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수당으로서의 기초연금 확대 방안
-기초연금, 한국 사회수당의 핵심이 될 수 있을까?
주은선 |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다시 기초연금의 보편적 수당으로의 발전에 대해 생각해 볼 때이다. 앞당겨진 대선 국면에서 한국정치사상 처음으로 기본소득이 정책대안으로 논의된 것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다.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서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주장은, 조건을 부과하지 않는 보편적인 사회수당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고, 기초연금이든 아동수당이든 현재 복지국가의 사회수당이면 어떤 것이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보다는 더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다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는 현행의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사회수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초연금은 함량미달의 기초생활보장 제도로는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한, 현재 노인의 광범위한 빈곤 문제에 대응하고자 하는 제도이며, 동시에 노인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삶의 필요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제도이다. 특히 아직 제대로 된 복지국가가 아닌 우리 사회에서는 주거, 의료, 돌봄 등이 상당 부분 시장을 통해 제공되고 있어서, 노인이 이를 구매할 수 있는 구매력을 갖는 것, 즉, 소득을 확보하는 것이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특별한 중요성을 가진다.
이런 점에서 노인의 70%에게만, 최대 20만 원을 국민연금 급여에 거꾸로 연동해서 제공하고 있는 현 기초연금이 노인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데 과연 적절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현재 기초연금 제도가 가지는 문제들과 다른 사회에 대한 전망을 고민해보고, 기초연금의 보편적 수당으로의 전환을 고려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이다. 특히 다른 산업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45%를 넘어서는 한국의 노인빈곤율을 볼 때, 소득 및 자산에 대한 이러저러한 심사를 거쳐 약 30% 노인에게 지급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이로 인한 재정절감 효과를 넘어서는 문제점들은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보편적 수당도 아닌, 빈곤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형적인 공공부조도 아닌 애매한 위상을 가진 한국의 기초연금제도가 가지는 문제점을 간단히 살펴보고, 보편적 수당으로의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만약 보편적 수당으로 발전한다면 어떤 모습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지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욕구와 보장의 커다란 격차: 한국 기초연금의 현재
한국의 기초연금은 대상만 보면 노인 대다수를 수급대상으로 하여 사회수당에 가까워 보이지만, 실상을 보면 보편적 수당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오히려 노인 내부를 소득, 재산은 물론 국민연금 급여액 등 여러 가지 장치를 동원하여 분할하고 그에 따라 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즉, 특정 기준들을 통해 노인 상당수를 보장에서 뚜렷하게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수당으로의 발전 가능성과 한국 노인들의 소득보장 욕구와의 격차라는 관점에서 한국 기초연금제도의 특성과 이것이 초래한 결과를 살펴보자.
우선 기초연금의 대상 문제를 보자. 기초연금 대상은 전체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게 지급되도록 되어 있고 나머지 30%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이러한 70 대 30의 분할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또한 30% 제외의 기준은 자산과 소득 양자 모두로서 항상 자산만 있고 소득이 없거나 매우 낮은 노인은 논란의 대상이 된다. 선별 기준의 경계에 있는 노인들은 매해 탈락 가능성을 안고 있다. 또한 실제 급여 지급 집행률 역시 계속 70%에 미치지 못하였다. 2014년 7월 기준 노인 639만 명 중 약 410만 명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되었고 229만 명이 제외되었다. 2015년 기준 집행률은 97.6%이며, 2014년 수급률(2015년 수급률 집계 중)은 66.8%로 1,826억 원의 미집행액과 3.2%의 미수급자가 존재한다(탁현우, 2016)1). 더욱이 기초연금의 대상이 전체 노인이 아니기 때문에 기초생활 수급자 노인들이 기초연금 수급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제도설계로 인해 제도와 욕구의 괴리가 크게 드러나는 단적인 예이다. 이 문제는 현재 노인 가구 소득 3분위 이하에 속한 노인들의 평균 기초연금 수급액이 오히려 다른 소득분위에 비해 더 낮다는 것에서도, 기초수급자 노인의 7%는 아예 기초연금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일부 드러난다(탁현우, 2016).
기초연금제도에서 노인들의 욕구와의 격차라는 관점에서, 전체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작동 면에서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것은 급여액이다. 기초연금 급여액은 2014년 기준 개정 당시 10~20만 원 사이에서 차등화 되어 있다.2) 이는 기초연금 급여의 충분성 면에서도 여러모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초연금액 20만 원은 주거비용이나 의료비용 중 어느 하나를 제대로 충족시키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더욱이 기초연금 급여수준의 안정성과 충분성 문제는 장기적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초연금 급여가 소득이 아닌 물가에 연동되어 있으므로 평균적인 소득수준 증가 속도에 비해 기초연금 급여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매년 연금액이 소득이 아니라 물가와 연동해 오르고,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감액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2014년 기초연금 급여의 증액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즉, 기초연금의 보장수준과 함께 장기적 안정성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초연금급여가 차등화 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이것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급여액 차등화 기준은 국민연금 급여액이다. 특히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급여 중 소득재분배값 a와 역의 관계를 가지는데, 최종적인 기초연금 급여액은 기준 연금액 20만 원에서 국민연금 중 소득재분배 값 a를 반영하여 삭감되도록 되어 있다. 즉,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역으로 연계된다. 이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 중 하나는 워낙 국민연금 급여액이 낮은 가운데, 기초연금까지 삭감되면서 전체적인 저연금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도입된 것이 예외규정이다. 2014년 기준 국민연금 수령액이 30만 원 이하인 노인은 가입기간에 따른 기초연금 감액을 받지 않고 기초연금 급여 20만 원을 모두 받도록 한 것이다.3) 다시 이로 인한 소득역전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국민연금 급여가 30~40만 원인 노인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합이 50만 원에 못 미치는 경우 기초연금을 더 지급하여 50만 원을 채우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기초연금액 차등지급 대상 노인 수는 많지 않다. 2014년 8월 수급 노인 중 388만 명에게는 20만 원이, 32만 명에게는 10~20만 원 차등지급 되었다. 다만 국민연금 제도 정착에 따라 그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2007년 국민연금 급여삭감 조치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국민연금 저연금 문제는 상당 기간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초연금 급여삭감 대상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기초연금의 노후보장 기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더불어 저소득 가입자의 국민연금 장기가입의 이점은 줄어들어 가입 유인이 떨어진다. 또한 이러한 차등지급 조치를 통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동시 보장이 이루어지더라도 공적연금의 전체적인 보장 수준은 이미 낮게 제한되게 된다.
기초연금은 재원 면에서 중앙정부 책임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어 여타 소득보장제도와 다르며 특히 사회수당의 통상적인 재원조달과 다르다. 즉, 기초연금 재원에 대해서는 시도별 노인인구 비율과 재정 자주도 등에 따라 시군구도 차등적으로 부담 의무를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기초연금은 전액 조세로, 국비와 지방비의 매칭으로 집행되며, 2014년 기준, 435.3만 명의 노인에 대한 급여 지급을 위해 국비(5조 1,270억 원)와 지방비(1조 7,185억 원)가 집행되었다(탁현우, 2016). 이는 일견 합리적 기준에 의한 재정 분담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실제 형평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지방정부의 재정분담은 그 자체로 지방정부가 전혀 정책결정의 재량을 갖고 있지 않은 수당의 재정 분담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갖는다. 실제 지방정부 재정부담은 과중하며, 결국 지방정부가 재량을 가지는 많은 사회복지 사업 수행을 점점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기초연금의 확충 문제는 지방정부 재정 여력이 아닌 전사회 차원의 필요와 중앙정부 차원의 재원 확보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 재정상태 등의 별개의 요인들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은 문제이다.
요컨대 현 기초연금제도는 대상이나 급여 등으로 볼 때 국민연금 미수급 및 저연금 문제에 대한 잠정적인 대응 장치로 설계되어 있으나, 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대응책이 되기는 어렵다. 더욱이 기초연금 대상 선정은 가장 소득보장 필요도가 높은 기초연금수급자 노인을 오히려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국민연금 미수급이나 저연금 문제를 완전히 보완하기에도 기초연금 급여수준은 불충분하다.
그 결과 기초연금 두 배 인상 결과 당연히 노인빈곤율이 떨어지긴 했으나, 그 범위가 획기적으로 감소하지는 못하였다. 즉 OECD 평균 노인빈곤율 12.4%와의 격차는 여전히 매우 크다. 그만큼 한국에서 노인빈곤의 심도가 깊은 가운데, 현재 기초연금 수준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인상된 기초연금이 노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는 노인가구의 소비지출, 특히 식료품과 보건의료 항목 소비가 대부분 소득 분위에서 증가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탁현우, 2016).
ⓒ참여연대
기초연금 급여는 전체적인 공적연금의 보장수준을 A값의 30% 내외에서 억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국민연금 장기수급자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액 감액은 지금은 비중이 적으나,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새로운 불공평성 국민연금 가입유인을 떨어뜨리는 문제와 연결된다. 이는 기초연금이 공적연금의 전체적인 보장성과 급여 적절성을 높여 노인빈곤문제를 예방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임을 의미한다. 더욱이 기초연금이 현재 노인빈곤문제에 선별적으로 대응하여 빈곤문제를 없애는 최소한의 역할조차도 하지 못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할 것임을 의미한다. 즉, 미래 노인의 저연금 및 빈곤문제가 기초연금을 포함하는 공적연금을 통해 획기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
보편적이고 적절한 수준의 사회수당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기초연금의 보편적 사회수당으로의 발전은 앞서 설명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쟁점을 포함한다. 우선 대상과 관련한 쟁점만 보아도 여러 가지이다. 대상을 어느 범위까지 확대할 것인가? 소득 및 자산 기준을 전면적으로 제거할 것인가? 그렇다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선정을 위한 소득인정액에 기초연금을 포함할 것인가? 급여 설정과 관련된 쟁점을 보아도, 기초연금 급여수준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 기존에 존재하는 기초연금 급여액과 국민연금 a값(재분배요소)과의 연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급여의 물가연동 방식을 유지할 것인가 등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분담 방식 조정 문제도 개혁을 요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기초연금과 함께 공적노후소득보장의 일부로 작동하고 있는 국민연금제도의 전망, 그리고 기초연금 확충의 재정 전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을 보자. 국민연금 급여수준은 낮다. 2016년 6월 기준 특례연금을 포함한 노령연금 월 평균액이 약 36만 원에 불과하며, 특례연금을 제외한 노령연금액은 약 49만 원 수준이다. 유족연금 급여액은 약 26만 원으로 기본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러한 저급여의 핵심 원인은 국민연금 역사가 짧아 가입기간이 길지 않다는 것으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이후에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다소 길어져도 법정급여율이 40%로 낮아져 역시 국민연금 급여액 증가 수준에는 한계가 많다. 2040~2070년 사이 국민연금 중 노령연금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20~23% 사이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광범위한데 2015년 현재 국민연금 수급연령인 65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은 전체 노인 678만 명 중 245만 명으로 36.4%에 불과하다.4) 고용불안정 문제가 심화되면서 당분간 국민연금 사각지대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하면 국민연금의 노후보장기능이 상당 기간 제한적일 것이므로, 한국에서 공적연금의 전체적인 기능의 향상은 상당 부분 기초연금의 확충에 달려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기여방식 국민연금 급여수준 전망치가 앞으로도 낮다는 것은, 무기여 기초연금이 발전할 수 있는 한계치 역시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꾸준한 기여를 통해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이 낮다면, 무기여 기초연금 급여수준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 역시 높아질 수 없다.
기초연금 소요 재정전망을 보자. 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기초연금 지출 예상액은 2060년 기준 GDP 대비 2.6% 미만이다. 노인 전체에게 실질가치로 20만 원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초연금 지출 예상치는 2020년 GDP 대비 1.2%, 2040년 3.1%, 2060년 4%이다(국민행복연금위원회 6차 회의자료). 국민연금 수준이 그대로인 경우, 현 20만 원 급여수준에서 기초연금 대상범위만 보편화시킬 경우, 공적연금 지출 총액은 2040년 GDP의 7%, 인구고령화가 절정에 달하는 2060년경에는 GDP의 10.5%가 된다. 한편 급여액을 30만 원으로 인상시키고 대상범위를 보편화시킨 기초연금은 지출 예상치는 2020년 경 GDP의 1.8%, 2040년 4.65%, 2060년 경 6% 수준이 된다. 이러한 지출수준이 감당가능한 수준이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 또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많은 나라에서 전체 공적연금 지출은 이미 GDP의 10%를 넘어섰으며, 기술 및 생산부문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면, 그리고 2060년 경 전체인구 중 노인인구가 유례없이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임을 고려할 때 긍정적 판단 역시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장기적 전망은 그야말로 경향을 예측한 것으로, 다양한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초연금에 대한 바람
기초연금이 보편적 사회수당으로, 혹은 그에 준하는 역할을 하는 제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우선 현재 조정이 필요한 것을 먼저 생각해 보자. 우선, 급여제도의 조정이 필요한데,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된, 기초연금 급여의 국민연금과의 연동이 폐지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향후 발전 전망에도, 나아가 전체 공적연금 수준을 앞으로도 낮은 수준으로 억제시키는 핵심적인 장치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인 필요를 보장한다는 기본 목표를 고려할 때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 현금급여를 합산한 금액이 실제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노인에 대해서도 기초연금 급여는 지급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초연금 급여의 연동 방식이 물가연동이어야할지, 임금연동이어야할지, 혹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연동이어야 할지 등의 문제는 장기적인 보장성과 긴밀하게 연결된 문제이지만, 이는 아직 시급한 개혁과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연동방식 선택은 보장의 목표에 따라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상 및 급여제도의 어떠한 조정이 이루어지든 그 모든 것에 앞서서 기초연금의 재정조달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즉, 기초연금 재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분담이 아니라 중앙정부 예산에 의한 전액 부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기초연금이 전형적인 사회수당이든, 혹은 어떠한 형태로 발전하든 선행되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이러한 개혁이 선행되었다는 전제 하에서 한국의 기초연금은 전형적인 사회수당제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어떠한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자. 우선 기초연금의 대상범위를 100%까지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자산 및 소득기준의 적절함이 계속 논란이 되고, 빈곤노인에 대한 적정 보장이 계속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는 대상범위 보편화의 이점이 적지 않다. 대상 보편화로 인한 재정 문제나 자원투여의 효율성 문제는 과세제도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보완가능하다. 기초연금을 전액 과세소득으로 포함하고, 이를 다시 기초연금 재원으로 바로 투입하는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기초연금 급여수준을 어디까지 인상하여 얼마만큼의 보장성을 확보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최근 기초연금 급여수준을 30만원 수준, 즉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A값)의 약 15%에 근접하도록 하자는 제안, 나아가 40만원, 20% 수준까지 올리자는 주장이 있다. 현세대 노인의 생활상의 필요라는 점에서 기초연금 급여수준 인상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초연금 급여수준은 현재와 미래의 국민연금 급여수준에 의해 제약된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현재 국민연금 노령연금 평균 급여액과 미래 급여액 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놔둔 채 기초연금 급여를 40만 원 수준까지 높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더 낮춘다면 이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사회수당으로서 기초연금제도의 발전은 불가능하지 않다. 기존 제도의 개선을 통해 이는 가능하다. 그것이 노인들의 삶의 질 개선에 갖는 긍정적 효과 또한 클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사회수당으로서 기초연금제도의 본격적인 발전은 무기여 기초연금과 기여에 의한 국민연금의 역할 분담을 고려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 복지국가의 전체 틀에 관한 문제이다.
1) 탁현우(2016), 기초연금의 소득분위별 효과분석
2) 2016년 3월 기준 기초연금 급여액은 단독수급시 20만 2,600원, 부부수급 32만 4,160원이다. 부부 동시 수급시 1인당 급여액은 20% 감액된다.
3) 이 단서조항은 정부안에 포함된 것이 아니라 국회 통과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정당간 협상 과정에서 추가된 것으로, 2014년 기준 20만원을 모두 받는 노인 수를 애초 394만 명에서 약 12만 명 추가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4) 유족연금, 장애연금 수급자까지 포함한 수치로서 노령연금 수급자만 계산하면 전체 노인의 31.5% 정도이다(신경혜(2016), “연금수급률의 해석” <연금이슈 & 동향분석> 31호. 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