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최측근인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이 박영수 특검 구성에 개입하려 했다는 주장이 특검 내부에서 제기됐다. 현직검사 명단을 박영수 특검에게 전달하며 파견검사로 받으라고 요구했고, 박영수 특검이 이를 거부하자 문자 등으로 항의했다는 것이다. 특검의 한 핵심관계자는 “최 차장이 박 특검에게 욕설에 가까운 내용을 문자로 보냈다. 당시 이 문제로 박영수 특검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할 특검에 박영수 변호사가 임명됐다.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박영수 특검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특검 임명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5일 뒤 윤석열 수사팀장을 포함, 특검 파견 검사 10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부장검사인 한동훈, 신자용, 양석조 등 대부분 기업수사에 능통한 특수통 검사들이 포함됐다.
그런데 특검이 수사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이 특검 구성에 관여하려 했다는 증언이 특검 내부에서 나왔다. 박영수 특검에게 현직검사 명단을 전달하며 특검 파견검사로 받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특검 관계자의 설명.
최윤수 차장이 (현직) 검사 명단을 박영수 특검에게 보내 파견검사로 받으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박영수 특검은 이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수사내용이 (우병우 전 수석과 국정원측에) 유출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특검 관계자
특검 관계자는 박영수 특검이 최 차장의 요청을 거부한 뒤, 최 차장으로부터 항의성 문자도 받았다고 증언했다.
박 특검이 요구를 거부하자, 최 차장은 전화와 문자로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욕설에 가까운 문자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박 특검이 평소 아끼던 후배인 최 차장의 항의를 받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특검 관계자
우 전 수석의 대학 동기인 최 차장은 우 전 수석과 가장 가까운 검찰 인사로 분류된다. 검사장급인 부산고검 차장에 오른 지 석 달만인 지난해 2월, 우 전 수석의 추천으로 국정원 2차장에 임명됐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영수 특검과 최윤수 차장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박영수 특검이 최 차장을 양아들로 불렀다는 얘기가 법조계와 정치권 주변에서 나올 정도. 하지만 현직 국정원 차장이 권한도 없는 특검 구성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사실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뉴스타파는 지난 4일 최 차장과 전화인터뷰를 갖고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최 차장은 “와전된 측면이 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다음은 최 차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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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에게 현직 검사들 명단을 넘기고 이들을 파견검사로 받으라고 요구한 사실이 있나.
그런 사실 없다.
– 박 특검과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은 있나.
아는 분과 전화와 문자를 할 수는 있는 것 아닌가. (의혹은) 와전된 것이다.
– 박 특검이 요청을 거부하자 전화와 문자로 항의했다고 하는데.
(전화와 문자로) 박영수 고검장님께 내가 항의하고 그럴 사이가 못 된다. 사실이 아니다.
한편 뉴스타파 취재요청에 특검의 한 핵심관계자는 박영수 특검이 최 차장으로부터 파견검사 요청을 받거나 항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다.
우병우 전 수석이 본인과 관련된 의혹은 물론, 국정농단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은 이미 여러번 제기된 바 있다. 검찰 수사대상이 된 지난해 7월 이후 우 전 수석이 김수남 검찰총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수시로 통화한 사실도 이미 드러난 상태. 우 전 수석이 본인과 관련된 수사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이들과 수시로 통화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우 전 수석은 특검 수사 중 측근인 최윤수 국정원 2차장과도 여러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우 전 수석이 최 차장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수사상황을 확인하고,
수사에 개입하고자 했는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취재 : 한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