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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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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

익명 (미확인) | 목, 2017/07/13- 07:30

첫 희망편지로 인사드립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주요 이슈가 연일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유도탄(ICBM)급 미사일 발사, 국민의당의 대선 이슈 조작 사건, 새 정부 조각(組閣)을 둘러싼 갈등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에 비해 대수롭지 않은 일에 관심이 끌릴 때도 있습니다. 작은 변화가 더 큰 울림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 육군 논산훈련소에서 한 연대장의 활쏘기가 훈련병의 안전을 위해 중단됐습니다. 통행로를 가운데에 두고 활쏘기를 하는 연대장을 훈련병들이 ‘국민신문고’에 고발했는데, 사실을 안 훈련소장이 연대장에게 경고하고 활쏘기를 중단시킨 것입니다. 이 사건은 연대장의 국궁훈련을 위해 훈련병이 피해 다녀서는 안 된다는 상식이 실현된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좀 더 생각해보면 훈련병을 위해 연대장이 존재하지, 연대장을 위해 훈련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심장한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과거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본사의 횡포가 있더라도 대부분 참아 넘겼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본사의 ‘갑질’에 대항하는 가맹점주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가맹점이 본사를 상대로 낸 분쟁조정 신청이 지난해보다 26%나 늘었습니다. 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영세 가맹점들이 불공정 관행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새 공정거래위원장의 ‘갑질’ 척결 의지 표명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을’이 더 이상 ‘을’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변화도 읽을 수 있습니다.

다음 달 대통령은 국민 제안 정책 중 30개를 선정해 실행 계획을 짜고, 이를 국민 앞에서 직접 발표하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국민인수위원회는 지난 5일까지 온라인을 통해서만 67만 명이 넘는 국민이 ‘광화문 1번가’를 방문했으며 접수된 제안은 총 17만9000건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이런 시민제안을 상설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정책의 수혜자를 넘어 설계자가 되어가는 변화가 보입니다.

서울시의 ‘함께 서울 정책박람회’는 이런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서울이 민주주의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 박람회는, 지난 5월부터 온라인정책 공론장인 ‘데모크라시 서울’을 통해 정책 제안 공모를 받고, 토론과 투표를 통해 정책의제를 선정했습니다. 서울시는 선정된 의제를 실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어 ‘100일 후 포스트 정책박람회’를 통해 시민의 제안이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정책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 중간 경과도 공유할 예정입니다.

평범한 훈련병과 힘없는 ‘을’이었던 가맹점주의 반란은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새로운 시민의 등장을 보여줍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인수위원회’, 서울시의 ‘데모크라시 서울’은 시민이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이며, 현장 속에서 빛나는 집단지성이 새로운 대안이라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우리 사회를 촛불시민항쟁 이전과 이후의 시대로 구분한다면, 그 중심에는 ‘자기표현’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민의 등장, 즉 ‘시민이 주체’라는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상의 주인으로 우뚝 서는 시민의 모습에서 한국 사회의 희망을 봅니다.

정치인과 연구자, 공무원이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현장의 시민이 정책을 제안하고 만드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제안’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선택’해서 ‘직접 실행’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해 깊이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지는 일을 하는 사람을 ‘연구자’라 부릅니다. 모든 시민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가 되는 시대, 시민이 대안인 시대를 상상해 봅니다.

두 번째 희망편지에서 뵙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2회),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연구원의 글 ‘희망다반사'(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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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안녕하세요.
이원재입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설문조사에 1만5천 건이 넘는 응답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글의 조회 수는 종종 10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희망제작소가 홈페이지와 네이버 해피로그를 통해 연재한
‘좋은 일 공정한 노동’에 쏟아진 관심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좋은 일’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설문조사의 응답 내용이었습니다.
높은 임금이나 정규직 여부보다 노동시간의 길이와 삶의 질을 중시한다는 응답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설문조사는 ‘고용안정, 직무‧직업 특성, 개인의 발전, 임금,
근로조건, 관계’ 등 일의 6개 측면을 제시하고 내용을 설명한 뒤,
그 중 ‘좋은 일의 가장 중요한 조건’ 하나를 꼽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근로조건(근로시간, 개인 삶 존중, 스트레스 강도)이라는 응답이
48%나 나왔습니다. 고용안정(16%), 직무‧직업 특성(13%), 임금(12%),
개인의 발전(7%), 관계(4%) 순서로 다른 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열 명 중 네 명(39.9%)은 조건이 나은 직장(임금 측면 제외)이라면,
임금이 현재보다 줄더라도 옮길 의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일 자체의 내용’과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설문에 응답한 이들이 주로 젊은 층이고 인터넷 사용자들이라는 데 주목합니다.
다음 세대의 ‘일’과 ‘일터’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을 통해 단지 돈을 버는 것뿐만 아니라,
보람과 재미도 함께 얻어야 한다는 생각이 다수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는 일과 삶의 균형도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또한 여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기업 경영에서도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추도록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이 가운데 특히 정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바로 오늘,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를 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설문에 응답한 분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복면 좌담회’ 결과도 발표합니다.

또한, 전문가들이 ‘좋은 일’ 확산을 위해 우선으로 필요한 정책 및 법안을 제시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선임연구위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강성태 교수,
경향신문 강진구 논설위원(노무사),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
세종대 김혜진 교수 등이 참석합니다.
다음 세대에게 맞는 일자리 정책에 대해 얼마나
단순명료한 제안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좋은 일을 위한 단순명료한 정책요구 토론회 자세히 보기☞클릭)

세상은 흔들리고 기우뚱거리다가도 다시 균형을 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등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함께 ‘좋은 일’에 대한 기준을 찾아보고 반전시킬 기회를 모색해보면 좋겠습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이원재 드림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는 길을 고민하며 쓴 ‘이원재의 희망편지’는 2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발송됩니다. 이메일로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메인에 있는 ‘희망제작소 뉴스레터/이원재의 희망편지’에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

수, 2016/02/2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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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원재입니다.

요즘 이런 질문을 종종 듣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세대갈등이 심해지고 있는데, 왜 더 부추기려고 하시나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생각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닌가요?”
‘시대가 바뀌었으니 리더십이 젊은 층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내용의 책을 쓰고 나서
받게 된 질문입니다. 그때마다 저는 “‘세대가 아니라 시대가 교체되고,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는 취지를 설명한 것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20년 전인 1990년대 중반을 떠올려 봅니다.
당시 한국은 ‘열심히 일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상식으로 통하던 나라였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뤘다는 자부심이 넘쳤습니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패러다임은 이렇게 정리되었습니다.
국가가 잘 살면 기업도 잘 살게 되고, 기업이 잘 살면 직원들도 잘 살게 되고,
직원들이 잘 살면 동네 가게들과 시장 상인들도 잘 살게 되고,
이렇게 되면 결국 모두가 잘 살게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학생 때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입사해 평생 노력하며 살면,
내 집 마련도 하고 따뜻한 가족을 꾸려 잘 살 수 있다는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20년 뒤인 지금, 약속은 그리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대기업들은 더 커지고 강해진 것 같은데, 경제는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경쟁은 더 치열해진 것 같은데, 사회는 점점 경직되어 갑니다.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이고, 노인자살률 또한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동력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거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때와는 전혀 다른 사회가 되었으니까요.
다른 생각,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해야지요.

패러다임을 바꾸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새로운 시대를 몸으로 익힌 젊은 세대가 사회 의사결정을 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리더십은 계속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정치에서도, 경제에서도, 시민사회에서도 청년층이 리더가 되는 시간은 과거보다 오히려 더 늦춰지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리더십 경험이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우리는 새로 훈련된 리더가 고갈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앞서 제게 질문을 던지신 분들의 이야기도 맞습니다.
다만 세대공감을 위해서도, 시니어 세대의 지혜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도,
젊은 사람들에게 경험의 기회를 주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벤처기업인으로 꼽히는 이들은 30대 초중반에 리더 역할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민주적으로 선출했던 대통령들도 20대나 30대에 리더 역할을 시작했다는 점을 떠올려 봅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이원재 드림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는 길을 고민하며 쓴 ‘이원재의 희망편지’는 2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발송됩니다. 이메일로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메인에 있는 ‘희망제작소 뉴스레터/이원재의 희망편지’에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

수, 2016/03/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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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원재입니다.

언론을 뒤덮은 ‘살인 가습기 살균제’ 소식에 마음이 답답하셨을 겁니다.
가슴을 치는 피해자 부모와 가족들 이야기에 눈물을 삼키셨을 겁니다.
한 차례라도 그 제품을 사용하셨다면, 아이의 작은 기침 소리에도 가슴이 철렁하셨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중에서도 ‘옥시’라는 상표를 단 제품이 가장 많이 팔렸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이 제품을 만든 RB코리아(옥시레킷벤키저)가 보여준 모습은 끔찍합니다.
정부 조사가 본격화하자 유한회사로 모습을 바꿔 기업 정보를 감췄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품 유해성에 대한 실험 결과를 조작하고 은폐했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유가족들을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RB코리아의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는 그동안에도 매년 3조 5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며 화려하게 성장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제품 유해성을 밝힌 2011년 이후 5년 동안 주가는 두 배로 올랐습니다.
심지어 레킷벤키저는 국제적으로 사회책임경영(CSR)을 잘 하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제3세계 어린이들을 살리겠다면서 설사병 방지 운동을 지원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사회책임경영 우수기업들을 편입하는 주가지수인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탓에 병들고 죽어간 어린이들이 그 어떤 사과와 보상도 받지 못한 채 힘겹게 싸우고 있는 동안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깊은 좌절감을 느낍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에서 기업 사회책임경영 확산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이토록 허망합니다.
영국 기업들의 사회책임경영과 영국 투자자들의 사회책임투자 사례는 제 연구의 중요한 참고자료였습니다.
그런데 그 영국의 대표적 사회책임기업이 이런 일에 눈 감고 있었다는 사실에 탄식이 나옵니다.

결국 기업의 변화는 시민들이 만들어야 하나 봅니다.
지금이야말로 비윤리적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는 윤리적 소비가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곳곳에서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저는 유통업체 진열대에서 이 제품들이 사라져야 불매운동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PB제품 양산으로 직접 소비자 피해를 입힌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먼저 옥시 제품 모두를 진열대에서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 대형마트는 거꾸로 옥시 제품의 할인행사를 최근 진행했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이 이들을 심판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물건을 사지 않는 것도 방법이고, 시민단체들을 지켜보며 함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에서 피해 가족과 함께 정보제공과 불매운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물론 제도 변화에 소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강화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업이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깨닫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 해결책입니다.
법 이전에 윤리가 있고, 경제적 책임 이전에 사회적 책임이 있습니다.
사람에도 기업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깨닫지 않는다면 시민들,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소비자의 생명보다 이익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판매한 제품 탓에 소비자가 생명을 잃게 되면, 그 기업은 의도에 상관없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 기업을 허용하는 정부가 있다면, 그 정부는 국민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탄핵해야 합니다.
영국 정부든 한국 정부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업이 계속 돈을 벌도록 허용하는 소비자들이 있다면, 그들의 도덕성은 의심받아 마땅합니다.

우리는 윤리적 소비자가 될 수 있을까요?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요?
시험대에 서는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오늘은 희망제작소 소장이 아니라, 한 명의 소비자이자 기업 사회책임경영에 애정을 가진 사람의 시선으로 편지를 썼습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이원재 드림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는 길을 고민하며 쓴 ‘이원재의 희망편지’는 2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발송됩니다. 이메일로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메인에 있는 ‘희망제작소 뉴스레터/이원재의 희망편지’에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

수, 2016/05/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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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원재입니다.

오늘 내가 살아간 하루를 25년 뒤 지금 내 나이로 살아갈 누군가의 하루와 비교한다면, 어느 쪽의 가치가 더 클까요?
오늘 성인 한 명의 가치는 25년 뒤 성인 한 명의 가치와 같을까요?
심각해 보이는 이 질문은 10여 년 전 기후변화를 놓고 벌어진 두 경제학자의 논쟁에서 나온 것입니다.

니콜라스 스턴 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당시 ‘지구온난화의 경제학’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습니다.
일명 ‘스턴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전 세계 경제의 20%를 파괴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그리고 이를 막으려면 2050년까지 매년 전 세계 총생산의 1%라는 어마어마한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하지요.
바로 대응하지 않으면 몇 년 안에 이 비용이 20%까지 올라가고, 경제공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합니다.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는 이와 다른 의견을 내놓습니다.
기후변화가 문제인 것은 맞지만, 그만큼 큰 투자를 할 필요 없다는 의견입니다.

두 사람 모두 저명한 기후변화 전문가이자 진지한 경제학자입니다.
이들의 차이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바로 ‘내재적 할인율’이라는 개념 안에 차이가 있습니다.
스턴은 내재적 할인율을 0.1%로, 노드하우스는 2~3%로 봤습니다.
할인율이 높아질수록 현세대의 소비와 소득을 위해 후세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정당화됩니다.

이 할인율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시간선호도입니다.
좀 더 쉽게 풀어쓰면, ‘1년 뒤 얼마를 받아야 지금 100만 원을 받는 것과 같을까?’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이지요.
물론 이자나 물가상승 없이 순수하게 시간만 흘렀을 때를 말합니다.

이 개념을 대하는 태도에서 한 사회가 현재와 비교할 때 미래를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드러납니다.
3%의 내재적 할인율을 제시한 노드하우스에 따르면, 오늘 태어난 한 명은 25년 뒤 태어난 두 명의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미래의 문제는 현재의 문제보다 그만큼 덜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스턴에 따르면 두 사람 사이의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미래의 문제는 현재의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지요.
어느 숫자에 근거해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역사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기후변화를 보는 이들의 시각이 판이해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20대 국회가 곧 문을 엽니다.
당선자들은 분주하게 의정활동을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국회의원은 어느 수준의 ‘내재적 할인율’을 마음속에 갖고 있을까요?
기업, 시민단체, 더 나아가 사회 전체는 어떨까요?
우리 사회에서, 25년 뒤 하루의 가치는 오늘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여겨지고 있을까요?

세상은 보통 현재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현재 세대 의견으로 대표자를 뽑고, 법을 만들고, 행정과 재판도 합니다.
세상이 크게 변하지 않을 때는 큰 문제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급변할 때는 어떻게 될까요?

급변의 흔적은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한국 경제를 수십 년 동안 이끌었던 장치산업은 10~20년 뒤에도 이 나라 경제를 계속 끌고 갈 수 있을까요?
위기의 조선업을 보며 자연스레 의문이 듭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고시학원을 기웃거리는 지금의 20대는, 10~ 20년 뒤에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적절한 능력과 의지를 갖춘 장년 세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20대가 30대가 되고 40대가 된다고 해서 좋은 일자리를 다시 가질 수 있게 될까요?
사상 최고의 청년실업률 12%, 그 두 배가 넘는다는 실질 청년실업률 수치를 보며 드는 생각입니다.

제조업 둔화로 전력소비량 증가세 둔화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획된 원자력발전소가 그대로 지어지면 10~20년 뒤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주거환경도 요동칩니다.
안정적으로 월급 받을 수 있는 길은 계속 좁아지는 반면, 월세는 점점 오르고 있습니다.
빚을 내서 집을 사도 수십 년 동안 매달 돈을 갚아야 하니 마찬가지입니다.
10~20년 뒤의 신혼부부는 어떤 방식으로 집을 얻어 살아가게 될까요?

이 모든 것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미래에 초점을 맞추면 판단은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높은 할인율을 자랑하는 곳처럼 보입니다.
미래 없이 과거의 회고와 현재의 생존에만 매달린 사회 같아 보입니다.
‘삼포세대’라는 언어 속에도,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말 속에도 하루하루 허덕거리는 거친 숨길만 가득합니다.

나이를 먹었을 때의 삶을 떠올리며 사회 변화를 꿈꾸는 청년들이 있다면 우리의 희망은 좀 더 커지지 않을까요?
30년 후 아이들이 다닐 학교의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의 교육을 설계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면 어떨까요?
20년 후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지 열정적으로 토론하며 법·제도를 정비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다면요?
10년 후 한국 사회를 디자인하느라 밤을 새우는 이들이 분야별 싱크탱크에 가득하다면요?

‘이원재의 희망편지’는 오늘로 마무리 짓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 희망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제가 나눈 여러 생각이 많은 분을 거치면서 점점 넓어져 실천의 길에 다다르면 좋겠다는 꿈을 꾸며 편지를 썼습니다.

내일이 오늘만큼 가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고 강해지길 바랍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이원재 드림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는 길을 고민하며 쓴 ‘이원재의 희망편지’는 스물여덟 번째로 마무리 됩니다. 그동안 보내준 성원에 감사드리며, 더 좋은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 2016/05/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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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붉은 단풍과 차가운 바람, 완연한 가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올가을은 강원도에서 많은 분을 만났습니다. 동강에 비친 추색(秋色) 덕분에 황홀함을 느낄 수 있었던 정선군 덕천 산촌에서 희망제작소 ‘1004클럽’ 가입을 추진하는 친우들과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또 눈부신 단풍과 물소리, 그리고 가을바람을 안은 인제군 방태산 자락에서는 청년 사회적기업가, 일본의 NPO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두 곳 모두에서 정주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던 점은 마음 한편을 아리게 했습니다. 마을 곳곳에 빈집이 많았고 중간중간 외지인이 운영하는 펜션만 있을 뿐,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과 공동체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풍광은 빛났지만 마을은 쓸쓸했습니다. 지역 소멸의 현장을 다녀온 셈입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는 중에 많은 사람이 수도권과 대도시로 몰리면서,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위기를 맞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격차가 심해지면서 읍면지역의 중산간지대는 인구감소뿐만 아니라 재원 확보의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고 합니다. 기본생활을 뒷받침할 인프라를 갖추기가 힘든 것이지요. 인구감소로 공동체가 붕괴하고 출산, 보육, 교육, 경제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대도시와 수도권의 인구 과밀·집중 현상과 읍면지역의 지역소멸 위기가 공존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의도된 불균형 발전으로 압축적 고도성장을 추진해 온 결과, 같은 땅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곳에 있는 듯한, 즉 이중화된 한국을 만들었습니다. 국가의 선택으로 우선 발전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뉘었고, 오랜 시간을 거치며 낙후지역이 생기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과소지역의 위기는 그들 자신의 선택 때문이 아니라 국가정책의 결과물입니다.

저성장이 일상이 되면서 전국이 어렵다고 하지만, 가난한 사람이 더 춥다고 기초체력이 부족한 지방은 더 어렵습니다. 대도시와 수도권을 살찌우는 인재를 양성하고 도시 발전의 밑거름이 된 농산촌은 오갈 데가 없는 형편입니다. 대도시와 수도권에 사는 사람의 비중은 70%를 넘었습니다. 반면 강원도 면 지역의 87% 정도는 소멸 위기에 봉착했다고 합니다. 충남의 경우, 비교적 젊은 사람이 맡는다는 이장의 평균 나이가 73세라고 합니다.

과소지역의 소멸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고향사랑기부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시작한 후루사토납세(고향세)를 모델로, 문재인정부가 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도시민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기부하면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하고, 10만 원을 넘은 금액은 일부 공제해주는 제도를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출신지나 거주지 등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이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지방 및 농어촌의 재정을 확보해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있습니다. 고향에 기부하면 다음 해 연말정산에서 소득세를 돌려주는 등 국세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논의 중입니다. 지난 9월까지 이미 8개의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습니다.

2007년 대선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내놓은 도시민이 부담하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에 떼어준다는 공약이 고향세의 시초입니다. 2009년과 2011년 국회에서 고향세법이 발의되었고, 2010년 6·2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한나라당이 고향이나 5년 이상 거주한 지역에 내는 ‘향토발전세’ 신설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지방세를 걷어 낙후지역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어서 수도권과 대도시 지자체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때문에 지금은 기부금 형식으로 내고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형식의 고향세가 제안되고 있습니다. 지방소멸 위기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여야 구분 없이 대다수 과소지역이 환영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민간기부로 지방의 재원을 늘리고, 이를 통해 과소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중앙정부의 우선적인 책무인 국가재정 제도의 개혁, 재정분권에 대한 설계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걱정이 대표적입니다. 문재인정부의 재정분권 공약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정부부처의 반발도 없지 않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넘어 국가재정제도를 개혁해 자치재원을 확충해야 하고 재정분권의 로드맵도 그려나가야 합니다.

물론 고향사랑기부제의 정착을 위한 주체적 준비도 필요합니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발전 방안과 사업 기획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냥 기부를 받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사회적 투자를 유치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기부금이 지역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합니다. 일본처럼 기부자가 지정한 사업에 기부금을 사용해 기부 만족도를 높여야 합니다. 비영리단체의 협력과 참여로 제도를 충분히 활용해야 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와 과소지역이 상생협력차원으로 홍보관을 설치하는 등의 협력방안도 모색해야 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소멸위기 지역 문제 해결의 최종 대안이 아니라, 그것을 찾아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 희망제작소도 힘과 지혜를 보태겠습니다.

내내 강건하시길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2회),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연구원의 글 ‘희망다반사'(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7/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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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지난 12일 희망제작소의 새 보금자리 ‘희망모울’ 개소식을 잘 마쳤습니다. 원근 각지에서 축하하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희망모울이 완성되도록, 희망제작소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후원해주신 분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민연구공간 희망모울은 지하 1개층, 지상 4개층 건물입니다. 현재 지하 1층은 자료실이자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하층이기 때문에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점검한 후 어떻게 활용할지 정하려 합니다.

1층은 시민을 환영하는 공간입니다. 시민 누구나 편하게 들러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페형 코워킹스페이스 ‘누구나 카페’입니다. 투명 유리로 성미산의 녹음이 그대로 관통합니다. 외부에는 테라스를 만들어 안과 밖에서 자연스레 모이고 흩어지는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민간 독립연구소의 길을 만들어주신 분들을 기억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11,699명의 후원자의 이름을 새긴 기부자의 벽과 1004의 벽이 그것입니다. 모두 다르지만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곳이 되길 꿈꾸는 바라는 시민의 얼굴을 담은 시민의 초상과 희망의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2층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구분이 없는 교육장 ‘누구나 학교’입니다. 앞쪽에 ‘HOPE’라는 조형물을 크게 걸어두었더니, ‘호프집’ 같다는 분도 계십니다. 호프집처럼 많은 시민이 이용하길 바랍니다. 3층과 4층은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주된 업무공간이면서 시민연구자도 사용할 수 있는 ‘누구나 연구실’입니다. 고정 좌석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3개의 회의실과 1개의 휴게실, 전화부스도 있습니다. 각 공간에 붙어있는 공간안내 문구로는 우리가 가진 편견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여자화장실은 파란색, 남자화장실은 분홍색으로 표시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일찍이 현장에서 자신의 문제와 씨름하고 실천 중인 시민과 함께하는 길이 대안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창했습니다. 이제 희망모울에서 그 역할에 좀 더 충실하려 합니다. 연구는 전문가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시민 누구나 연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시민의 절실한 필요가 담긴 연구를 연결하고 거드는 길을 꿈꿉니다.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열어갈 방법과 전략을 탐색하여, 시민연구자의 플랫폼을 만들겠습니다.

우선 시민의 일상을 새로이 발견하고 다시 정의하려 합니다. 지금, 여기, 우리 시민의 일상 문제와 그 근본의 이치를 시민과 함께 깨쳐나가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안, 불공정과 불통을 찾고 그 원인과 대안을 천착하는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희망모울 개관을 시작으로 큰 뜻을 세우고 멀리 바라(大志遠望)보지만, 절실하게 묻고 가까운 것부터 실천(切問近思)하는 희망제작소, 편안함을 찾지 않고(無逸) 시민 속에서 골똘히 생각해서 이치를 깨치고 대안을 만드는 희망제작소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8/07/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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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희망제작소 새 보금자리이자 시민연구공간인 ‘희망모울’은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꿈꾸며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연구할 수 있는 시대, 누구나 대안을 만드는 세상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흔히 ‘연구’라고 하면, 전문적인 훈련과정을 거쳐 학위를 취득한 직업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전문가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전업 연구자처럼 제도권에 있지 않으면 사회적 발언권을 갖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전환은 전문가에 의해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잘 알고 계시듯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한 걸음 진보할 수 있었던 것은 다수의 시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희망모울 개소 기념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진단이 나왔습니다. 소득주도성장론 역시 학계에서 만들어졌다기보다 노동계의 문제의식에서 숙성된 이론입니다. 기업을 지원하면 총생산량이 늘어나 경제가 성장한다는 낙수효과식 담론에 맞선 새로운 접근입니다. 일부 논란이 있지만, 새로운 지평을 여는 문제의식이 학계와 국책연구소가 아닌 현장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절실한 필요’를 가진 현장에서 이론이 무르익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시대’라고 밝힌 근저에는 삶의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하는 시민에 대한 발견이 포함돼 있습니다. 문제의 피해자 혹은 지원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소극적 인식에서 벗어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 문제를 해결할 주체로서 시민을 주목한 것입니다. 희망제작소가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열려는 이유입니다. 모든 시민이 직업적 연구자이길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새롭게 질문할 수 있는 사람, 삶의 문제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는 당사자가 바로 시민이기에, 생활에 맞닿은 질문과 답을 찾는 연구자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얼마 전, 익산시민창조스쿨에 다녀왔습니다. 시민이 연구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장이었습니다. 현재 익산의 변화를 일으킬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대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제안자인 시민그룹과 공무원, 시의원이 해당 아이디어와 관련해 함께 공부하고, 조사하면서 대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민이 서비스의 수혜대상이 아니라 대안을 만드는 연구자이자 대안자로 활동하는 일이 8년째 이어지고 있다니 실로 놀랍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실천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도 작지만 소중한 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독립연구자의 연구를 지원하는 ‘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관련내용 보기)입니다. 일상과 대안을 연결하는 독립연구자들의 아이디어 공모를 거쳐 총 3팀의 연구자 그룹에게 연구공간과 연구기금을 지원했습니다. 반려동물 재난대피소 만들기, 남자청소년 대상 성교육, 청년라이프스타일설계 교육과정 연구 등 주류사회가 주목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과제가 선정됐습니다. 참신한 연구결과를 고대합니다.

행정안전부와 함께 ‘국민참여사회문제해결프로젝트–국민해결 2018’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시민이든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가 있다면 실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관련내용 보기) 약 230여 개 아이디어가 접수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상상테이블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서류심사, 전국 160여 명의 국민심사단이 참여한 온라인 심사를 거쳐 최종 20여 건이 선정되었습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도전은 오는 20일부터 약 100일 동안 진행됩니다. 또한 순천시와 서울 금천구에서는 시민의 아이디어 제안과 숙의 과정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대안을 만드는 열린작업실(OpenWorks)도 시작됩니다.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는 희망제작소의 힘만으로 열어갈 수 없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연구자를 연결하고, 서로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할 뿐입니다. 희망제작소 곁에서 함께 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길 소망합니다.

폭염이 기승입니다. 늘 강건하시길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8/08/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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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한가위가 다가옵니다. 나눔이 풍성하길 소망해봅니다.

여러 행사가 연이어 열리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도 ‘국민해결2018 – 시작하는 날’을 진행했습니다. 600여 개의 제안 중 선정된 연구주제를 수행할 국민연구자와 함께 ‘새로운 질문’으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기로 다짐했습니다. 민선7기 목민관클럽 출범식도 진행했습니다. ‘시민을 위한’(for) 자치행정이 ‘시민과 더불어’(by) 혁신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국회에서도 각 당의 지도부가 새로 선출되고 정기국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출산주도성장’을 내세워 논란을 불렀습니다. 한 아이를 출산하면 20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1억 원씩 지원하자고 했으나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주택공급 확대를 꺼냈습니다. 야당의 공격에 방어만 하는 방식을 넘어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는 노련함을 보였습니다.

여야의 공방 속에서 가려진 것도 있습니다. ‘잠자는 아이 확인법’이 통과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어린이집 차량에서 아이들이 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발의된 법이지요. 하차 확인 장치 의무화와 정부의 비용 지원이 주요 골자입니다. 여야대표는 ‘응당 만들어야 할 법’이라며 카메라 앞에서 손을 맞잡았습니다.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도 통과했으나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본회의 전 단계인 법사위에 상정조차 못했습니다. 한창 이슈일 때는 금방 처리하겠다며 서로 나서다가 여론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지니 챙기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잠자는 아이 확인법’은 미아가 되었습니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때 반짝 관심을 끌었던 자치분권 의제 역시 잊혀가고 있습니다. 개헌이 아니어도 실행할 수 있는데도 입법 과제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취임 때부터 약속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사라진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지방분권의 두 축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 개편, 지방소득세·소비세 인상 등과 같은 ‘재정분권’과 자치경찰제·주민참여·자치강화 등의 ‘자치분권’ 최종안 발표 예정일을 넘기고도 어떤 사정이 있는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제2국무회의 형식으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선7기 시·도지사 간 첫 간담회에서는 일자리 문제만 논의되었고, 자치분권 로드맵 의제는 주제에서 아예 빠졌습니다. 자치단체장들이 대통령에게 ‘일자리 창출계획’을 보고했을 뿐 국정을 논의하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6월까지 마무리 짓겠다던 자치경찰제 기본계획과 각종 주민참여 자치 관련 법률 역시 소식이 없습니다. 지난 연말에 발표하기로 했던 재정분권 종합대책은 예정 시기보다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입니다. 정부가 재정분권TF를 통해 만들었던 권고안은, 지방소득 소비세를 늘려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6대4까지 바꾸는 게 핵심입니다.

국회에서는 쟁점이 많아 지연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야 간 큰 쟁점이 없는 법률에도 큰 관심이 없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그 예입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재정 확충방안으로 국정과제에 반영되었고, 11개의 관련 법 제·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고향납세제를 도입하여, 개인이 원하는 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지역특산물 등 답례품을 받게 하고 있습니다. 자치단체는 기부받은 재원을 인재육성과 복지 산업진흥 등 다양하게 활용합니다. 지역 공동화 완화와 특산물 판로 확대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올 7월 일본 총무성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81억 엔이었던 고향세가 2017년에는 3,653억 엔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대도시 집중 현상으로 발생하는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도시와 지방의 세수 격차를 완화해 재정 격차를 줄이고 지방의 자주재원을 확충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을 역전 시키는 수직적 재정분권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러나 수직적 재정분권이 지체된다 해서 고향사랑기부제 입법을 미룰 이유도 없습니다.

국정감사와 예산을 처리하는 국회의 책무는 막중합니다. 여야 간 공방도 뜨거울 것입니다. 협치가 필요한 논의도 많아지겠지요. 그러나 여야 모두가 주장한 자치분권과 관련한 의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습니다. 청와대 앞에서 농정개혁시민농성단이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농업, 농민, 농촌이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현실이 가슴 아픕니다. 국회가 늘어만 가는 소멸지역, 농업-농민-농촌의 절망에 대안을 마련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가족이 함께하는 풍성한 한가위를 기원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8/09/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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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늘 강건하시고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는 한 해 만드시길 소망합니다.

2019년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촛불항쟁도, 민족 자주독립의 길을 확고히 한 3.1운동도 모두 시민의 각성과 실천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저출생・고령화, 기후변화, 사회적 양극화와 같은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이 국가의 개입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국가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주장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의 근본 원인과 책임을 찾을 수 없게 합니다. 어느 때보다 연대와 협동이 필요한 시기지만, 대부분의 개인이 각자 일상을 보내는 나홀로족이 늘어나면서 ‘1인 체제’도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1코노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비 경향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기 일이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 방식이 우리 사회의 파편화를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정치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는커녕, 어떤 결정도 하지 않는 것으로 문제를 악화시키는 ‘비토크라시’(Vetocracy) 양상을 보입니다. 거대 양당의 주된 관심사는 상대를 부정하는 것일 뿐,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없는 듯합니다.

이럴수록 시민주권, 사회적 가치, 사회혁신 등의 단어를 다시 마음에 새깁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주권자가 되어 언제 어디서나 권력을 향유하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난해 희망제작소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시민연구공간 희망모울을 열었습니다. 일상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그 이치를 깨달아 변화의 길을 만드는 시민을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로 시민주권의 새 길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국민해결2018>프로젝트는, 시민이 선택한 문제를 시민이 직접 해결하는 생활현장실험실(LivingLab)로 대안을 만드는 데 함께했습니다. 책상에서 문헌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가 함께 지혜를 모으는 방식의 대안 연구와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아직은 부족합니다. 희망모울은 다양한 연구자가 모이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고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독립연구, 시민연구자의 실태를 조사하고 협업 프로젝트도 활성화하려 합니다. 폐촌 위기에 몰린 산골에서 탄생한 ‘마을연구소’, 정부도 하지 못하는 문화재 해외반출 현황 백서를 만든 독립활동가, 사회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소셜벤처와 함께하는 희망제작소가 되겠습니다.

시민주권은 마을 자치와 민주적인 일터 속에서 탄생합니다. 주민이 즐겁게 모여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도록, 우리의 일터가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6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는 목민관클럽과 함께 ‘주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일하는’ 지방자치 혁신의 길을 닦겠습니다. 새로운 길을 찾고 싶은 시민의 배움과 실천을 돕는 일도 쉬지 않겠습니다. 시민의 창안과 도전을 응원하겠습니다.

민간독립연구소의 활성화는 미래 희망의 척도를 살피는 데 필수적입니다. 늘 응원하고 후원해주시는 여러분은 희망제작소의 버팀목이자 한국 사회의 희망입니다. 여러분과 소통하고 함께 일하는 참여공동체를 만드는 데 더욱 힘쓰겠습니다.

절실하게 묻지만 가까운 것부터 실천하겠습니다(切問近思).
본래 소명을 다함으로써 나아갈 길을 찾겠습니다(務本道生).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9/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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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19년 두 번째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오늘은 정치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눈에 띄는 기사는 장재연 교수의 ‘미세먼지 긴급조치가 의미가 없다’라는 글입니다.(<기사 참고 >) 장 교수는 아주대 의과대학(예방의학교실)에 재직하고, 환경연합공동대표를 지내며 ‘미세먼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과잉공포를 우려하고, 정부의 미세먼지 비상대책의 실효성을 지적하면서도 일상에서 미세먼지의 감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개인적 구난이 아니라 사회적 각성과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미세먼지 문제처럼 저출생·고령화·양극화·신산업과 구산업 간 충돌과 같은 문제들은 한국사회의 난제가 되었습니다. 필요한 조치는 분명하지만, 제대로 조치를 시행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난제의 상당 부분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와도 관련돼 있습니다. 시장의 실패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치가 문제해결을 위한 어떤 결정도 못 하는 현실이 초래한 결과입니다.

상대방의 주장을 무조건 거부하는 거부권의 정치가 구조화돼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토크라시’(Vetocracy)라고 일컫습니다. 거부(veto)와 민주주의(democracy)의 합성어입니다. 비토크라시는 국제정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미국의 양당 정치를 비판하며 만든 용어입니다. 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하는 극단적인 파당 정치를 뜻합니다. 후쿠야마 교수는 소속 정당을 떠나 미국 정치권이 공유해온 최소한의 가치 공감대가 사라지면서 ‘무조건적 반대’가 미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반복됨으로써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큰 흐름으로 보면 보수세력의 독점적 지위는 약화되었지만, 정치는 복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87년 체제의 단임제대통령-소선구제로 만들어진 정치구조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민주주의가 되고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 군인-관료-재벌-정치의 순이던 정책결정권자의 지위가 현재 관료-법조-재벌-정치의 순으로 변화된 양상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관료집단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습니다. 관료집단은 주권자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탓에 왕왕 ‘위험의 공공화와 이익의 사유화’를 방치합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가 우리 사회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회적 갈등을 반영하지 않는 정치체제를 바꾸지 않고선 변화하기 어려운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기성 정치권에 맡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려야 합니다. ‘관객 민주주의’는 당신들의 잔치를 만들 뿐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시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일상민주주의, 과정민주주의,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대거 사표(死票)를 만들며 다수의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선거제도의 개편이 필요합니다. 나의 일터와 삶터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시민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민주권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자원을 전달하는 국가에서 시민이 연대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사회연대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중 대통령과 자치단체장에게 요구하는 방식에서 시민들이 의원들과 함께 문제를 직접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꿈꾸어봅니다. 시민들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과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실험인 리빙랩(living-lab), 폴리시랩(policy-lab)의 활성화도 하나의 대안입니다.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시민 역량을 키우는 길입니다. 비판과 감시의 대상인 의원을 시민권력의 도구로, 시민사회 협력의 파트너로 만드는 도전을 희망제작소가 응원하고자 합니다.

희망제작소의 소식도 전합니다. 새해를 맞아 일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 대안을 만드는 시민주권센터, 상상을 대안으로 만드는 대안연구센터, 시민과 후원회원이 함께하는 이음센터, 그리고 정책기획실과 경영기획실로 개편합니다. 자세한 소식은 다음에 또 전하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9/0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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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19년 세 번째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지난달 <희망편지>에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 ‘비토크라시’(Vetocracy)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사회적 갈등을 반영하지 않는 정치체제를 바꾸지 않고선 변화하기 어려운 현실을 되짚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요. 청년 대다수는 정규직을 얻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모두 경쟁자인 시대, 청년들의 고독과 고립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혹 경쟁에 뒤처지면 자신에게 탓으로 돌리며 마음의 병에 걸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을 바라지만, 연이은 실패로 인해 자신의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것만이 공정함이라고 여기는 등 타인을 배제하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동 현실은 어떨까요. 프랑스의 노란 조끼를 입은 프레카리아트(이탈리아어 불안정한·precarious와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성한 조어)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일자리가 있어도 사내복지 혜택은 물론 공공 복지혜택을 제한적으로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업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요하고, 강자만이 누리는 기회를 넓히는 신자유주의가 지배한 결과입니다. 돌봄과 밥벌이라는 이중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의 얼굴, 시시때때로 부서나 근무지를 옮기며 직장불안을 겪는 회사원의 얼굴, 그리고 불안정한 노동을 해야하는 퇴직한 노년의 얼굴은 모두 비슷합니다. 바로 ‘불안함’입니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 구조 탓이 크지만, 사회의 전환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정권교체에도 바뀌지 않는 우리의 일상에 변화를 불어넣기 위해선 ‘새로운 촛불’이 필요합니다. 광장에 집결하는 방식이 늘 가능하지도, 늘 효과적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큰 파도는 작은 파도의 물결이 일렁일 때 생깁니다.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작은 도전, 아래로부터의 작은 실천이 반복될 때 ‘새로운 촛불항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부딪히는 문제들은 기존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새로운 방식이 필요합니다. 국가 중심의 민주주의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 중심의 민주주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촛불항쟁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시민이 국가를 구성하는 구성원에 머물지 않고, 직접 국가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결정권을 행사하는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시민 스스로 사회문제의 대안을 찾는 일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공무원과 정치인에게 해결을 촉구하는 방식에서 시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시민과 시민이 만나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모임을 여는 등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노력의 축적이 필요합니다. 시민끼리 답을 찾기 어렵다면 지역사회전문가, 지방의원과 함께 대안을 탐색하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괴리가 발생하는 ‘비토크라시’를 넘어서는 등 시민과 시민의 연결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오는 3월 27일은 희망제작소가 창립된 지 13주년이 됩니다. 민간독립연구소로 역할을 감당하도록 함께해주신 분들과 특히 후원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올해 희망제작소는 기존 단체만이 아니라 흩어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연결과 작은 실천이 대안을 만들어가는 도전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이러한 역할을 해내기 위해 시민이 주인되는 사회, 함께 희망을 실현하는 ‘시민주권센터’, 한국사회 주요 의제·정책 대안을 연구·조사하는 ‘대안연구센터’, 시민 누구나 삶의 대안을 탐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음센터’, 사회혁신 의제를 발굴하고 목민관클럽 운영을 통해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책기획실’, 희망제작소의 살림살이와 사업 및 운영을 지원하는 ‘경영기획실’로 조직을 재구성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여러분들과 함께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 ‘시민이 대안인 시대’를 함께 열어가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9/03/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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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적 시민활동을 지원하는 풀뿌리사람들의 김제선 상임이사가 희망제작소 소장으로 1일 취임한다.

김 소장은 “희망제작소가 단순히 연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연구하며 실천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며 “시민사회와 공공, 시장의 경계를 넘어서는 협력 그리고 지역과 지역의 연결을 통해 지역주도의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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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6/0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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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희망제작소 4층 희망모울에 김제선 신임소장과 연구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6월 월례회의 ‘달고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이번 달고나는 신임소장과 연구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진행됐습니다. 깨알 같은 재미가 곳곳에 숨어있었던 ‘달고나’ 현장 후기를 공유합니다.


서로 마주하는 날, 설렘과 긴장 사이 어딘가

첫 만남, 첫인사는 누구에게나 약간 어색하고 설레는 순간입니다. 6월 달고나는 이에 맞춰 ‘상견례’ 콘셉트로 꾸며졌는데요. 팥떡과 오미자차, 원앙을 대신한 앙증맞은 물개 커플 인형 등이 상견례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습니다.

연구원들은 각자 유쾌하고 재치 있는 방식으로 속한 팀과 팀원을 소개했습니다. 지역정책팀은 ‘구석기시대부터 현대까지’라는 제목으로 2009년에 입사한 장기근속 연구원부터 2017년에 입사한 신입 연구원까지 소개했는데요. ‘주민참여예산전도사’, ‘아파트에 못 살아본 아파트 연구자’, ‘맹자 팬클럽’ 등 각양각색으로 연구원을 표현했습니다. 사회의제팀은 ‘지명수배’(WANTED)‘를 내세워 ‘마포구 스웨그(swag)’, ‘뉴질랜드 소녀감성’, ‘정릉 게임 소매상’, ‘홍제천 여흥부장’이라는 수식어로 연구원을 표현했고요. 후원사업팀은 통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며 팀을 소개해 박수를 받았습니다.

‘재미 코드’를 앞세운 팀들과 달리 진지하게 연구 사업을 소개해 현장 분위기를 오히려 달아오르게 만든 팀도 있었습니다. 시민사업팀은 ‘시민의 재발견을 통한 공공성을 확장하고, 개개인의 시민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다’는 비전을 밝혔고요. 경영지원실은 열린 조직,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미디어홍보팀도 ‘Simple, easy, fun’이라는 기조에 따라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유통·배포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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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태 부소장의 소장권한대행 1년을 돌아보다

이날 지난 1년간 소장권한대행을 맡았던 권기태 부소장의 노고를 돌아보는 자리도 마련됐습니다. 웹팀은 권 부소장의 발자취를 기록한 스페셜 영상을 직접 제작해 선보였는데요. 권 부소장은 감동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이어 후원사업팀 이원혜 팀장의 유머코드가 섞인 헌정 시 낭독도 진행됐습니다. 이 팀장은 ‘님의 침묵’을 패러디해 “썰렁했던 첫 개그의 추억은 나의 멘탈을 붕괴시키고, 뒷걸음쳐서 사라졌다”며 “권한대행도 사람의 일이기에 시작할 때 미리 끝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라고 말했는데요. 권 부소장과 연구원 모두 웃으며 지난날을 회고했습니다.

연구원들은 권 부소장에게 고마움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미디어홍보팀 최은영 선임연구원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권 부소장님이 권한대행 역할을 하면서 고생하시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권 부소장에게 아쉬운 점이 없었냐는 질문에 대해 희망기획팀 유혜승 팀장은 “권 부소장님이 옆자리에 앉는데, 아침마다 깊은 숨소리에 중압감과 무게감이 느껴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연구원들은, 권 부소장에게 소장권한대행으로 지난 1년간 구성원을 다독이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하며 감사장과 희망배지를 함께 전달했습니다.

권 부소장은 “희망제작소의 역사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의 판단으로 인해 희망제작소가 어려움에 부닥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컸다”며 “중간에 몇 번 큰 고비가 있었지만, 연구원들이 있어 함께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이어 “부족함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지켜봐 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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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선 신임소장과 연구원 간 ‘친밀한 탐색전’

‘달고나’의 대미를 장식한 건 바로 김제선 신임소장을 환영하는 코너였습니다. 김 소장의 취미, 일상, 업무 스타일, 비전 등을 엿볼 수 있는 ‘김제선 소장의 셀프 탐구영역’이라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사전에 김 소장은 시험 문제 풀 듯이 희망제작소 탐구 영역, 김제선 매력 탐구 영역, 아재 탐구 영역 등에 관한 문제를 풀었습니다. 이날 답지가 공개되었고, 연구원들은 이를 통해 김 소장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셀프 탐구영역 시험지에 나오지 않은 질문을 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언제 화가 나냐는 질문에 김 소장은 “태도가 잘못됐는데, 태도에 대한 성찰이 없으면 화를 낸다”고 답했고,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사는 게 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에 김 소장은 “흡연과 금연을 구분하지 않듯이 행복과 불행을 구분하지 않아 늘 행복하다”고 답했는데요. 연구원들은 ‘도를 닦고 계신 것 같다’고 반응했습니다.

이후 희망제작소의 역할과 비전에 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김 소장은 “스스로 증식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다른 이가 하고 싶은 일에 주목하고, 모두가 함께 결정하고, 사람의 변화와 배움을 중시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파트너가 있는지, 어떤 휴식과 학습이 필요한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해 향후 연구원들과 함께 만들어갈 희망제작소의 미래에 대해 기대를 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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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소장과 꼭 하고 싶은 것, 맛집투어?

행사 마지막에는 연구원들이 김 소장과 함께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공유했습니다. 지역정책팀은 대전에서 서울로 터전을 옮긴 김 소장과 함께 ‘서울 맛집 투어’를 꼽았고요. 지속가능발전팀은 ‘사옥 이전’을, 미디어홍보팀은 ‘놀 땐 화끈하게 놀고, 일할 땐 화끈하게 일하는 조직, 5년 뒤 시민뿐 아니라 연구원 모두 함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조직’을 꼽았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6월 월례회의 ‘달고나’. 김제선 신임소장과 연구원들이 나아갈 발걸음에 많은 분의 관심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 글 : 방연주 | 미디어홍보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이다현 | 지역정책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수, 2017/06/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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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 해의 절반을 부지런히 달려왔습니다. 뜨거운 여름,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푸른 기운이 불끈 솟아나는 시간으로 초대합니다. 7월 감사의 식탁은 30여 년 동안 지역 시민사회에서 활동한 김제선 신임소장과 함께 푸른 청포도처럼 생생한 풀뿌리 민주주의 이야기를 한 상 가득 차립니다. 문 활짝 열고,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후원회원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참가신청하기 오시는길

월, 2017/07/0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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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식탁’은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님들을 초대해서 연구원들이 정성껏 차린 밥상에 둘러앉아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두 달에 한 번 열리며, 희망제작소 홈페이지/뉴스레터/SNS 등을 통해 일정을 공지합니다. 희망제작소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언제 밥 한번 먹어요’

누구나 무심하게 던지는 한마디. ‘밥 한번’의 약속은 늘 쉽게 지켜지지 않기에 흔히 빈말이라고 넘기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인 듯합니다. 헤어짐이 아쉽거나,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만나고 싶을 때, 서먹한 사이를 넘어서 친해지고 싶을 때 하는 이 ‘밥 한 끼’의 약속을 후원회원님들과 나누고 싶은 바람으로 7월 감사의 식탁을 차렸습니다.

전문 요리사가 멋지게 차려낸 음식은 아니지만, 솜씨가 조금 모자라도 차림새가 투박해도 더 많은 후원회원님과 소박한 밥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다정하게 ‘밥 한 끼’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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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여름, 청포도가 열리는 식탁

이번 감사의 식탁에 오른 가장 맛깔스러운 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김제선 희망제작소 신임소장과 후원회원의 만남입니다. 지역 풀뿌리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험을 희망제작소에서 어떻게 나눌지 처음으로 소개하고 인사드리는 자리입니다.

두근두근, 첫 만남에 잘 어울리는 식탁을 어떻게 꾸밀까요.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이육사의 시 ‘청포도’가 떠올랐습니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고장 전설이 주절이 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 희망이 알알이 여물어가는 푸른 청포도 같은 만남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은 없지만 정성스럽게 마련한 식탁에서 후원회원님을 기다립니다.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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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고 나면 ‘더’ 예뻐요

소박한 밥상을 나눈 후에 희망제작소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후원회원님들은 매월 후원하는 희망제작소가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연구원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직접 보고 나면 애정이 더욱 샘솟는다고 합니다.

이제 한 자리에 둘러앉은 후원회원님들이 마주 보고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눈을 맞추고, 얼굴을 자세히 살피고, 이름을 부르면서 옆 사람의 얼굴을 그려주고, 세 가지 단어로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초상화 그리기’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이름을 쓴 종이를 옆으로 넘기면서 누구는 코를, 누구는 눈 혹은 입을, 귀를 따로따로 그립니다. 행여 다른 사람을 그릴까 봐 이름을 확인하고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솜씨도 제각각, 색깔도 제각각인데 완성한 그림을 받아보면 닮은 모습에 여기저기서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초상화를 들고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이 지나자 서먹함이 사라지고 자리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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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응대’가 아니라 ‘친밀한 연대’로

‘후원회원들에게 친절보다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이어가겠다는 진심을 전해주셔서 시원한 감동이었습니다.’

감사의 식탁이 끝난 후, 한 후원회원님께서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김제선 소장은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길을 소개하고, 후원회원과 함께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후원회원을 단지 고마운 분들로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함께 미래를 꿈꾸고 만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모든 시민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가 되는 시대, 시민이 대안이 되는 시대를 만드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길에서 희망제작소 후원회원님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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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서는 전귀정 후원회원이 이끎이가 되어 모두 일어서서 ‘평화의 춤’을 추기로 했습니다.

“평화의 춤에는 특별한 기교가 필요 없습니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손을 마주 잡고 움직이다 보면 땅의 기운과 하늘의 호흡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광장에서, 광주 5·18 묘역에서 평화를 염원하며 춤을 추었던 전귀정 후원회원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참가자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원을 그리고 춤을 추었습니다.

앞으로도 감사의 식탁을 통해 마음으로 만나는 밥상을 차리며 후원회원님을 기다리겠습니다. 가볍게 오셔서 손잡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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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사진 : 후원사업팀

화, 2017/08/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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