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원주시의 미세먼지는 전국에서 지속적인 높은 수치를 보이며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건강도시, 생명도시를 표방하는 원주시에서 이제는 맘 놓고 숨 쉬는 것이 두려워지고 있습니다. 깨끗한 공기는 생명의 가장 기본적 환경입니다. 맑은 하늘 맑은 공기를 되찾기 위해 원주시에 실효적인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요구합니다.
[우리의 요구]
□ 하나. 원주지역 미세먼지 원인을 조속히 파악하여 공개하라 : ‘청정 자연 건강도시 원주’를 슬로건으로 하는 원주시의 최근 대기환경은 전국 최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진행되어 온 공단의 설립과 공장이전, 그에 따른 건설현장의 확산 및 산업차량통행의 증가 등으로 대기오염 배출물질에 대한 파악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다음의 사항을 요구한다.
– 원주시는 시민을 위한 대기환경관련 상설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
– 원주시는 미세먼지 유발하는 대기오염배출 업체 및 공사장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라.
– 원주시는 산업용 및 노후차량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라.
□ 하나. 원주시는 촘촘한 미세먼지 관리 체계를 구축하라 : 정부에 대기환경 정책에 맞춰 각 지자체들이 선제적으로 미세먼지 관리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원주시는 대기질이 전국에서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다음의 사항을 요구한다.
– 원주시 환경조례를 재검토하고 미세먼지관련 조항을 신설하라.
– 원주시는 환경정책위원회 위상을 강화하고 상설화하라.
– 원주시는 영유아, 아동 및 청소년, 임산부, 노인 등 환경취약계층을 위한 시차원의 공적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
– 원주지역의 미세먼지농도가 위험수준일 경우, 원주시민에게 대기오염 경보 및 주의보를 발령하라.
– 환경법 제 5,6조에 의거하여 최적화된 측정을 위해 미세먼지측정기를 지면에 설치하라.
□ 하나. 원주시는 미세먼지대책 TF팀을 조속히 구성하라 : 원주시는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에서의 유입과 원주의 지리적 특성으로 한정하며 시민들의 불편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원주시의 안일한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으며 원주시가 과연 미세먼지로부터 시민의 건강을 지키고자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에 다음의 사항을 요구한다.
– 미세먼지 TF팀은 시 관계자, 전문가, 시민단체 등을 포함하여 구성하라.
– 시민 모니터링단을 구성하라.
□ 하나. 시민건강을 위협하는 SRF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전면 재검토하라 : 청정지역 원주에 쓰레기와 폐기물을 소각하는 SRF열병합발전소의 건설은 주민의견 수렴과 적절한 환경영향 평가 및 주민의 동의 없이 진행되어져 왔다. 심각한 대기환경으로 개선의 필요가 있는 원주지역에 초미세먼지와 발암물질을 유발하는 시설의 설치는 시민의 건강권 환경권에 반하는 행위이다. 이에 다음의 사항을 요구한다.
– SRF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전면 재검토하라.
당장에 손쉬운 발전 이익보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우리의 아이들, 미래의 세대를 위해 깨끗한 환경, 깨끗한 공기를 물려줍시다!
원주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 · 원주녹색연합
(연락처:033-763-1025, Fax :033-763-0022, [email protected])
– 응답기간 : 2017-07-24(월) ~ 2017-08-21(월)
8월 매주 월요일(7일, 14일, 21일) 2시 – 5시 _ 중앙로 농협 앞에서 서명을 받고 있으니, 지나는 길 꼭!! 와서 들려서 서명부탁드립니다.
3월 21일, 김상홍 청주연합회 뿌리공동체 대표의 수박 공동육묘장에 올 한 해 수박을 기르기로 한 여섯농가 생산자들이 모두 모였다. 그동안 기른 수박모종을 트레이 1개씩 개별 종이상자에 담아 정성스레 차에 싣고 각자 육묘장을 떠났다. 수박모종을 개별로 상자에 넣는 이유는 아직은 날씨가 추워 냉기를 쏘이면 성장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란다. 이토록 어린모 한포기에도 자식 돌보듯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나는 중장비 경력 30년, 귀농은 준비기간 포함 7년차이다보니 아직은 초보농부다. 미진한 농사실력에 김봉기 생산자님의 하우스로 임시거처를 정하고 수박모종을 옮겨 물을 준 뒤 날이 저물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 이중하우스의 비닐을 씌웠다.
귀갓길에 보니 김봉기 생산자가 주로 농사짓는 하우스에는 밤늦게까지 불이 켜 있다. 토마토 하우스 보강작업을 정말 꼼꼼히 하고 계신다. 항상 정성을 다하는 한살림 생산자의 정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우스 안에 자라고 있는 작물들은 모두 내 가족이며, 매일 돌보고 같이 숨 쉬며 소통하는 함께 일하는 이들이라 하신다.
또한, 밤낮없이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우리를 믿고 물품을 구입해 주시는 도심지의 소비자 조합원 가족들이 계시기 때문이며 이것이 우리 생산자가 꾸준히 해야할 과제이자 책임이라는 말씀도 하신다. 부직포와 비닐로 덮어놓은 수박모종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귀갓길에 올랐다. 밤하늘엔 달이 유난히 밝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이 글을 적는다.
6월 중순 수확해서 7월부터 공급하기 시작하는 수미감자. 제가 사는 당진에서는 이맘 때 심습니다. 마침 인근에 사는 조합원님들과 함께 심기로 해서 먼저 감자 심을 준비를 합니다. 씨감자는 감자 싹눈이 난 것을 보며 2조각 또는, 3조각을 내 줍니다. 재를 묻혀서 소독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 집 같은 경우는 따로 소독하지 않습니다. 감자 심을 밭에 땅심을 높여주는 일도 해야 합니다. 유기농자재를 미리 뿌려 주는 게 중요하지요.
이렇게 감자심기 준비를 마쳤으니, 아주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 한살림 조합원님들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심다 보면 순식간에 감자가 심기겠네요.
- 정광영 충남 당진 매산리공동체 생산자
화이트데이에는 포도농사를!
3월 14일 화이트데이입니다(참고로 저는 20대입니다). 아주 아름다운 날이죠. 그런데 오늘은 포도밭에 와 있습니다. 아침엔 쌀쌀하지만 낮엔 해가 나오면 더운 이맘 때, 땀을 흘리며 바닥에 풀과 엉켜있는 망을 걷고 퇴비를 줍니다. 일을 하며 하도 밟아서 눌린 땅이 안쓰러워 관리기로 땅을 한 번 뒤집고 망을 다시 덮었습니다. 포도의 키가 낮아서 작업이 힘드네요. 가지만 있는 포도나무이지만 조금 있으면 초록색 순이 나올테니 한 번 구경와보세요. 화이트데이에 일하니 참 좋습니다. ^^
나무 농사는 십년을 내다보며 하는 농사라고들 하는데, 실제 해보니 어쩌면 다음 세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해마다 쑥쑥 자라는 나무를 보면 너무 급하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산나물 중 명이라는 나물도 그렇습니다. 씨 뿌려 나물 구실하기까지 한 오년 걸리는데 기다림의 필요를 가르쳐 급히 살려는 나를 멈추게 합니다. 참 고맙습니다.
- 김용달 괴산 솔뫼농장 생산자
아직 언 땅과 홍화 농사 그리고 여성생산자
땅이 녹을 때면 마음이 바빠집니다. 3월이면 다들 농사준비를 시작하는데 밭에 홍화를 심어야 하는 농민의 마음은 초조하기만 합니다. 3월이 시작되었는데도 기온은 영하를 오르내리고 언 땅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땅이 녹을 때 씨를 뿌리고 제일 더울 때 수확해야 하는 홍화 농사. 해마다 ‘마지막이다’ 생각을 하지만 봄만 되면 또 심게 됩니다. 혹시, 내가 심지 않으면 홍화농사가 사라지지 않을까 라는 안 해도 되는 걱정을 하면서…
올해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파종 면적은 늘어났는데 땅이 아직 녹지 않아 억지로 밭을 준비해서 심어야 합니다. 그런데 생산자연합회 이사회와 일정이 겹쳐서 여성생산자(아내)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니 맡기고 회의 가라네요. 알아서 한다고! 아침에 밭에 같이 나갔다가 혼자 대전 가는 길이 편하지만은 않지만 올해 농사도 이렇게 시작합니다. 어설프게 홍화를 심고 있을 여성생산자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간직하면서….
한살림부산에서 제주 노지재배 귤 생산자, 배일도님의 한파 피해 상황 및 피해 지원을 위한 조합원 성금을 제안합니다.
* 모금 기간 : ~ 4월 25일(월)
* 모금 계좌 : 부산은행 101-2030-8621-00 예금주 한살림양태임 * 지난 2013년부터 조합원들이 물품 구매금액의 0.2%를 생산안정기금으로 조성해 오셨는데, 2015년 말 현재 약 2,100만원의 기금이 조성되었습니다.
지난 겨울, 유례 없는 잦은 비와 1월말에 몰아친 한파와 폭설, 강풍으로 인해 항공기가 결항되고 제주 전역의 농작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살림에 귤, 청견, 세미놀, 감귤즙 등을 생산해 주시는 배일도님도 몇십년 만에 한파로 인해 수확을 앞두고 있던 청견 과수가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제주도의 많은 농가가 하우스 재배를 하고 있지만 배일도님은 모든 과수를 노지에서 재배하고 계신데, 감귤 나무는 추위에 강한 편이지만 궁천조생이라는 감귤과 레몬을 교배한 품종인 청견은 추위에 약한 편이라 합니다. 청견 과수쪽의 피해가 커진 이유입니다.
나무에 달려 있던 청견은 손가락으로 누르면 힘없이 주저 않고 나무는 나무대로 시름시름 고사하고 있어, 가망이 없다고 생각되는 나무는 계속해서 베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원래대로라면 3월 말경에 청견이 공급되어야 하지만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까지도 청견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꽃이 피고 열매로 수정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나무 상태를 볼 때 올해 꽃을 피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재로서는 배일도님의 피해 규모가 어떻게 될지 파악하기 힘듭니다. 과일도 과일이지만 청견나무가 앞으로 어떻게 버텨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두 해 동안은 청견 수확이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면 피해액이 최소 이천여 만원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배일도님은 평소 ‘농사는 하늘이 짓는 것이다’라고 말씀해 오셨는데 그 하늘이 배일도님에게 마냥 선한 하늘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만큼은 ‘하늘이 원망스럽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한데도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보는 이를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지난 20여 년간 제대로 알아 주는 이 드물고, 때로는 바보 같은 사람 취급 받으면서도 유기농업을 천직인양 묵묵히 실천해 오신 분인데 그 마음과 노고를 하늘이 ‘언제’ 알아 줄런지요…
피해 지원을 위한 성금에 참여해 주실 분들은 송금해주시거나 매장 및 공급실무자 편으로 전달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이사회에서 지원 금액을 결정한 후 조합원들이 모아주신 소중한 성금과 함께 생산지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언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은 신문과 방송을 신뢰하십니까? 돈과 예능에 빠져드는 TV로부터 우리 애들을 어찌해야 할까요?
우리는 지금 미디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수십 종의 신문, 지상파 TV, 온종일 떠드는 종편방송, 그리고 100여개의 케이블채널 등, 다양성이 보장되는 “미디어 주권시대”라고 말하지만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합니다. 주요 신문들은 사회정의보다 돈의 눈치를 보며 자사이기주의에 부합한 논조를 쏟아내고 있으며, 종편방송은 분열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보도와 해설로 우리를 흥분시키고 불안하게 합니다. 공익성이 생명인 지상파 TV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예능오락 프로그램으로 아이들 정서를 흔들고 있습니다.
제9기 무위당학교에서는 신문과 방송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우리 언론과 미디어의 권력화, 상업화가 가속화되는 현실을 냉철하게 진단해보고, 미디어가 민주주의와 국민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공동체적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보고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참으로, 언론분야의 귀한 분들을 모셨습니다.
신이 있다면 박뱅을 통하여 우주를 창조하시고, 자연적 법칙을 부여하여 만물이 운행토록 하였을 것이다. 이에 성서에서는 태초에 말씀(법칙)이 있었다 기록하였고, 아시아의 현자들은 도법자연(道法自然)의 이치를 스스로 깨닫고 하늘을 따르는 것이 본성(天命之謂性)이라 논하였다.
사람들이 사회적 집단을 형성하고 대화가 가능한 언어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상상 속에서 창조주인 신을 발견하고 재창조하였다. 신의 존재 여부를 떠나서 인간은 바라는 바의 실상이며 보지 못하는 것의 증거로서 믿음 속에 각자의 제단 위에 신을 설정하였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사피엔스’라는 저작을 통하여 인간이 동물적 세계로부터 탈출하여 위대한 역사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은 집단적으로 공유한 상상(신화 또는 종교)이 빚어낸 열정이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집단적 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한 약 만년 전, 축의 시대부터 형성되었던 상상과 열정은 근세에 들어 산업시대를 겪으며, 양적인 교환이 가능한 상품화의 자기증식 과정에서 열정은 탐욕으로 변질되고 무지라는 자각에서 출발하여 획득한 과학적 지식으로 자연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섣부른 예단에 이른다. 인간이 자연적 법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순간부터, 역설적으로 탐욕과 자만으로 Sapience & Sapience 라 불리는 현 인류종이지구라는 행성의 자연공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협을 느끼기 시작한다.
점토판 쐐기문자로 적힌 수메르 우르남무 법전(왼쪽)과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오른쪽)
다시 과거의 역사로 돌아가, 기원전 1800년경에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문명에서 발견한 우르남무 법전(‘눈에는 눈으로’ 유명한 함무라비 법보다 앞섰다)은 가족과 재산권의 사적 소유 개념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후 사적 재산권의 개념은 중동 아시아를 거쳐 로마제국에 이르면서 체계적인 법률의 형태를 지니게 된다. 한국역사에 있어서도 최초의 법으로 알려져 있는 고조선의 8조 법은 그 중에 3개항만이 한서를 통해 전해 지고 있는데, 나와 타인에 대한 규범을 분명히 세우고 남을 해하고 물건을 탐한 자에 대한 처벌과 보상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반면에 콜럼버스가 정복하기 전의 북미 아메리칸 인디언 공동체사회는 온전히 모두가 하나로 일체를 이룬다는 사고의 틀을 지니고 있었다. 인디언들의 인사말인 “미타쿠예 오야신”은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뜻으로 단순히 사람들간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지인 어머니의 품속에 동식물을 포함하여 모든 생명체가 하나인 전일적(holistic) 개념을 지니고 있었다 유명했던 영화 ‘늑대와 춤을’의 장면들을 연상해 보시면 도움이 될 듯 하다.
이렇게 중동아 및 고조선 사회와 북미 인디언 공동체가 보여준 결정적 차이의 배경과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전문가적 영역에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겠지만 필자의 직관적인 판단은 집단 주거공간인 자연적 조건과 생활에 필요한 물자 조달의 용이성 여부가 첫 번째 배경이 아닐까 싶다.
상대적으로 제한된 지리적 자연공간과 항상 흡족하지 못한 생활재의 공급과정에서 질서와 규칙이 요구되고 외족 침입의 방어를 위해 강력한 권력을 필요로 했던 전자의 사회에서는 사회적 강제로서 엄격한 법질서가 도입된 반면에, 넓은 광활지에서 생존에 필요한 물자를 자유롭게 조달할 수 있었던 후자의 공동체는 전일적 평화체제가 가장 이상적 해결책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회적 강제가 도입된 전자의 사회에서 지배자의 권력이 강해지고 수탈이 심해지면서 지배를 당하고 고통을 당하는 백성을 구제하기 위한 다양한 상상력과 실천적 열정들이 신화와 종교 또는 지배계급에 대항하는 이념적 체계로 등장하면서 인간 역사를 드라마틱하게 전개하도록 추동한다.
17-8세기를 전후하여 물적 필요에 대응한 산업 기반이 급진전되어 인류 전체의 수요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해진 현대 사회 이전 인류사의 조건 속에서는 온전한 평화가 아니라 갈등과 대립이 역사의 발전을 만드는 역설이 발생한 셈이다.
예건데 인민들을 강압하고 수탈하는 기득권 질서에 대항하기 위한 종교적 상상력과 실천적 규범으로 중동과 서양사회에서는 기독교가 탄생했고, 중화권에서는 유교가 주요한 흐름을 형성해 왔다. 여기서 기독교적 가르침은 ‘내가 너희를 사랑하듯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성경 구절에서 보듯이 적극적인 형제애적 실천을 요청하는데 반하여, 동양에서는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마라(己所不慾勿施於人)’이라는 방어적이며 소극적인 예절의 형태로 나타난 것 역시 매우 흥미로운 문화사 연구의 주제가 될 법하다.
기독교의 역사에서 형제애적 실천은 주로 수도원 활동을 통하여 진행되어 왔다. 베네딕트를 시작으로 프란체스코, 도미니크 그리고 예수회 등 수도원 활동은 세속 사회에서 뿌리를 뽑혀 갈 곳이 없거나 범죄를 저지른 자, 그리고 영혼에 평화를 구하는 자들을 모두 포용하여 신의 은총에서 평온한 삶을 제공해주는 청량제적 역할을 해왔다.
십자가 전쟁 이후 돈과 권력의 탐욕에 물들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교회가 수입의 십일조 내지는 지역에 따라서는 과반이 넘는 교회 예산을 지역 공동체의 가난과 질병을 구제하는 활동에 사용해온 것으로 역사는 기록으로 증언하고 있다. 로마제국 멸망 이후 상업시대 출현이전 역사공백의 수세기 간 중세가 우리에게는 암흑기로 잘못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종교선택과 거주이동 등 자유는 없었으나 신의 은총이라는 구속하에 교회를 중심으로 온전한 평화를 이룬 시기였다고 여겨진다.
문제는 속세의 삶보다는 죽음 이후에 오는 내세의 천국에 방점을 두면서 수도원 내 평온한 삶과 평화는 세속과 격리된 일종의 섬이었다는 점에 있다. 가톨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종교적 영성적 공동체 역시 일반사회 속에서 보통시민들과 함께 사회의 대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격리된 상황을 연출하며 세속적 영향과 편입을 거부하는 형태로 현재까지 존속해오고 있다고 짐작된다.
반면에 17-8세기 이후 산업화와 자본가들의 수탈이 진행되어 가는 와중에 19세기 중반 영국의 맨체스터 공업지대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20여명의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소비자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인류 미래에 새로운 계기와 가능성을 제시한다. 로치데일 협동조합 운동은 많은 국가에 영감을 주면서 독일에서는 라이파이젠 신용협동조합을 탄생시키는 계기를 제공하고, 제2차 대전 이후 스페인에서는 소수민족의 자치운동의 성격을 지닌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호세 신부의 탁월한 지도력과 결합하여 거대한 조직으로 발전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유로코뮤니즘의 본산인 볼로냐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진보적 지식인들의 역할과 지침이 지역 저변을 묶어내는 네트워크로 활성화되었고, 캐나다의 퀘벡주에서는 불어권이라는 공유된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지역중심의 협동조합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상기에 언급하였듯이 국제적으로 모범 사례가 되고 있는 여러 지역은 나름대로의 역사와 배경 그리고 조건 속에서 조직을 확대하고 성장해 왔다. 특이한 것은 세계적으로 지역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는 일본의 경우, 협동조합 운동의 아버지라고 추앙되는 한 종교인의 활동과 궤적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한살림의 창업자인 김재일선생은 ‘가가와 도요히코’의 저작 ‘우애의 경제학’을 번역하면서 그를 다음과 소개했다.
지방 명문가 첩의 자식(본처의 양자)으로 중학교 당시 영어교실에서 만난 로감과 마야스 전도사들의 영향으로 기독교 신자가 된 후 메이지 신학대학과 고베신학교에 공부하다.전도 활동 중 치명적인 폐괴저 병에 걸렸으나, 나가오 목사 가족의 정성을 다한 보살핌으로 회복된 후, 삶 전체를 사회봉사에 바치겠다는 결심으로 고베 빈민가 정착하다.빈민운동 중에 헌신적인 여성 하루를 만나 결혼하고 미국 프린스턴 대학으로 유학하여 신학과 생물학을 전공하다.미국에서 대규모 파업과 시위 경험을 경험한 후 귀국하여 자주관리운동으로 칫솔공장 설립하고 운영하다. 1918-4-20 간사이 노동동맹창립 선언문을 작성하고, 오사카 전동주식회사 파업을 주동하고, 1922-04-09 추후 5백만이 넘는 회원을 갖는 일본농민조합 창립대회를 주도하다. 1923-09-01 관동대지진이 발생하자 교회를 중심으로 이재민 구제활동을 눈부시게 조직한 후, 자조와 자주의 정신에 기초한 수많은 조합운동을 전개하다. 1924년 이후 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도여행 하고,귀국 후 일본 내 백만 구령(기독교신자) 운동 전개하다. 이를 지원하는 미국 내 후원회 조직이 결성되고,일본의 대륙 침략 이후 일본군국주의에 반대하는 세계평화운동 전개하다. 일본 패전 이후 내각 참여의 권고를 거부하고 전국민 참회운동과 협동조합운동의 확산에 노력하고, 사회당 창당 등 활동에 전념하다. 1955년 노벨 평화상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현재 회원 130만명이 넘는 코프 고베를 창립하고 지원하다, 1958년 와병으로 쓰러져 심근경색, 만성신염, 대동맥중막염, 기관지확장증, 심장비대 등 종합병종으로 1960-04-23 사망했다.
요약하면, 가가와 도요히코는 1920년대의 백만 셀러 <사선을 넘어>저자이며 목사로서 철저한 복음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일본에 사회운동의 씨를 뿌린 사회주의자이다. 진보적 실천과 복음적 영성을 결합한 사상을 지녔으며, 일본 최초의 대규모 노동자 파업 주도하고 복음과 의식화를 통해 농민조직을 이끌었고 소비자 및의료 등 일본 협동조합운동의 전설적 지도자로 추앙되고 있다.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 내에 동상이 세워질 만큼 그가 사망한 당시에는 미국인들에게도 경의적인 존경의 대상이었다.
10여 년 전 그의 저서 ‘우애의 경제학(1936년 출간)’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열정적인 기독교의 사회운동가 정도로 기억하였다가, 최근 다시 열어본 책 속에 필자가 심한 갈증을 느끼며 찾고 있던 내용의 대부분이 담겨 있음을 발견하면서 스스로 놀랐다. 필자의 의견을 토씨로 달기보다는 그의 저술 내용을 아래로 요약하면서 그의 사상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다만 1936년 당시는 소련 연방이 산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여 전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자본주의 국가들은 공황으로 매우 고전하던 시절임을 미리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카오스의 세상을 구원하는 길: 세계 대공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마르크스와 케인즈의 이론이 성공하지 못한다고 확신하면서, 오로지 자기성찰과 형제애에 기반한 사회운동으로 인간과 사회의 근원적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믿고 협동조합을 통한 전 사회적 변혁을 꿈꾸다. 공산주의는 획일적인 사회이며 비인간적인 체제라고 부정하고, 자본주의를 1). 약탈적 시스템, 2)상류층과 유한계급을 위한 사회, 3) 자본과 물적 기반이 지배계급에 집중되는 구조, 4) 무산자를 양산하는 체제라고 비판한다.
그리스도와 경제: 종교적 신앙과 실생활의 경제를 분리시키는 것은 마치 신경계통과 소화기 계통을 분리시키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이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가치를 7가지 요소 – 생명, 노동 또는 활력, 교환, 성장, 선택, 질서, 목적으로 나누면서, 십자가의 의미를 단순한 영혼의 구원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인간의 사랑의 완전한 융합으로 해석하고, 십자가는 세속적인 인간을 하나님의 영성으로 인도하는 가교의 역할로 본다. 사적 소유권 이념에 기초한 로마법이 속세의 권력으로 자본주의 전일적 지배의 기초를 닦았다면, 이를 대체하는 십자가의 사랑이 사회경제의 원리로서 현실의 경제활동에 도입되면 현존의 공산주의를 훨씬 능가한다. 입과 계시로만 하나님께 다가 가려는 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거리를 만들고 심연을 깊게 할 뿐이다.
유물론적 경제관의 잘못: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길은 아담 스미스의 고전 경제학도 아니고, 마르크스의 유물 경제학도 아니다. 인간의 각성된 종교의식에 뿌리박은 새로운 경제관속에서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스미스가 시도한 종교와 경제의 분리는 명백한 오류이며 윤리와 경제가 하나가 될 때만이 하나의 몸(소마)처럼 오롯이 온전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마르크스 이론 역시 유물론적 결정론에 경도되어 스미스가 저지른 동일한 오류를 공유한다. 경제와 경제행위는 인간의식의 발전과 수준과 함께 변화하고 발전한다고 믿는다. 물질생산의 형태가 인간의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인 각성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통하여 사적 소유권, 상속 그리고 계약권 등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켰다. 산업이 진행될수록 한 시대의 문화는 물질적 생산과 분배, 소비행태를 제어하는 당 시대 사람들의 의식과 각성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변혁의 철학: 인류역사 전체를 통하여 폭력혁명은 언제나 비참하게 종말을 맞게 된다. 반면에 경제적 혁명은 인간의식의 변혁으로 달성할 수 있으며, 기존의 소유권, 상속, 계약권 등 부와 직업에 대한 근본적인 혁명을 가져오면서 전진을 이루게 된다. 인간의 의식은 자연적 본능적 의식에서 자각적인 상태로 나가고 윤리적 사회적 의식으로 발전한다. 기독교적 형제애가 없으면 결코 이상적인 경제사회를 이룰 수 없다.
형제애: 그리스도교 역사 속에서 존재하는 여러 수도회의 모습에서 형제애를 발견한다. 그리스도 신앙에서 행한 수많은 형제애의 노력을 바탕삼아 협동조합 운동이 등장했다. 이 경우에는 소유권이나 상속이 문제가 되지 않으며, 우선적으로 노동이 존중되고 금전의 이자가 허용되지 않았다. 한편 형제애가 약해지면 세상권력인 로마법에 근거한 사적 소유권 제도가 기승을 부린다. 성공한 로치데일 생협운동은 물건이 아니라 인격과 상부상조를 중시하였다.
협동조합국가론: 현대의 협동조합은 중세 길드의 연장선에서 개선되고 발전되어 왔다. 다만 중세의 길드는 비조합원까지 형제애를 미치지 못했고 자신들이 속한 하나의 종교와 신앙에만 갇혀있었다. 현대의 협동조합은 종교적 형제애에 바탕을 두면서도 여러 종파의 차이와 장벽을 뛰어 넘어 사회전체에 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협동조합 운동은 자본제하의 외로운 섬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향한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전략과 실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한다. 보험-생산자-판매-신용-공제-공익-소비의 전 과정을 지역과 중앙단위에서 상호적으로 연결하고 상보하는 전체적 시스템 구성하고 이를 정치적 조직으로 발전시키는 조합국가를 만들어 자본제를 대체하도록 구상해야 한다. 이에 더 나가서 형제애와 협동조합 국가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연맹형태의 국제기구를 만들어 세계평화를 유지해야 한다
(필자 의견:현존하는 스위스는 가가와가 꿈꾸던 협동조합 국가에 매우 유사하다. 스위스 성공의 비결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칸톤 자치주의 강력한 독립성과투표의 비례성이 온전히 반영되는 선거제 및 국민발안에 의한 직접 민주제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생명’ 이라는 새로운 운동 영역을 일군 ‘원주 캠프’ 인사들. 왼쪽부터 장일순·지학순·김영주·김지하·박재일.(사진: 경향신문)
일본에서는 기독교적 형제애의 재발견으로 협동조합운동이 활성화 되었다면, 한국에서는 동학의변혁사상이 재발견되면서 협동조합운동이 뿌리를 내렸다고 할 수 있다. 시천주(侍天主)의 깨달음에서 출발하여 사인여천(事人如天)이라는 위대한 사상을 이룬 동학은 사회변혁의 일환으로 ‘유무상자(有無相資)’라는 생활실천운동을 전개하였다. 갑오농민혁명이 좌절되어 역사적 잠복기에 들어간 동학의 생활실천운동은 1970년대에 원주지역에서 장일순과 박재일 등에 의해 협동조합운동의 형태로 되살아났고 한살림 운동으로 전개된다. 한살림 운동은 한국시민사회를 각성시키며 다양한 생활협동조합을 탄생시키는 기폭제가 되었고 지금 수준에 이르게 된다.
한국사회내에서 현재 주춤한 사회적 경제영역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하여 다양한 논의와 지원 방안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실천단위에서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기존의 탐욕에 기반한 자본제적 방식과 단순한 시장기능적 접근으로는 새로운 출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제2 섹타의 수익중심과 성장일변도의 논리를 배제하고, 기독교가 제시하는 형제우애적 논리 또는 동학이 가르치는 무차등적 유무상자의 원칙이 사회경제적 시스템을 추동하는 강력한 흐름을 형성하여 자본적 탐욕을 제어하고 대체할 때만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목표로 하는 제3 섹타 영역을 제1 섹타인 공공의 영역과 제2 섹타인 시장 영역의 원심적 영향력에서 분리시켜 스스로 강화하고 확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와 환경을 조성하되, 도요히꼬의 발상을 역으로 적용하여 그 동안 축적된 사회과학적 성과와 정책시행을 통하여 얻은 경험을 온전한 기능적 도구로 재구성하고 재결합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제3 섹타의 영역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의 개별적 탐욕(욕구)을 모두를 위한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의 구성 요소로 실행적 규범과 제도적 규칙, 혁신적 기제, 협업적 환경, 공유적 조건, 순환과 확산의 되먹임 구조, 자연환경과 지속조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와 논의가 절실하다.
3월 22일, 한살림청주 농산물위원회는 쑥 생산지로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한살림에 쑥을 공급하는 전라남도의 해남과 함평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일정이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목련과 동백, 그리고 때 이른 배꽃을 감상하며, 멀리 월출산과 두륜산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다 보니 어느새 해남에 도착했습니다. 해남은 여름에는 시원한 해풍이 불어오고 겨울에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배추, 봄동, 시금치 등 푸르른 채소를 노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해남군 일대에 자리하고 있는 참솔공동체에서는 한살림이 지향하는 제철 재배와 겨울철 무가온재배를 할 수 있습니다.
3월 중순 출하가 시작된 쑥은, 비가림 시설에서 자란 것으로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수확합니다. 특히, 시설에서 재배할 때에는 2월 말까지 하우스를 열어 두고 겨울의 찬 기운을 충분히 받도록 하여 노지에서 자라는 쑥 못지않게 진한 향을 지니게 됩니다. 지난 2년 동안 곰팡이병 피해를 입은 해남이었던 터라 무엇보다도 올해 작황이 궁금했습니다. 다행히 병충해가 적은 편이어서 계획한 대로 공급할 수 있다고 하네요. 노지에는 작고 여리지만 향이 짙은 쑥이 자라고 있었는데요. 지금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한 시간 남짓 차를 달려서 함평에 닿았습니다. 함평의 천지공동체는 하늘과 땅과 사람은 한 몸이라는 의미로 ‘천지’라고 이름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는 곳입니다. 함평군 곳곳에 널리 자리잡고 있으며, 무화과, 쑥, 찰벼, 밀, 허브 등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함평 지역에서도 노지와 시설 재배를 겸하고 있는데, 특히 이중 하우스 시설에서 자란 쑥은 2월 말부터 출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해남에 비해 열흘에서 보름 정도 수확이 빨리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조합원들이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좀 더 일찍 쑥을 찾게 되니 시설 재배를 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맛과 향이 충분한 쑥을 원하기에 노지 재배도 해야 합니다. 생산지에서는 조합원들의 바람이 모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만은 않습니다.
쑥은 출하한 후에도 일 년 내내 풀관리를 해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작물입니다. 논둑과 밭둑과 들녘 어디에서든 너무나 잘 자라는 쑥도 김매기를 해야 하는가 잠시 의아했는데 클로버에는 당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쉬운 농사는 없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한살림 쑥은 한살림의 다른 채소들처럼 유기재배 기준을 적용하며, 무농약 인증인 경우에도 유기재배 기준에 따라 공급하고 있습니다. 농사는 수확을 위한 것이고 어느 정도 소득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쑥 농사, 특히 유기농은 특별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쑥을 캐서 집에 가져오면 열이 많아서인지 후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얼른 펼쳐 놓고 열을 식혀주곤 했지요. 마찬가지로 산지를 떠난 쑥이 조합원에게 가는 동안 간혹 잎이 상하거나 마르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에 한살림에서는 쑥을 미리 냉장(예냉)하여 열을 식혀주는 품온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쑥은 쑥국, 쑥떡 외에도 샐러드와 겉절이, 데친 나물로 만들어도 맛이 좋습니다. 밥을 지을 때 쑥가루를 한 숟가락 넣어주면 빛깔과 향이 곱고 영양도 뛰어난 특별한 밥이 된다고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식용과 약용으로 두루 쓰인 쑥으로 봄의 미각과 건강을 살려 보면 어떨까요?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라 불리던 시절, 반마다 한 명씩 우유당번이 있었다. 우유를 마신 아이들이 납작하게 접은 우유갑을 녹색 플라스틱 상자에 대충 던져놓으면 우유당번은 그것을 일일이 물에 헹궈 학교 뒤편 소각장 옆에 쌓아두곤 했다. 부림제지의 윤명식 생산자는 누구에게나 하나씩은 남아있을 법한 색바랜 추억 속 장면을 있게 한 당사자다.
“우유갑은 비닐 코팅되어 있어 소각할 때 매연이 심하고 재활용이 쉽지 않아 파지업자들도 꺼렸어요. 우유갑으로 화장지를 만든다고 언론에 소개되자 모인 우유갑을 가져가라는 전화가 사방팔방에서 왔었죠.” 재생화장지를 만들기 전에도 그의 인생은 오래도록 종이와 맞닿아 있었다. 1970년에 설립된 영풍제지의 창업공신이었던 그는 1981년 박스공장을 인수하기도 하고, 1984년에는 크라프트지를 만드는 공장도 운영하며 종이 외길을 걸었다.
이제는 운명이 되어버린 우유갑과 만난 것은 1985년. “우유갑 재료로 쓰이는 펄프의 품질이 최고급임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버려지는 우유갑을 볼 때마다 아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술만 있다면’ 하고 많이 생각했죠.” 그는 우유갑의 비닐코팅을 벗기기 위해 압력밥솥에 찌고 양잿물에 끓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한 끝에 톱니바퀴를 이용해 비닐을 제거하는 팔파기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최초의 우유갑 재생화장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우유갑을 재활용해 만든 펄프는 최고급 품질을 자랑한다
재생화장지를 개발한 그에게 사람들은 환호를 보냈지만, 이후의 길이 평탄하지는 않았다. 폐우유갑을 수거해 화장지로 만드는 비용은 상당했고, 당시만 해도 재활용 제품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는 않던 시절이라 매출은 쉽게 오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정상 특허요인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등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중견 제지업체들이 같은 사업에 속속 뛰어들었고 결국 부림제지는 도산까지 몰리게 됐다.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환경청, 조달청 등 국가기관과 환경단체, 여성단체 등을 찾아가 도움을 구했어요. 그때 기적이 일어났죠.” 부림제지의 부도소식이 전해지자 한살림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부림제지 살리기 운동’이 일어났고, 회사는 급격히 정상화되었다. 그는 “당시만 해도 한살림에는 우유가 나오지도않던 시절이었는데 조합원님들이 적극 도와주셔서 놀랐죠”라며 “그때의 고마움을 좋은 물품으로 갚아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전했다.
부림제지 윤명식 생산자
부림제지 재생화장지의 품질은 시중 어느 화장지 못지않게 뛰어나다. 애초에 우유갑의 원재료로 쓰이는 것이 최고급 펄프인지라 이를 재료로 만든 화장지도 여타 제품과 비교해 질기고 먼지도 덜 난다. 또한, 식품용기인 우유갑의 특성상 애초에 엄격한 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몸에 직접 닿는 화장지의 재료로 이만한 것이 없다.
아쉬운 점은 재생화장지의 재료로 쓰이는 우유갑의 수급이 쉽지 않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발생하는 폐우유갑은 약 7만 톤. 그 중 약 1만5,000톤 정도만 회수, 재활용되고 재생화장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그중에서도 일부다. 부림제지에서는 지자체, 시민단체, 고물수거업자 등 160여 개 협력단체를 통해 매년 4,000톤가량의 우유갑을 수집하는데, 이는 생산 재생화장지 원재료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해외에서 들여온 우유갑 자투리를 재활용한다. “한창때에 비하면 수집량이 1/3 정도 줄었습니다. 우유갑 수입비용은 국내에서 수집하는 것보다 30% 비싸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렇게 좋은 자원을 쓰레기로 만든다는 것이 너무 아까워요.”
부림제지는 우유갑 재활용 의지를 고취하기 위한 재생화장지 교환 행사를 4월 18일부터 9주간 한살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열 계획이다. 200ml 우유갑을 40매가져오면 화장지 1롤로 교환해주는 행사인데, 한살림의 900ml 우유갑은 5매만 가져와도 교환 가능하다. 화장지 1롤을 만들기 위해 우유갑 20매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손해 보고 하는 행사’인 셈이다. “부도가 났을 때 도와주신 손길을 보며 느낀 것이 참 많습니다. 내가 하고 있지만 나만의 사업이 아니라는 것, 이왕하는 것 감사한 마음을 사회에 돌려드리자는 것 등이죠. 이번 행사도 그런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우유갑 씻어 모으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많이들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글ㆍ사진 김현준 편집부
재생화장지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1. 화장지는 피부에 직접 닿는 것인데 재활용 제품을 써도 될까? 우유갑은 미국, 캐나다, 핀란드, 스웨덴 등 서늘한 북쪽지방에서 자라는 침엽수를 재료로 만든 천연 펄프를 원재료로 만드는데 이는 신문, 상자의 재료로 쓰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양질의 펄프입니다. 식품을 담는 용기이니만큼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까닭에 인체에 해가 없는 최고급 펄프, 그것도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펄프로만 만들고 있습니다.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지를 만들기에는 최적의 재료라 할 수 있습니다.
2. 재생화장지인데도 하얀 색인 이유는 형광증백제를 넣었기 때문이 아닐까? 몇 년 전 한 소비자단체가 재생펄프를 사용한 국내 대기업들의 화장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제품에서 형광증백제가 검출됐다고 발표해 사회적 파장이 일었습니다. 종이에서 인쇄된 잉크를 빼내고 재활용한 재생펄프의 경우 하얀 빛깔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형광증백제는 아토피, 피부염 등 각종 피부질환을 비롯해 장염, 소화기질환, 암까지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는 위험물질입니다. 그러나 부림제지의 화장지는 100% 우유갑을 재활용해 만들기 때문에 별도의 형광처리를 하지 않아도 하얀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유갑의 원재료가 되는 침엽수의 하얀색이 우유갑을 거쳐 화장지까지 이어지는 셈입니다. 또한, 소비자들의불안을 감안, 정기적으로 형광증백제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믿고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3. 우유갑을 화장지로 만드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환경을 파괴한다는데? 일부 소규모 업체의 경우 우유갑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코팅된 얇은 비닐(폴리에틸렌 수지)을 벗기기 위해 가성소다, 차염소산나트륨 등 화학물질을 사용, 하수를 오염시키기도 합니다. 환경을 위해서는 차라리 우유갑을 소각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림제지가 수집한 우유갑으로 펄프를 만들어 다시 부림제지에 공급하는 삼정펄프에서는 톱니바퀴가 우유갑의 비닐 및 인쇄잉크를 제거하는 특수 제작된 설비를 이용, 환경적으로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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