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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403] 일상의 위기론, 언제까지 끌고 갈 건가: 한반도 4월 위기와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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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403] 일상의 위기론, 언제까지 끌고 갈 건가: 한반도 4월 위기와 대통령 선거

익명 (미확인) | 수, 2017/04/26- 14:52

일상의 위기론, 언제까지 끌고 갈 건가


한반도 4월 위기와 대통령 선거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예고된, 예측된, 한반도 2017년 4월 위기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한국 내 주요 행위자들은 이 예고된 위기를 예측하려 하지 않았다.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의 탄핵 국면에서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가 예견되었다면, 그 시점에서 다가올 4월 위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역할은 대통령 후보와 그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하는 정당 또는 사설 캠프의 몫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집합적 침묵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다가올 위기에 대한 인식과 행동이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서해 상 북방한계선(NLL)의 포기 여부를 둘러싼 쟁점처럼, 안보가 선거 쟁점이 되면 정치적 중력이 오른쪽으로 향한 경험은 야당 후보들이 이 위기를 외면하게 한 결정적 요인이었을 것이다.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이 이루어질 때마다 반복되는 한반도의 4월 위기이지만, 2017년 4월 위기는 그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모습이었다. 2017년 4월 위기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이지만 그 위기를 만든 행위자들의 상호 과정에 대한 복기가 필요하다. 한국의 새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라는 제도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5월 9일 선거 직후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임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2002년 10월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에 의한 핵 개발 의혹을 제기하면서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를 파기하게끔 한 이른바 제2차 핵 위기와 함께 시작한 노무현 정부가 직면했던 것만큼 강한 구조적 제약 속에서 새 정부는 대북 정책을 포함한 외교 안보 정책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첫째, 북한은 2016년 1월 신년사에서 "자강력 제일주의"를 언급하고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1월 "수소탄 실험"과 9월 "핵 탄두 실험"을 했다. 북한은 더 이상 핵 실험을 필요로 하지 않는 핵 국가에 근접하고 있다. 북한은 10여 년에 걸쳐 핵 실험을 지속하고 있지만, 파키스탄은 1998년 5월 이틀에 걸쳐 여섯 번의 핵 실험을 한 후 핵 국가가 된 바 있다. 2017년 1월 신년사에서 북한의 김정은은 핵 억제력의 한 구성 요소로 미국 본토를 핵 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마감 단계"라고 주장했다. 2016년 11월 북한은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 민간 전문가와의 접촉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파악하기 전에는 북미 관계를 해칠 수 있는 행동을 취하지 않겠지만, 2017년 한미 합동 군사 훈련에 대한 대응은 예외라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은 2015년 1월부터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의 중지와 자신들의 핵 실험 임시 중지를 교환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은 2017년 1월 신년사에서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이 계속된다면, 핵 능력 및 "선제 공격 능력"의 강화로 대응할 것임을 언급했다.

 

둘째,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2월로 예상된 북미 접촉이 무산되었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의 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사건이 북한 외교관의 미국 방문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의 원칙은 공약에서 드러난 것처럼,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재균형 정책이 적절한 대응이었지만 미국의 군사적 힘이 동아시아 지역에 투사되지 못했고, 대북 정책이었던 이른바 전략적 인내가 지역의 불안정을 제공하고 위험을 증가시켰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운운에 대해 트럼프는 "그런 일 없을 것"이란 대응했다. 2017년 3월 북한은 미국이 힘에 의한 평화를 추진한다면, 핵 능력을 강화하는 "힘의 균형"으로 대응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셋째, 북한의 핵 능력 강화와 힘에 기초한 대외 정책을 추구하겠다는 미국의 신임 행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한반도 위기의 새 구조를 만든 또 다른 요인은, 탄도미사일방어체계 가운데 하나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국에 배치하겠다는 한미의 결정이었다. 2016년 7월 6일 북한은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3년여 만에 한반도 비핵화를 의제화하면서 그 조건으로 "핵 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하여 한다"는 제안을 했고, 우연이겠지만 7월 8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 차원에서 사드 배치 결정이 이루어졌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핵 군비 경쟁을 제어하기 위해 탄도미사일방어체계를 금지하는 합의를 했지만, 2002년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이 합의를 폐기했다.

 

미국은 냉전 시대와 같은 힘의 균형이 아니라 힘의 우위를 추구하기 시작했고, 한국에 배치된 사드는 그 정책의 연장이었다. 탄도미사일방어의 속성상 정보 공유가 필요하고 따라서 사드 배치는 한미일 삼각 군사 협력까지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가 전략적 균형을 해치는 정책이라 반발했다.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판단한 중국은 한국에 대해 비관세 장벽을 이용한 경제 제재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2017년에 들어서 북한은 한미 합동 군사 훈련과 더불어 사드 배치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고,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근접해 가려는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북미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북한의 6차 핵 실험 가능성이 언급되고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까지 선택지로 고려된다는 발언조차 나올 즈음인 2017년 4월 7일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러나 공동 성명과 공동 기자회견조차 없었다. 한반도 위기에 대한 미중 정상의 대화도 공표되지 않았다. 미중 정상회담의 와중에 시리아 공습을 결정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 직후인 4월 8일 핵 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호를 한반도로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한반도 전쟁 위기를 야기할 수도 있는 결정이었다. 이틀 후 트럼프조차 무적함대를 한반도로 파견하겠다고 말했지만, 칼빈슨호는 4월 15일 인도네시아의 순다해협을 지나고 있었다.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거짓말을 한 이유를 알 길은 없지만, 트럼프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한반도를 전쟁 위기에 근접하게 했다. 또 다른 항공모함인 니미츠호가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는 의도된 오보를 생산하면서 한반도 전쟁 위기를 생산한 또 다른 주체는 일본이었다.

 

중국이 미국의 이 거짓 결정을 인지했는지도 알 길이 없지만, 중국은 긴장을 조성하는 관련 행위자들의 자제를 요구하면서, '쌍궤병행'으로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체결의 동시협상, '쌍중단'으로 북한의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의 중단이란 제안을 들고 나왔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중국의 한반도 문제 해결의 원칙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4월 12일 미중 정상의 통화가 이루어지면서,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대신 핵 문제 해결을 중국에 책임 전가(buck-passing)하는 방식의 교환이 보도되기도 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반도 핵 문제를 연계하는 방식이 사실인지를 또 알기 어렵지만, 미중이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새로운 균형점을 마련하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4월 14일 북한 외무성 부상 한성렬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선택한다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국제사회에 전달했다. 핵 추진 항공모함이 한반도 수역에 진입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4월 15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었던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최고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로 명명된 새로운 대북정책을 수립했음을 알렸다. 4월 17일 한국을 방문한 미국 부통령도 전략적 인내 시대의 종언과 더불어, 한미가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재래식 또는 핵 무기의 사용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그리고 미중 정상이 "비핵화된 한반도"에 대한 약속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발언도 했다. 한미 FTA "개혁"(reform)은 그 대가로 미국이 한국에 언급한 교환 품목이었다. 미중 관계처럼, 한미 관계에서도 안보와 경제의 교환이 트럼프 행정부 대외 정책의 한 형태가 될 것임을 예견케 한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정책이 북한의 미사일실험을 교란하는 사이버 전쟁과 유엔을 매개로 한 다자적 제재와 같은 강압이었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의 압박과 관여"에서 초점은 "최고"와 "관여"에 있을 것이다. "최고"는 군사적 선택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과 중국에 대한 압박을 통한 북한에 대한 압박을 의미하는 것이고, "관여"는 그 이중 압박을 통해 북한의 대외 행동이 변한다면 대화와 협상의 길로 갈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는 4월 23일 현재 서태평양에서 일본 자위대와 공동 훈련을 하고 있다. 빠르면 4월 25일 즈음 한반도 해역에 진입할 예정이다. 중국에는 원유 공급의 중단과 같은 북한의 "경제적 생명선"(economic lifeline)을 지렛대로 북한의 행동 변화를 강제하라 요구하고 있다. 중국도 일단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따라 북한에 대한 압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 언론에는 미국이 북한의 핵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용인하겠다는 극단적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한미 지상군의 38선을 넘는 것은 불가하다는 전제 하에서다. 즉 북한이 한미의 영토가 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중국의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북한을 적시하지 않고 관련 당사국이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공식적 입장을 밝힌 상태다. 북한은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주변국"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중국의 압박을 비판하고 있다. 동해로 진입할 칼빈슨호를 수장시키겠다는 위협과 함께다.

 

4월 말은 한반도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점이다. 미중의 교환이 성립된 조건 하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도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었고 향후 미중의 협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국면에서, 중국과 북한의 비밀접촉과 서로의 교환 품목이 전쟁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관건이다. 북미의 말의 공방이 극한에 이른 2017년 4월 위기의 국면에서는, 북한이 치킨게임의 겁쟁이가 되는 협력의 길이 아니라 완전한 핵 국가로 진입하는 6차 핵 실험과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과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면, 항공모함을 수장시키겠다는 북한의 발언에 한 발 물러서서 국무부 대변인의 입으로 군사적 충돌을 하지 않을 거고 북한을 위협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미국이 겁쟁이가 되지 않으려 하면, 한반도 전쟁이다.

 

대통령 후보들의 대북 정책을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에는 한반도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 경로가 담겨 있어야 했다. 예고된, 예측된 4월 위기는 그 해법을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사전에 4월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침묵했지만, 필요하다면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에서 나름의 방법을 찾아보는 노력을 할 수도 있겠다.

 

어떤 후보도 세계 10위권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음에도, 국방비의 축소와 국방비의 복지비로의 이전을 말하지 않는다. 모든 후보가 국방비 증액이 불가피한 정책을 제시하는 대통령 선거다. GDP 대비 국방비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빈말조차 없다. 북한의 핵 무기뿐만 아니라 2016년 현재 6자회담 참여국인 미국 1위, 중국 2위, 러시아 3위, 일본 8위라는 현실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한국은 군사비의 한계효용을 그 어떤 국가보다도 고민해야 함에도 그렇다. 힘에는 힘으로 맞서야 한다는 본성의 목소리를 이성적으로 거부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표를 얻어야 하는 후보들이 대중의 마음을 거역하는 설득의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 2017년 4월 위기에 대한 지체된 대응인, 4월 23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담대한 한반도 비핵평화구상도"도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징후가 포착되면 선제타격을 하는 '킬체인'과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독자적 방어체계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핵의 부정적 효과다.

 

비핵화 프로세스가 부재한 조건에서 발생한 4월 위기는, 안보 경쟁일 뿐만 아니라 서로가 안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게임이 서로의 안보 이익을 감소시키는 안보 딜레마의 전형이다. 이 안보 딜레마에서 탈출하는 방법이 한반도적 맥락에서는 비핵화 프로세스다. 비핵화에 모두 동의하지만, 각 정당의 후보들은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해 서로 다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안보 딜레마를 가속화하고 일상화하는 선택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반도 핵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도를 찾고자 한다. 사드 배치의 확대는 물론 미국도 동의하지 않는 전술핵 배치까지 언급하고 있다. 미국의 핵 전력을 한미 공동자산으로 만들겠다는 발상도 공약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핵 경쟁의 가속화는,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핵 전쟁의 문턱까지 가서 한쪽이 겁쟁이가 될 때,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리게 된다. 안보 딜레마의 일상화는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물론 미중에 경제적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정책이다. 한반도 핵균형의 확보는 북한을 사실상의 핵 국가로 인정하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자강안보"를 내세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 실험을 이후 한반도 정세가 변했다는 이유로 사드 배치 반대에서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과 비슷하게 안보 경쟁과 안보 딜레마를 가속화하는 대열에 합류한 상태다.

 

둘째, 우회적이지만 남북한의 기능주의적 협력으로 안보 딜레마의 해결을 시도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평화경제론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는, 개성공업지구 재가동과 같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동의하는 정책이다. 반면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비핵화의 진전 없이 개성공업지구 재개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처럼 보인다. 안철수 후보는 낮은 단계의 남북 교류도 비핵화와 연계하려 하고 있다. 비핵화와 남북 교류를 분리·병행하려는 시도가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는 있지만, 4월 위기와 같은 국면이 지속된다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최소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입구에 진입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담아야 한다. 이 길의 이면 장치인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한 한국 역할론이 작동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한국이 비핵화 프로세스의 입구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4월 위기의 국면에서 답은 제시되지 않았다.

 

셋째, 안보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해 북한 정권의 교체도 한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내파든 외파든 상상할 수 없는 정치경제적 비용의 지불은 물론 그 효과도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도 북한의 실질적인 개혁·개방 정도를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안보 딜레마에서 탈출하기 위한 제도적 해결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년 전인 2016년 4월 북한이 다시금 한미가 합동 군사 훈련을 중단하면 핵 실험을 중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제안을 했을 때, <중앙일보>에는, "한미연합군사력이 충분한 대북 억지력을 갖추고 있"는 조건에서 이 교환이 한미에게도 불이익이 아니고, 한반도의 평화를 생각한다면 이 교환 이후 북미 수교, 평화 협정으로 이어지는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칼럼이 게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교환 제안을 한미는 수용하지 않았다. 2017년 4월 위기 전 북미 접촉이 있었다면 이 교환이 의제화되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강한 안보"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자강안보"를 토대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4월 위기의 국면에서 그 길을 갈 수 있는 입구에 대해 침묵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만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합동 군사 훈련 중지를 교환하는 방식에 동의했다. 그러나 논쟁의 의제가 되지는 못했다.

 

2017년 4월 말 현재 한미는 한반도 전 해역에서 핵 잠수함과 핵 항공모함, 미사일순양함 등을 동원한 최고 강도의 무력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치킨게임에서 한발 물러나 겁쟁이가 되는 것이 용기 있는 행위이고, 현재의 핵 능력으로도 미국과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 북한의 핵 동결 선언이 4월 위기 이후 양자, 다자협상에서 유리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4월 위기의 국면에서 한국의 대통령 후보들은 한국의 동의 없는 전쟁 반대 정도의 구호에 머물고 있다. 한반도 평화의 길을 가기 위해 필요한, 한미 동맹의 관성을 제어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한국의 역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만큼이나 한미 동맹의 조정이 필요하다. 미국발 한미동맹의 조정 가능성도 한국에는 기회다. 예를 들어 사드 배치 여부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입구를 찾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4월 위기에서 북한이 미중이 설치한 금지선을 넘지 않는다면,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처럼, 관여 정책에 필요한 대화와 협상의 국면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새 정부가 취임할 즈음이다. 한국의 새 정부가, 사실 그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한 선택지이기도 한 안보 딜레마를 일상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갈등 당사자들을 함께 앉게 할 수 있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입구를 제시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관련 당사국이 공유할 수 있는 공동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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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3/05/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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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화만 내는 자리가 아니다

통일 경제의 폐쇄와 흡수 통일의 주술

 

김종욱 동국대학교 객원교수

 

남북한 정상의 결단으로 군사적 요충지에 공장과 건물이 들어서면서 '통일 경제'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조성됐다.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2004년 12월 개성공단의 첫 제품인 '통일 냄비'가 출시됐다.

 

남북의 사람들은 개성공단에서 매일매일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이해해갔다. 개성공단을 통해 평화가 경제가 되고, 통일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곳은 군사 통제 구역이 되었고, 남북 분단과 대립의 대결 공간으로 변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2008년 7월), 개성 관광 중단(2008년 11월), 남북 열차 운행 중단(2008년 11월)에 뒤이어 남북 협력의 마지막 공간마저 폐쇄된 것이다. 이제 남북 관계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블랙홀' 속으로 빠져 들어버렸다.

 

국제 사회의 제재부터 개성공단 폐쇄까지의 일련의 조치는 북한의 '수소 폭탄'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가 그 원인이다. 우리나라와 국제 사회가 북한의 지속적인 핵 능력 증강을 통한 '핵 정치'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NPT(핵 확산 금지 조약) 체제는 유지되어야 하고 핵 없는 세계를 향한 국제 사회의 노력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취한 개성공단의 일방적 중단은 남북 관계를 '지뢰밭'으로 만들 것이며, 북한 핵 및 미사일 공격을 막는다는 구실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동북아 안보 불안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즉 우리 정부가 취한 일련의 제재 조치의 실효성은 낮은 반면, 남북 관계의 불안정성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이미 북한은 개성공단 중단을 "조선 반도 정세를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조국평화통일위원회)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 정부는 연일 사드 배치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고, 중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또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 '노스케롤라이나호'가 부산항에 입항했고, 세계 최강의 전투기인 'F-22랩터'가 한반도에 출동한다.

 

북한의 '핵 고도화 전략'과 사드(THAAD)의 국제정치학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억지와 북한의 비핵화다.

 

이를 위해서 제재와 대화는 병행되어야 한다. 대화 없는 제재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만약 제재의 목적이 북한 붕괴와 흡수 통일이라면, 남북 관계는 '지뢰밭' 그 자체다. 북한은 2013년 4월 1일 '자위적 핵 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을 통해 핵 억지력과 핵 보복 타격 능력의 질량적 강화와 지속적인 핵 능력 강화를 표명했다. 동시에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며, 핵 폐기 의사가 없음도 명확히 했다. 따라서 우선 북한이 '핵 고도화 전략'을 중단하도록 노력하고, 북한 당국을 비핵화로 유도하기 위한 우리 정부와 국제 사회의 '전략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또한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대응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아시아 전략(Pivot to Asia)'과 연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의 '미사일 방어 체제(MD)' 편입을 한중 관계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사드는 MD 체제 편입의 시작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이며, 올해 한국은 미국에 이어 중국의 제2의 교역 대상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경제에서 대외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고, 전체 대외 교역량 중 중국의 비중이 20% 이상을 차지한다. '저성장의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어려운 현실과 동북아 지역의 급격한 안보 불안의 결합은 우리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 : 새로운 지도(new map) 그리기 

 

북한의 '핵 고도화 전략'과 이에 대응하는 사드의 배치는 남북 관계와 미-중 관계를 '강 대 강'의 대결 국면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대결로 치닫는 남북 관계를 전환시킬 '전략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2005년 7월,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 보유와 6자 회담 무기한 연기 선언이라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직접 송전 계획'을 담은 '중대 제안'을 통해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경험이 있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되살려야 한다. 

 

첫째, 미국과의 전략대화를 통해 한미 연합 훈련 잠정 중지,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한 대화 착수 등을 담은 대화와 제재의 꾸러미를 협의하고, 둘째, 이 내용을 중국과 협의하여 북한이 대화와 협상에 참여하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담보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중국에 의한 구체적이고 집중적인 대북 제재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셋째,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단된 6자 회담을 변경,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 회담'이라는 '집중적 협상 테이블'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한의 핵 능력 증강을 중단하도록 유도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점진적‧단계적 해결을 모색하는 '6자 회담 시즌 2'에 진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에 의한 미-중 설득과 중국의 북한 설득, 그리고 과도적 단계로 '4자 회담'을 통해 새로운 지역 평화 대화 채널을 만들자는 것이다. 즉,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 한반도 평화 체제와 지역의 공동 번영으로 가기 위한 '새로운 지도(new map)'를 주도적으로 제안‧설득하는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흡수 통일의 '주술'에서 벗어나야 

 

5만여 명의 '월급 150달러' 고급 인력을 포기한 '초강수' 개성공단 중단은 그 의도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금강산은 중국인들의 관광지가 되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직장을 잃은 북한 노동자들은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등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지 모른다. '통일 경제'의 상징인 개성공단과 한반도의 미래 먹을거리인 '북방 경제'를 포기하고, 북한 붕괴와 흡수 통일을 통해 '통일 대박'에 이를 수 있다는 '주술'에 빠져서는 안 된다. 한미 합동 '키 리졸브' 군사 훈련과 독수리 연습, 유엔 안보리 추가 대북 제재 등이 전개되고, 북한은 이에 대응하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DMZ 포격, NLL 충돌 등 국지 도발을 통해 지속적인 위기 고조 전술을 전개하는 한반도의 상황은 가히 '악몽'적이다. 

 

전쟁은 이제 '악몽'을 넘어 '현실'의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2004년 합동참모본부가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24시간 이내에 230여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성장과 불평등 경제로 힘겨워하는 국민들에게,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까지 덧씌우는 것은 가혹하다. 대북 제재의 피해가 당장 우리 개성공단의 중소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하청업체에 직접적으로 가해지고 있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 핵심 요지는 "대화는 없다. 이번 기회에 제재와 압박을 통해 잘못된 버릇을 고치겠다"로 요약된다. 전쟁 중에도 대화 채널은 가동된다. 전쟁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화를 포기한 제재와 압박은 목표를 상실한 전략이다. '폐허' 위의 통일이 아니라, 공존과 번영 속에 이루어지는 통일이 헌법적 가치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국민이 공감하고, 국제 사회가 환영하고,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통일'이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국민은 전쟁의 공포에 두려워하고, 미-중의 갈등은 증폭되고, 남과 북은 극단적 대결을 반복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모두가 불행한 대결'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의 '분노'보다 중요한 것은 민생이고 평화다. 분노해서 되는 것이었다면, 북한 핵 문제가 지금까지 난제로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제 국회 연설에서 "국민들이 정치권에 권한을 위임한 것은…그 위험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위임한 것이 아닌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씀을 스스로 자문해보길 권한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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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6/02/1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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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밥 먹여 주냐고? 폭탄 한 방이면 모두 끝!

평화·통일 정책 사라진 총선

 

서보혁 코리아연구원 연구위원

 

솔직히 말하면 다가오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투표할 생각이 없다. 집권 여당은 지난 대선 이후 무얼 했는지 묻는 게 부질없어 보이고, 야당은 지리멸렬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총선을 한 달 앞두고도 후보 선정을 완결 짓지 못했고 정책 선거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 있다. 해외출장을 핑계로 투표할 생각이 없다니까, 지인이 그래도 진보 정당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서 투표하란다. 사전 투표일(4월 8일~9일)도 알려주면서. 투표를 할까, 그래도 해야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24개 정당이 이번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정당 이름도 다채롭다. '한나라당', '민주당' 등 과거 정당 이름도 있다. 가장 재미있는 당 이름은 '대한민국당'인데 공약을 미제출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평화·통일과 관련해 눈에 띄는 정당이 '친반평화통일당'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이 당은 제1정책 순위로 "평화롭고 안락한 나라 건설"을 설정하고 김정은 정권 인정, 불가침 조약 체결, 낮은 단계의 연방제 실시 등 나름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 공약만 놓고 보면 이 당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거의 모든 정당이 생활 밀착형 공약을 내걸고 자기 당과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한다. 세계 경제 침체와 정부의 실정으로 국민들의 사회 생활이 불안정함은 물론 식의주, 건강 등 기본 생활도 위협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정당이 경제, 복지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공약을 집중하는 게 이상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언제부턴가 국회의원 선거가 자기 고장을 발전시킬 인물을 뽑는 걸로 착각하는 현상이 일어나더니 이제는 거의 굳어지는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이 섭섭해 할 일이다. 국(國)회의원, 언론, 유권자가 담합한 듯, 나라의 오늘과 내일을 우리 동네의 그것으로 치환시키고 국가와 세계 차원의 보편 이익을 나, 우리 단체, 우리 고장의 이익으로 축소시킨다. 거의 모든 정당의 정책·공약에 평화·통일 문제가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모든 정당이 집권을 목표로 하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은 손에 꼽는다. 언론에 오르내리는 정당이 그런 정당일 것이다. 주요 정당이라면 평화·통일 문제를 비중 있게 여기고 관련 정책·공약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놀랍게도 그렇지 않은 당도 있었다. 선관위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당 10대 정책 보기' 코너를 기준으로 볼 때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10대 정책에 평화·통일 공약이 없다. 11번째 공약이라서 빠졌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런 이슈로 선심성 공약을 만들기 어렵고, 그래서 득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일까?

 

대체로 진보 정당 쪽이 평화·통일에 깊은 관심을 갖고 나름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녹색당과 노동당은 핵 발전을 포함한 '완벽한' 비핵화, 북핵 문제와 평화 협정의 동시 해결, 파병 규제, 군 인권 신장 등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더민주당과 정의당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의 동시 추진을 제시하고 있다. 더민주당은 남북 인권 협력, 대북 지원을 통한 이산가족 10년 이내 전면 상봉 공약이 인상적이다. 정의당은 중견국 외교, 정예강군(40만)을 목표로 한 국방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이게 전부다. 이번 총선에서는 비핵화, 남북 관계, 대북 정책 등과 같은 이슈들이 쟁점이 아니다. 북한이 수소 폭탄 실험을 했고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험악한 분위기가 반도를 감싸고 있는데도 말이다. 솔직히 경제, 복지 정책도 선심성 공약의 남발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할 의지가 있다면 지난 3년 동안 왜 안 했겠는가?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도 크다. 단지, 언론과 정치평론가들만 여당이 개헌 가능 의석을 차지할 것인지, 국민의당이 원내 교섭 단체를 구성할 것이냐와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유능한 정치인들은 평화가 표를 갖다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현명한 유권자들도 평화가 밥 먹여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입주 기업은 물론 협력 업체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잊히고 있는 금강산 관광의 중단으로 현대아산은 물론 강원도 북부 지역 경제가 오래전에 무너졌다. 북한 정권 비난 전단을 날리는 접경 지대에선 주민들의 생계는 물론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 세월호 침몰의 진상 규명이 되지 않은 채 국민 안전, 인간 안보가 표류하고 있다. 국가 안보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천안함 침몰의 진상도 불철저하게 다뤄진 채 유폐돼 있다. 대화와 교류 없이, 진상 규명 없이 희생자들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매년 춘삼월에 두 가지 안보 불안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나는 전쟁 위험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 참수와 정권 붕괴를 겨냥한 한-미 합동 군사 연습과 핵 실험을 비롯한 북한의 군사 도발이 엮어내는 죽음의 굿판이다. 꽃 구경을 시샘하는 황사와 초미세 먼지가 두 번째다. 모두 그 양상은 달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 평화가 밥 먹여 준다고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평화가 우리의 밥을 지켜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누가 평화를 위협하는지, 누가 평화를 지키려 하는지 따져보고 투표할 일이다. 나도 투표해야겠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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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6/03/3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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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6.25라는 이름이 더욱 익숙한 이 전쟁은 66년의 시간만큼 멀리 떨어진 현재 우리의 삶까지도 크게 바꾸어놓았습니다.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를 그리워하는 만큼 서로 미워하고 늘 전쟁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25일(토)에는 청년참여연대 회원, 평화분과 친구들과 함께 전쟁기념관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기억하고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모아 박물관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습니다. '전쟁'이라는 같은 주제로 이렇게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두 공간, 이번에 함께 하지 못하신 분들은 따로 꼭 찾아보시길 바라요 :) 후기는 평화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은호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입구부터 너무나도 웅장한 전쟁기념관

  <입구부터 너무나도 웅장한 전쟁기념관 ⓒ청년참여연대>

 

 

조금 더 걷자 개인주택이 밀집한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이런 곳에 박물관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골목이었습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역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할 수 있는 웅장한 크기의 전쟁기념관과는 찾아가는 길부터 너무나 달랐습니다. 메시지가 가득한 노란나비의 벽을 돌아 박물관 입구로 들어섰습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의 입장권은 조금 특별합니다. 입장권의 한 쪽면에 매일 다른 할머니의 이야기가 실리는 것인데요, 저희가 방문한 25일은 배봉기 할머니의 이야기가 있는 티켓을 받았습니다. 전쟁의 피해자인 할머니 옆에 6.25라는 낯익은 날짜가 박힌 입장권은 무언가 슬프게 보였습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입장권    평화를 담은 메시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의 특별한 입장권(왼쪽)과 평화 메시지(오른쪽) ⓒ청년참여연대>

 

1번부터 시작되는 전시는 각 전시마다 깊은 의미를 가지고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전쟁기념관에서의 위압적이고 뭉뚱그려진 전체의 이야기를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의 전시였습니다. 오디오를 통해 전시물의 의미를 듣고 눈을 통해 그것들과 마주하는 순간 어떤 마음들이 올라왔습니다.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봤을 때, 안산합동분향소를 갔을 때, 제주도 다랑쉬오름에서 4.3 때문에 사라진 마을의 비석을 보왔을 때의 그것이었습니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의 피해를, 전달 받은 마음의 울림이었습니다.

 

전시 중에는 전화기와 번호가 있었습니다. 위안부피해자 신고를 받던 전화기와 전화번호였습니다. 영화 귀향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중반부에 주인공 영희(손숙 분)가 동사무소에 위안부피해자 신고를 하러 용기를 내어 갑니다. 하지만 머뭇거리다 돌아가려고 할 찰나에 동사무소의 남직원은 말합니다. "어떤 미친여자가 피해자라고 신고하겠어" 그리고 영희는 말합니다. "그 미친여자가 나요" 그들은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에 고국으로 돌아와서도 겪은 피해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권력은 그 목소리를 불편해하였습니다. 우리 사회도 그들에게 가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사에 함께 한 친구들과 찍은 단체사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앞에서 단체사진 찰칵 ⓒ청년참여연대>

 

마지막 전시실에는 최근에 우리 국군이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에 남긴 상처들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전 때 국군들이 자행한 성폭력에 대한 전시였습니다. "한국군에게 나의 위치를 알려주지 마세요. 사과하러 온다면 나를 찾아올 거 아닙니까. 제가 있는 곳을 그들에게 알려주지 마세요" 한 피해자의 목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전쟁'과 '인권'에 대해 저에게 다시 진실되게 물어 볼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우리가 정말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전쟁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금, 2016/07/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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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군사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남북 모두 군사적 위협 즉각 중단하고 위기 관리에 나서라
전쟁 예방과 한반도 평화 구축은 대통령의 의무
‘확전’ 운운하지 말고 무력 충돌 막을 현실적 대책 내놓아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팽팽하게 고조되고 있다. 남북이 마치 전시 상황인 것처럼 서로 적대적 언사를 주고받는 가운데, 무력 충돌이나 전쟁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도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더해 어제(1/4) 대통령실은 북한이 다시 영토를 침범할 경우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9.19 군사 합의)>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9.19 군사 합의>는 접경 지역의 무력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핀이며,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와 신뢰 구축의 근간이 되는 합의다. 남북 모두 서로를 향한 군사적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합의를 지켜야 한다. 어렵게 이룬 역사적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한반도를 다시 전쟁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군사적 위기는 <9.19 군사 합의>를 비롯한 남북 합의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발생했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지금까지 한미연합군사연습 재개, 대북 제재 지속,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들만 이어져 왔다. 이제는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긴 채 긴장이 격화되는 위험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우발적인 충돌이 재앙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검토’나 ‘북한 지역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공세적인 작전’과 같은 지시는 통제하지 못할 위기만을 불러올 무책임한 발언이다. 이미 합의를 위반해온 북한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며 남한이 먼저 합의의 효력을 정지한다면 북한의 합의 위반에 대해 비판할 근거도 없어진다는 점에서 실효성도 없는 대책이다.

강대강 대결과 무력시위만으로는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 정부는 이제 북한의 소형 무인기에도 대응하겠다며 ‘합동드론사령부 창설’ 등 군비 증강 계획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무인기에는 무인기로, 미사일에는 미사일로, 전투기에는 전투기로, 잠수함에는 잠수함으로, 매년 새로운 무기체계 도입 계획들을 세우고 국방예산을 쏟아부어왔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남북이 상대방의 위협을 명분으로 군사력 증강에 예산과 자원을 쏟아붓는데도 누구도 안전해지지 않는 안보 딜레마 상황이다. ‘힘을 통한 평화’란 결국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남북 합의 이행, 상호 위협 중단, 관계 개선과 신뢰 구축, 대화와 협력이 평화와 안보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압도적인 전쟁 준비’를 주문했지만, 어떤 전쟁에도 승자는 없으며 일단 무력 충돌이 시작되면 ‘압도적인 전쟁’이나 ‘일방적인 승리’ 따위는 불가능하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은 억제가 아니라 예방에 절실하게 힘을 쏟아야 할 시기다. 중요한 것은 싸워서 이기는 능력이 아니라 싸우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확전’을 운운하며 불안을 조성하고 시민들을 위협하는 것은 무능한 정부다. 북한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위기를 관리하고 주도적으로 평화를 만들어 나갈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같은 군사적 위협을 먼저 중단하여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대화 채널 복구와 전쟁 위기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전쟁 예방과 한반도 평화 구축은 어떤 정부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이며,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다.

성명 [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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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23/01/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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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4_우크라이나에 평화를

한국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 규탄·휴전 촉구
Stop the War! Ukraine Peace Now!

일시·장소 : 2023.02.23. (목) 11:00, 청계광장 소라탑 앞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벌써 1년을 맞습니다. 영국과 미국 국방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는 최대 32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숫자로만 헤아리기 어려운 비극입니다. 전쟁의 한가운데를 살아온 수많은 삶들을 애도하고 기억합니다

개전 초기 평화협상은 실패했고 전쟁은 출구 없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침공을 지속해왔습니다. 침공 1년을 맞아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한편 중재와 평화협상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은 부족했습니다. 서방은 무기 지원을 우선하였고, 전쟁은 더욱 격화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전쟁은 전 세계의 군비 경쟁과 진영화를 심화했고, 경제 위기와 식량난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비극 속에서 한국의 무기 산업은 수출액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미국과 나토 등은 한국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징집을 거부하고 한국으로 온 러시아 난민들에게 심사 기회를 부여하지 않아 인천공항에 갇혀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난민 보호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2023년 2월 23일(목) 오전 11시,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한국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 규탄·휴전 촉구 Stop the War! Ukraine Peace Now!>를 개최합니다. 기자회견을 통해 휴전과 평화적 해결, 한국 정부의 무기 지원 반대, 난민 인정과 보호를 촉구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과 취재 부탁드립니다.

보도협조[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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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3/02/2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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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20230223_우크라침공1년규탄
2023.02.23. 우크라이나 침공 1년 규탄·휴전 촉구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한국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 규탄·휴전 촉구
Stop the War! Ukraine Peace Now!

2023년 2월 23일(목) 오전 11시, 청계광장 소라탑 앞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56개 한국 시민사회단체는 휴전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전쟁이 출구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년 전쟁으로 희생된 수많은 생명을 애도하고 기억합니다. 우리는 즉각 휴전과 평화협상 시작, 한국 정부의 무기 지원 반대, 러시아 난민 보호를 요구합니다.

기자회견 프로그램

  • 사회 :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 발언1 :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
  • 발언2 : 쥬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 발언3 : 이종찬 변호사 (공익법센터 어필 / 난민인권네트워크) 
  • 발언4 : 전진한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 기자회견문 낭독 : 안나(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김지혜(플랫폼씨 활동가)

기자회견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 규탄·휴전 촉구

Stop the War! Ukraine Peace Now!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벌써 1년을 맞는다. 영국과 미국 국방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는 최대 32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숫자로만 헤아리기 어려운 비극이다. 전쟁의 한가운데를 살아온 수많은 삶들을 애도하고 기억한다.

개전 초기 평화협상은 실패했고 전쟁은 출구 없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침공을 지속해왔다. 침공 1년을 맞아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한편 중재와 평화협상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부족했다. 서방이 무기와 군사 원조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동안 전쟁은 더욱 격화되어 왔다. 그 결과 전쟁은 전 세계의 군비 경쟁과 진영화를 심화했고, 경제 위기와 식량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무기 산업은 전쟁의 비극 속에서 호황을 맞고 있다. 한국은 작년에 폴란드를 상대로만 124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무기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한국이 미국에 판매하는 형식으로,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간접 지원하기도 했다. 미국과 나토 등은 한국에 직접적 군사 지원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 무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명분이지만, 우리는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는 사실을, 승리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하는 가장 시급한 일은 무기 수출이 아니라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피난 온 난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많은 사람이 전쟁에 동참하지 않기 위해 징집을 거부하고, 일부는 다른 나라로 피난하고 있다. 현재 이렇게 한국으로 온 러시아 난민 다섯 명이 인천공항 출입국 대기소에 몇 달 동안 갇혀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들에게 난민 심사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징집을 피해 한국으로 온 난민들은 환영하지 않고, 무기 수출에만 환호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한다. 특히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비난하면서, 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러시아 시민을 외면한다는 것은 기만이다.

우리 헌법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헌법이 지향하는 평화의 가치에 따라 행동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전쟁 중인 국가 혹은 인접국에 무기를 수출하거나 지원하는 대신,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전쟁에 동원되지 않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난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이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도록 하는 것은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에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침공 중단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즉각 휴전하고 평화협상 시작하라!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간접적 무기 지원에 반대한다!
한국 정부는 러시아 난민들을 인정하고 보호하라!

2023년 2월 23일

(사)제주다크투어, (사)한국회복적정의협회, 5·18기념재단,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익법센터 어필, 기후위기기독인연대, 나눔문화, 난민인권네트워크, 난민인권센터, 남북평화재단, 녹색연합녹색전환연구소 다른세상을향한연대, 다산인권센터, 답엘에스, 동작역사문화연구소, 리슨투더시티, 문다세 네트워크, 문화연대, 민달팽이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생명안전 시민넷,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 세계시민선언, 수원이주민센터, 신대승네트워크, 아시아의 친구들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예수성심 전교 수녀회, 온갖데모, 이윤보다인간을, 이주민센터 친구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동,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천녹색당, 장애벽허물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천주교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통일나무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바닥, 플랫폼씨 피스모모, 한국다양성연구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 한베평화재단 휴먼아시아 (총 56개 단체)

보도자료 (발언문 포함) [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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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3. 우크라이나 침공 1년 규탄·휴전 촉구 기자회견 (사진=전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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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3/02/2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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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열풍? 제국의 장벽은 높다!

제국의 정치를 바라보는 모순된 시선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 참여사회연구소 기획위원

 

버니 샌더스 열풍이 뜨겁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미국 정치의 별종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예비 경선에 뛰어든 뒤에 세계인의 눈이 온통 그에게 쏠려 있다(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와 도널드 트럼프에게).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나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평소 진보 정당들을 무시하기 일쑤이던 언론이 돌연 "이 땅의 샌더스는 어디 있느냐"며 절규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라고 쏴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래도 한 '사회주의자' 정치인에 열광하는 걸 타박할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정권 교체가 쉽지 않을 성싶은 불길함을 미국 대선 정국의 열기로 떨쳐버리려는 안타까운 마음들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샌더스 열풍을 바라보는 이런 시선에는 중대한 모순이 있다. 많은 이들이 샌더스의 약진에 환호하는 것은 이게 미국 정치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반응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세계 제국이기 때문이다. 제국의 정치 혁명은 결코 남의 일일 수 없다. 그것은 곧바로 제국의 우산 아래 있는 모든 국가들을 요동시킬 것이다. 다들 이를 감지하고 있기에 샌더스 현상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런데 제국의 일이기에 주시하면서도 이것이 제국의 일임을 쉽게 잊는다. 미국 양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은 제국의 후사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그 어떤 국민 국가의 정치 과정과도 같을 수 없다. 이것은 샌더스가 뚫고 나가야 할 도전이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성향의 정치 세력이 각오해야 할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예비 경선이 여느 국민 국가의 정치 과정과 다를 바 없는 듯 바라보며 샌더스의 승리를 기대한다. 제국의 선거여서 관심을 보내면서도 제국의 선거임을 망각하는 모순된 시선이다. 

 

제국의 정치는 다르다 

 

제국은 그에 맞는 정치 체제를 갖춰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이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 독점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가 개방형 예비 경선 제도(오픈 프라이머리)다. 미국식 예비 경선 제도는 대중의 참여 문턱이 유럽식 대중 정당보다 낮아서 얼핏 더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후보 입장에서는 대중 정당의 내부 경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다.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정치 헌금을 받아낸 정치인만이 이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또한 당 내 경선에 비해 대중 매체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언론이 유력 후보를 낙점하고 훈육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광범한 대중의 참여라는 외양에도 불구하고 늘 제국의 세계 통치에 부합하는 인물들이 양당 후보로 선택받게 된다.

 

샌더스가 놀라운 것은 바로 이러한 장벽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샌더스는 대기업 후원 없이도 대중 모금만으로 클린턴 후보에 대적할 재정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친민주당으로 분류되는, 이를테면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의 집중 공격에도 불구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청년층의 지지에 힘입어 여론전에서 결코 밀리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런 성과만으로도 샌더스 선거 운동은 미국 정치사에서 '혁명'이라 할 만한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민주당 엘리트들로서는 분명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여러 해설 기사들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이들에게는 마지막 안전판이 있다. 총 4760여 명의 대의원 중 15% 가까이 차지하는 710여 명의 슈퍼 대의원이 그들이다. 슈퍼 대의원은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 옮기면 '당연직' 대의원이라 할 수 있다. 대개 민주당 소속 주지사나 상‧하원 의원,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위원들이다. 

 

이들 중 현재 샌더스 지지를 표명한 이는 15명밖에 안 된다. 반면 클린턴 지지자는 400명이 훨씬 넘는다. 지지자를 공표하지 않은 나머지 슈퍼 대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은 샌더스가 클린턴을 간발의 차로 앞서는 상황에서 샌더스에게 표를 몰아줄 사람들은 절대 아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십중팔구 클린턴에게 투표해서 샌더스의 당선을 막으려 할 사람들이다. 따라서 샌더스는 선출직 대의원의 60% 선을 장악하는 압승을 거둬야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수 있다. 클린턴도 종이호랑이가 아니기에 샌더스가 이 정도 승리를 거두기는 참으로 어렵다. 

 

즉, 지금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샌더스가 계속 바람을 일으키지만 결국은 클린턴이 전당 대회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경우다. 아마도 샌더스를 통해 시대의 풍향을 바꿔보려 한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가장 힘겨운 상황이 될 것이다. 샌더스 선거 운동 초기에는 그를 지지하는 논리 중에 그가 표를 받은 만큼 클린턴 후보의 정책이 왼쪽으로 기운다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샌더스를 둘러싼 대중의 비전과 열망은 클린턴이 받아 안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클린턴이 후보로 지명되는 결과가 나오면 샌더스 운동은 어떻게 될 것인가? 198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주당 예비 경선에서도 제시 잭슨 목사가 샌더스와 비슷한 진보 정책을 내걸고 샌더스 열풍 못지않은 바람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러나 일단 잭슨이 낙마하자 잭슨 바람은 그것으로 끝나버렸다. 미국 민주당은 유럽 대중 정당처럼 당 내 분파를 만들어서 일상 활동을 펼칠 구조 자체가 없다. 예비 경선의 바람은 그냥 바람으로 끝이다. 샌더스가 사실상 50% 넘는 지지를 받고도 후보로 지명되지 못한다면, 이 50% 넘는 지지 열기 역시 그렇게 형해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선 패배 이후에도 샌더스 운동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 진영이다. 2015년 영국 노동당 대표 경선에서 급진 좌파인 제러미 코빈 하원의원이 후보로 나서서 돌풍을 일으키고 마침내 당선될 수 있었던 데는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었다. 코빈은 후보 등록 요건인 35인 이상의 의원 추천(복수 추천 불가능)도 받기 힘든 형편이었는데, 영국 최대 노동조합인 유나이트(Unite)가 나서서 서명을 받아준 덕분에 등록할 수 있었다. 이후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주요 노동조합들이 코빈 지지 선언을 하며 당 내 반란의 든든한 기반이 돼주었다.

 

반면 샌더스에게는 이러한 노동조합의 지원이 없다. 미국 노총(AFL-CIO)의 주요 조직 중 하나인 통신노동조합(CWA, 조합원 70만 명)이 샌더스 지지를 선언하기는 했다. 노총도 샌더스 바람을 염두에 두며 지지 후보 지명을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누구보다 샌더스 반란의 선두에 서야 할 노동조합 진영이 대체로 뒷짐을 진 채 관전만 하고 있다.

 

미국에서 진보 정당이 성장하지 못한 결정적 원인이었던 노동조합의 실리주의적 정치 관행이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만약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로 최종 지명되는 이변이 일어난다면 이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샌더스의 가장 강력한 방파제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샌더스가 전당 대회에서 패배할 경우에는 샌더스 운동의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에 미국 노동조합이 함께 하길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렇게 되면 샌더스 운동이 경선 패배 이후 새로운 모색을 계속한다 하더라도 과거 미국의 실패한 진보 정당 건설 운동들보다 더 나은 상태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상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게 제국의 정치의 진실이다. 샌더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받기 힘들다는 것 이전에 이토록 뜨겁게 타오른 샌더스 운동이 아무런 정치적 거점도 확보하지 못한 채 무(無)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가령 스페인의 포데모스가 정당 명부 비례 대표제를 발판으로 '분노한 자들' 운동의 민심을 현실 정치의 힘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과는 뚜렷이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만약 이토록 엄청난 함정과 장벽들을 뚫고 샌더스가 기어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다면 이는 그야말로 우리 세대 최대의 정치적 격변의 시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제국의 정치 체제는 샌더스의 본선 당선을 막을 풍부한 수단들, 가령 노골적으로 자본 진영이 합의 추대하는 무소속 제3 후보의 등장 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수단들이 동원되는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70억 인류의 삶은 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실은 나 자신 제국의 정치를 바라보는 모순된 시선을 거둘 수가 없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목, 2016/02/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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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이다/테마토크 "차이, 차별, 혐오" 2회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인 트럼프의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들, 유럽의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 그리고 극우정당의 득세까지 "차이, 차별, 혐오"는 한국에서 뿐 아니라 전지구적 현상으로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과거 독일나치의 히틀러의 선동 정치와 혐오를 부추기던 파시즘이 일어나던 때와 비슷하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차이, 차별, 혐오"에 대한 철학적 분석과 전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혐오 현상에 대해 얘기나눴습니다.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www.podbbang.com/ch/8005?e=22002404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3D0AHH

 

 

같이듣기

톡톡!철학 사이다 테마토크 1 - “불평등”

톡톡!철학 사이다 테마토크 2 - SOS 응답하라 '국가'

톡톡!철학 사이다 테마토크 3회 - 숨은 '민주주의' 찾기

톡톡!철학 사이다 테마토크 4회 -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당신은?

톡톡!철학 사이다 테마토크 5회 - 차이, 차별, 혐오

 

 

수, 2016/06/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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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포럼, 박근혜의 오판, 차기 지도자에 집권 가능성 열어줘 -‘한반도 평화’ 한국인들만이 해낼 수 있다. -한미 대북정책 ,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 -미국, 북한 고립으로 항복 받아낸다는 환상만 가져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 심지어는 북미 관계까지도 한국인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한국 내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미일-북중러의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동아시아 포럼은 20일 포럼의 ...
금, 2016/07/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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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철학사이다 특집 - 미국 대선 따라잡기 1회 : 미국 정당 조직의 역사와 특성

 

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가 11월 8일에 치러집니다. 

 

톡톡! 철학사이다 특집으로 "미국 대선 따라잡기"를 2회에 걸쳐 준비했습니다. 

 

1회에서는 미국의 정당 조직의 특성에 대해 알아봅니다. 미국의 정당은 한국처럼 '당대표', '총재', '당수' 이런 개념이 없고, 사실상 상시적인 '선거운동 조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의 정당에 관한 법률은 '연방'이 아니라 '주'차원에서 성립하고 또 아래로 내려가서 수직적으로 구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 내에서도 각각의 시, 카운티 별로 개별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정치구조와 선거, 공화당과 민주당의 기원, '미국 대선 따라잡기'에서 확인하세요.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goo.gl/IUKlZp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gEBc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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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철학사이다 1화 - “불평등”

톡톡! 철학사이다 2화 - SOS 응답하라 '국가'

톡톡! 철학사이다 3화 - 숨은 '민주주의' 찾기

톡톡! 철학사이다 4화 -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당신은?

톡톡! 철학사이다 5화 - 차이, 차별, 혐오

 

 

월, 2016/08/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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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철학사이다 특집 - 미국 대선 따라잡기 2회 : 미국 대선의 정치, 경제, 사회 배경

 

철학사이다 특집 미국 대선 따라잡기 2회 입니다.

 

미국 대선을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불평등이 미국에서는 어떤 문제를 만들었을까요?
샌더스에 따르면 미국 부자 14명이 2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소득)'이 미국 하위 40%(1억 2천만 명)가 가진 부의 총합보다 많다고 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대학 학자금 대출 문제나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불평등이 심각한데도 제도권에서 제대로 반응을 하지 않아서 그 여파로 나타난 것이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운동이었고 제도권에 대한 반발로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주장하는 샌더스, 말도 안되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면서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트럼프가 미국민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미국 대선 따라잡기 2회 "미국 대선의 정치, 경제, 사회 배경"에 대한 분석을 지금 들어보세요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goo.gl/ZBhocL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goo.gl/IG326e

* 유튜브로 듣기 : https://youtu.be/qR_sF-U2-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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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철학사이다 1화 - “불평등”

톡톡! 철학사이다 2화 - SOS 응답하라 '국가'

톡톡! 철학사이다 3화 - 숨은 '민주주의' 찾기

톡톡! 철학사이다 4화 -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당신은?

톡톡! 철학사이다 5화 - 차이, 차별, 혐오

톡톡! 철학사이다 특집 - 미국 대선 따라잡기

 

 

월, 2016/08/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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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날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는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수없이 쏟아지던 전자메일이 거짓말 같이 멈추었다. 교수들은 트럼프 당선의 의미를 평가하기 보다는 헛웃음을 지으며 애써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다.

몇 몇 직원들은 도저히 학교에 올 수 없다고 휴가를 냈고, 일부 직원들은 목 놓아 울기도 했다. 캔사스 대학이 위치한 도시인 로렌스는 보수주의가 강한 이 곳에서 외딴 섬같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작은 대학 도시다. 이곳에 트럼프 당선이 던져준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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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NYT)

낙관적 미래에 대한 전망 사라져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에 등장할 때의 캐치프레이즈가 “담대한 희망”이었다. 그 희망이 깊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절망의 깊이는 도저히 당선될 수 없을 것 같은 후보가 당선되어서 앞으로 4년은 더 기다려야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기회가 주어진다는 정도가 아니다. 이 절망은 훨씬 더 근본적이다.

트럼프 당선의 절망은 진보적 미래를 그리는 정치세력의 지적 실패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대침체(The Great Recession)라고 칭해지는 2008년의 경제 위기 이후 유럽이 긴축재정을 피며 오랜 기간 동안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중동과 아프리카의 이민자 유입으로 사회가 분열될 때, 미국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뽑고, 양적완화, 의료보험 확대, 최저임금 인상, 동성애 합법화, 소수 인종의 고위직 진출,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 보호 정책 등 중도좌파적 정책을 꾸준히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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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변화는 아니지만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리버럴리즘과 사회과학적 연구에 의해 증명되는 온건한 중도 좌파적 정책에 기반하여 점진적 진보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지배했다. 러시아의 권위주의 정권, 중국의 공산당 일당 독재, 유럽의 혼란, 중동의 테러리즘, 일본의 장기침체에 대비되어, 미국의 리버럴리즘이 유일한 희망의 이데올로기였다. 비록 담대한 희망이 아니라 소심한 희망이었지만, 희망은 희망이었다.

따지고 보면 20세기 이후의 모든 사회적 변화는 항상 새로운 지적 기획, 유토피아적 미래를 그리는 이데올로기에 기반했다.

1차 대전이 끝난 후 혼돈의 시기가 지속되었지만, 1917년 10월에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이 있었다.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고 칭해지는 1920년대 미국은 연일 소요와 파업이 지속되었다. 귀족 강도의 시절(The Robber Barons Era)라고 칭해지는 경제적 독점과 불평등 착취의 시대에 노동자와 시민들이 분노 속에 요구한 것은 사회주의적 정책들이었다. 맑스와 레닌의 사회주의적 이념이 희망이 대안이었다. 낙관적 희망이야말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는 원천이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사회주의나 복지자본주의로 전환하였다. 미국은 경제정책에서는 노동계급에게 경제적 과실을 안겨 총수요를 확대하는 케인즈주의, 사회적으로는 1965년의 인권법 제정으로 미국 인권 역사의 신기원을 연 자유주의 이념이 지배하였다. 미국을 자유주의 복지국가로 바꾼 루즈벨트 대통령의 많은 정책들이 1920년대 사회주의자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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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1980년대의 보수화도 희망적인 지적 기획의 산물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클린턴에 이긴 이 번 선거를 레이건이 카터에게 이긴 1980년 대선에 비교한다. 사업가일 뿐만 아니라 연예계에 몸담고 있던 트럼프나 배우였던 레이건이나 다를 바 없고, 정치계에 오래 있었던 카터와 클린턴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의 대처리즘으로 대변되는 보수화는 우파의 지적 성과의 산물이다. 1970년대 스테그플레이션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벨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의 통화주의와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라는 보수의 지적 이데올로기가 있었다. 1984년 레이건 재선 당시의 슬로건이 “미국의 새아침 (Morning in America)”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 뒤에 아무런 지적 기획이 없다.

불만스런 현실…강한 권위에 대한 의존 높여   

21세기도 16년이 지난 지금, 현실에 대한 불안과 불만은 넘치는데 어떻게 이를 해결하고 낙관적 미래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진보의 담대한 기획이 없다.

현재의 사회적 불만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전복적 방안은 황당하게도 권위주의와 테러리즘 뿐이다. 그러니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가진 대중은 권위주의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권위주의적 후보의 선택이 폭력을 동반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체제 내 전복으로 보인다.

실제로 출구조사에서 미국 유권자들은 후보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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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s://www.quora.com/)

2012년에는 가치를 공유하는 후보의 중요성이 27%로 가장 높았는데, 올 해는 가치 공유의 중요성이 16%로 줄어들었다. 반면 후보 선택의 가장 큰 이유로 강력한 지도자를 꼽은 유권자가 36%로 2012년 대비 2배 상승하였다. 구체적 정책이나 도덕적 가치가 아니라 권위주의에 기반한 어떤 막연한 변화만이 그들이 기댈 수 있는 희망이다.

위로 아닌 위로를 삼자면 공화당도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주류로 부터 철저하게 외면 받았다. 트럼프의 막말에 더해 보호무역주의, 대중주의, 대외고립주의, 이민자 적대는 공화당 주류의 의견과는 달랐다.

선거 직후라 공화당 인사 중 트럼프의 정책을 수용하자는 정치인들이 의견 피력을 많이 하지만, 그 기류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공화당을 새롭게 지지하고 나선 백인 노동계급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양 당 모두 지지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클린턴의 패배는 선거 전술의 실패, 유권자의 변화뿐만 아니라, 진보의 지적 기획의 부족의 결과라는 면에서 오랫동안 아프게 기억될 것이다.

심리적인 치유는 상대적으로 빨리 되겠지만, 새로운 지적, 정치적 대안을 마련하는데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다. 미국의 진보와 지식인들은 상당 기간 트럼프 당선의 충격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게 될 것이다.  

 잔뜩 ‘화가 난’ 백인 노동계급

왜 미국의 백인 노동계급, 특히 남성들은 트럼프를 지지하고 나선 것일까? 미국 시간으로 11월7일 월요일 선거 전날 필자가 가르치는 경제사회학 대학원 수업에서 이번 선거의 전망과 트럼프 부상의 의미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 때 학생들이 몇 가지 놀라운 얘기를 했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에는 미 중부에 위치하고 있어 수업을 듣는 박사 과정 학생들 중 위스콘신, 미시건 지역 출신들이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지역이었다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 충격을 안겼던 그 곳이다.

그 중 자신을 노동계급 출신으로 규정하는 박사과정생이 이런 주장을 하였다.

“자신이 고향에서 느낀 바로는 여론조사와 언론이 보도하는 것보다 중서부 지역에서 트럼프 지지가 높을 것이며 설사 클린턴이 결국 이기더라도 상당한 놀라움을 안길 것이다. 사람들이 매우 매우 화가 나 있다 (very를 두 번 강조하며 말하였다).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하면 경멸하는 여론이 있어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펜실베니아도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펜실베니아는 중요 여론조사 기관이 모두 80-99%의 확률로 클린턴이 이긴다고 전망할 때였다.

선거 결과가 나온 후 그 학생에게 다시 물었다. 중서부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높을 것이라고 본 근거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그의 대답은 노동계급은 전통적으로 침묵을 미덕으로 삼고 있지만, 히스패닉 노동자들의 존재를 매우 잘 인식하고 있고, 경제적 과실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데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사회학자인 아네트 라루(Annett Lareau)가 <불평등한 어린시절>에서 주장했던 노동계급 출신들은 제도적 환경에서 스스로를 제약하는 감각(Sense of Constraint)을 가지고 있다는 관찰과 일치한다. 여론조사의 실패 원인도 이들 침묵하는 계급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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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www.motherjones.com/)

그렇다고 백인 노동계급의 트럼프 지지를 그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모두 옹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백인 노동계급의 트럼프 지지 뒤에는 인종주의와 성차별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은 히스패닉계 이민노동자 유입으로 노동공급이 늘어나서 저숙련 일자리의 임금에 하방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많은 사회과학적 연구들이 이민노동자 유입이 본국 노동자의 소득을 낮춘다는 근거가 없다고 보여주지만, 모든 연구 결과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대 보하스 교수(George Borjas)는 이민노동자 유입과 본국 노동자의 소득은 음의 상관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필자도 한 논문에서 저학력 저숙련 이민노동자의 유입이 본국 노동자 소득을 낮추는 효과가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 정책이 인권의 측면에서는 지지하기 어려워도 경제적으로 백인 노동계급에게 이득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가져올 가능성은 상당하다.

백인 노동계급이 임금 하락 압박에 직면했을 때 인종주의적 해결책을 지지하는 것은 역사적 선례가 있다. 미국의 자유 이민 정책에 반했던 가장 차별적인 법률이 바로 1882년의 중국이민제한법(The Chinese Exclusion Act)이다.

골드러시 이후 미국 서부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들자, 미국의 노동계급은 중국 이민자들을 비난하며 적대시하였다. 중국이민제한법을 지지하고 이끌었던 사람이 노조 지도자였던 데니스 키어니(Denis Kearney)와 노동자당(Workingman’s Party)이었다.

일본이 더 이상 일본 이민자를 미국에 보내지 않기로 약속한 “신사협정”은 이러한 미국 노동계급의 인종 차별 분위기의 연장이다. 그 때와 지금의 차이는 인종주의의 대상이 아시안에서 히스패닉으로 바뀐 것뿐이다.     

경기 침체 속 인종주의 득세

노동계급이 인종주의적 차별을 지지할 때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 조건을 뒤집으면 노동계급이 인종주의를 버리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건이 된다.

미국 역사에서 이태리인, 아일랜드인, 동유럽 출신들은 “얼굴 하얀 흑인(White Negro)”으로 간주되며 큰 차별을 받았다. 그런데 2차 대전 이후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이들 백인 내부의 민족적 차별은 완전히 사라진다. 1965년의 인권법이 가능했던 것도 1950년대와 60년대가 자본주의의 황금기였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파이가 커지고 모두가 파이를 나눠도 모자람이 없다. 모든 그룹의 상향적 사회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종 간 경쟁이 무뎌진다.

뉴욕시립대의 리차드 알바(Richard Alba)는 이런 상태를 “비(非)제로섬게임(Non zero sum game)”이라고 칭한다. 이 환경에서 인종주의는 줄어들고 노동계급은 인종적 화합을 도모한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낮아서 분배가 중시되는 제로섬게임의 상황이나 소득이 줄어드는 경제 후퇴의 상황에서는 인종주의가 창궐하게 된다. 구조적 장기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인종주의를 완화시킬 구조적 환경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계몽과 교육이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를 확산시킬 유일한 방법이지만, 이번 선거로 증명되었듯 이 방법은 한계가 분명하다. 

더욱이 백인 노동자계급의 몰락은 최근의 경제적 위기 이전에 시작되었다. 2008년 이후의 저성장과 회복은 그 몰락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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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벨트(rust belt)라고 칭해지는 미국 중부의 제조업 공장 지대를 다녀보면 몰락하는 도시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과거 제조업 부흥의 시절에 건설했던 도로 등의 기반시설은 넘쳐나지만 이 시설을 이용하는 차량과 사람의 숫자는 적고 이 모든 시설이 낡아 으스스한 느낌을 준다.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떠나고 남아있는 노동계급이 느낄 절망감이 바로 음산한 회색 도시의 느낌이다.

절망과 분노는 자기파괴적 행위로 이어진다. 작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Angus Deaton)은 최근 논문에서 21세기 들어 중년의 기대수명과 생존률이 다른 모든 그룹에서 상승했는데, 유일하게 저학력 백인은 하락했음을 보고해 미국 사회에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사망률 상승의 원인도 마약 알콜과 같은 향정신성 약품 중독과 그로 인한 질병의 확산 때문이다. 마약, 알콜 관련 사망율이 81%, 간질환이 50% 늘었다. 경제구조의 변화로 인한 생활 양식과 문화의 파괴다. 과거 흑인 문화로 간주했던 언더컬쳐가 저학력 백인 노동계급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학력 백인은 2008년에는 오바마의 다양성에 기반한 “담대한 희망”을 지지했다가 2016년에는 트럼프의 인종주의가 만들 “위대한 미국”으로 옮겨갔다.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이 저학력 백인 노동계급에게 진정한 희망을 주지 못할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진보진영에서 다음 선거에서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방황하는 진보…어떤 미래를 만들지에 대한 전망 보여줘야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임할 때는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누가 당선될 것인지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트럼프의 등장에 충격을 받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불안해 하지는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네이트 실버(Nate Silver)를 비롯한 메타 여론조사 분석가들이 선거 결과를 너무나 정확하게 예측하였기 때문이다. 올해도 이 예측이 반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 기대에 비례해 트럼프 당선이 지식인 사회에 가져온 충격은 크다.

언론에 보도되었듯 폴 크루그만(Paul 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는 “우리가 몰랐던 우리나라(Our Unknown Country)”라는 칼럼에서 지식인들이 미국, 주로 시골 지역에 사는 저학력 백인들의 생각과 가치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아마 많은 지식인들이 이 고백에 동감할 것이다.

미국 사회는 과거 어느 때 보다 계급 간의 지리적, 물리적 분리가 심하다.

서부나 동부의 대학에서 일하던 교수가 필자가 재직 중인 캔사스대로 옮겨온 후 한결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동교 교수들이 중부 캔사스에 가서 살 수 있는지 걱정한다는 것이다. 동서부 해안 지역의 엘리트에게 중부는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곳이다.

학력 구성의 측면에서 동부와 서부의 대도시들, 남부의 발전하는 ‘선벨트(sun belt)’ 지역은 고학력 집중 현상이 심화된 반면, 그 외 모든 지역은 저학력 노동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현상이 심화되었다. 사회적 접촉을 통해 가치관을 공유할 기회가 구조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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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발전은 사회구성인자들의 유기적 화합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소수 부류끼리 끼리끼리 대화를 나누어도 외롭지 않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뒤르껨이 근대는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 사회적 유대가 변화했다고 주장했는데, 지금의 환경은 가치관의 측면에서 유기적 연대에서 오다쿠가 되어도 외롭지 않은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기계적 연대로 옮겨가고 있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돌아선 백인 노동계급 남성이 다양성이라는 가치관에 공감하고 그러한 변화를 지지할 가능성은 오히려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진보적 대안으로 남는 것은 계몽과 교육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 부를 공유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정치적 환경에서 이를 실현할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트럼프 승리가 진보진영에 던진 정치적, 지적 숙제의 부담은 매우 무겁다. 가장 암울한 전망은 어쩌면 세월이 흘러 인구 구성이 바뀌어 새로운 가치관을 공유하는 시민의 숫자가 늘어날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희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희망적인 전망은 트럼프 시절의 암울함을 겪은 후 노동자계급이 민주당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담대한 희망의 구체적 모습을 제시할 때까지 노동자계급의 지속적 지지를 담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 중 누구도 그 구체적 모습이 무엇인지 적어도 아직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금, 2016/11/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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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곧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깨길 바란다.”

미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패배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힐러리의 패배는 여러 가지 충격을 남겼지만 무엇보다 여성들의 좌절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그랬겠지만 한국 여성들에게도 커다란 상실감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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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이용자들은 이런 말들을 남겼다. “아마 지구상에서 살아있는 정치하는 여자들 중 가장 대단한 여자일 텐데 그런 여자가 어디에나 있는 쓰레기 강간범 남자한테 진다.”

왜 패배했을까?

그런데 이상하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투표자들 역시 힐러리에게 열광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2012년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55%의 지지율을 보였던 여성들은 힐러리에게는 54%만 지지를 보냈다. 근소하지만 오히려 떨어진 셈이다. 반면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고 성폭행과 성추행 혐의까지 받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여성 유권자 지지율(42%)은 2012년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44%)와 별 차이가 없었다.

백인 여성은 아예 반대였다. 53%가 트럼프를 찍었고, 43%가 힐러리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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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출구조사 자료. 파란색은 힐러리, 붉은색은 트럼프 지지를 의미한다. (이미지 출처: CNN)

여성뿐만이 아니다. 힐러리는 애초에 지지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18~29세의 젊은층, 연소득 5만 달러 이하 저소득층,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층에서 오바마 때마다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

미국의 진보 성향 매체 <뉴리퍼블릭>은 이런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의 여성 비하보다 가정형편을 더 걱정하는 극빈층 여성들에게 힐러리의 셀리브리티 페미니즘은 들리지 않았다. 레이디 가가, 케이티 페리, 레나 던햄, 셰릴 샌드버그를 내세웠지만 이런 유명 인사들 때문에 노동 계급 여성들이 힐러리에게 투표하러 가지는 않았다. 유리천장을 깨는 것이 가족을 먹여 살리지는 못한다.”

패배에 대해 각종 분석과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힐러리는 지난 12일 대선 패배 원인을 뒤늦게 미 연방수사국(FBI)의 e메일 재수사 공개 탓으로 돌리고 나섰다.

수 많은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었지만 e메일 재수사 때문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힐러리의 지지자들은 트럼프 당선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트럼프 표를 힐러리로 바꾸자는 청원까지 하고 있다. 힐러리 패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흙수저 출신의 우등생

힐러리는 1947년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영국 웨일즈 출신 이민자였던 아버지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했다. 편견에 가득 찬 인물로 부인과 자식들에게도 매우 가혹하고 비정한 인물이었다고 전해진다.

힐러리는 딸에게 “겁쟁이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친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힐러리가 미국 최초의 여성 연방 대법원 판사가 될 것이라고 믿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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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dad, Hugh, was a World War II Navy veteran—and a lifelong Republican who worked hard and wasted nothing. He ran a business where he designed, printed, and sold draperies.

힐러리는 어렸을 때 우주비행사를 꿈꾸기도 했다. 그녀가 미 항공우주국(NASA)에 ‘어떻게 하면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보냈지만 ‘여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본래 힐러리는 1964년 대선에서 ‘급진적 보수주의자’로 유명한 배리 골드워터를 지지하기도 하는 등 공화당 지지 성향이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등에 회의를 느끼면서 민주당 지지 쪽으로 돌아선다.

명문 웰즐리 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힐러리는 학생회장으로 당선돼 졸업식 때 학생 최초로 연설을 맡기도 했다. 상투적인 졸업 연설 대신 여성·흑인 민권 문제 등에 진보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 라이프지에 소개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인생의 멘토라 할 수 있는 매리언 라이트 애들먼을 만난다. 애들먼은 미시시피 주 최초 흑인 여성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 클린턴은 애들먼을 본받아 평생 아동 권익 옹호에 관심을 쏟게 됐다고 한다.

가장 영향력 있는 퍼스트레이디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대학 졸업 뒤 예일대 로스쿨에 진학한 힐러리는 빌 클린턴을 만나 교제하게 된다. 1974년 빌 클린턴은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닉슨 대통령의 탄핵 조사단에서 일하도록 추천받았지만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여자친구인 힐러리를 대신 추천했다.

탄핵조사단에서 경력을 쌓은 힐러리는 뉴욕이나 워싱턴 DC의 일류 로펌에서 일할 수도 있었지만 빌을 따라 아칸소주로 갔다.

두 사람은 1975년 결혼했다. 빌은 1976년 아칸소 주 검찰총장이 됐고, 힐러리는 아칸소주의 유명한 로펌인 로즈 법률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이 회사의 최초 여성 변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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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 Bill and Hillary Clinton celebrate Mr. Clinton’s victory in the Democratic gubernatorial runoff in Arkansas. As first lady of Arkansas, Ms. Clinton was deeply involved in efforts to bolster the rigor of academic offerings in that state’s public school system. (사진 출처: AP)

1982년 남편이 아칸소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힐러리는 그동안 유지하던 자신의 ‘로댐’이란 성을 ‘클린턴’으로 바꾸기로 한다. 아칸소의 일부 유권자들에게 심한 불쾌감을 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결혼 전의 성을 고집하는 것보다 빌이 주지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했다.

1992년 빌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힐러리는 최초의 석사 학위 이상을 가진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과거 퍼스트레이디들은 보통 백악관 동관(east wing)에 사무실을 뒀지만 힐러리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관(West Wing)에 집무실을 뒀다. 대통령 선거 때 빌의 캠프는 “하나를 사면 하나는 공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도 했는데 이후 그녀는 실제로도 가장 영향력 있는 퍼스트레이디로 평가받았다.

1993년 빌은 힐러리에게 국민의료보험 개혁을 맡겼다. 힐러리는 고용인이 피고용인의 의료보험을 보장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만들었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이었음에도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 이하로 추락했다.

빌의 르윈스키 추문과 탄핵이라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전통적인 퍼스트레이디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여성·육아·보건의료 정책에 관여하는 힐러리에 대해 보수주의자들은 증오에 가까운 반감을 보이기도 했다.

정치인으로서 홀로서기는 빌의 대통령 임기 말인 2000년 뉴욕의 상원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훗날 두고두고 비판거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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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의원 재선에 성공하고 2008년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버락 오바마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 경선에서 패하고 만다.

오바마는 새 정부의 국무장관으로 클린턴을 지명한다. 국무장관 시절 공용 업무에 개인 e메일을 사용한 문제는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2016년 힐러리는 버니 샌더스의 추격을 힘겹게 따돌리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다시 지명된다.

힐러리는 왜 비호감의 대명사가 됐나

힐러리의 정치행보를 돌아보면 오랫동안 대중의 관심밖에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활동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눈에 확 띄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딱히 이루어낸 것도 없으면서 내가 여성이니 나를 찍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 힐러리를 싫어하는 정서는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있었지만, 올해 대선 출마를 즈음해서는 더욱 심해졌다. 힐러리와 트럼프를 두고 ‘비호감 후보의 대결’이라 칭하거나 “근래 들어 이렇게나 미움 받은 민주당 대선 후보는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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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www.americarisingpac.org/)

힐러리에 대한 비호감은 그의 어중간한 정책이나 태도 때문일까? 배우 수잔 서랜든은 선거 직전 힐러리의 정책 때문에 그를 지지하지 않으며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의 당선을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서랜든은 “난 여자란 이유로 대통령을 뽑지 않는다. 그보다 생각해야할 것들이 훨씬 많다”면서 힐러리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힐러리는 최저 임금 15달러를 지지하지 않는다. 힐러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지지한다. 힐러리는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에 대한 입장이 없다. 힐러리는 GMO 표기에 반대한다. 힐러리는 대형 은행 해체에 반대한다. 힐러리는 로비스트들에게 선거 자금을 받는다. 힐러리는 구속력 있는 기후 조약에 반대한다. 힐러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군사 지원을 지지한다.”

처음 퍼스트레이디로 백악관에 들어갔을 때 힐러리는 자신감 넘치는 진보주의자였지만 1994년 중간선거에서 패한 뒤 지나치게 조심하고 과도하게 타협하는 캐릭터로 점차 변모해갔다. 빌 클린턴 시절 주춧돌을 놓은 신자유주의 노선은 월가의 금융자본을 살찌우고 실리콘밸리를 풍요롭게 만들었을지는 모르지만 서민과 노동자들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

그런 와중에 힐러리는 골드만 삭스에서 막대한 강연료를 받고, 기업들이 뭉칫돈을 쥐어주는 ‘슈퍼팩’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런 반감은 여지없이 부메랑이 됐다.

올해 대선에서 저소득층, 시골과 소도시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2012년 오바마 때보다 현저하게 낮아졌다. 저학력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버려진 폐공장들이 즐비한 미국의 전통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 5개 주들은 모두 트럼프를 선택했다.

힐러리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은 단지 어중간한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무언지 모르게 의뭉스스러워 보이는 그의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여성의 지위 향상을 일군 대표 선수라고는 하지만 때론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 힐러리는 1992년 빌이 대선에 나섰을 때 “집에서 쿠키 굽고 차 마시는 대신 경력을 택했다”고 발언해 많은 전업주부들의 원성을 샀다.

30여년 전 변호사 시절에 여아 성폭행범을 유죄인 걸 알면서도 감형시켜준 걸 자랑하는 육성 테이프가 공개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오랜 기간 아동과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운동을 해 왔다는 그녀의 경력에 먹칠을 하는 꼴이었다.

말도 자주 바꿨다. 힐러리는 동성결혼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동성결혼이 화제가 되자 2013년 이후로 지지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TPP 역시 찬성하는 입장이었지만 뒤늦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e메일 논란에서도 사건 그 자체도 문제였지만, 거짓말이 자주 들통 나 신뢰성을 잃었다. 힐러리가 대선 경선 기간 동안 ‘좌클릭’ 행보를 보였지만, 샌더스 돌풍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변화의 아이콘에서 안정과 기득권의 표본으로

미국 대선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나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에 한탄의 기고를 내놓았다. “사실 우리가 사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우리는 동료 시민들이 고위직에 앉을 자격이 없고, 성격적으로 건강하지 않고, 너무 무섭지만 우스꽝스러운 후보에게는 결국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몰랐을까?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를 궁지에 몰아넣기까지 했던 샌더스 돌풍, 공화당의 유력 주자들을 거의 패대기치다시피 하며 대선 후보 자리를 손에 넣은 트럼프의 돌풍은 둘 사이의 먼 거리만큼이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도무지 반응 없는, 답답한 기존 정치체제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 변화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지만 지금와 돌이켜 보면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 반대로 공화당이 상하원을 잡도록 해 주기도 했지만 나아진 건 없다. 결탁한 정치 엘리트와 자본가들은 세상을 바꿀 마음이 없다.

“워싱턴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실현되지 않았다. 미국의 국민들은 본인들을 그토록 경멸하는 소수 특권층에게 조국을 빼앗겼다고 느끼고 있으며 양극화는 점점 더 심화되고, 중산층의 근심은 날로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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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샌더스는 반자본주의 기치를 내걸고, 상위 1%와 월가 자본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역시 세계화와 자유무역협정, 금융엘리트를 맹렬하게 공격했다.

샌더스는 소액기부를 통해 선거자금을 모집했고, 트럼프도 각종 기업과 로비스트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힐러리보다 훨씬 적은 액수의 선거자금으로 선거를 치렀다.

칼럼니스트 박권일은 이렇게 말한다. “이번 미 대선에서는 여러 지향들이 경합했고, 여러 이유에서 어떤 지향이 제도적 승리를 거뒀다. 그 지향을 한 마디로 말하면 현상유지가 아니라 변화였다.”

트럼프도 힐러리도 이전 대선의 민주당·공화당 후보보다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지만, 힐러리가 훨씬 더 많은 표를 잃었다. 그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진짜 위험한 정치인은 힐러리같은 정치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당신이 미국인이라면 누굴 뽑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얘기한다.

“트럼프요. 저도 트럼프가 무섭습니다. 하지만 진짜 위험은 힐러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회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데, 트럼프는 그걸 깨뜨립니다. 만일 트럼프가 이기면 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서 스스로를 다시 생각해볼 겁니다. 아마도 거기서부터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힐러리 스스로도 많은 변화를 써 왔다. 그녀는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퍼스트레이디나 상원의원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민주당원이나 변호사, 여성 인권 옹호자로 태어나지도 않았다. 나는 20세기 중엽에 한 미국인으로 태어났다. 그 시기에 미국에서 태어난 것은 행운이었다. 과거 세대의 미국 여성들이 얻지 못했고 오늘날에도 세계의 많은 여성들이 감히 상상조차 못하는 선택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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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힐러리는 어느새 변화보다는 안정과 기득권의 아이콘이 되고 말았다. 변화를 요구하는 오늘날 미국의 시대정신과는 점점 멀어졌다.

오늘날 한국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다음 대선을 두고 모두들 ‘변화의 아이콘’이 되고 싶어 하겠지만, 이미 그들은 시민들의 마음속에서는 ‘그 나물의 그 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는 않는지.

힐러리 캠프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잘못한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그녀는 잘못된 메신저였고, 모두들 얼마나 노동자 계급들이 얼마나 열 받았는지 잘못 판단했다.”

수, 2016/11/1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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