장을 연속 발표하면서 3~4인 선거구를 요구했지만, 결국 모두 무산되었습니다. 서울시의회의 경우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방청을 하면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에게 경고하고 항의했지만, 시의회는 선거구획정위가 제출한 7개의 4인 선거구 신설안조차 모두 2인 선거구로 쪼개버렸습니다. 당리당략만 있고 기득권에 사로잡힌 한국 정치를 바꿀 사람이 바로 유권자입니다. 우리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지만 많은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어떻게 개입할지 공부하고 토론하는 유권자 모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경찰의 불법적 여론조작·정치개입 행위 고발

고발

경찰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도 국민을 상대로 여론을 조작하고 비판물 게시자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보수단체를 동원해 온라인상 정부 비판 게시물에 대한 여론조작을 시도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게시자를 종북으로 규정하여 사법처리를 시도했는가 하면, 군 사이버사령부로부터도 국방부와 정부정책 비판 게시물 자료를 넘겨받아 내·수사에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 15일 당시 책임자인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김용판 전 보안국장 등 전직 경찰 수뇌부들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검찰은 이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고 참여연대에 통보해왔습니다. 경찰의 자체 수사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참여연대는 경찰의 정치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더욱 막강해질 경찰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든지, 검찰이 수사할 의지가 없다면 조속히 공수처를 설치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3연임 반대 의결 촉구 기자회견

김정태

하나금융지주의 전횡과 비리를 수사하라는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습니다. ‘먹튀’ 논란을 빚었던 론스타, 하나학원 비리, 정유라 지원, 김영란법 위반 등 하나금융의 김승유, 김정태 등 전현직 회장의 정경유착 의혹 때문입니다. 특히 최순실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상화 전 독일법인장의 승진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여러 위법 혐의로 고발된 상태이기도 합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 23일, 소액주주의 위임을 받아 김정태 회장의 세 번째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여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국민연금에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는 참여연대의 고발뿐 아니라 MB가 다스 실소유주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관련 증거와 정황에 대한 자료 제공 활동이 있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자료를 모아 이슈리포트를 발표한 데 이어, 현대차그룹이 알짜 계열사도 다스에 넘기려 한 정황을 보여주는 계약서를 입수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시리아 학살 중단과 평화를 위한 촛불집회 열려

시리아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는 시리아에 전쟁과 학살, 굶주림, 대탈출이 7년 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6년 한 달여 만에 정부군의 포위 공격으로 천여 명의 주민들이 고립된 채 죽어갔던 ‘알레포 사태’가 지난 2월부터 반군 장악지역인 동구타(Eastern Ghouta)에서 재연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 모두가 안타까워하면서도 문제해결에는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적확한 해결책은 몰라도 우리 모두는 이 비극적 사태가 조속히 끝나야 한다는 것만큼은 알고 있습니다. 3월 22일 참여연대는 나눔문화,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헬프 시리아 등과 함께 광화문에서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간인 학살과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촛불을 함께 켰습니다. 시리아의 평화를 바라는 촛불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같이가치 모금함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나요’

모금함지역회원만남의날

당장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지금보다 더 나은 길을, 더 좋은 방향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러한 연구는 특허가 없어도, 돈이 되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연구 활동을 하는 이들을 지원하고, 연구 결과물을 모아 책으로, 학술지로 발간하고 있는 참여사회연구소가 논문공모전 기금 마련을 위한 같이가치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민주주의가 밥도 먹게 해주는 일에 함께하시면 어떨까요? 한 가지 더. 참여연대가 다루는 딱딱하고 어려운 이슈들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많이 활용하려 합니다. 유튜브(youtube.com)에서 ‘참여연대’를 검색한 후 채널 구독하여 어디에도 밀리지 않는 우리 상근자들의 친근한 소개와 설명을 들어주세요. 

 

3월 3일 총회는 역대급으로 많은 회원님들이 참석하셔서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처음 참석하신 회원 분들도 상당히 많았는데요. 이제 지역에 계신 회원님들을 직접 찾아뵙습니다. 3월 24일 광주를 시작으로 3월 27일에는 대전, 3월 31일에는 대구와 부산으로 갑니다. 곧 만나 뵙겠습니다. 

 

 

월, 2018/04/0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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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영업 1년, 특혜·불법·편법 인가 의혹 해소도
금융위의 반성 및 후속처리도 요원

케이뱅크 증자 능력에 대한 냉정한 검토 및 사전 예방조치 마련해야

꼼수로 삭제된 은행법 시행령 <별표>의 재무 건전성 요건 복원해야

특혜·불법·편법 연루된 금융위 관료 책임 추궁 및 재발방지 대책 필요

 

오늘(4/3) 케이뱅크가 은행업을 개시한 지 1년이 되었다. 그러나 케이뱅크에 대한 은행업 인가를 둘러싼 특혜·불법·편법 의혹은 지난 1년 동안 전혀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되었다. 케이뱅크 스스로 자본확충 능력의 한계를 계속해서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케이뱅크의 은행업 인가를 주도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역시 케이뱅크와 관련하여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가 과정에 대한 책임 추궁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케이뱅크 대주주의 불충분한 증자 능력이 자칫 금융시장의 안전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뱅크의 특혜·불법·편법 인가 의혹은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

이미 지난 2018.2.12. 케이뱅크 인가 관련 금융위의 위법한 업무처리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http://www.peoplepower21.org/Economy/1549455) 바 있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 김경율 회계사)는 케이뱅크를 위해 꼼수로 삭제한 은행법 시행령 <별표>의 「대주주 재무건전성 요건(업종 평균치 이상)」조차 복원하지 않고 있는 금융위의 무책임함을 엄중히 지적하며, 금융위가 케이뱅크의 인가 의혹 해소와 재발 방지를 위한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마련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금융감독기구의 본령에 충실할 것을 촉구한다. 

 

 

케이뱅크는 2016.12.14. 현행 은행법 하에서 향후 3년간의 자본확충 방안의 현실성과 적절성을 검증받아 은행업 인가를 받았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당시 “케이뱅크의 본인가 신청을 받아 두 달 반여 꼼꼼한 인가요건 심사를 하였으며, 심사결과 자본금, 자본조달방안, 주주구성, 사업계획 및 인력, 영업시설·전산체계 등 인가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https://bit.ly/2uJpsTg)고 밝혔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출범 전부터 ‘현행 은행법 개정이나 소유규제 특례 조항 관련 별도 입법 없이는 자본확충이 불가능하며, 이로 인해 향후 영업에 중대한 장애가 예상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2017년 9월 말 제1차 유상증자 당시 일부 소액주주들의 이탈로 증자 자금 1,000억 원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애로를 경험했으며, 새로운 산업자본 주주의 참여와 ㈜KT의 전환주 매입으로 부족분을 채우는 등 ‘땜질 처방’으로 간신히 고비를 넘겼다. 이후 예고한 2차 유상증자 또한 계속해서 지연되는 등 케이뱅크 자본확충 능력의 불충분함은 출범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애초 인가 전 케이뱅크가 현행 은행법 하에서 실현 불가능한 허위의 자본확충 방안을 제출했거나 금융당국이 이를 불성실하게 심사했음을 의미한다. 불충분한 자본확충 능력이 은행산업 전반의 안전성과 예금자 및 직원의 보호 문제로 연결되는 사안임을 고려하면, 금융위는 케이뱅크 인가 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자본확충 능력 문제를 점검함과 동시에, 지금이라도 현실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금융위는 케이뱅크의 본인가를 앞두고, 2016.6.28. 타당한 논거나 의견수렴도 없이 은행법 시행령 <별표>의 “(재무 건전성 기준이) 업종 평균치 이상일 것” 조항을 삭제해버렸으며, 이에 대한 지속적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의 복원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애초에 금융위가 은행법 시행령의 해당 조항을 삭제하지 않았다면, 2017년 9월말 1차 유상증자 이후 케이뱅크 지분을 10% 초과하여 보유하게 된 대주주 우리은행은 한도초과보유주주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인가 이후 삭제된 재무 건전성 요건을 지속적으로 충족하지 못해온 바 있다. 이러한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는 삭제된 은행법 시행령을 복원하지 않고 있다. 이는 결코 반성하지 않는 금융위의 오만을 드러내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해야 할 감독기구로서의 본분을 저버리는 행위이다. 금융위는 조속히 삭제된 시행령을 복원하여, 금융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금융회사가 은행의 대주주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밖에도 ▲케이뱅크 예비인가에서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BIS 비율 산정기준에 대한 특혜, ▲케이뱅크 주주간 계약서에 포함된 동일인 관련 조항에 대한 사실상의 면죄부, ▲금융감독원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무시한 금융위의 독단적 판단 등 규명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이런 사실들은 모두 케이뱅크 인가는 금융감독당국의 정당한 재량권 행사의 범위를 넘은 것으로서 사실상 은행법을 위반한 위법한 처분이라는 점과, 은행법의 은산분리 조항 완화를 전제로 은행업 인가를 내주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회의 입법권을 농락한 행위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케이뱅크에 대한 은행업 인가는 윤석헌 금융혁신위원회 위원장조차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할 정도로 금융감독의 정도(正道)를 벗어난 행위였다. 이제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그 불법과 편법의 실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등 재발 방지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로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금융감독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하지 못하는 금융위가 변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과거에 꼼수로 삭제한 은행법 시행령 <별표>의 관련 조항을 다시 복원시키는 것이다. 금융위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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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4/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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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자원외교 총체적 사기와 비리,

박근혜 정권의 비호 행위 진상규명과 엄벌 위해

검찰은 전면 수사를, 국회는 2차 국정조사를!

 

이명박 정권 자원외교 비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국회의원, 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

 

2018년 4월 3일(화) 오후 1시 30분, 국회 정론관

 

 

MB자원외교 진상규명 국민모임(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나라살림연구소,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지식협동조합좋은나라, 사회공공연구원, 금융정의연대,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바름정의경제연구소, 한국석유공사노동조합 : 이하 ‘국민모임’)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재산찾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안민석 국회의원, 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은 2018년 4월 3일 오후 1시 반에,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권 자원외교 총체적 사기와 비리 행위, 박근혜 정권 시절의 이에 대한 비호·은폐 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검찰의 전면적인 수사 돌입을 촉구하였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국민재산되찾기 운동본부’의 정민우 집행위원은 이미 MB, POSCO 자원외교 비리 관련 다수의 고발이 진행되었고, 계속 이어질 것임을 밝히고, MB의 사대강, 자원외교 비리, 방산 비리에 대하여 성격없는 수사와 처벌, 불법재산 환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지난 3. 30.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과 최경환 전 정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던 석유공사노조의 김병수 위원장은 “석유공사노조는 국민모임과 함께 하베스트 인수는 물론 엠비정부 시기 이루어진 석유공사의 자원개발사업 전반에 대해 비리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실체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활동해나갈 것”이라고 발언하였습니다. 백주선 민변 민생위원회 위원장은 “이명박 당시 자원외교 과정에서 고의로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에 대규모 손실을 불러일으킨 책임자들을 철저히 수사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직권 남용죄 등으로 강력히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언하였습니다.  

 

얼마 전 이명박 前대통령이 횡령·뇌물수수·조세포탈 등 18개에 달하는 범죄혐의로 구속되었지만 정작 ‘사자방’ 즉, 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과 관련된 비리 문제는 제대로 된 규명과 수사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뜻있는 언론인들의 추적보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끈질긴 대응으로 이명박 정권 시절의 자원외교 비리의 거대한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고, 석유공사 하베스트·날 인수 비리와 포스코 자원외교 비리가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검찰이 전면적인 수사에 돌입해야할 시점이라고 할 것입니다. 또한 감사원도 그동안 부실한 감사, 봐주기 감사를 했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자원외교 비리와 그에 대한 비호·은폐 문제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 역시, 주요 증인들이 출석조차 하지 않았고, 박근혜 정권의 조직적 방해로 작은 성과에 그치고야 말았던 2014년 1차 자원외교 사건 국정조사를 넘어, 정말 제대로 된 2차 국정조사를 추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총 4조 5천억의 혈세가 투입되어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자원외교 브랜드사업으로 꼽히는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의 경우 협상 과정에서 수조단위의 매수가격 뻥튀기가 이루어졌고 당초에는 계획에도 없던 노후 정유공장 NARL이 1조 3천억원으로 평가되는 등 부실인수의 정점을 찍었으며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해 책임을 지거나 제대로 처벌받은 인사가 없다는 것에 우리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석유공사노조와 국민모임은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에 대한 고발장과 이미 구속되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 촉구 서한을 검찰에 지난 3.30. 제출하였습니다. 또한 석유공사 노조는 형사고발과 별도로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과 최경환 전 정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하였습니다.

 

광물자원공사 역시 이명박 정권에서 무리한 자원외교 사업에 내몰리면서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에 막대한 혈세를 탕진하는 등 자원외교 관련 비리·부실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광물자원공사는 급증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위기에 놓였고, 결국 광해관리공단과 통합이 추진되고 있지만 광해관리공단과 지역 사회는 자원외교 부실 떠넘기기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포스코가 자원개발 사업 및 해외 투자사업들과 관련해 최소한 수천억 원의 국부를 탕진했다는 의혹과 정황들이 속속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와 부실기업들 인수 비리 의혹과 함께 포스코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자원개발 사업까지 무모하게 전개하면서 국민기업 포스코가 완전히 망가지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끊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해외 자원을 개발하고 확보하는 일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작금의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자원외교처럼 실속은 거의 없고 오로지 대규모 혈세와 국부를 탕진하는 비리와 문제점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그를 위해서 검찰, 감사원, 국회, 정부가 지금 특단의 조치와 개선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 기자회견 개요

  • 제목 : 이명박 정권 자원외교 비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국회의원·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
  • 일시 및 장소 : 4.3.(화) 오후 1시 반, 국회 정론관
  • 주최 : 안민석 의원, 윤소하 의원, MB자원외교진상규명국민모임
  • 진행안
    - 사회 :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
    - 취지발언 : 안민석 의원, 윤소하 의원
    - 자원외교 비리 실태 간략 고발 : 김병수 석유공사노조 위원장,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정민우 집행위원, 바름정의경제연구소 정휘 대표
    - 검찰의 철저한 수사 촉구 : 백주선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
화, 2018/04/0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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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효성 총수일가 고발 조치, 무분별한 사익편취 행태 근절 계기 돼야

참여연대 신고 후 약 2년 만에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 검찰 고발

향후 조속한 시행령 개정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 노력해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오늘(4/3) 효성그룹 총수 2세인 조현준 등 경영진과 ㈜효성과 효성투자개발(주) 등 법인을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 혐의로 30억 원의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참여연대가 효성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일가를 부당지원했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위반으로 신고한 지 약 2년 만에 공정위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이라는 엄중한 제재를 내린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 김경율 회계사)는 만시지탄이나 이번 결정이 시장에 만연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태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직접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신용파생금융상품을 활용한 우회적인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규제를 회피하는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효과적으로 근절하기 위해 관련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6.5.18., ㈜효성의 비상장 자회사인 효성투자개발(주)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우회적인 방법’으로 부당지원하면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공정위에 신고했다(http://www.peoplepower21.org/Economy/1415645). 조현준 회장(당시 효성 사장)이 62.78%의 지분을 보유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사실상 조현준 회장의 개인회사로, 2012년부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그 규모도 급속히 확대되어, 2014년에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효성은 경영난에 이른 총수일가의 개인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자금 지원 방안을 모색하여, 그룹 계열사인 효성투자개발(주)을 동원해 오로지 총수일가의 개인회사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총수익스왑계약(Total Return Swap, 이하 “TRS”)을 체결하도록 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 결과 총수 2세인 조현준 회장(당시 사장)에게 부당한 이익이 귀속되고 중소기업의 공정경쟁 기반마저 훼손되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가 “경영권 승계과정에 있는 총수 2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공정거래질서를 훼손한 사례를 적발하여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참여연대의 신고 이후 약 2년 만에 이뤄진 조치이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 위반을 이유로 총수일가를 고발한 것은 처음이고, 엄중한 제재를 내린 점은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공정위의 고질적인 늑장행정으로 그 의미가 반감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가 법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직접적인 지원이 아닌 다양한 우회적인 방식의 지원을 모색하고 있는 현실에서, 간접적이거나 우회적인 방법으로 부당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제재를 내린 것은 의미가 크다. 따라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이번 사례가 한편으로 ▲시장에 만연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태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공정위가 재벌 총수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조금 더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공정거래법 제23조의2는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행위 금지’를 통해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특수관계인(동일인 및 그 친족)이나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대한 부당한 이익의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입법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마치 동법 시행령 제38조에서 제한하는 특수관계인 지분율(상장법인 30%, 비상장법인 20%) 이하의 회사들에게는 일감몰아주기 등의 사익편취가 허용 가능한 것처럼 작동하고 있어 그 규제의 실효성이 퇴색되고 있다. 또한 상장법인의 경우 비상장법인에 비해 총수일가 지분이나 내부거래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장법인에 대한 특수관계인 지분율 제한이 낮은 상황이므로 이런 미비점을 보완하는 시행령 개정이 시급하다. 또한 효성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는 단지 공정거래법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행위는 결국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기 때문에 상법상 배임에 해당한다. 따라서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대표소송을 활성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여 이러한 행위에 가담한 이사들에게 철저한 책임을 묻고, 이를 통해 이러한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정위는 최근(3/20) 2018.9. 정기국회 전 마무리를 목표로 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마련을 선언하고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제정된 지 38년 된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정하여 현대적이고 실효성 있는 법제도를 구축하겠다는 공정위의 행보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공정위는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자산 5조원 이상 재벌 계열사의 기준을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모두 20% 이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는 2018.1.25.자 언론보도(https://bit.ly/2uGuoIx)에 대해 “현행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관련 지분요건을 법률 또는 시행령으로 개정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 없다”고 부인(https://bit.ly/2GvYKyy)한 바 있다. 공정한 시장경제를 창출하겠다는 공정위의 다짐이 유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태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도 중요하지만,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공정위의 발 빠른 대처가 시급한 것도 현실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공정위의 조현준 회장과 효성투자개발(주) 등에 대한 고발이 대기업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공정위가 조속히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8조를 개정하여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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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4/0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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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거래된 초고가 공동주택의 올해 공시가격, 시가 ⅔보다 낮아

 

인포그래픽_2018년공동주택공시가격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2018년 4월 3일,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에 따라, 2018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를 요구하는 “공동주택가격 의견서”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제출했습니다. 참여연대가 2017년 거래된 초고가 공동주택(아파트, 연립・다세대)을 조사한 결과, 해당 부동산의 2018년 공시가격은 여전히 실거래가의 ⅔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매년 부동산의 ‘적정가격’을 공시해야 합니다. 법률이 정한 적정가격의 정의는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입니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거래된 공동주택을 분석한 결과, 그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2013년 69.9%에서 2017년 67.2%로 하락했습니다. 또한 2017년 거래된 서울 아파트를 구 별로 살펴본 결과, 평균 실거래가가 높은 지역일 수록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낮은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참조: <실거래가 반영 못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2018.03.)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 공시가격 역시 실거래가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참여연대가 2017년 실거래가가 20억 원 이상인 공동주택 약 200호의 2018년 공시가격을 조사한 결과, 그 공시가격은 2017년 실거래가의 64.5%에 불과합니다. 또한 평균 실거래가가 10억 원 이상인 공동주택 단지 20곳의 2018년 공시가격은 2017년 실거래가 대비 70.9% 수준입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표준이 되는데, 이 기준이 실제 가격과 괴리가 큰 현상은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왜곡합니다. [표1]의 초고가 공동주택에 부과되는 보유세는 실거래가를 적용한 경우보다 많게는 1,300만 원 가량 누락됩니다. 현행 부동산 가격공시제도는 자산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의 기능마저 크게 약화시켰습니다.

 

[표]_2018년공동주택공시가격

 

이에 참여연대는 2017년 거래된 초고가 공동주택 단지를 중심으로, 여전히 실거래가에 크게 뒤떨어지는 2018년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현실화할 것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제출했습니다. 참여연대의 의견서는 국토교통부의 2018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에 따라 제출된 것이며, 이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됩니다. 이제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정상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더 이상 법의 취지를 스스로 왜곡하지 않아야 합니다.

 

▶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 참여연대가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제출한 <공동주택가격 의견서> 대상 주택 목록

[표]의견서_대상_주택

<공동주택가격 의견서>

참여연대가 제출한 <공동주택가격 의견서>는 2018년 공시가격을 2017년 실거래가 수준으로 현실화하라는 요구를 담았습니다. 다만 개별 주택에 대한 주소지가 상세히 기재되어 있어,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화, 2018/04/0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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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

2018.04

 

부조리함에 맞서는 ‘생각’은 스스로를 변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용기있게 ‘말’한다면 우리의 세상이 바뀝니다.

공포와 외로움을 이겨내고 세상을 바꾼 모든 ‘말’들을 응원합니다.

 -  atopy

 

 

04 여는글 미투운동에 나선 여성들, 그들은 촛불시민이었다 정강자

06 아참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편집팀

 

특집. 제보자들

08 공익제보운동이 걸어온 길, 가야할 길 이상희

11 의롭거나 외롭거나 이지문

14 어느 사학비리 공익제보자의 이야기 김형태

 

사람

18 통인 활동가의 일 -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선희

24 만남 95년생, 김현우 - 김현우 회원 호모아줌마데스

 

칼럼

30 경제 부동산 보유세, 네 가지 오해와 진실 이상민

32 환경 슬픈 쓰레기 장성익

 

만화

34 만화 이럴 줄 몰랐지 <일상의 친구> 소복이

 

살맛

36 읽자 책으로 떠나는 여행, 여행으로 떠나는 책 박태근

38 듣자 제주 4·3항쟁 7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노래들 서정민갑

40 떠나자 나의 인생여행지, 추억의 보길도 정지인

 

기획

42 기획 『참여사회』 같이 읽기 ‘딱 좋은 날’ 이은주

 

뉴스

46 현장 최저임금 인상부담, 상생으로 분담하자! 편집팀

47 공유 이달의 참여연대 박정은

51 심층 남북한과 일본이 함께 ‘핵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해야 한다 신미지

52 담론 시민사회의 변화된 조건과 시민단체 역할론 김건우

54 참여 2018년 ‘재벌대기업 불공정 근절과 경제민주화’에 힘써야 이재근

56 참여 뛰어라 참여연대! 날아라 민주주의! 이영미

58 참여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시민참여팀

 

알림

60 투명회계 생동하는 새봄, 더욱 힘차게 뛰겠습니다 김현정

62 튼튼날개 참여연대에 날개를 달아주세요 김민정

 

 

월, 2018/04/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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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운동에 나선 여성들,
그들은 촛불시민이었다

 

글.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태어날 때 세상을(鄭) 편안하게(康) 살아갈 놈(子)이라고 얻은 이름인데 아닌 것 같아 분한 마음이 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줄곧 일상의 재구조화를 꿈꾸며 사나보다.

 

 

미투

 

‘#MeToo’라는 사회운동 언어의 의미 

“초등학생이던 날 추행했던 자식아. 부끄럽고 비겁한 줄 알아라.”

“나는 회사의 꽃·치어리더· 꽃뱀·기쁨조도 아니다.”

“도둑질은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왜 강간은 피해자가 예방해야 하는 문제라고 해야 하는가?”

 

지난 3월 22일 밤 ‘미투(#MeToo)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준비한 청계광장 게시판에 나붙은 대자보다. 무대에는 검은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두려워서 묻어버린, ‘괜찮아질 거야’ 하고 가슴속에 꾹꾹 눌러 밟고 버텼던 성폭력의 그림자가 도저히 괜찮아지지 않아서 ‘미투 2018분 이어 말하기’에서 흐느끼듯 말을 잇고 서 있다. 그녀는 너무나 보통의 직장여성이었다. 

성폭력이라는 괴물은 경계선이 없다. 진보와 보수, 나이, 지식, 재산, 직업, 종교, 그 모든 것을 가리지 않는다. 

 

그날 무대에 섰던, 대자보를 붙였던, 광장에 앉아 지지와 연대를 보내던 여성들은 2016년~2017년 광장에도 나와 촛불을 들었을 것이다. 이게 나라냐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고, 성평등이 민주주의를 완성한다고, 나는 촛불시민이라고 함께 개혁과제를 외쳤던 바로 우리들이다.

 

그들이 외치는 #MeToo는 ‘나도 고발한다. 혼자가 아니다. 함께 연대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미 #WithYou를 포함하고 있는 사회운동 언어이다. #WithYou는 시민 · 남성의 공감과 참여를 넓히고 지금까지 가해자 측의 지배적인 반격 논리인 피해자 유발론·책임론에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한 발짝 떨어져 지지한다거나 도덕적 결백을 주장하며 성폭력으로부터 자신 혹은 속한 집단을 분리시키는 용도로 오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MeToo면 그로 충분하다.

 

#MeToo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개인, 조직, 사회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2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미투운동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 88.6%가 #MeToo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74.4%는 동참할 의사가 있고, 피해자를 격려한다는 응답은 73.1%였고, 미투운동이 지속적 캠페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응답자는 63.5%로 나타났다. 사람들의 성폭력에 대한 의식이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회변혁이다.

 

거대한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발 이후 제도권·비제도권 권력의 정점에 있는 가해자가 권력구조의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피해자에 대한 검찰·문학·예술·종교·대학 내 성폭력이 사회를 뒤흔들었다. 언론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즉 권력형 성범죄에 주목하여 보도하였고 미투운동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일터 · 학교 · 친족 · 가정 등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에 대한 ‘미투’가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보호할 제도적인 보완과 지원책이 더욱 시급해졌다. 2차 · 3차 피해 우려가 있고,  긴급 생활지원의 손길도 절박하다. 이뿐인가. 성폭력 피해자와 미투운동 공익활동가들이 오히려 명예훼손·무고 등으로 역고소 당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또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가 아닌 사업주를 통해 간접 제재로 인해 예방 효과가 적고, 직장 내 성희롱 관련해 근로자의 지위를 협소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국회도 미투운동이 기존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구조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혁명적 단초로 보고, 현행법과 제도를 검토하여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를 위한 법적 정비하겠다고 한다. UN인권위원회는 2011년과 2015년 두 차례 우리나라에 대해 명예훼손 형사범죄 폐지를 권고한 바 있고, OECD 국가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범죄화하고 있는 나라는 소수이다. 또 ‘펜스룰’에 숨어 직장 내 성차별을 고착시키려는 시도는 비겁한 협박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일상과 조직에 천착해 있는 성폭력을 도려내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그것은 성차별적인 사회를 바꾸려는 거대한 혁명이기 때문이다. 여성단체가 최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하여 “성평등을 헌법 원리와 국가 목표로 설정해 하위 법령과 제도, 정책에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우리 사회의 뒤처진 성평등 현실을 직면한 무거운 비판이었다. 우리의 현실을 UNDP①가 만든 각 나라의 성평등효과성 측정프레임에서 평가해 본다면 ‘젠더문제를 주류화시키지 않은 채 별개로 취급하는 특별화(targeted) 단계’로 중위 수준을 면치 못할 것이다.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 유엔 개발 계획

월, 2018/04/0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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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이명박 대통령의 구속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그가 구속되던 날, 『참여사회』 2014년 7월호(MB의 긴 그림자)와 2017년 12월호(MB리턴즈)를 다시 꺼내보았습니다. 그동안 『참여사회』는 이례적으로 MB 특집을 두 번이나 다뤘습니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이제 국민들은 그가 2012년 한 연설에서 그가 외친 이 말을 고스란히 돌려줍니다. 

 

언제쯤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대통령을 안 볼 수 있을까요? 임기는 끝나도 임무는 끝나지 않습니다. 전임 대통령이 자신의 임무를 다하게 하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몫인 듯합니다. 시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그때나 지금이나 멋진 표지작업을 맡아준 박정진 디자이너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한편,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려 우리에게 찾아온 미투 운동은 경이롭습니다.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준 이들을 위해 참여연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참여사회 4월호 <특집>을 ‘제보자들’로 정했습니다. 참여연대 설립 당시부터 이어져 온 공익제보운동은 제보와 고발, 폭로를 통해 사회의 권력구조를 드러내고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미투운동과 맞닿아 있습니다. 공익제보운동이 걸어온 길,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살펴보고 제보자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지켜야 할 수칙도 소개합니다. 참여연대는 앞으로도 의로운 이들이 외롭지 않도록, 언제나 ‘제보자들’과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이번 달 <통인>은 박정은 신임 사무처장을 만납니다. 그는 벌써 18년 차 활동가이자, 참여연대 24년 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여성 단독’ 사무처장이기도 합니다. 그는 활동가의 일을 끊임없이 돌을 굴려야 하는 시시포스의 삶에 비유합니다. 끈질기고 오랜 세월을 거쳐 ‘극한직업’이라는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맡게 되기까지 인간 박정은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만남>의 호모아줌마데스는 청년참여연대 정치분과장 김현우 회원을 인터뷰합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그 배움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청년입니다. 선거제도를 바꿔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발적으로 국회 앞 1인 시위를 100차례 이상 하기도 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에 이어 또 한 세대를 이어갈 ‘95년생 김현우’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4월과 5월에는 ‘참여사회 읽기모임’이 열립니다. 따뜻한 봄날, 마음 맞는 이들이 함께 모여 『참여사회』를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참여연대에서 읽기모임 진행자를 위한 워크숍도 준비하고 있으니 언제든 문을 두드려주세요. 

 

 

 

통인동에서

참여사회 편집진 올림

월, 2018/04/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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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2018년 2월 제232호_김형용 |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기획주제

돌봄과 복지, #MeToo

기획1 페미니트스 관점에서 본 '미투 운동'의 사회적 의미

          이나영 |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기획2 돌봄 노동자가 경험하는 성폭력, 구조적 원인과 개선방향
          김양지영 |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기획3 사회복지, 권력, 그리고 미투(#MeToo)
          곽효정 | 성민종합사회복지관 부장

기획4 장애인거주시설의 성폭력, 구조적 원인과 대안

          양혜정 | 사회복지사

 

동향

동향1 사고의 전환: 탈시설의 현재와 미래
          조아라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동향2 열정을 가로막는 보상체계: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 과제
          김형용 |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복지톡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 | 홍윤희 장애인 이동권 컨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복지칼럼

시대를 역행하는 정신장애인의 사회복지사 자격취득 배제 |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

 

생생복지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범죄 피해실태와 대책 | 십대여성인권센터

일, 2018/04/0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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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범죄 피해실태와 대책1 

 

조진경 |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생생복지>코너를 개편합니다. 그동안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 소속 12개 단체의 소식을 전하던 것에서, 복지·인권·노동 등 보다 다양한 현장활동 단체에 대한 소개와 사업내용을 소개하는 코너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지역복지 소식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활동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복지동향 편집위원회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십대·여성·디지털 상의 성매수 범죄 피해 지원을 비롯한 성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로, 여성가족부로부터 아동·청소년 성매매 피해 상담소 및 사이버또래상담사업과 서울위기청소년교육센터를 수탁 ·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16년도부터 아산나눔재단 Partnership ON 혁신리더 기관으로 선정되어 성매매피해청소년 대상 전문상담소 모형 프로젝트 ‘S·N·S(Stop N Start)'를 운영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수 범죄 피해 실태

 

“이 어플을 알게된 계기는 휴대폰에있는 앱스토어에서 추천어플을 통해 알게되었고 호기심에 다운을 받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보고만 있다가 사람들이 하는걸 보고 따라해봤습니다. *톡을 처음 깔때는 나이, 성별, 닉네임 작성후 가입이 완성이 됩니다. 나이 연령대는 20대부터 60까지 있었고 청소년들은 나이 속여 20살로 토크를 올렸습니다. 저는 프로필 완성 후 토크를 올렸고 몇분이 지나지 않아 15개의 쪽지들이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쪽지오는것만 보고 있다가 32살 남자에게 쪽지를 받아서 채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남자는 처음부터 조건이냐고 묻지는 않고 실제로 나이가 몇살이냐 어디사냐며 묻기를 시작했고 저는 하나하나 답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지금 할꺼 없으면 아저씨랑 만나서 놀래 라면서 물었고 마침 주말이라 저는 알겠다하고 집근처에서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차에서 얘기만 하다가 차를 돌려 자기집으로 갔습니다. 전 여기에 왜 왔는지 몰라 물었고 그 남자는 조건할거 아니냐면서 집으로 들여보냈고 조건이라는게 돈받고 관계한다는건 알고있어서 어떨결에 맞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더니 그 남자가 하는말이 너 조건이 처음이구나하면서 다 알려주었고 저는 그사람이 시킨대로 하였습니다. 관계가 끝난후 그사람은 저에게 10만원을 주었고 집앞까지 대려다 주었습니다. 그사람이 자기와 연락하고 지내자면서 번호를 주었고 저는 그때 처음으로 조건을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한번만하고 끝내야지 했던게 그 사람을 만나고 나서부터 달라졌습니다. 처음만난 그 사람과 일주일에 두번씩 만나면서 관계를 헤왔고 저는 매번 돈 때문에 응해주었습니다“

 

- 2016년 피해 아동청소년의 진술서 중 일부 발췌2)

 

 

2017년은 성매매를 통해 여중생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기사로 시작되어 청소년기부터 성착취 범죄에 이용된 20대 여성의 에이즈 감염 기사까지 보도되면서 우리 사회 전체가 충격과 에이즈 확산에 대한 공포에 휩싸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수사기관과 언론, 시민들은 여중생에게 에이즈를 감염시킨 사람과 여중생에게 에이즈 감염이 된 사람들을 추적하는 것에 집중하였으나 채팅 앱의 특성 상 수사가 불가능 하다는 점, 여중생이 성폭력과 강요에 의해 성매매에 지속적으로 이용됐다는 사실이 추가 확인되었다. 이것은 채팅 앱을 통한 아동·청소년 이용 성매수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의 참혹함, 그리고 현재 사이버 상에서 아동·청소년들이 얼마나 쉽게 성매수 범죄에 노출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이 발생된 후에도 아동·청소년을 성매매로 유인/이용하는데 활용되는 사이버 환경은 확대, 발전하고 있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의 문제점과 개정방향3) 

대상 아동·청소년 개념의 삭제

1) 대상 아동·청소년 개념의 불합리성

대상 아동·청소년은 소년법 제4조 제1항 제1호 ‘죄를 범한 소년’처럼 취급되어, 국선변호사 선임 지원에서 배제되며 그 외 다양한 피해자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원래 소년법상 보호처분 규정 입법취지는 처벌이 아닌 보호와 구제를 하려던 것이었지만, 사실상 보호처분의 성격은 국가에 의한 강제처분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면이 강하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종류는 보호자 등 감호 위탁, 수강 명령,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 보호시설 위탁 외에 소년원 송치까지 있어서 성인 성매매 행위자에 대한 보호처분보다 매우 엄격하게 되어 있다. 더욱이 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들에 대해서는 성인 성매매 행위자와는 달리 처벌 대상이 아님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아청법 제38조 제1항), 이러한 보호처분 절차를 거칠 수 있어서, 이를 빌미로 성 매수자나 알선자들에 의해 해당 아동·청소년이 협박당하는 현실은 큰 문제이다.

 

2) 대상아동ㆍ청소년을 삭제하고 피해아동ㆍ청소년으로 통합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9조에 의하면 성적학대를 포함한 성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고, 2004년에는 아동매매, 아동성매매 및 아동음란물에 관한 선택의정서가 채택되었으므로 성매매 아동·청소년은 성착취를 당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성매수 범죄에 이용된 아동·청소년 성매매의 경우는 자발·비자발이 중요한 개념이 아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수 범죄의 경우, 대상/피해 혹은 자발/비자발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법제도적・사회환경적으로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아동·청소년의 지위를 염두에 두면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와 성폭력과의 경계가 모호한 현실을 보면 성매매의 상대방이 된 아동·청소년 모두를 피해자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므로 대상 아동·청소년에 대한 규정을 삭제하고 이들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보아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상담, 교육, 보호,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피해 아동·청소년에 대해서는 처벌, 보호처분을 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보호·지원에 중점

성매매 아동·청소년에 대해서는 보호 및 재활을 위하여 처벌하지 아니한다(아청법 제38조제1항)고 규정하고 있는 바, 보호처분도 부과하지 않는다고 명시하여야 한다. 성매매에 이용된 아동·청소년들은 제재의 대상자가 아니라 피해자이며, 보호받을 대상이다. 그들에 대한 상담이나 교육은 소년법의 보호처분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동·청소년 성매매 피해자 지원기관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처럼 아동·청소년을 보호처분을 통해 피의자 신분으로까지 만들고 처벌하는 인상을 주게 되어, 성인 성구매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도록 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성매매 유입 및 재유입 방지와 관련하여 가장 큰 특징은 어떠한 경우에도 18세 미만의 성매매 아동·청소년은 형사 제재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본인의 자발성 여부와 상관없이 철저하게 성매매 및 약취 피해자로 간주함으로써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자유롭게 외부에 알릴 수 있도록 권장한다. 

 

통합적 지원 시스템의 마련

대상 아동·청소년을 삭제함과 아울러 현행법의 보호처분 부분을 삭제하고, 성매매의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은 성착취 피해자로 보아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이나 성매매 피해자가 받고 있는 지원을 모두 받을 수 있는 통합적 지원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위와 같은 내용의 ‘아청법’ 개정안 2개가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① 대상청소년 개념 삭제, 보호처분 삭제, 피해자로 지원체계에서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하는 개정법률 발의 됨. 2016.08.08. 남인순 의원실

② 더불어 장애 아동청소년대상 성매수 범죄 가중처벌, 13세미만 아동대상 성범죄자 공소시효배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 확대 등의 내용으로 김삼화 의원실에서 개정법률 발의. 2017. 2.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아청법 개정촉구를 위한 온·오프라인 정치행동

2017년 12월,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아산나눔재단의 지원을 받아 ‘닷페이스’와 아청법 개정 촉구를 위한 “Here I am"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Here I am” 프로젝트는 아청법 개정을 목적으로 영상 제작 및 배포, 서명 캠페인, 피해자 지원 모금활동 등 총 3가지로 진행되었다. 아동·청소년 성매수자에 초점을 맞춰 실태를 담은 영상4)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아청법 개정 촉구 온라인 정치행동(서명운동)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총 4명의 국회의원이 찬성 응답으로 힘을 실어주었고, ”피해자를_피해자로“ 아청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은 목표인원 10,000명을 넘어 12,615명의 서명을 달성하였다. 모금활동 역시 목표금액 5,000,000원을 넘어 40,615,946원의 모금을 달성하였다. 성황리에 마무리된 아청법 개정촉구 온라인 정치행동 캠페인은 2018년 2월 8일, 국회에서 온라인 행동 참여자들과 함께 의견을 나눈 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각 의원실과 법제사법위원회 의원실에 아청법 개정을 촉구하는 우리의 의견(서명지)을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사진=십대여성인권센터 제공>

 

2월 8일 진행한 오프라인 운동은 <“Here I am, 우리가 국회에 갔다”: 아청법 개정촉구를 위한 오프라인 정치행동>이라는 제목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하였으며, 십대여성인권센터와 닷페이스, 빠띠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서 공동 주최하였다. 남인순, 김삼화, 권미혁, 정춘숙 의원 그리고 여성가족부 이금순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의 인사와 결의의 발언과 함께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아청법 개정운동 경과 보고, 참가자 자유발언 그리고 서명전달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아청법 개정 촉구 서명에 참여한 시민이 남인순 의원실에 보낸 메시지를 싣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안녕하세요 남인순 의원님. 저의 지역구 의원님이기 해서 반갑네요. 저는 18살 여고생인 동시에 성매수 피해 여성청소년인 박**라고 합니다. 

추운 겨울,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가출을 선택했습니다. 현실은 거리보다 추웠습니다. 청소년이고 돈이 없는 저는 갈 곳이 없었고 (쉼터라는 곳을 오기전까지 말이죠.) 가출비용이라도 벌어보자는 생각에 채팅앱을 깔았습니다. 만나자고 채근대는 남자들, 용돈 줄테니 한 번만 봐달라는 사람들을 보면서 소름이 끼쳤습니다. 성관계를 통해 버는 돈은 다른 노동을 통해 버는 돈보다 현저히 많았고, 그 덕에 저는 며칠을 그나마 안전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예, 저는 돈이 없었고, 결국 성매매라는 것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자발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최후의 보루랄까요? 솔직한 심정으로 사실 후회가 되지도 않습니다. 왜냐면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그때는 없었으니까요. 저에게는 남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온전히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고, 그러지 않았으면 맞아야 하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추운 거리에서 얼어죽었겠죠. 

나중에 알았습니다. 저와 같이 내몰린 많은 여성청소년들이 저와 같은 선택을 한다는 것을요. 내몰린 상태에서 한 선택이 자발적인거라고 볼 수 있나요? 그것이 자발적이냐고 물으면 저는 그것이 절대 자발적일 수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는 자발적 성매매로 보고, 피해자의 대우가 아닌 가해자처럼, 보호처분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사실 이걸 성매매라고 부르기도 애매합니다. 제가 그 일을 겪고 나서 나름 공부라는 걸 해봤는데 성매매라는 표현보다는 성매수라는 표현이 제 경험을 설명하는데에는 훨씬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탈가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탈가정 후 저에게 돌아온 현실은 너무 가혹했고, 나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던 탈가정이 결국엔 저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었습니다.

아청법이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 아닌가요? 저는 의원님께 이것이 진정한 보호라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금의 법으로서는 저를 포함해 저와 같은 다른 친구들을 도울 수 없고 보호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진정한 보호를 바랍니다. 섬세한 법 부탁드립니다.“

 

-아청법 개정 촉구 서명에 참여한 시민이 남인순 의원실에 보낸 메시지


1) 이 글은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회지 2018년 봄호에 실린 글을 수정 게재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2) 교정·교열 없이 그대로 게재함을 밝힙니다.
3) 조진경 외(2016),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253-257쪽 참조.
4) https://youtu.be/KZTEhC-HfEg 에서 영상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일, 2018/04/0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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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역행하는 정신장애인의 사회복지사 자격취득 배제

 

 

김도희 |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

 

정신장애인1)은 사회복지사가 될 수 없다

지난 해 9월, 국회에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정법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정신질환자를 원칙적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취득의 결격대상자로 규정하였다. 즉, 정신질환자 중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사람은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시험에 응시해도 된다는 내용의 진단을 받지 못하면 응시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로써 개정법은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공표조치, 사회복지사의 자격취소자에 대한 일정기간 자격재교부 금지 등 일부 긍정적인 개정취지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뒤이어 「약사법」 개정안도 통과되었다. 개정법은 약사회가 정신질환자 등 결격사유가 있는 약사(한약사)에 대해 면허취소처분을 요구할 수 있도록 제한수위를 강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헌법상 보장된 직업의 자유가 단지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 제한되는 현실도 문제지만, 그 배경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팽배해 있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낙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더욱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직업의 자유 침해, 법으로 공공해지다 

결격조항이란 각종 자격이나 면허제도에 있어서 업무가 적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 자격이나 면허가 부여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거나 특정 업무에 종사, 특정 서비스의 이용 등을 금지하는 법령상의 규정을 말한다. 이 중 절대적 결격조항은 특정한 사유로 자격이나 면허 등의 부여를 일률적으로 예외없이 금지한다. 이에 비해 상대적 결격조항은 특정한 사유가 있더라도 곧바로 자격이나 면허의 부여를 금지하지 않고, 그의 개별적 사정에 따라 금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정신질환자의 경우 법률에 따라 절대적 결격조항으로 삼고 있는 경우도 있고(모자보건법, 영유아보육법 등), 상대적 결격조항으로 삼고 있는 경우도 있다(사회복지사업법 및 다수의 법률).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는 필연적으로 직업선택 또는 유지의 자유, 영업의 자유 등을 제한하기 때문에 법령에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설령 제한한다 하더라도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배해서도 안 된다. 

 

복지부의 방임으로 조각나버린 희망

보건복지부는 개정「정신건강복지법」에서 정신질환자의 정의를 축소하면서,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이른바 중증정신질환자(‘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로 축소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 왔다. 즉, 가벼운 우울증 치료만 받아도 법적 정신질환자가 되어 영양사, 조리사, 위생사, 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 장례지도사 등 면허 및 자격 취득이 원천 차단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현재 총 25개 법률에서 자격 취득을 금지하고 있으며, 당초 25개 법률을 일괄적으로 개정할 예정이었으나 상임위 논의과정 중 각 자격의 특성을 고려하여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의가 비단 복지부 내부에서만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결격조항과 법적차별의 문제는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법제처,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하여 의료계, 학계에서 끊임없이 제기해 온바 있다. 그러나 「정신건강복지법」이 통과되고 시행되기까지 1년이 시간이 있었고, 시행된 지도 곧 2년이 되어가지만 단 하나의 법도 바뀌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자격을 제한하는 법이 늘어나고, 자격정지에서 면허취소로 정도가 강화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사회복지사업법」과 「약사법」은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는 법이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고 있고, 실제로 복지현장에서 문제없이 일하고 있다. 결격조항 한 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꿈과 희망이 좌절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던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왜 부당한가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결격조항의 사유가 다른 결격사유와 다른 점은, 그것이 범죄도 아니며, 법원의 선고도 없이 정신질환 판정만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다른 결격사유는 법원의 선고(후견심판, 파산, 형사판결)나 연령(미성년) 등은 대상자가 명확하고 어느 정도 수긍도 가능하지만 정신질환자는 그 대상자를 확정하기 어렵고 정신과 전문의의 판정이 있더라도 주관적일 가능성이 있으며, 심지어 회복가능성도 있어 고정된 법적 지위로서 작동하기가 어렵다. 해석컨대, 정신장애인의 자격제한은 ‘잠재적 위험’을 우려한 것이고, 업무수행능력이 없을 것이라는 ‘무능력’을 전제한 것이다. 이렇듯 대부분 정신장애인의 자격제한 규정은 정신질환의 잠재적 위험과 무능력의 추정이 입법적 근거로 활용된다. 그러나 그 위험은 현실화된 것이 아니며, 시험이나 면접 등으로 능력을 가를 수 있는 대체수단이 있음에도 업무수행능력의 결여를 추정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실효성 측면에서도 문제다. 정신장애인을 자격이나 면허취득에서 배제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행정청이 인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신질환이 있더라도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를 알 수 없고, 결국 본인 스스로 정신과 진료 사실 여부를 고지해야 한다(진단서 등의 제출). 그러나 이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알리도록 강제하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연결된다. 과거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거나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사유만으로 정신질환자의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신과 진료를 기피하게 결과를 초래하고, 결국 정신질환에의 조기개입과 치료기회를 차단하여 만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우게 된다. 또한 이러한 차별로 인한 불이익은 결국 정신장애인의 일상생활 영위를 곤란하게 함으로써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통합 및 자립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

목적의 정당성조차 불분명한 법률의 절대적 결격조항은 원칙적으로 삭제하고 필요한 경우 상대적 규정으로 개정해야 한다.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를 어떤 사람의 단일한 속성으로 꼬리표붙여 이를 근거로 자격이나 면허의 취득과 보유를 금지하는 규율 방식을 폐지하고, 질병, 장애 등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를 사후적인 제한사유로 하여야 한다. 즉, 업무를 수행할 때 타인의 안전에 구체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사회복지사의 경우 자격취득 자체는 제한없이 가능하도록 하고, 다만 업무 특성상 현장에서 이용자들을 접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현장일을 하는 경우에 한하여 사후적 또는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는 있다고 생각된다.

 

설령 업무의 성격상 제한이 필요하더라도 현행과 같이 「정신건강복지법」제3조의 정의를 그대로 차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체적 질환과 정신적 질환을 동등한 자격제한 사유로 다루어야 하고, 업무수행능력에 따라 단순한 개념이나 지위가 아닌 개인별 상태로 규정하여 직업의 자유 침해와 사회적 낙인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이 때 직무수행이 지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필기시험, 면접, 실습, 신체검사 등 필요한 과정을 거쳤다면 원칙적으로 업무수행능력이 있다고 추정되어야 한다. 또한 관계기관에서 직무수행의 어려움을 확인한 경우라면 일정한 소명절차나 청문절차를 거쳐 판정하고, 추후에라도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1) ‘정신장애인’이란, 「장애인복지법」제2조를 종합하면 정신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로 인하여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한편 ‘정신질환자’란,「정신건강복지법」제3조에 따르면 망상, 환각, 사고(思考)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특히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대체적으로 유사하게 정의되고 있는바, 이 글에서는 맥락에 따라 혼용한다. 

일, 2018/04/0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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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

홍윤희 장애인 이동권 컨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인터뷰 및 정리: 조준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한 해외 여행전문 매체는 관광객이 한국에서 꼭 경험해야할 것으로 ‘서울 지하철 타기’를 꼽았다. 깔끔하게 유지되는 역사와 열차운행 정보 알림, 심지어 지하철 내에서 원활하게 전화통화와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수한’ 교통수단으로 평가받는 이유란다. 하지만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잠시 눈을 돌려 보면, 엘리베이터와 리프트를 찾아 비장애인에 비해 더 먼 길을, 더 힘겹게 이동하는 ‘교통약자’를 볼 수 있다.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시스템만큼이나, 서울 지하철은 상대적으로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 보급률도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인프라 ‘보급률’이 설명하지 못하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다. 장애인 이동권 컨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는 2016년부터 교통약자를 위한 서울 지하철 환승지도를 만들어오고 있다. 어려움 속에 만든 지도이지만, 결국에는 이런 지도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차이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을 꿈꾼다고 이야기하는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한다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컨텐츠를 만드는 협동조합 ‘무의’에서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홍윤희라고 한다.

 

장애인 이동권 컨텐츠에 관심을 갖게 되고, 무의라는 협동조합까지 만든 계기가 있다면?

딸이 휠체어를 탄다. 지하철을 좋아하는 딸과 서울 시내를 많이 돌아다녔다. 그러다보니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래서 2015년, 딸 이름에서 제목을 딴 “지민이와 그곳에 쉽게 가고 싶다”라는 제목의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휠체어를 탄 딸과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며 경험하는 일들을 담은 것이었다. 이를 통해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가 이동하기 어려운 환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의는 2015년,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김건호씨를 만나 만들게 된 협동조합이다. 김건호씨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면서, 2015년 당시 “20 States on Wheel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20 States on Wheels”는 휠체어를 타고 미국 각지를 다니며, 장애인을 위한 여행책자를 제작하는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였다.

 

휴학 기간, 한국에 들어와 있던 김건호씨는 휠체어를 타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는 비디오 컨텐츠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당시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던 나에게 지인이 소개를 시켜줬다. 이후 김건호씨와 함께 장애인 이동권을 주제로 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고, 그렇게 2016년 초부터 무의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육성 과정에서, 2016년 말 협동조합 형태로 법인을 만들게 된 것이다.

 

협동조합 이름이 독특하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무의라는 이름은 김건호씨가 제안했다.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 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당시에도 이름을 너무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닌가, 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오히려 무의라는 이름을 들은 사람이 뜻을 되물어보고, 외국어든 한국어든 해당 언어로 그 뜻을 설명해줄 수 있어서 좋은 이름이라고 하더라.

 

장애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의미는, 결국 장애인이 불쌍하거나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를 뿐이라는 인식을 하는 것이다. 무의는 그 다름을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것은 장애인의 인권 측면에서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사회의 다양성을 늘려나간다는 면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교통약자를 위한 서울 지하철 환승지도를 만들어 공개했고,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전에도 지하철역 벽면에 엘리베이터 위치 등을 보여주는 지도가 있었다.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별도의 지도를 만들게 된 것인가?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은 ‘불확실성’이다. 가령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몇 층에 내려 몇 호선을 이용할 수 있다” 는 수준의 간단한 정보만 제공되어도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는데, 아예 그 정도도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부터 지하철 역사에 지도가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아마 지하철역에서 계단, 복도 등이 표현된 지도를 보신 적이 있으실 거다. 정말 자세히 보지 않으면 가야할 방향을 알아내기가 어렵고, 그 복잡한 경로를 머릿속으로 외워 이동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노선마다 관리하는 주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발생했다. 1~4호선은 서울메트로가, 5~8호선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같은 역임에도 본인들이 관리하는 구역에 대해서만 약도를 표시해놓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어떤 노선의 역무실로 연락해야하는지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떠올려 보라. 서울메트로가 관리하는 2호선과 4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는 5호선이 통과하는 역이다. 이런 곳은 장애인이 환승 정보를 얻기 더욱 힘들다.

 

지금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되었고, 안내문 부착, 그리고 지도 디자인도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있다. 최근에는 지하철의 역무원 수를 줄이려는 추세까지 더해졌는데, 역무원이 줄어들면 역무원의 지원을 받아야하는 교통약자로서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지하철 역사 내 답사 모습. 사진=필자제공>

 

지도를 만든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지도를 만든 제작 과정을 소개한다면?

그렇다. 크라우드펀딩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환승지도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독서모임을 통해 알게 된 계원예술대학교 교수님께서, 본인과 학생들이 함께 도와주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2016년 여름, 계원예대 학생 4분과 14개 역을 직접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며 지도 제작 작업을 시작했다. 또, 이렇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소식을 전해들은 한 기업의 사회공헌 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해당 부서 직원 분들이 4개역 정도를 담당해주셨다. 그렇게 완성된 총 18개 역에 대한 환승지도를 2017년 초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게 되었다.

 

공개된 환승지도를 보고, 필요성을 공감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후에도 지도 제작을 지속해야 했지만, 인적, 재정적 여력은 여전히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원활동가를 조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자원활동가로 신청하신 분 중 서울디자인재단의 연구원이 계셨고, 그 분이 환승지도 프로젝트를 서울디자인재단 내에 공유해주셨다. 이에 재단에서는, 재단 차원의 프로젝트로 진행해도 좋겠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인연이 꼬리를 물고 연결되었고, 서울디자인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금의 33개역, 58개 구간에 대한 지도까지 완성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완성된 지도에서 더 개선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힘들게 만든 지도지만,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을 이용하며 느끼게 되는 총체적 경험을 의미함) 측면에서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그런 점은 개선여지가 있다.

 

더 중요한 문제로는, 현재 무의의 지도는 실제 현장에서 변경사항이 생겼을 때, 가령 리프트 위치가 바뀐다든지, 수리 중이라든지 등의 일이 있을 때 그런 수정사항을 손쉽게 반영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일일이 파악하고 해당 지도를 통째로 대체해야하는 형태로 되어있다. 그래서 이것을 구조화시켜, 그런 변경사항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드는 게 올해 목표 중 하나다. 

 

우리가 만든 지도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기존 지하철 안내 어플에 탑재되어야 한다. 지하철 관련 어플이라는 건 결국 노선안내 기능이 있어야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 지하철 노선 안내 어플에 탑재될 수 있도록 어플과 같은 형태로 구동되도록 설계하고 제작한 것이다. 변경사항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구조화가 이뤄지면 어떤 지하철 노선 안내 어플에 탑재되더라도 쉽게 수정, 변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어떻게 하면 변경사항을 쉽게 적용할 수 있을지, 혹은 시민이 함께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가능한지 등을 공부 중이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2016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정말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환승지도 프로젝트의 ‘완성’은 어떤 모습일까?

최종 목표는 사실 이런 지도가 필요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현장에 안내문이 제대로 부착되어 있거나, 도움을 줄 사람이 있다면 굳이 이런 지도를 보고 다닐 필요가 없지 않나.

 

호주 시드니에 방문했을 때, 전철을 이용하면서 굉장히 놀랐다. 시드니 전철은 승강장과 객차 간 높낮이 차이가 크다. 휠체어로 이동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란 의미다. 그런데 시드니에서는, 2명의 역무원이 승강장에 상주하고 있더라. 그래서 유모차나 휠체어 등 도움이 필요한 승객이 승강장에 나타나면 요청하기도 전에 먼저 다가온다. 그리고는 승객에게 하차할 역을 묻는다. 승객이 A역까지 간다고 답하면, 곧장 A역에 전화해서 “A역 몇 번 칸에서 0시 0분에 내릴 예정이니 휠체어용 발판을 가지고 기다려라”, 라고 연락을 취하는 식이다. 이렇게 필요한 자리 필요한 정보가,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도움을 줄 사람이 있으면 지도가 필요 없지 않겠나.

 

환승지도 어플이 필요 없는 상황이 오려면, 비장애인도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의 어려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휠체어로 지하철을 이용할 때 경험하는 구체적인 어려움은 무엇인가?

세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 번째는 인프라가 없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나 리프트가 없는 곳부터,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으나 좁거나 험하게 만들어진 곳도 많다. 두 번째는 정보 파악의 어려움이다. 인프라가 있다 하더라도 안내 표지판이 아예 없거나, 적절한 곳에 부착되어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탄 사람의 눈높이에 부착되어야 하는데 너무 높은 곳에 부착된 안내 표지판은 못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는 시민들의 인식이다. 특히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어르신과 장애인, 유모차를 끄는 사람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장애인의 특수한 욕구를 인정하지 않으면 갈등이 생긴다.

 

한 가지 사례를 들자면, 환승지도 제작을 위해 노원역에 조사를 나갔을 때 겪은 일이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분과 동행하며 조사를 하고 있었는데, 어르신 한 분이 새치기를 하며 먼저 탑승하시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대뜸 “장애인이 대통령보다 더 대접 받는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여전히 이런 인식을 가진 분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인프라와 정보접근성은 정책적, 행정적 노력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민들의 인식 개선은 그보다 어려운 일인데, 이와 관련한 대안이 있다면?

그렇다. 특히 지하철은 세대 간 갈등의 공간이기도 하다. 한쪽에서는 어르신과 젊은이가 다투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어르신에 대한 무임승차가 지하철 적자의 요인이라며 노인 세대를 비판하는 이야기가 있는 상황이다. 노원역에서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과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들었고, 무의의 소셜미디어에 고민의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어르신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경험하게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가장 많더라.

 

그러다가 마침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는, 50세 이상 은퇴자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곳에서 무의의 환승지도 프로젝트를 어르신들과 함께 진행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온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그 기관과 연계해서, 어르신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조사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지하철 환승지도 작업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간략하게 어떤 일들을 했는지 소개해준다면?

휠체어를 타는 딸에게서 영감을 많이 얻는데, 딸이 아이돌 가수를 좋아한다. 작년에만 공연장에 5차례 방문했다. 그러다보니 공연장에서 휠체어석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서울에 있는 공연장 중 일정규모 이상의 공연장에 하나하나 전화통화를 해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휠체어석이 있는지, 휠체어석이 없다면 대체할 공간이 있는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지 등을 조사해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 촛불집회 과정에서,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근처 화장실을 지도로 만들어 배포한 적이 있었다. 무의는 그 지도에 장애인 화장실을 추가로 표기해 공개하기도 했다. 거대한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이런 작은 일부터 확인하고, 공개하는 것이 무의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알트’라는 뉴미디어 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부산에서 휠체어를 타고 여행하는 것에 대한 영상 컨텐츠를 만들었다. 태종대, 서면 등 주요 관광지에 휠체어를 타고 방문하거나, 해변 중 휠체어로 접근하기 쉬운 곳이 어딘지 파악하는 작업 등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이 때 만든 영상은 속초국제장애인영화제에서 공익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하철 외의 다른 교통수단 역시 장애인이 이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버스, 택시 등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환경은 어떤가?

외국은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인 곳도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는 서울시도 전체 버스의 3~40% 수준이다. 시계를 버스로 벗어나는 방법은 아예 없다.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는 저상버스가 아예 없다. 법개정을 통해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노선에 저상버스를 마련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개별 버스 업체들이 그것을 따르도록 하는 장치가 부족하다. 장애인콜택시도 운영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지자체별로 운영하다보니 시계를 벗어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평창 패럴림픽에 방문하려는 장애인도, 꼼꼼히 알아보고 오지 않으면 교통, 숙소 등 모든 부분에서 문제를 경험한다.

 

비용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한 복지지만, 수단 자체를 늘리거나 공급량을 늘리는 것도 아주 중요한 복지 정책이다. 그렇게 다양한 수단이, 충분하게 마련되어 있으면 장애인은 각각의 욕구에 따라 그 수단을 이용한다. 민간 버스업체 등은 장애인이 선택할 아무런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장애인을 위한 이동수단을 구축했을 때 수익이 안 남는다는 말을 하지만, 선택할 수단이 늘어나면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늘어난다는 방향으로 전향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이동권 외에도 장애인의 다양한 권리가 제약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도입 이후에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오래된 건물들은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 딸아이가 다니는 병원 근처로 이사를 가려고 그 주변의 집들을 알아봤는데, 대부분 197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이었다. 이렇게 오래된 건물의 경우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계단을 통과해야하는 구조가 많다.

 

이렇게 집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장애를 가지면 치료비 등 지출이 늘어난다. 장애로 인해 부자가 중산층으로,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생활공간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까지 장애인은 최근에 지어진 건물, 최근에 조성된 신도시를 선택해야 한다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으면 우리나라는 주로 가족이 돌봄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 복지체계 중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돌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는 건 그 가족들도 자유롭게 해주는 정책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정보수집에 있어서의 제약이다. 내 본업은 인터넷 오픈마켓의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것인데, 최근 회사에 제안하여 장애인에게 필요한 물품을 큐레이션해 모아놓는 코너를 신설, 운영하고 있다. 장애는 누구에게나 처음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물건이 필요하고, 어떤 물건이 존재하는지 알기 어렵다. 시혜적으로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 복지가 아니다. 개별적인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들이 각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복지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 역시 딸과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집 안에서 휠체어로 이동하는 딸은 화장실에 들어갈 때 그 문턱을 넘으려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데 ‘실내 경사로’라는 물건이 존재하더라.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는 큰 발견이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장애인이 스스로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물품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그 물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유니버셜 디자인(보편적 설계. 시설이나 서비스를 이용자가 성별, 장애여부, 언어, 나이 등 어떤 조건으로도 제약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을 의미함)이란 개념은 이제 한국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개념이 되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장벽이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끼는지?

개선이 거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장애를 가진 분들은 특별한 욕구가 있는 사람이다. 비장애인이 그걸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는 단지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 신길역에서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리프트 버튼을 조작하다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전동휠체어에서 양팔을 활용하거나 몸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비장애인은 잘 모른다. 그러면 그 리프트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지만, 유니버셜 디자인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장애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필요로 하는 디자인이 각각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는 장애인에 맞춰 디자인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서만 그 디자인의 문제점을 알 수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예전에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때, 일본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한 교수님이 언론보도를 보고 연락을 줬다. “따님을 데리고 바깥으로 많이 다니세요. 그래야 주변 사람들에게도 교육이 됩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 나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장애 가지신 분들이 밖으로 나오고, “이 부분이 불편하다”는 말을 많이 해야 한다.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곧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회가 오기 위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밖으로 많이 나오시라”는 부탁을 장애인분들께 드렸다면, 비장애인분들께는 다름에 대한 감수성을 갖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장애는 열등한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이다. 이 간단한 생각만 갖고 있어도 많은 것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는 장애인 비하의 의미가 담긴 욕설이 굉장히 많지 않나. 우리 아이도 소아암에 걸려 장애를 갖게 되었는데, 답답한 상황을 보고 “암 걸려”, “발암” 등의 말로 표현하는 것을 들으면 너무 상처가 된다. 모든 다름을 열등하고 혐오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생각을 걷어내야 한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올해 11월까지는 어르신들과 함께 지도 만드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아직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재원마련이 숙제로 남아있다.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렇게 만난 사람을 통해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되더라.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촘촘한 계획에 의해 진행되었다기보다 목적을 갖고 나아가다 보니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세부적인 방향을 결정하며 여기까지 왔다. 올해도 무의의 뚜렷한 목적성을 갖고 지내다보면, 새로운 일들과 재밌는 프로젝트들이 생기지 않을까.

 

일, 2018/04/0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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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가로막는 보상체계-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 과제1  

 

김형용  |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회복지 노동과 임금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한 노동자의 처우개선 요구는 사회복지사보다는 돌봄노동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민간부문 시장화로 형성한 사회서비스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시장을 공공부문으로 끌어당김으로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안정적인 공공부문 임금체계가 적용되는 노동자와 달리 여전히 민간부문에 남아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오히려 상대적 불이익을 경험하게 되지는 않을 것인가? 사회서비스공단이 사회서비스 노동 전반에 있어 처우개선의 신호탄이 될지 아니면 공공-민간 부분 노동자 간의 처우를 둘러싼 갈등을 가져올 것인지 논의할 시점이다.

 

사회복지사의 노동은 전근대 사회처럼 비공식부문의 개인적 동기에 따른 자선활동이 아니라 광범위한 공식적 제도 영역에서 고용된 임금노동자에 의해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용자-노동자 고용관계와 이에 따른 임금결정 체계가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 사회복지 노동 전반에 걸쳐 임금교섭은 이루어지지 않고, 다양한 직무, 그 직무에 따른 적정 임금, 그리고 이미 형성된 차별은 전혀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 노동의 임금은 시장임금이 아니라 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편성한 당해 예산에 의해 결정되는데, 사회복지 노동자가 분노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천부의 자유권과 생존권의 보장 활동에 헌신하는(윤리강령 내용 중 일부)’ 공공재 생산노동에 최소비용 또는 비용절감의 논리가 우선하는 것과, 사회복지 노동에 사회복지사업법 상의 최대봉사의 원칙(사회복지사업법 제5조)이 특수하게 강요되어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다. 따라서 사회복지 노동의 ‘열정을 가로막는 보상체계’가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직무에 비해 임금수준이 낮다는 점, 다른 하나는 임금결정이 합리적이거나 정당하지 않다는 점이다. 즉 처우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 열악한 ‘수준’과 함께 자유롭고 독립적인 노동 당사자가 합의하는 절차가 사라진 임금결정 ‘체계’에 있다. 

 

사회복지 노동의 임금수준 

사회복지 노동자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는 대체로 ‘타 산업 노동자에 비해’ 열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산업별 직종별 임금이 같을 수는 없다. ‘타 산업종사자에 비해’ 열악하다고 할 때 그 비교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히 해야 하며, 사회복지 노동자가 특정 직종의 노동자보다 더 많은 임금이 책정되어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근거를 가져야 한다. 처우개선 요구는 이러한 조건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사회복지 노동의 처우 수준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보건복지서비스 산업 연보수총액은 25,848,000원이며, 같은 해 실시된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종사자실태조사의 종사자 연보수총액은 25,859,735원이었다. 조사기관과 표본이 다른 두 실태조사의 결과가 이렇게 일치하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데, 즉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임금은 민간부문 보건복지서비스 산업의 임금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회복지시설별 처우는 균일하지 않으며, 지역아동센터(15,651,694원)와 여성가족부 시설(21,769,446원)을 제외하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평균은 26,389,277원으로 소폭 상승한다. 전체 종사자의 6.4%를 차지하고 있는 임시직(13,935,326원)을 제외하면 상용직은 26,286,109원이며, 정규직은 생활시설 27,365,677원, 이용시설은 26,507,840원이다. 원장/관장은 32,960,979원, 사무국장/과장 32,488,207원, 사회복지사 24,245,042원 수준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사회복지 시설별 그리고 직급별 임금 차이가 매우 크다고 볼 수는 없으며 평균을 중심으로 매우 압축되어 있다. 그렇다면 ‘타 산업종사자에 비해’ 낮은 사회복지 노동이란 농림어업(3,171만 원), 운수업(3,267만 원), 또는 교육서비스업(3,129만 원)보다 왜 낮은가라는 질문이며, 보건복지서비스 산업 내에서 유달리 사회복지시설 노동에 대한 차별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회복지 노동이 임금불이익을 받는 원인은 사회서비스 산업 전반의 낮은 처우로 이해될 수 있다. 

 

사회복지 노동의 임금결정체계 

사회복지 노동은 왜 임금이 낮은가? 민간부문의 시장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공공부문 노동의 임금결정체계가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고전주의 노동경제학에 따르면 임금결정의 기준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노동생산성이다. 노동자가 생산하는 생산물의 가치가 낮으면 이윤이 높을 수 없고 따라서 임금도 낮게 형성된다. 임금은 노동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또한 노동의 한계생산가치와 일치한다(맨큐, 2016). 그러나 현실에서 위와 같이 임금이 형성되는 이상적인 균형시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동차 공장에서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하청노동자의 임금격차가 이들 각 노동자의 생산성에 기초한 것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임금결정과 관련한 수많은 모델들은 오로지 시장논리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 노동시장의 특수성들을 다루어 왔다. 노동자의 임금은 시장논리에 지배되는 경쟁요인과 비시장적 사회제도에 의해 보완되는 비경쟁요인으로 구분되어 설명된다(이병훈·홍각범, 2008). 비경쟁 외부요인 중 대표적인 것이 단체협상과 사회제도이다. 

 

교섭력 이론은 단체교섭((bargaining power)을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임금과 노동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각자 소유함으로서 교환하는 것이고, 이들의 협상과 선택을 통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제도주의 이론은 정치적 그리고 역사문화적 요소의 상대적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저임금제에 볼 수 있듯이 임금은 노동자의 생산적 기여가 아닌 그 사회가 가진 관습과 제도에 의해 결정되고 한 번 결정된 임금 수준은 상당기간 경직된다. 예를 들어, 동일한 직무-직종에 종사하면서 동일한 생산성에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국가의 경우 여성의 임금이 더 낮게 형성되는 것은 그 사회 내의 여성의 지위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임금결정은 고용과 성장 그리고 복지를 구성하는 정치적·제도적 매커니즘과 이 과정에서 도출되는 사회적 합의가 핵심이다(Esping-Anderson, 1999). 

 

생산성 임금으로 설명되지 않는 대표적인 노동시장이 공공부문이다. 공공부문 임금은 실질적인 고용주인 국가에 의해 결정된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고용과 승진 그리고 임금이 시장규칙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고, 조직 관리를 위해 자체적으로 설정한 규칙과 절차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내부노동시장의 하나이다(신광영, 2009). 공무원이 아닌 공공기관의 노동자도 공공부문 노동이다. 이들은 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 의해 인건비 통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노동자는 공무원과 달리 노동3권이 보장되고 공공기관의 임금결정의 최종단계는 단체교섭이다. 단체교섭에서 공공기관의 장이 사용자 역할을 하지만, 예산과 업무상 직간접적인 감독을 통하여 사용자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가 모든 결정을 한 후 경영진과의 교섭이 이루어지므로 공공기관의 단체교섭은 실효성이 매우 낮다. 그러면 공공기관은 단체교섭에서 무엇을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공공기관의 단체협상은 임금수준 이외의 더 중요한 실질적 권리를 확보한다고 볼 수 있다. 

 

이성희(2012)의 사례연구는 이를 잘 보여주는데, 공공기관은 교섭 내용으로 총액임금을 직원들 간에 어떻게 분배하는가를 협상한다. 하후상박형으로 할 것인지, 성과급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수당을 기본급화 해야 하는지 등이다. 다시 말해 기본적 교섭의제인 임금은 정부에 의해서 정해지지만, 이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와 근로조건의 문제가 기관별 단체협상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조직들은 공공기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의 사회보장급여인 공공부조, 사회보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살펴보면, 그 중에서 공공부조는 공적 전달체계 내에 있어 이미 공무원 신분이며, 사회보험은 각 공단에 소속되어 있는 공공기관 노동자로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공공-민간의 애매한 협업 구조 내에 놓여있는 사회서비스 부문의 노동자이다. 동일한 사회보장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다수 시설은 공공기관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단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법은 1) 법률에 따라 정부가 설립하거나, 2) 정부지원액이 총수입액의 50%이상을 차지하거나, 3) 기관 정책결정에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또는 4) 상기한 특성을 가진 공공기관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타 기관 중에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하는 법인 단체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기관이 아니면 현재로서는 공공기관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시설은 공공부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상당수 시설이 1) 개별 법률에 따라 지자체가 직접 설치하고 2) 정부지원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 1을 초과하고 있고, 3) 정부가 기관의 정책 결정에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에서 규정한 사회복지시설, 즉 26개 사회복지 개별법에 의해 설치된 시설은 첫 번째 요건에 해당된다. 두 번째 기준인 정부지원액 비중을 살펴보아도 명확하다. 2016년 기준 사회복지시설 정보시스템에 등록된 2,713개소의 정부보조금 비율을 보면 평균 75.7%이다(이철선 외, 2016). 시설의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사회복지 직영시설과 위탁시설들은 대다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용자 지위에서 사업을 결정하고 통제하는 부문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시설 노동자에게도 공공기관의 임금결정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회복지시설 노동자의 임금의 결정은 타 공공기관과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보건복지부나 지자체 지침이 무용지물이다. 둘째, 사회복지 노동은 교섭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지침은 적용의 원칙에 있어서 개별시설의 담당부서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사정에 따라 별도의 지침을 마련할 수 있다고 명시해 놓았다. 즉 지방자치단체는 최소수준의 지급권고 기준인 보건복지부 임금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의무 자체가 모호하여 실효성이 낮은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시설 수준으로 내려가면 체계적인 임금 결정구조가 없다.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임금가이드라인을 결정해도, 지자체가 자체 임금가이드라인을 마련해도, 시설은 배치기준에 따른 인건비 지원총액에서 직급별 직종별 기준을 또 따로 마련한다. 공공기관의 임금결정 체계와 달리, 정부-지방자치단체-시설법인에 이르기까지 지침이 무용지물이다. 이렇듯 임금수준의 결정이 아직까지도 인사담당자의 재량에 놓여있다는 것은 그동안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얼마나 임금에 무심한 것이었는지를 반증한다.  

 

특히 사회복지 노동의 임금 결정과 관련된 왜곡된 관행들 중 세 가지를 비판해 볼 수 있다. 첫째, 사회복지계가 처우개선 목표로서 인식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임금가이드라인 준수가 사회복지 노동의 임금기준으로 타당한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하는 기준은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 제3조가 제시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급여수준이다. 사회복지 노동의 임금가이드라인이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보수수준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부합하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노동자가 임금 목표를 공무원의 임금수준으로 제시하는 분야는 사회복지 밖에 없을 것이다. 공무원 임금은 상후하박 구조인데, 초급임금은 매우 낮아 9급공무원 1호봉은 최저임금 수준이지만(기본급+직급보조비=152만 원), 퇴직자의 평균 재직년 수가 27.8년에 달하는 공무원은 장기근속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이 매우 높게 형성된다. 따라서 2017년 기준 공무원 평균 기준소득월액은 510만원, 연평균보수 6,120만원에 달한다. 반면 사회복지 종사자는 평균 근속년수가 5년 정도에 머무른다. 이에 상후하박의 임금체계를 가진 공무원을 기준으로 하면, 하위 직급에 몰려 있는 사회복지 노동자는 박봉에 열악한 근로조건을 그대로 감내하게 된다. 사회복지 종사자의 임금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임금 수준에 맞추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공무원과 달리 하급직의 보수를 높게 유지하는 이유이다.

 

둘째, 지자체가 복지부의 가이드라인과 달리 자체예산에 따른 별도의 지침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간접고용 위수탁 사회복지시설의 임금체계를 왜곡시킨다. 간접고용의 주된 이유는 비용절감과 사용자의 책임회피이다. 간접고용은 수탁인에게 확정된 금액만 지급하면 되고 근로계약에 의해 발생하는 부담은 일체 수탁인이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간접고용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용자의 위험부담이 거의 없어진다. 따라서 ‘담당부서와 지방자치단체의 별도 지침’이 갖는 의미는 실질적인 사용자가 간접고용으로부터 얻는 이득을 최대화하려는 의도를 실행할 수 있는 장치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위기를 촉발시키는 국고보조의무사업의 예산을 줄일 수는 없으므로 비용절감을 위하여 지방이양사업인 사회복지시설 관련 예산을 조정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되고,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한의 사회복지 인력을 활용하고자 한다. 한편 간접고용 노동자는 자신이 갖는 노동3권을 실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사용자는 시설법인이나 시설법인은 임금지급의무를 지자체의 책임(예산)으로 넘긴다. 시설법인은 인건비를 협상할 수 없으니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에 실질적으로 응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시설법인이 단체교섭의 사용자 지위를 지방자치단체에게 넘기는 것은 결국 경영효율성(비용절감과 책임회피)을 목적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위수탁 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고용안정이 중요한 사회복지 간접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조직할 필요조차 못 느낀다. 

 

셋째, 임금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는 사회복지시설 노동이 아직도 많다.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소규모 사회복지시설 뿐 아니라 돌봄 노동자와 같이 시간제 노동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사회서비스 부문의 임금체계는 아예 없고, 최저임금이 사실상 유일한 임금결정 기제로 작동한다(김유선, 2014). 예를 들어, 바우처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서비스 수가방식에 의한 인건비 지급방식으로 인해 시급제 저임금이 고착화되어 있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시설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다 보니 저임금 남용 등 근로기준 위반사례가 속출해 왔다. 이에 2015년부터「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장기요양기관은 급여유형별로 지급받은 비용을 인건비지출비율에 따라 지출해야 한다. 그러나 인건비지출비율을 이들의 임금체계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간호(조무)사, 물리(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치과위생사, 그리고 요양보호사 등 관리자를 제외한 모든 종사자 전체의 인건비가 수가 수입의 일정부분 이상을 차지해야한다는 의미에 불과할 뿐이다. 직무나 호봉에 따른 공식적 임금체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상 민간 노동시장의 유일한 임금 보호장치는 최저임금 제도이며, 정부가 개벌 기업의 임금수준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시장화된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그들이 창출하는 수익 또는 생산성에 맞는 임금이 주어질 뿐이며, 유일한 임금가이드 라인은 수익인 것이다. 인건비지출비율이라는 행정규칙은 시장임금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많지 않기 때문에 억지로 만들어낸, 즉 시설의 재무회계로 간접적으로 접근한, 고육지책인 것이다. 

 

사회복지 노동의 처우개선 - 공공부문으로서 기능과 역할 정립 

사회복지 노동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고용관계 정립이 우선이다. 사회복지 노동자가 자기정체성을 공공부문 노동자로 명확히 해야 한다. 물론 공공부문 정체성은 스스로 규정한다고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에 사회복지 노동도 사회보장급여 전달체계 내에 사회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역할정립이 동시에 요구된다. 

 

반면 사회복지 노동자가 스스로를 민간부문 노동자로 정체성을 규정한다면 시장임금을 수용해야 한다. 이 경우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실천가들이 처우개선의 이상형으로 삼고 있는 대표적 모델이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식 사회복지 전문가들의 생산성이란 대다수 국민을 잠재적 위험집단으로 규정하고, 상업적 동기에 의해 각종 증후군과 약물남용 등 사회서비스 수요를 창출하는 시장우선주의를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야 고가의 정신보건과 발달지원 시장의 보완 대체재로서 임상실천 사회복지 노동의 생산성이 성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두 가지 경로가 남아 있다. 하나는 정부보조금 대신 법인전입금과 후원금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비영리 민간조직이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와의 구매계약이나 바우처 재정지원 서비스를 위주로 공급하는 사회복지 기업이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비영리독립재단과 공공서비스를 대행하는 서비스기업 또한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영역의 종사자 모두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과 관련이 없다. 여전히 생산성에 따른 임금이 시장가격으로 정해진다. 

 

결국 한국사회 맥락에서 민간부문 사회복지 노동의 처우개선은 사회서비스 전문가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지, 자선과 비영리 부문이 현재의 사회복지 공급을 대체할 만큼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정부의 아웃소싱 사회복지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달려있다. 그러나 현재로서 이러한 자유주의 경로는 미국보다도 심각한 저임금-불안정 노동으로 귀결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노동에서 정부의 인건비로 고용되는 사회복지시설 노동자는 정원 내 정규직 종사자이지만, 후원금과 재단전입금으로 고용되는 종사자들은 대다수 계약직 임시직 형태로 비정규직 종사자이다. 사회복지시설이 아웃소싱 민간기업으로 정체성을 가진다면, 정부 보조금은 인력배치 기준에 따른 인건비 보조가 아니라 서비스 구매계약이나 바우처로 활용된다는 의미이므로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 노동자 또는 서비스 수가에 의해 임금을 지급받는 요양보호사가 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민간부문의 정체성을 신념으로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회복지 노동을 공공부문으로 편입하려는 방안 중 하나가 사회서비스공단이다. 사회서비스공단 또는 사회서비스진흥원의 모형이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이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표준화된 임금체계를 적용시키는 방안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지방공기업 또는 출연기관이기 때문에 사회복지 노동에도 공공기관의 임금결정 체계가 적용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아직까지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법인, 그리고 민간부문의 지역사회 복지시설들과의 제도적 관계설정에 있어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서비스공단이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 사회복지 노동의 사용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임을 명백히 함으로서, 이들의 노동권을 보호하고 결과적으로 사회보장급여로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 

 


1) 이 글은 김형용(2018)“사회복지 노동과 임금: 가격결정의 문제들” 한국사회복지행정학 20(1)호에 게재된 논문을 수정한 것이다.


<참고문헌>

김유경 외 (2014).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보수수준 및 근로여건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유선 (2014). 임금체계 개편 논의, 비판적 검토와 대안 모색. 한곡노동사회연구소 이슈페이퍼.

맨큐 (2016). 맨큐의 경제학. 김경환 김종석 역. 교보문고. 

신광영 (2009). 한국 공공부문 임금 결정에 대한 연구. 한국사회학. 43(5). 62-100. 

이병훈 홍각범 (2008). 임금 결정의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 고용과 직업연구 2(2)., 1-21. 

이성희 (2012). 공공부문 임금결정 방식에 대한 연구.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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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ing-Andersen. (1999). Social Foundations of Postindustrial Economie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일, 2018/04/0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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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전환: 탈시설의 현재와 미래

 

조아라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이 세상 끝이 어딘지 가보는 경험

 

"차라리 교도소는 징역 채우고 나갈 수라도 있는데 여기는 언제 나가는지도 모르고...“

 

시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이 세상 끝이 어딘지 가보는 경험 같았다. 시설은 지역 중심가에서도 굽이굽이 들어가야 하는 곳이 대부분, 대중교통으로는 어림없는 곳이다. 어느 곳은 하루 전 날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밤을 보내야했고, 어느 날은 전철도 다니지 않는 새벽 택시를 타고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그럼에도 확보할 수 있는 면담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정도에 불과했다. 대부분 오후 4시 30분이면 저녁식사를 하고, 그 뒤엔 세면을 하고 8시면 취침하는 시설의 시간표는 매일 마주해도 낯설기만 했다. 작년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로 만난 사람들은 약 천오백 명이다. 그런데 모두 다른 시설에서 사는,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천오백 명의 사람들의 삶은 무서우리만치 유사했다. 앞서 언급한 시설의 시간표도 마찬가지로 수십 개의 이름을 가졌을 뿐 똑같았다. 

 

한 분은 내게 지금이 몇 년도인지 물었다. 2017년이라 했더니, 벌써 그렇게 되었냐며 놀랐다. 입소년도를 보니 꼬박 19년을 이 시설, 이 방, 이 침대에서 보낸 분이었다. 또 다른 분은 면담 내내 음악 이야기를 하며 꺄르르 웃었다. 자신은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데 시설에서는 혼자 들을 수가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아 눈물이 난다고, 바깥에 나가면 실컷 음악을 듣고 싶다고 했다. 전철을 타고 둘러보면 누구 하나 빠짐없이 이어폰을 꼽고 있는 시대에, 나는 좀 서글퍼졌다. 한편 누군가는 시설에서 모든 게 자유롭다고 했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은 것도 먹을 수 있고, 나가고 싶을 때 나간다고 했다. 그 시설에서 그 사람만, 그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방에서 꼼짝없이 있었다. 직원의 도움 없이는 꼼짝할 수 없는 와상장애가 있거나, 오랜 시설 생활로 무기력하거나, 정해진 시간 외, 정해진 장소 외 이동이 불가하다는 규칙을 몸에 익혔거나하는 이유 등으로 말이다. 정책이 변화하여 시설 내 프로그램실, 휴게실 등의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있지만, 사람들은 그게 있는지조차 몰랐다. 어제와 오늘이 구분되지 않는 하루를 꼬박 천일 넘게, 십년이 넘게, 수십 년을 넘도록 보내온 사람들의 목소리는 희미했다. 그러나 그 희미한 목소리, 몸짓, 표정 속에서도 그리움, 무기력, 갈망이 잔뜩 묻어났다.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는 삶

 

”고민이 없어요. 할 게 없어요. 눈감고 있으면.."

 

사람은 보편적인 환경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사람 간의 여러 사건과 자극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터득한다. 하지만 시설과 같이 분리된 공간에서는 여러 사회적 경험과 관계에 대한 기회가 차단되고, 오랜 단체생활은 여러 문제를 필연적으로 발생시킨다. 이 총체적인 문제를 ‘시설화’라고 한다. 시설화는 ‘시설병’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자극이 없이 단조롭게 반복되는 시설 생활로 인해 사람들이 꿈과 욕구,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상실하고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나가봤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평생 이곳에서 살다 죽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설화의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뿐만 아니다. 지역사회로부터 단절된 시설 안에서 직원들 또한 무기력해지고, 새로운 지원에 대해 상상해볼 수 없다. 조사 중 어떤 직원은 시설이 너무나 외진 곳에 있어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꼼짝없이 퇴근도 못한다고 했다. 새로운 프로그램 강사를 섭외하려고 해도 강사를 구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직원도 마찬가지로 외부자극으로부터 무뎌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긴 말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시설에 가면 고스란히 느껴진다. 시설거주인과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무기력한 모습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고립된 시설에서의 일하는 사람과 지역사회서비스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의 표정과 활기의 차이는 너무나 뚜렷했다. “그렇다면 시설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그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제공>

 

전체 등록장애인 중 4.45%는 시설수용

그렇다면 이처럼 시설에 살고 있는 장애인은 얼마나 있을까? 한국에서 그동안 장애인 거주시설과 시설 입소 인원은 꾸준히 늘어왔다. 시설은 2015년까지 매년 4~5%씩 늘어오다, 2016년에는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2016년 12월말 기준 장애인거주시설수는 1,505개소, 입소현원은 30,980명이다. 장애인복지법에 포함되지 않는 정신장애인시설 입소인원은 2017년 정신의료기관 66,688명, 정신요양시설 9,990명이며, 노숙인시설에도 2015년 기준 4,089명의 장애인이 수용되어있다. 이는 전체 등록장애인(2016년 기준 2,511,051명)의 약 4.45%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이밖에도 미신고시설, 수도원 등에도 장애인이 수용되어있지만 그 시설의 수나 수용현황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사진=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제공>

 

한국의 탈시설 정책 현황

우리사회에서 사회적 약자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조용히 기다리라’는 말이 아닐까. 별이 보이지 않는 밤을 지새우며 시설에 사는 사람들은 가족의, 직원의, 공무원의 ‘기다리라’는 말을 별 수 없이 믿으면서도 나갈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중앙정부 차원의 탈시설 정책은 없다. 오랫동안 시설수용 중심 정책 속에서 지금 당장 탈시설을 추진하기 위한 법·제도 근거도 부실하며, 추진할 인력도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런 와중에 2010년 장애인연금제도, 2011년 활동보조지원제도 도입은 탈시설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토대가 되었다. 시설거주인이 탈시설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요소로 집, 생활비, 활동보조를 꼽기 때문이다.

 

‘완벽한 탈시설 정책’이란 끝내 지금까지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장애인 당사자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아니, 시설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사회의 위선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형기 없는 감옥보다 배가 고파도, 추워도, 더워도 바깥이 낫다’고 했다. 그리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탈시설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탈시설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대표적인 투쟁에 ‘마로니에 8인 농성’이 있다. 이들의 60여 일간의 농성은 지금의 서울시 등의 탈시설 정책을 만들어낸 밑불이었다. 

 

2008년 서울시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의뢰하여 시설거주 장애인을 대상으로 탈시설 욕구조사를 진행하였다. 이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2009년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가 설립되었고, 2013년 7월 인권증진기본계획을 통해 전국 최초로 시설거주 장애인 600명의 탈시설화를 지원하는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5개년 계획(2013~ 2017)」을 발표했다. 현재는 2차 탈시설화 5개년 계획을 수립·이행 중이다. 이어 전주시가 「전주시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계획(2015~2019)」을, 대구시가 「시설거주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추진계획(2015~2018)」을 발표하였고, 2017년 광주시 또한 「탈시설 자립생활 지원 5개년 계획(2017~2021)」을 발표하였다. 현재까지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정책은 체험홈, 자립생활주택, 자립생활가정 등 탈시설 전환주거 제공, 탈시설 정착금 지급이 주를 이룬다. 

 

한편, 문재인정부는 역대정권 최초로 ‘탈시설’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장애인 지역사회 정착생활 환경조성’을 위해 탈시설 지원센터 설치, 자립지원금 지원, 임대주택 확충, 범죄시설폐지 및 탈시설정책추진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또한, 1842일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농성의 결과로 구성된 탈시설민관협의체에서는 지난 2월부터 탈시설 정책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는 그동안의 정권과는 다르게 지역사회 통합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일 뿐만 아니라, 탈시설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함께 꿈꾸는 지향

그렇다면, 약속한 탈시설 정책은 ‘어떻게’ 이행되어야 하는가? ‘탈시설화’는 (시설이 아닌)제약이 최소화된 지역사회의 일반 주택에서, (인간 존재와 삶에 필수적인)개인의 자유, 자율성, 사생활을 보장받고, (이를 위한)소득 및 서비스를 지원받으며, 자신의 연령대와 선호에 맞게 사회의 일원으로 포함(inclusion)되어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충분히 담아낸 철학과 추진 원칙이 필요하다. 더불어 명확한 개념정의와 국가책임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탈시설화 추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기존의 시설수용 중심적인 장애인 정책 전반의 변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내에 탈시설만을 전담할 부서를 설치가 필요하다. 또한 국정과제에 명시한 대로 전국 17개 시도에 공공기관으로서 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시설거주 장애인의 개인별 탈시설지원 계획을 수립·이행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가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한 소득, 주거, 활동지원, 의료 및 건강관리 지원, 직업 및 주간활동지원, 관계 및 심리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이 하나의 컨트럴타워에서 다뤄질 수 있도록 체계구축이 필요하다. 이 같은 지원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탈시설을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가족들의 설득을 위해서도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존시설에 대한 폐쇄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시설거주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는 정책뿐만 아니라 시설 자체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 신규시설 설치와 신규 입소를 제한하고, 현재 존재하는 시설들에 대해 일정기간 내 탈시설 계획을 수립하여 폐쇄하는 정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삶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시설입소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시설’이 아니라 ‘존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당사자와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려면 어떤 지원체계가 필요한지 실태파악이 필요하다.

 

또한 중요한 것은 탈시설정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시설을 쪼개어 유지하거나 소규모시설을 확대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역사회 자립’을 명목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보강사업비 등의 보조금이 기존 시설 개조, 공동생활가정 과 같은 소규모시설 확충에 쓰였다. 하지만 이는 당사자가 지역사회로 나가는데 있어 또 하나 넘어야할 산이 될 뿐이었다. 우리는 변질된 시설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한 사람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지원되어야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탈시설의 대안은 사고의 전환

남은 것은 기간과 예산의 문제이다. 이제는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는 탈시설, 어느 기간을 목표로 얼마만큼의 예산을 투여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외국이 탈시설하는데 3~40년 소요되었다고 하는데, 우린 그와 꼭 똑같은 과정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걸까? 아직 이미 시설에서 수십 년 세월을 보낸 당사자에게 당신을 지원할 예산이 없다고 ‘기다리라’고 해야 하는 걸까? 좀 더 단순하고 명쾌하게 바라보면 좋겠다. 탈시설 예산은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예산의 철학을 전환하는 문제이다. 시설을 유지하며 투여하는 예산, 한 사람당 지원되는 시설 예산을, 이 당사자가 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살아갈 때 필요한 예산으로 목적을 바꾼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한 시설거주인당 지원되는 금액을 산수로만 계산하면 연간 2,853만 원인데, 이를 개인에게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방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들이 모두 똑같은 삶을 살지 않는다면, 즉 개인별 지원을 고민한다면 누군가는 지역사회에 살면서 그 이하가, 그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정책과 예산의 전환은 그동안의 사고를 뒤집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동안 장애가 있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시설’만을 획일적으로 제시했다면, 이제는 묻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삶을 꿈꾸나요?’, ‘그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서비스가, 얼만큼 필요합니까?’, ‘이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려면 어떤 시스템이 바뀌어야 할까요?’. 

 

존엄한 삶이란 결국 한 사람이 꿈을 찾아가고 실현해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사고해야할 현실이란 불가능한 조건의 나열이 아니라 바로 사람의 삶에 있다.

 


<참고문헌>

박숙경, 김명연, 김용진, 구나영, 문혁, 박지선, 정진, 정창수, 조아라, 2017, 「장애인 탈시설 방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시설에서 지역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정책 연구」, 국가인권위원회

일, 2018/04/0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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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거주시설의 성폭력, 구조적 원인과 대안

 

양혜정 | 사회복지사

 

‘장애인거주시설의 성폭력 피해자가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가능할까?’ 혹은 ‘미투 운동으로 장애인거주시설의 성폭력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필자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답은 ‘어렵다’ 이다. 이것은 분명 어려운 문제이다.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우선 당사자가 성폭력 문제를 스스로 드러내기가 어렵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차별이 여전할 뿐 아니라 장애인거주시설 자체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 장애인거주시설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미투 운동이 거주시설의 장애인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거주시설의 현황과 거주시설에서의 성폭력 실태를 먼저 살펴보자 한다. 그런 다음 장 애인거주시설 성폭력의 구조적인 원인을 찾아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장애인 거주시설

장애인이 일반 가정이 아닌 집단으로 거주하는 시설을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다. 장애인시설, 장애인생활시설 혹은 장애인수용시설로도 불린다. 정확한 명칭은 장애인 거주시설이다. 장애인거주시설은 장애인복지법 제58조에 거주공간을 활용하여 일반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정 기간 동안 거주·요양·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시설로 명시되어 있다. 보통은 연고자가 없는 장애인이거나 중증장애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을 상시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이용한다. 

 

장애인거주시설은 다시 장애 유형이나 장애정도에 따라 6가지로 구분된다. 모든 유형의 시설을 포함하여 2016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1,505개의 시설이 있고, 시설에서 거주하는 장애인의 수는 26,461명이다. 일정 기간만 이용하는 장애인단기거주시설과 지역사회 내 주택에 소수가 거주하는 장애인공동생활가정(그룹홈)은 제외한 숫자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거주시설 유형 중 지적장애인시설과 중증장애인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두 개 시설의 장애인의 수는 23,304명으로 전체의 88%를 차지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지적장애인시설은 물론이고 중증장애인시설의 장애인의 상당수가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이다. 즉 거주시설의 많은 장애인이 언어적 의사소통과 사회적 관계에 제약이 따르는 장애를 갖고 있다. 더불어 주목해야 할 사실은 1개의 시설에 평균 42.5명이 거주하는 집단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거주시설의 성폭력

그렇다면 장애인거주시설에서는 어떤 성폭력 사건들이 발생하는가? 장애인에 대한 대표적인 성폭력 사건은 일명 ‘도가니’라고 불리는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다.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인화학교에서 교장과 교직원에 의해 2000년부터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가해진 성폭력 사건이다. 이 사건은 2005년 교직원에 의해 제보되어 조사가 시작되었고, 가해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데 그쳤다. 이후 2009년 ‘도가니’라는 소설로 출간된 후 2011년 동명의 영화로 개봉되고 나서야 사회적인 관심과 공분을 일으켰다. 

 

국회는 위와 같은 사회 분위기에 공감하여 즉각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개정에 착수하였고, 2011년 11월 17일, 개정 성폭력 처벌법(일명 ‘도가니법’)이 공포와 동시에 시행되었다. 그 후 성폭력처벌법은 장애인 대상 성범죄의 처벌규정과 관련하여 2012년 12월 18일 한 번 더 개정되어 2013년 6월 19일부터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주요 개정방향은 장애인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에 대하여 행위를 강간, 유사강간, 추행, 위계 등과 간음 등으로 나누고 법정형도 상향 조정한 것이다(황희, 2016).

 

그렇다면 그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을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의 2016년 국정감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4년~2015년 2년간 장애인거주시설 857개소 조사결과 91개소 시설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120건이 발견되었다. 가해자는 종사자 85건, 입소자간 23건, 외부인 9건, 시설장 8건이다. 이 중 성폭행이 5건, 성추행이 27건으로 전체 인권침해 사례 중 성폭력이 26.6%에 달한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39명의 장애인 중 17명이 성폭행에 관련된 시설은 시설장 교체 처분만 내려진 경우도 있다.

 

장애인에 대한 수년간의 폭행, 학대, 성추행으로 2016년 폐쇄된 장애인거주시설 송전원에서는 사회복지사에 의한 성추행이 있었고, 임신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에게 강제로 사후피임약을 먹이는 일이 자행되었다. 장애인에게 성추행과 신체적 폭행을 가한 사회복지사는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안타깝지만 최근에도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전주의 한 시설에서는 전(前) 원장이 장애인 여러 명을 성폭행 했다는 진술이 인권실태조사를 통해 밝혀져 조사 중이다. 같은 지역의 장애인공동생활가정에서는 원장 아들이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장애인을 성폭행한 의혹으로 고발되었다. 경기도의 한 시설에서는 장애인 간 성폭력이 발생했는데, 시설 측은 이를 보고한 직원의 보고를 묵살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사실을 인권위에 진정한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에게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보복까지 이어져 올해 초에 국가인권위에서 긴급구제에 나섰다. 

 

장애인거주시설 성폭력의 구조적 원인

 

언론을 통해 드러난 문제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장애인거주시설의 장애인은 대부분 의사표현이 어려운 지적장애와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다. 즉 성폭력을 인지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그 사실을 전달하기 어렵다. 성폭력 자체를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신체를 만지거나 성희롱을 당해도 그것이 범죄인지를 인지하지 못한다. 오히려 호감이나 인간적인 관심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거주시설을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교육시켜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보호하도록 하면 해결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장애인거주시설 자체가 문제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인간이 가진 고유의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마치 비장애인과는 다른 존재인 것처럼 평가 절하 받고 있다.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에게는 그 차별이 심해진다. 성적 권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발달장애인은 성적 욕구가 없는 무성적인 사람처럼 취급당하기 쉽다. 그렇다 보니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을수록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거주시설에서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그들은 시설로 보내진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시설거주인 거주현황 및 자립생활 욕구 실태조사에서 거주시설에 입소한 경위를 보면 본인 스스로 시설에 들어오기를 결정한 장애인은 13.9%에 불과하고, 강제적 또는 주변의 강력한 권유 등 비자발적 입소가 82.88%이다. 거주시설 장애인의 거주기간은 ‘5년 미만’ 24.39%, ‘10년 이상∼15년 미만’ 22.44%, ‘5년 이상∼10년 미만’ 20.98%, ‘15년 이상∼20년 미만’ 13.17%의 순으로 나타났다. 20년 이상 거주한 사람도 19.03%,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은 무려 55.13%에 이른다. 그리고 거주시설 입소 후 퇴소한 경험이 전혀 없는 장애인이 84.54%이다. 

 

강제로 보내진 거주시설 안으로 들어가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다른 영역에 있어서의 자기결정권 뿐만 아니라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주시설에서 장애인이 연인을 만나거나 결혼을 하는 불가능하다. 인간의 본능인 성적 욕구의 표현은 문제행동으로 간주되어 소거해야 할 행동이 되기도 한다. 즉 거주시설에서의 장애인은 무성적인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직접적인 성폭력보다 더 광범위하게 장애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다른 사람 앞에서의 신체적 노출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러 명이 함께 목욕하는 곳도 여전히 존재하며, 불과 2년 전에도 어느 거주시설 화장실에는 변기 2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2년 전 필자가 직접 촬영한 한 거주시설의 화장실이다. 방 크기에 비해 유난히 넓은 화장실에는 세면대와 거울은 없고, 변기가 두 개 나란히 있었으며, 변기 맞은편에 샤워기 두 개가 있었다.(사진=필자제공)

 

이런 환경은 거주시설 장애인의 신체적 노출이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상황일지라도 장애인 당사자와 주변 사람 모두 문제로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사회공동체와 분리된 장기간의 시설생활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인격성과 존엄성을 스스로 부인하고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김명연, 2016). 결국 중증장애를 이유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명분하에 거주시설의 장애인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긴 삶을 살아가도록 강요받고 있으며 장애인은 생존을 위해 그것에 길들여져 갈 수 밖에 없다. 성적 권리는 말할 것도 없다. 

 

대안과 개선방안

단언적으로 말하지만 거주시설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거주시설 장애인의 성폭력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 구조상으로는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여 시설 구조와 서비스를 혁신적으로 변경 할 수도 없다. 장애인거주시설 대부분이 법인 소유이며, 국공립이라 하더라도 법인에 위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45개의 장애인 거주시설 중 시립은 1개소에 불과하며 나머지 44개는 법인 소유이다. 

 

장애인 개개인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 지원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케케묵은 이 논쟁이지만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장애인 거주시설의 장애인을 직접 지원 하는 인력 기준은 2000년대 초반과 동일하다. 또한 인력이 증원되어도 다른 서비스 영역에서의 질적인 향상은 있겠으나 성폭력 문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거주시설 자체가 갖는 권력관계, 단체 생활, 사생활보호에 대한 취약성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탈 시설이다. 시설을 작게 줄여나가자는 정부의 소규모화 정책은 시설을 개선하는 일이지 탈 시설이 아니다. 물론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살아간다고 성폭력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설 내에서의 권력관계에 의해, 폐쇄적인 환경에 의해 자행되는 성폭력과 무성적인 존재로 살아가기를 강요받는 환경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 것이다. 성적 영역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한 삶은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과 같이 보장되어야 한다. 사회공동체에서 생활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으로 하여금 사회공동체에서 타인과 협력하며 자유로운 인격을 발현할 기회를 제한하고 시설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생활하게 하는 것은 공리주의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차별하는 것이다(김명연, 2016).  

 

더불어 탈 시설이 되는 과정에서 거주시설의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탈 시설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고 해도 단기간 내에 모든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개인 사생활이 보장받도록 최소한 2인실 이하의 침실을 제공하는 것을 제도화 해야 한다. 현재의 제도 하에서는 인원 대비 일정 면적만 확보하면 침실을 몇 명이 사용하든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두 번째, 이성에 의한 목욕 지원, 집단 목욕, 집단 화장실 이용 같은 비인권적인 행위는 인권침해 행위로 규정하여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애인과 직원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인권교육은 의무사항이지만 성교육은 그렇지 않다. 장애인 전문 성교육기관과 강사도 찾아보기 힘들다. 공공영역에서의 장애인 전문 성교육 기관 운영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장애인거주시설의 성폭력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의 탈 시설 정책이 유일한 해답이며, 이와 함께 거주시설의 물리적 환경, 인권보장강화, 성교육 강화 등의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참고문헌> 

윤소하 의원 2016년 국정감사자료

김명연(2016), 존엄한 삶과 장애인 탈시설정책, 사단법인 한국공법학회 공법연구 제44집 제3호 

 

일, 2018/04/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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