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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정치발전소] 정당의 크기와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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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정치발전소] 정당의 크기와 능력

익명 (미확인) | 수, 2017/07/05- 13:49

정의당은 정말 ‘작아서’ 존재감이 없는 걸까?

김성희 정치발전소 상임이사

 

진보정당의 평범한 활동가라면 주변사람들로부터 “작은 정당에서 고생하지 말고, 큰 정당에 가서 네 뜻을 펼쳐보는 것이 어떠냐”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특히 이런 이야기는 대개는 가족이나 오랜 친구처럼 활동가를 잘 이해해 줄만한 사람들의 조언일 경우가 많아, 늘 대답이 곤궁해지거나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사람들이 ‘큰 정당에서의 정치’를 추천하는 것은 정치인으로 성공하거나 집권해 실질적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작은 정당은 정치적으로 성장할 기회도 적고, 정치적 중요성도 낮다고 평가 절하된다. 이러한 생각의 이면에는 ‘큰 정당=큰 정치’ 즉, 정당의 크기와 정당의 능력은 비례할 것이라는 믿음이 상식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간 한국 정치의 현실을 보면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 같은 이런 생각이, 그러나 과연 온전히 참일까.

 

지난해 내가 일하는 정치발전소에서 독일의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관계자를 초청에 강좌를 진행했다.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Friedrich Naumann Foundation for Freedom)은 독일의 정당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이 만든 정치재단이다.

 

강좌의 주제는 독일 통일이었지만, 정작 궁금한 것은 나우만 재단의 모조직이라 할 수 있는 독일 자민당이었다. 자민당은 통상 총선에서 7~8%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는 대표적 소수정당이다. 특히 직전 선거인 2013년 총선에서 5% 진입장벽에 막혀 연방의석을 모두 잃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원외정당이다. 독일의 소수 정당이 갖는 어려움과 과제에 대해 한국의 소수정당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강좌가 끝나고 나우만 재단의 관계자에게 궁금증을 털어 놓았다. “자민당은 작은 정당인데, 앞으로 집권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당의 볼륨과 능력을 키울 전략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자민당은 이미 집권정당”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당의 능력과 미래에 관해서도 그는 “독일 정치를 조금만 살펴봐도 자민당이 독일 정치와 민주주의에 기여한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독일 자민당은 분명 기민당처럼 ‘모든 것을 다하는 정당(catch all party)’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자유주의 이념에 기초해 중소사업가들의 이익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역할을 더 잘 하는 것이 독일과 유럽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에 처하면 당을 단단하게 만들기보다 당이 작아서 안 된다며 선거연합과 몸집불리기 통합을 반복해 온 것이 한국 소수정당의 부인할 수 없는 전사이다. 그러나 같은 소수정당이지만 자민당이 위기를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당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선명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당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었다.

 

뒤에 나는 자민당이 기민당이나 사민당보다 더 오래 집권한 정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수정당인 자민당은 기민당, 사민당 등 연정파트너를 바꿔가며 약 40년 이상 집권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 외교나 통일, 독일과 유럽 경제에 있어 자민당의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연방독일을 만든 주요한 정치지도자이자 기본법을 기초한 호이스(Theodor Heuss, 1884~1963) 연방 초대 대통령, 독일의 최장기 외무장관으로 콜과 함께 독일 통일을 이끌었던 겐셔(Hans-Dietrich Genscher, 1927~2016) 외무장관 등이 모두 자민당 출신이다.

 

역시 소수정당인 독일 녹색당도 다르지 않다. 평화주의와 생태주의라는 강한 진보적 이념정당으로 출발한 녹색당은 선명한 이념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당의 실질적인 사회적∙지역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통치능력 역시 발전시켜왔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그들의 환경 의제가 사민당이나 좌파당, 심지어 기민당으로부터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그랬다. 독일 녹색당은 연방 의석은 작지만, 이미 통치하는 정당이다. 현재 녹색당은 독일연방의 가장 영향력 있는 주 중 하나인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의 제1당이자 집권당(녹-흑 연정)이다.

 

현대 독일의 정치는 이들 소수정당의 역할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혹자는 제도 덕분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제도만으로 현재 독일 정치의 발전을 다 설명하기 어렵다. 독일의 다원적 정치를 이끄는 챔피언의 자리는 기민당과 사민당 같은 큰 정당이 아니라, 부분으로서 정체성을 발전시키며 동시에 사회적·지역적 기반과 통치능력을 끊임없이 개척해 온 자민당과 녹색당 같은 책임 있는 소수정당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자민당과 녹색당의 사례는 작은 정당도 자신의 특별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정치의 세계에서 충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부분을 대표하지만 통치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정미 의원(왼쪽)과 박원석 전 의원(오른쪽). ⓒ프레시안

나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하지만, 진보정당 안팎에서 “당의 규모 때문에 뭘 못 하겠다”라는 식의 불평을 자주 듣는다. 대안으로 제도의 문제를 많이 거론하지만, 정작 정치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실질적 노력은 뚜렷하지 않다.

 

독립적 정체성을 더 예리하게 만들기보다 수권정당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알리바이 삼아 큰 정당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매일의 정치 의제를 쫒아 논평 내는 것이 당과 지도자의 능력으로 치부되었다. 선거 때마다 노동을 대표한다고 자임하면서도 실제 ‘노동’을 다루는 당의 정치적 능력과 전문성에서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보다 더 낫다고 보기 어렵다.

 

큰 정당을 따라하는 외양과 갈수록 빈약해지는 사회적, 지역적 기반 등 내실의 부조화는 진보정당을 뚜렷한 존재감 없이 여론 속에 부유하는 정치세력으로 왜소화 시켰다.

 

경쟁적 정당체제에서 스스로의 존재이유가 분명하지 못한 정당이 제대로 서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잠정적 차이나 인물에 의존해서는 오래가는 좋은 정당을 만들기 어렵다. 어떤 유권자를 대표하고 무엇을 위해 정치하는지가 분명해야, 지지자들의 열정을 모을 수 있고, 이에 뒤따르는 사회적, 지역적 기반 역시 개척할 수 있다.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의 조각과 인사청문회에 밀려 세간의 관심에서는 비껴 있지만, 대표적인 작은 정당인 ‘정의당’의 당직 선거가 한창이다. 당의 크기와 정치적 중요성이 꼭 같이 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소수정당이야 말로, 민주정치의 미래를 보는 창이다. 정의당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냐 여부는 곧 한국에서 다원적 민주정치의 가능성과 직결된다. 새롭게 등장하게 될 진보정치의 리더십이, 구 리더십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정당 만들기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을까. 넘겨받는 짐이 적지 않다.

 

정치의 세계에서 작은 것은 분명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작은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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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8일(토) 오후 2시, 정치발전소에서 <집중탐구 정치교실>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주제는 ‘개헌과 대선’ 이었습니다.
네 분의 강사님이 강의를 해주셨고, 이를 듣고난 후 참가자들이 질의응답과 토론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강의는 정치심리학자이자 통일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하시는 이상신 박사님께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인간 활동의 하나인 정치학과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는 심리학의 결합인 정치심리학에 대한 소개와 함께 ‘내러티브’, ‘스키마’ 등 새로운 개념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사람들이 정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 강의는 한국정치연구회 연구위원이자 정치발전소 이사이신 조현연 박사님께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한국정치사 속에서 개헌의 역사와 그 속에 담긴 맥락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총 9번의 개헌 중 대부분이 권력 유지를 위한 헌정파괴 개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동시에 지금의 개헌 논의가 어떤 맥락에서 진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잠깐의 휴식 후 진행된 세 번째 강의는 박상훈 학교장님이 맡아주셨습니다. ‘정치적 개헌론’이라는 주장을 바탕으로 강의를 진행해 주셨습니다. 민주주의에서 헌법은 문구를 어떻게 만드는가를 넘어 어떻게 정치적으로 해석할 것인가 하는 정치적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과 함께, 정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촛불이라는 시민들의 행동과 요구를 정당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개헌안으로 만들어가야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강의는 아주대 법학전문대의 오동석 교수님이 진행해주셨습니다. 법학자의 시각에서 개헌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해주셨는데요, 개헌이 되어 헌법의 문구가 바뀐다 해도 수많은 법령들이 헌법의 정신을 충분히 담지 못한다면 개헌이 의미있을 수 없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때문에 지금 중요한 것은 개헌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입법 권력자인 국회의원들이 헌법의 정신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현행 법령들을 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강의가 모두 끝나고서는 참가자들이 모여 앉아 질의응답과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강의가 예상보다 긴 시간 동안 진행되어 토론을 길게 하지는 못했지만 정말로 좋은 방향으로 개헌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 의견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 날의 행사를 통해 ‘좋은 개헌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헌재의 탄핵 심판과 대선 등 굵직한 정치일정들이 남아있는데요,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이후에도 많은 의견들을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집중탐구 정치교실>은 앞으로도 좋은 정치와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여러가지 사안을 다루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의견 바랍니다.

월, 2017/02/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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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와 후마니타스가 함께 만든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정치에 대한 정치적 해석_폴리티쿠스 #1 <양손잡이 민주주의>

정치발전소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해석을 담은 비정기 무크지를 지속적으로 발행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폴리티쿠스 1호에서는 작년 연말부터 이어진 촛불집회를 중심으로 한 글들이 담겨있습니다.

 

* 정치발전소 회원님들께는 1권씩 배송해드릴 예정입니다. 이에 회원 여러분의 우편물 수령이 가능한 주소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주소가 변경되었거나 주소를 알려주지 못한 회원께서는 아래 링크를 통해 주소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bit.ly/정치발전소회원정보

월, 2017/02/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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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정치발전소 무크지, 정치에 대한 정치적 해석_폴리티쿠스 1 <양손잡이 민주주의>를 회원 여러분께 발송했습니다.

그동안 소중한 회비를 받으면서도 회원 여러분께 드리는 결과물이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양손잡이 민주주의>를 출간하게 되면서 그런 부족함이 조금이나마 채워지기를 기대합니다.

회원 여러분께는 <양손잡이 민주주의>를 한 권씩 보내드렸습니다.
지난 화요일(2/21)부터 금요일(2/24)에 걸쳐 250여 회원님들에게 우편/직접 전달 해드렸습니다.
이보다 더 많은 수의 회원님들이 계시기에 미처 주소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실수로 배송명단에서 빠진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배송 시간을 고려하여 다음 주 화요일(2/28) 정도까지 책이 도착하지 않는다면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정치발전소 로 알려주시면 확인 후 발송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관련하여 두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정치발전소 회원은 회원가입신청서를 작성하신 후 CMS를 통해 매월 정기적으로 회비를 납부하여 주시는 분들입니다. 정치발전소의 시스템이 아직 미흡하여 회원 여부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 경우 메일이나 카카오톡으로 문의하여 주시면 빠르게 회원 여부를 확인하여 드리겠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이번 <양손잡이 민주주의>를 회원 여러분들께 보내드릴 수 있게 된 데에는 보이지 않는 후원자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정치발전소 이사 중 회원 여러분께 책을 보낼 수 있도록 금전적 후원을 해주신 분들이 계십니다. 출판사를 통해 만들어진 책이기에 정치발전소 역시 책을 구입해서 보내드렸는데요, 적지않은 책 구입 비용을 후원해주셨습니다.

회원 여러분들과 정치발전소의 성과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 앞으로의 정치발전소 사업들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정치발전소 후원계좌 : 1005-702-851358 우리은행 정치발전소

* 정치발전소 회원가입 : http://bit.ly/join_powerplant

금, 2017/02/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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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와 후마니타스가 출간한 <양손잡이 민주주의>가 나온지 일주일 가량 지나고 있습니다.

최근의 시국과도 맞물려 <양손잡이 민주주의>를 여러 언론들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들을 함께 읽고, 또 주변에도 많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프레시안 : 최장집 “박근혜 탄핵되면 촛불의 명예혁명” 

중앙일보 : “한국에 양손잡이 민주화 등장, 의회중심제 가능해졌다”

한겨레 :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함께 만드는 민주주의

한국일보 : 온건 보수, 온건 진보의 상생을 꿈꾼다

금, 2017/02/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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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요 며칠 국회는 법안 처리 하나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기 연장을 위한 법 개정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민주주의에서 상존하는 다수와 소수의 권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 원리와 소수의 권리 보호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은 문제다. 원리로는 이렇다. 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수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표현할 제도적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며, 최종 결정 단계에서는 다수결의 원리를 따른다는 것이다. 말로는 쉽지만, 소수의 권리 보호가 때로 다수결의 원리를 위배하기도 하고, 그 반대의 상황도 종종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원리가 충돌할 상황을 예비하여 미리 규칙을 만들어 두고, 상황이 발생하면 이 규칙을 따르는 것이다.
특별검사의 임기 연장에 동의하는 국회의원은 재적의원의 3분의 2를 넘는다. 또 이 안건을 다루어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임기 연장에 동의하는 의원들의 수가 절반을 훌쩍 넘는다. 이런 조건에서 개정안의 통과는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회는 이를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고, 지켜보는 시민들은 이 상황을 또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는 서로 다른 이해와 생각들을 대표하는 300명의 의원들이 회의를 통해 결정에 이르는 것이 주 임무인 곳이다. 그렇다 보니 국회법 조항의 대부분은 어떻게 회의를 구성하고 개최하고 심의하고 결정에 이르는지를 세세히 규정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특별검사 임기 연장 법안 처리에 적용해볼 수 있는 규칙도 물론 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단계에서 발생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위원회에 넘겨진 안건은 위원들이 안건을 검토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시간을 보장하고, 기간이 지나면 상정될 수 있도록 하되, 30일이 지나도 상정이 안 되면 자동적으로 상정되어 심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현재 이 안건은 기본 시간을 지나 상정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으나, 자동 상정될 시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이런 조건에서 어떤 규칙에 따라 상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가가 핵심 쟁점이다.
혹자는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하나, 자유한국당이 반대 당론을 정한 상태에서 이는 국회법 위반이다. 또 법제사법위원장이 직권상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또한 국회법이 정한 권한 밖이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나? 당연히 있다. 국회법에는 위원회 안건 상정 시기를 결정할 권한에 대해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위원회의 의결이 있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를 개최하여 이 안건의 상정 여부를 먼저 상정한 다음 의결한 후, 본 안건을 상정하면 된다.
법사위원장은 ‘모든 교섭단체 간사들의 합의’라는 위원회의 아름다운(?) 관행을 안건 상정 거부 이유로 들고 있는데, 관행이 규칙의 상위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의안의 상정 시기를 결정할 권한은 위원회 전체의 결정에 맡겨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위원회가 의안 상정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 자체를 막을 권리가 그에게는 없다.
집권당의 대변인은 이 사태를 두고 한 논평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다수결이지만 모든 사람이 100%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에 다름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다른 의견들이 논의되고 결정에 이르기 위한 규칙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규칙이 문제라면 바꾸면 된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3769.html#csidx5b3b013576160548d22e461482d2e7f

목, 2017/02/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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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 민주주의> 출판기념토론회

<양손잡이 민주주의>의 저자  최장집, 서복경, 박찬표, 박상훈과 함께
촛불집회와 정치, 민주주의에 대해 묻고 답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

* 사전에 <양손잡이 민주주의>를 읽고 질문 및 토론할 거리를 가져오시면
더욱 풍부한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일시 : 2017년 3월 4일(토) 오후 2시
장소 : 정치발전소
참가신청 : http://bit.ly/politicus_1
문의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정치발전소

화, 2017/02/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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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선한 사람이란 악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누구도 그렇게 살 수 없으며, 그것이 인간이다. 인간 존재가 가진 이런 한계를 인정한다면, 선한 사람에 대한 정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미지근한 주장은 악의 번성에 기여할 뿐이라며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단호하게 선을 옹호하고 악을 응징하겠다는 결의만이 옳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럴수록 타인의 선의를 의심하거나 그를 ‘악의 조력자’로 몰아 공격하기 쉽다는 데 있다.

소설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 C S 루이스는 자신의 선의를 확신할수록 ‘철저하게 악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악마란 ‘타락 천사’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천사는 구원받지 못한다.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타락은 나약함 때문이라는 존재론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구원자를 소망할 이유가 되지만, 천사는 애초에 타락할 수 없는 선의의 대변인이기에 그렇다. 선의라는 것이 내적으로 단단하게 다지려 노력해야 할 개인적인 과업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런 선의가 앞세워지면 역설적이게도 선의는 줄고 적의는 커진다.

오늘날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선의에 기초를 둔 것이 아니다. 미국 헌법을 주도했던 제임스 매디슨의 그 유명한 말처럼, ‘인간은 천사가 아니고 천사에게 정부를 맡길 수 없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동료 시민의 자유와 생명, 재산을 위협할 수 있는 집단의 출현 가능성 때문에 정부를 만들게 되었고, 그런 정부가 전제정으로 퇴락하지 않도록 입헌적 장치 안에 묶어 둔 것이 민주주의다. 사적 이익을 추구할 권리를 박탈하면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 되기에, 그 원인으로서 인간의 이기심을 제거하기보다는 누군가의 이기심을 다른 누군가의 이기심으로 견제하게 하고, 공익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 결과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고자 했다.

요컨대 시민 각자의 권익을 최대화하려는 행위들이 사회 속에서 교차되면서 결과적으로 좀 더 선한 공익적 효과가 실현되는 방법을 찾고자 했던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박근혜 정부의 사례가 보여 주듯 때로 실패할 수 있고, 그렇기에 끊임없이 교정하고 사후적으로 개선해 가야 하는 운명을 안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있었던 ‘선한 의지 논란’은 반성적으로 돌아볼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선의 여부가 논쟁이 될 때, 누구의 선의도 악의나 적의로부터 쉽게 희생될 수 있음을 잘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 뒤 등장한 ‘분노’와 ‘정의감’ 그리고 ‘사랑’ 등의 선한 윤리적 언어들 역시 선한 기운을 북돋지 못했다. 정치에서 선의는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20세기 초 독일의 정치사회학을 대표하는 막스 베버는 정치가들이 저지르기 쉬운 죄과 가운데 하나로 ‘자신이 옳기 위해 윤리적 문제를 끌어들이는 일’을 꼽았다. 그것은 누가 더 옳은지를 두고 의견을 양분시킬 뿐, 모순적 요구와 갈등적 상황 속에서 사회적 균형을 만들어 가야 할 정치의 기능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지금 적의와 증오는 한국 사회에 상존하는 최고 위험이다.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거리의 상황도 걱정이고, 탄핵 인용과 자진 하야를 포함해 모든 사안을 두고 격렬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시민들 사이에서 지지 후보를 경계선으로 적대의 감정이 커진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정치에서 싸움과 논쟁은 피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잘 싸우고 잘 논쟁하는 데 있다. 좋은 논쟁은 민주주의의 엔진이지만 그렇지 않은 논쟁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해야 될 논쟁은 누가 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말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하지 말아야 할 논쟁은 선의를 독점하고자 윤리적 언어를 이용하는 일이다. 어떤 경우든 논쟁은 ‘내가 대접받기를 원치 않는 방식으로 남을 대접하지 말라’라는 황금률에 기초를 두어야 하며, 반대편의 입장을 규정하는 데 있어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주장을 개진해야 한다. 반대편과의 사이에서 의미 있는 수렴 지점이 있는지를 찾으려 노력해야 하며, 논의를 해도 결론이 좁혀지지 않거나 오해 때문으로 볼 수 없는 차이가 확인되면 그때는 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논쟁될 수 없는 것으로 싸우거나, 합의할 수 있는 쟁점마저도 갈등적 쟁점으로 만드는 것은 좋은 정치의 역할이 될 수 없다.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228/83097015/1#csidx9316b4e4018b88a9d757ac473de94ac

화, 2017/02/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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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내가 민주당 대표라면
김경미 서울시 주무관 청년정책담당

내가 민주당 당대표라면 세 가지를 하고 싶다. 첫째, 정책검증 및 공약이행 TF를 구성하고, 둘째, 조직강화 TF를 만들고, 셋째, 2030프로젝트와 인권보호팀을 운영하고 싶다.

정책검증 및 공약이행 TF는 국회 상임위별로 팀을 구성해 각 후보의 공약을 검토토록 하겠다. 이 팀은 민주당 국회의원, 구의원, 시의원, 도의원과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 지방자치단체장 및 민주정책연구원과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할 것이다. 각 후보들의 공약이 민주당의 비전에 잘 부합하는지, 실현가능한지,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검토한 후 그 결과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토록 하겠다. 후보 확정 후, 경선에서 아쉽게 떨어진 후보들의 공약과 대선후보의 공약을 종합해 민주당 대선공약을 만들겠다. 내가 민주당 당대표라면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 중도에 하차한 후보들의 정책까지도 포함하며, 각 경선 캠프 핵심 멤버들도 이 TF에 함께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겠다.

조직강화 TF에는 경선 과정에 참여한 시민들과 후보 및 그 지지자들이 민주당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도록 동기부여할 방안을 찾아오라 하겠다. 각 후보 지지자들에게는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떨어졌다고 민주당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말고, 민주당 안에서 계속 분투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겠다. 이를 통해 민주당이 어느 한 후보의 당이 아닌, 각 후보 지지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못해도, 자기가 바랐던 정책이 문재인 정부, 안희정 정부, 이재명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를 통해 실현됨을 보고 느끼게 하겠다.

내가 민주당 당대표라면 대통령 한 명 바뀐다고 세상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음을 이야기하겠다. 열정의 초점을 ‘대선 당일’에 두지 말고,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둬달라고 말하겠다. 민주당이 약속한 공약이 실제로 이행될 때까지, 이웃에게 그 정책의 중요성을 알리는 전달자가 되어주기를 부탁하겠다. 민주당이 뒷걸음질치면 따끔하게 회초리를 드는 선생이 되어달라 말하겠다. 무엇보다 당원이 되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겠다. 민주당 당원수가 300인 이상 대기업 종사자 440만명보다, 보수기독교인 960만명보다, 정부 기준 공무원 100만명보다는 많아야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할, 민주당 관료가 고도의 전문성으로 훈련된 행정 관료들을 다스릴 힘이 생긴다고 이야기하겠다.

내가 민주당 당대표라면 각 후보 캠프에서 탁월함을 인정받은 2030청년들을 발굴해 내년 지방선거에 도전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재정·제도적 기반을 지금부터 만들겠다. 이들이 선거 때 반짝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 유럽 선진 정당들과 같이 기초의회에서부터 훈련받아 이후 전국 단위의 예산과 입법까지 다를 수 있는 유능한 직업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을 만들겠다.

내가 민주당 당대표라면 각 후보 캠프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2030청년들이 최저임금에 준하는 활동비를 받고 있는지 알아보겠다. 그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이나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가족이나 지인에게 빚을 지고 있는 건 아닌지 알아보고, 당 차원에서 이들에게 활동비를 줄 수 있도록 하겠다.

내가 민주당 당대표라면 캠프 내 위계나 성별, 장애, 인종 등에 의한 차별이 일어나지 않는지, 불필요한 신체적 접촉이나 언어적, 물리적 폭력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살피는 인권보호팀을 만들겠다. 캠프가 권력을 다루는 자리에 올라갔을 때, 그 사람과 조직이 타인과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미리 검증할 수 있는 곳이 되게 하겠다. 문제가 되는 이들이 국회 청문회와 언론의 검증은 통과해내더라도, 민주당의 검증은 통과할 수 없게 하겠다. 이를 통해 정당이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만들어내는 최고의, 최후의 보루임을 알게 하겠다.

내가 민주당 당대표라면 그렇게 하겠다. 정의당, 녹색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노동당,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이 이루어진다면, 내가 그 당대표라면 역시 그렇게 하겠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022043035&code=990100#csidx7a55132aa1e7041b7705041b3f64b35

목, 2017/03/0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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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최사 / 활동명

 

▷ 활동내용

  • <서복경의 정치생태보고서> 팟캐스트를 제작/운영할 3기 팀원 모집

 

▷ 모집 기간

  •   ~ 2017. 03. 17 (금)

 

▷ 모집 인원

  • 0명

 

▷ 모집 대상 및 우대사항

  • 전사회적 ‘정치’ 어그로에 지치신 분
  • 지나친 완벽주의로 디테일에 목숨 거시는 분
  • 평소 방송제작에 관심이 많은 언론고시 준비생
  • 서복경 쌤의 인사이트 폭격에 몸을 맡기고 싶으신 분

 

▷ 졸업생 가능 여부

  • 가능

 

▷ 참가 비용

  • 없음

▷ 활동 지역 및 기간

  • 서울
  • 2017년 4월부터 4개월간(월 4회 오프라인 모임)

 

▷ 활동 혜택

  • 정치에 대한 풍부한 식견을 키울 수 있다
  • 서복경 선생님의 인사이트 폭격을 맞을 수 있다

 

▷ 참가신청

 

▷ 공식 카페/블로그 및 SNS

월, 2017/03/0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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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 2월의 수입지출 내역입니다.

1월 말의 수입이 2월 초에 입금되면서 사무실 임대료 지출 등의 월말 지출이 2월로 밀렸습니다.
2월 역시 28일밖에 없는 관계로 1월과 비슷하게 3월 초에 수입지출이 이루어졌습니다.
3월 수입지출 내역을 정리하면서 포함될 예정입니다.

또한 현재 진행중인 연구보고서 관련 지출이 이루어졌습니다.

2017년 2월 수입지출 내역

수, 2017/03/0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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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보좌관> 8기 수강생 모집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기관인 입법부, 의회의 스탭인 국회의원 보좌진의 역할은 무엇이고 무슨 일을 할까요?

국회 보좌진을 꿈꾸는 사람
국회와 함께 일해야 하는 사람
입법부의 역할과 기능이 궁금한 사람

정치발전소의 대표 강좌 <세상을 바꾸는 보좌관>과 함께 입법부에 대한 이해를 높여봅시다.

  • 일시 : 2017년 3월 20일 ~ 4월 24일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 장소 : 정치발전소(마포구 신촌로 14,  3층)
  • 수강신청 : http://bit.ly/8th-aide-school
  • 수강료 : 15만원(비회원 20만원)
  • 입금계좌 : 1005-702-851358 우리은행 정치발전소
  • 문의 :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정치발전소
수, 2017/03/0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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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 민주주의> 출판기념토론회

많은 분들이 오셔서 성황리에 진행되었습니다.
사전 신청해주신 분들을 보고 20여분 정도가 오실 것 같다고 예상했는데, 그 수를 훌쩍 넘은 30여분 정도가 다녀가셨습니다. 정치발전소에 있던 책도 모두 다 팔렸습니다.
인문사회학 도서가 잘 팔리지 않는 시대라고들 하는데 많은 관심에 큰 감사드립니다.

오늘 토론회는 조성주 정치발전소 기획위원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첫 순서로 최장집, 서복경, 박찬표, 박상훈 네 분 저자들이 책을 쓰면서 가졌던 주요한 고민들에 대해 짧은 발제(?)를 해주셨습니다.
이후 사회자가 준비한 짧은 질문을 시작으로 참가자 분들의 다양한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 오갔습니다.
활발하게 질의응답이 오가던 중 어느새 행사 공간을 넘어서까지 의자를 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후 자리를 정돈하고 행사를 이어갔습니다. 4시 반 정도에 마무리하려던 행사는 5시가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참가자들의 질문들은 책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의 원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현재 시국에 대한 시각,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실천적인 주제까지 매우 다양했습니다.
<양손잡이 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신 참가자 분들과 다양한 질문들에 성실하게 답변하며 민주주의와 한국 사회를 위한 지혜를 나눠주신 저자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정치발전소의 비정기 무크지 [폴리티쿠스]는 앞으로도 한국 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사안들에 대해 정치적 해석을 내어놓으려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월, 2017/03/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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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 강의노트2 <정당의 발견>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앞서의 <정당의 발견>에 담겼던 내용 중 현실에 비추어 해석을 돕기 위한 부분을 추가하고 좀 더 깊이 있게 다뤄야 하는 부분은 별도의 책을 준비하기 위해 내용을 줄였습니다.

개정판이 나왔으니 새로 책을 사야하나를 고민하는 분들도 있을텐데요,
후마니타스에서 앞선 <정당의 발견>을 갖고 계신 분들을 위해 개정판에서 새로 추가된 내용을 받아볼 수 있도록
정리를 했다고 합니다.

다음 링크에서 새롭게 추가된 <정당의 발견>의 내용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http://humabook.blog.me/220954196184

금, 2017/03/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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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헌법 절차는 끝이 났다. 시민의 자유와 생명, 재산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부가 대통령의 잘못된 통치로 그 목적을 상실했다는 판결이 났고, 위임된 주권은 해지되었다. 다수 시민의 의견과 입법부의 판단 그리고 사법부의 결정이 일치했다는 점에서, 결정의 정당성은 확고해 보인다.

탄핵에 반대했던 쪽에서는 서운하겠지만, 필자는 이 모든 과정이 불가피했고 우리가 처한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빠른 탄핵 결정이 ‘현실적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결정은 내려졌고, 이제 우리가 돌아봐야 할 일은 이로 인해 향후 한국 민주주의가 안게 될 여러 문제들에 대한 것이 아닌가 싶다.

탄핵에 반대했던 다수가 나이든 시민이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절반 이상이 빈곤층이라는 사실만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도 없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를 감내해야 했고, 가난 속에서 급격한 산업화의 고된 과정을 겪어내야 했지만, 그 뒤 이어진 민주화와 세계화에서도 그들은 왜 늘 열패자의 위치에 있는 걸까. 태극기 집회의 그 험한 말과 행동에 동의할 수 없으면서도 뭔가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도저히 ‘체제의 수혜자’라고는 볼 수 없는 집회 참여자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이번 탄핵 결정이 우리의 나이든 세대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하는 일에 깊은 관심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청년 문제는 진보가, 노인 문제는 보수가 서로 배타적인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닌지도 돌아보고, 그것이 낳은 부작용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으면 싶다.

‘나라’라는 언어의 분열도 주목할 문제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나라는 민족주의의 언어였다. 그런데 촛불집회에서 이 말은 민주주의의 언어로 새롭게 탄생했다. “이게 나라냐!”에서 시작해 “우리가 만들 나라”를 둘러싸고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나라는 ‘동화의 나라’나 ‘신의 나라’ 등의 용례에서 보듯, 좋은 의미로만 사용되는 특별한 정치 용어다. 자기 삶의 평가적 준거가 되는 ‘최선 국가(best polity)’이자 우리가 살고 싶은 ‘상상된 공동체(imagined community)’를 뜻한다. 향후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민주 사회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데 기여한 것은 물론 딱딱한 정책적 용어나 기술 관료적 접근을 제어하는 효과를 가졌다는 점에서, 필자는 나라라는 관념이 민주주의의 언어가 된 것을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그 뒤 태극기 집회에서 등장한 ‘나라’ 관념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이 나라를 우리가 어떻게 지켰는데”라며 “종북 좌파에 나라를 뺏길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군복과 성조기는 그 상징이었는데, 이쯤에 이르러서 민족주의와도 상치되고 또 민주주의를 거부할 수도 있는 새로운 나라 관념이 제기됐다고 할 수 있다. 향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극우 행동주의가 등장한다면 그때 그것은 이런 나라 개념에 순교자론이 결합된 내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필자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치관에 몹시 불만이 많다. 그는 좌파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목적을 내세웠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하나의 역사관으로 국민의식을 개조하고자 했다. 의회와 정당을 적폐의 온상으로 여겼기에 통치 기간 내내 적대했고, 집권 세력 안에서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을 서슴없이 배신자로 공격했다. 그로 인해 민주 정치는 망가졌고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태극기 집회는 그런 ‘좌파 정권 적폐 청산론’에 매달린 시대착오적 대중 동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좌파 정권의 적폐에 맞서 싸우다 패배한 순교자로 호명할 때마다 두렵다. 같은 이유에서 야당이 다른 종류의 적폐 청산론을 앞세우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방법으로도 경제를 더 잘 다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박정희의 경제 발전 신화’를 넘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듯이, 다른 종류의 적폐 청산론을 불러들이기보다는 우리가 정부를 맡으면 민주주의에 합당한 방법으로도 더 잘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음을 말하는 야당이 되었으면 한다. 탄핵이 야당에도 더 큰 책임감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데, 그 길은 보수적 적폐를 척결하겠다는 결의를 과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낡은 보수보다 나은 진보 혹은 공동체의 발전에 더 잘 기여할 수 있는 진보가 되는 것에 있지 않나 싶다.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314/83309285/1#csidx441a0416351f65ca775938a74f2da3e

화, 2017/03/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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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의 길’ 박상훈 묻고 최장집 답하다

촛불시위에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을 거쳐 헌재의 탄핵 인용까지, 이제 한국 민주주의는 새로운 전환의 길목에 서게 됐다. 지난 5개월 긴 장정의 마무리에서 지나친 승리의 찬가는 어울리지 않는다. 애초에 승패로 나눠 보는 시각이 민주주의 정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우리는 걷고 있고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멀다. 당장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부터 민생 문제까지 탄핵 국면 속에 미뤄 뒀던 복잡한 국내외 숙제가 산재해 있다. 지금까지는 크게 보면 촛불의 시간이었다. 그 바통을 이어받을 국회와 정당은 앞으로 정치의 시간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

촛불과 정치의 시간이 교차하는 길목에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왼쪽)와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만나 탄핵의 의미를 짚어봤다. 촛불시위와 탄핵을 진단한 책 『양손잡이 민주주의』 공동저자다. [사진 김경록 기자]

촛불과 정치의 시간이 교차하는 길목에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왼쪽)와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만나 탄핵의 의미를 짚어봤다. 촛불시위와 탄핵을 진단한 책『양손잡이 민주주의』공동저자다. [사진 김경록 기자]

최장집(74) 고려대 명예교수와 박상훈(53·정치학 박사)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대통령 탄핵의 의미를 평가하면서 한국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하는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 내기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짚어 봤다. 두 사람은 촛불시위와 탄핵 과정을 진단하며 최근 펴낸 책 『양손잡이 민주주의』 (후마니타스)의 공동 저자다. ‘한 손에는 촛불, 다른 손에는 정치를 들다’는 부제가 붙었는데, 양손잡이라는 표현은 보수와 진보를 의미하기도 한다.


관련기사

박상훈(이하 박)=30년 전 민주화 이후 처음 만나는 큰 사건입니다. 그야말로 1987년 민주화에 준하는 대사건이라고 여겨지는데, 일단 헌재의 결정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최장집(최)=정치적으론 굉장히 힘든 판결일지 몰라도, 그것이 탄핵의 조건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문제를 판단하는 데는 비교적 분명한 내용을 갖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민주주의 연구로 유명한 셰보르스키는 민주주의를 “시민이, 본인들이 뽑은 통치자를 해고할 수 있는 체제”라고 정의했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도 하나의 민주주의적인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죠. 대통령을 해고한다는 건 정상적 상황에선 선거라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이번처럼 헌재의 탄핵심판을 통해 현임 대통령을 해임하는 것은 비정상적 상황의 대통령 교체방법이죠.

=한국에서 대규모 시민의 저항이 민주주의에 큰 역할을 한 것은 1960년 4·19도 있고 80년 민주화의 봄도 있고 87년 6월항쟁도 있었습니다. 앞서 3개는 정변을 동반했고 그게 일종의 민주화로의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폭력적 요소도 동반했습니다. 이번에는 앞선 사례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규모 시민이 등장했는데, 이게 큰 정변이나 어떤 폭력과 연결되지 않고 마무리된 것은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일어났기 때문이 아닐까요. 앞선 세 사례가 권위주의 때의 문제였던 것과 다른 점이죠.

삼권분립이 결정적 순간에 작동
‘헌재 사법부’새롭게 탄생한 날
촛불, 탄핵을 승리로 여겨선 안 돼
선악 대립구도로 판단 말아야 

=좋은 지적이라고 봅니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지지하는 시민사회, 사회기반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사이 상당히 강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징표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탄핵은 세 단계로 진행됐습니다. 대규모 시민의 저항,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가결, 마지막으로 헌재 판결입니다. 국회가 문제가 있고 정당정치가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필요할 때는 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또 헌재에 대해서도 늘 민주주의자로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마무리를 잘했다고 봅니다. 일각에서 한국의 87년 체제 아래 민주화된 헌법은 태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번에 저는 ‘아 그래도 87년 헌법은 민주화 헌법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민주화운동의 전통은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항상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운동의 역할이 굉장히 크고, 이번에도 그런 것이 분명히 표출됐다고 봅니다. 운동이 너무 강해 정당정치의 역할이 약한 것과 대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회가 이번에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고, 이는 앞으로 정당정치 발전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헌재 문제가 특별하게 언급돼야 할 것 같은데요.

=저 자신도 헌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큰 회의가 있었고요, 과연 민주헌법에서 사법부의 일반법원과 분리된 독립적인 헌재가 꼭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현임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과정에서 헌재는 아주 놀라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삼권분립이 결정적인 순간에 작동했어요. 헌재가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헌재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 가능해졌습니다.

=‘헌재 때문에’ 한국 민주주의가 구해진 것이 아니라 ‘헌재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요구나 정당정치의 뒷받침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헌재 판결 자체가 낳는 의미는 커 보입니다. 설령 우리나라 헌정 제도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처럼 탄핵을 둘러싸고 이견 대립이 있는 사안을 헌법적으로 종결지어 주는 의미 있고 권위 있는 판결이란 점에서 그렇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번 탄핵 인용 결정은 ‘헌재 사법부’의 새로운 탄생이라고 할까, 그러니까 헌재가 사법부를 대표해 권위주의 시기에서 보여 줬던 판결 내용과 구별되고, 민주적 규범과 원리에 가장 잘 부응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측면에서 헌재의 탄생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런 변화는 하나의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하겠어요.

=이제 촛불의 시간이 헌재 판결로 마무리되고, 그 이후는 촛불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풀어 갈 정치적 역할에 대해 여쭤 보고 싶은데요. 촛불의 시간에서 정치의 시간으로 넘어왔을 때에 대한 문제입니다. 첫째는 탄핵을 둘러싸고 여론은 2개의 큰 의견으로 갈라져 점점 더 시간이 갈수록 조금 더 두드러지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이번 판결로 그런 분열과 갈등도 좀 마무리가 됐으면 하는데요.

=저는 비교적 낙관적으로 봅니다. 아무리 탄핵 결정의 반대파들로서는 헌재 결정이 맘에 안 들더라도, 특검 조사 등이 뒷받침된 탄핵 결정이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판결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화될 거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촛불시위와 탄핵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차제에 한국 사회에서 보수라고 하는 것이 없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생각하면서 촛불시위와 헌재 판결을 일종의 거대한 승리로 이해하거나, 도취돼 한국 민주주의가 큰 도약을 했다고 생각하거나, 과도한 낙관주의에 빠지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포함해 어느 사회든 보수와 진보라고 하는 것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분단 상황과 이데올로기 대립 등 균열의 구조가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깊은 사회입니다.


“쓸어내기식 적폐 청산은 또 다른 권위주의, 조금씩 개선을”

이렇듯 균열이 깊은데도 한국은 민주화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이번 탄핵 결정으로 앞으로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적 계기를 맞게 됐습니다. 이러한 보수의 실체를 인정하고, 촛불의 시간에서 정치의 시간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은 이 촛불이라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와 이상, 원리와 규범을 통해 분출되는 힘이 분출됐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러나 이건 하나의 거대한 자원일 뿐입니다. 이제 그 자원은 민주주의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일정한 결과물로 만들어져야 하고, 그 과업은 정치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는 말처럼 이것을 할 수 있는 역할은 이제 정치의 힘을 통해 하고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정당 정치인들의 역할이기 때문에 바통은 이제 정당 정치인들에게 넘어갔다고 볼 수가 있겠죠.

=당장 60일 안에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대선의 시간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적폐 청산’이라는 말이 최근 유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몹시 불편한데, 청산이라는 말이 민주주의의 언어로 합당한 언어인지 선생님의 의견을 여쭤 보고 싶습니다.

=전쟁이나 혁명의 언어지, 민주주의의 언어라고 볼 수는 없죠. 싹쓸이, 발본색원처럼 뿌리째 뽑는다는 뜻이잖아요. 박상훈 박사랑 제가 공저자로 최근에 『양손잡이 민주주의』라는 책을 펴냈죠. 그 책의 부제가 ‘한 손에는 촛불, 다른 손에는 정치를 들다’ 이렇게 붙어 있죠. 촛불이 사회의 밑으로부터 분출하는 요구이고 매개되지 않은 소리라면, 정치는 정당정치인 또는 선출된 대표들을 통해 매개가 되는 것이죠. 매개의 역할은 역시 정치인과 정당이 하는 몫입니다. 사회의 특정한 의사와 이익에 기초해 그것을 대표하는 것이 정당이라고 할 때, 그 반대세력의 존재를 항상 전제로 합니다. 한 손에는 촛불 다른 손에는 정치는, 보수와 진보를 전제하는 말이기도 해요.

=이번 탄핵은 보수와 진보가 힘을 합친 결과이기도 하죠.

=보수라고 하는 것을 우리 사회에서 진보파들은 상당히 부정적 의미로 전제하고, 또 보수는 진보를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번 촛불시위를 통해 드러난 것은 이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어쨌든 새누리당의 절반 정도의 의원이 이 탄핵 결정에 동참하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애당초 가능하지도 않았던 것이잖아요. 보수와 진보가 의견이 합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가장 중요한 역사적 실례라고 봐요.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자신과 다른 이익과 의사와 대화하고 포용하고 이런 것을 전제하지 않고는 경쟁만으론 민주주의가 무슨 일이든 할 수 없거든요. 어떤 순간엔 협력하지 않고는 한 발짝도 앞으로 진전할 수 없는 게 민주주의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번 촛불시위 과정에서 양손잡이 민주주의의 출현은 그런 면에서 진보는 보수의 존재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고, 보수는 진보를 인정하는 계기가 돼 서로의 차이가 상당히 대화 가능한 범위 안으로 가까워진 것 아니냐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자체를 지나치게 과대, 그걸 무슨 선악의 대립이라든가 이런 식으로 판단해 내친김에 아주 그냥 적폐를 청산, 뭔가 굉장한 것을 만들어 보자고 하는 발상은 이건 민주주의 기본 원리와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지만 민주정치의 원리를 위반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좌파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태도로 국정 교과서 하나의 역사관만 만들겠다는 것을 너무 심하게 생각했고, 친박이 아닌 사람들은 다 배신자로 보는 이게 저는 권위주의 쪽의 적폐청산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제 진보 쪽 또는 야당 쪽 분들도 이 점은 조금 고려하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적폐를 개선하는 방법은 적폐를 싹 쓸어 없앤 다음 새로운 걸 시작하는 게 아니라 적폐적인 것보다 더 나은 것을 하나하나 추가해 기존의 적폐의 영향력을 조금씩 조금씩 대체해 가는 게 민주적 과정이라고 봅니다.

시민 자신이 뽑은 통치자 해고
이런 것 가능한 게 민주주의
탄핵 둘러싼 분열과 갈등
이번 판결로 마무리되어야 

=진보파들이 먼저 그렇지 않다는 걸 몸소 실천해 보여 줬으면 합니다. 적어도 민주주의를 존중한다면.

=탄핵 인용이 됐으니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합니다. 전인미답의 길을 한국 민주주의가 가게 됐는데 대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대통령 권력은 엄청나게 큰데 비해 선거로 선출되는 대통령의 기반은 굉장히 정치적이고 사회적 기반은 굉장히 약한, 이런 불비례성이 가져오는 문제에 대해 좀 이것이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대선에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어떤 새로운 접근과 비전을 필요로 하는 그런 전환의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한국을 움직여 왔던 국가 운영 패러다임 그것이 박정희 패러다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런 거였다면 이 패러다임을 대체할 수 있는, 이런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좀 근본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이번 대선이라고 생각해요.


여야가 탄핵 동참 ‘양손잡이 민주화’로 규정

최근 공동저서 낸 최장집·박상훈은
촛불, 민주-반민주 이념지형 해체
진보·보수의 의회정치 길 열어
“박근혜·최순실 사태가 탄핵 결정으로까지 이어진 데는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양손잡이 민주화’가 현실화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박상훈(정치학 박사)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지난달 출간된 공저 『양손잡이 민주주의』(후마니타스)를 통해 이 같은 진단을 내놓았다. ‘양손잡이 민주주의’란 민주주의 이론가 필립 슈미터의 개념으로, 사회의 변화·발전은 진보적 민주파(왼손잡이 민주파)와 보수적 민주파(오른손잡이 민주파)가 공존해야 가능하다는 관점으로 최 교수는 해석했다. 최 교수는 책에서 “대규모 촛불시위가 ‘박정희 패러다임’의 해체를 비롯한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수 여당의 절반가량이 야당 주도의 탄핵 추진에 동참한 게 ‘민주 대 반민주’로 고착화돼 온 우리 정치의 이념 지형을 해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를 ‘양손잡이 민주화’로 명명했다.
박 박사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는 ‘정치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2008년 촛불집회와 구분된다”며 이를 ‘정치적 시민의 탄생’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중심이 대통령과 행정부가 아니라 입법부와 정당이라는 관념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도 촛불집회의 성과”라고 설명했다.대표적 진보 정치학자 중 한 명인 최 교수는 인간과 사회 현실에 기반을 둔 정치 연구를 계속해 왔다. 정치 현실을 사유함에 있어 언제나 사려와 관용의 덕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생각 내지 관점과 공존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박 박사는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후마니타스 출판사 대표를 역임했다. 시민정치 교육을 목적으로 정치발전소를 설립하고 주로 지역주의, 지역정당 체제와 관련해 글을 쓰고 강의해 왔다.

진행·정리=배영대 문화선임기자
신승민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사진=김경록 기자

[출처: 중앙일보] “이젠 촛불의 시간서 정치의 시간으로 … 의회가 바통 받아야”

원문보기 : http://news.joins.com/article/21360164

월, 2017/03/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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