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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16.12.20 김민중 기자


 


 


[르포]사업비 2배뛴 정선알파인경기장…멋대로 증액에 "외압·비리 의혹↑, 수사해야"
















지난 16일 강원 정선군 정선알파인경기장 공사현장 전경. 2017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지난 16일 강원 정선군 정선알파인경기장 공사현장 전경. 2017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지난 15~16일 찾은 강원 정선군 정선알파인경기장 건설현장에서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메인인 슬로프 토목공사는 거의 끝났고 리프트와 기타 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은 착공 당시 기획재정부의 승인 없이 사업비를 1095억원에서 628억원이나 올려 1723억원으로 만든 문제의 현장이다. 사업비는 현재 2033억원까지 불어 있었다. 1723억원에서 2033억원으로 올라갈 때는 승인 절차를 밟았지만 결국 사업비는 애초 책정된 금액보다 2배가량으로 뛰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사업비 부족을 호소했다.

현장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은 안전성 미확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35억원이 필요한데 승인이 안 떨어지고 있다"며 "예전 88올림픽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번 평창올림픽은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당국의 허가도 없이 발주처인 강원도청이 사업비를 멋대로 올렸지만 현장에서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공사는 거의 끝났는데 마무리 사업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만 나왔다. 

정선알파인경기장만이 아니다. 국가재정법을 기반으로 한 기재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나랏돈으로 진행되는 공사(2년 이상 공사기간, 200억원 이상 건축공사 혹은 500억원 이상 토목공사)는 기재부가 공사비 변경을 승인해줘야 한다. 

평창올림픽(경기장·진입도로·대회 관련시설에 한정)에서는 13개 공사가 관리 대상인데 그중 과반수(7개)가 기재부 지침을 무시하고 승인 없이 사업비를 1000억원 이상 올렸다.

'묻지마 증액'에도 중앙정부는 속수무책이다. 경기장 사업비는 국비 75%, 지방비 25%로 구성된다. 대부분 국비가 투입되지만 일단 공사계약을 해버리면 뒤집을 방법은 없다. 

강원도청은 처음 잡힌 사업비가 적어서 어쩔 수 없는 증액이었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구체적인 사유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예산당국인 기재부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다.






지난 16일 강원 평창군 보광스노경기장 공사현장 전경. 2017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지난 16일 강원 평창군 보광스노경기장 공사현장 전경. 2017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강원도청 관계자는 "유치과정에서 돈이 적게 드는 경제올림픽을 내세우기 위해 일부러 사업비를 낮춰잡았고 이제는 유치에 성공했으니 사업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사실이라면 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속였거나 정부와 IOC가 물밑거래를 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사정이 이러니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검찰 수사까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도청 등 올림픽 준비주체가 올림픽 성공이라는 지상과제에 매몰돼 절차를 무시했을 수도 있지만 그 너머에 또다른 조직적 비리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산낭비를 감시하는 민간단체인 나라살림연구소의 정창수 소장(경희대 교수)은 "사업비 증액에서 절차를 무시했다면 반드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심각한 비리가 있거나 관리 무능이거나 둘 중 하나인데 (이전 사례들을 비춰봤을 때) 비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는 검찰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오희택 강원지역본부 정책국장은 "나중에 문책당하는 걸 피하기 위해 절차를 철저히 지키는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몇 천원도 아니고 1000억원을 마음대로 올려 계약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외압이 작용했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건설산업 전체를 위해서라도 전면적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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