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4_이재용과 삼성 공화국

 

 

삼성 없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없는 삼성의 경쟁력

 

 

글.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위기의 삼성
이재용의 경영권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구 에버랜드) 합병에 국민연금을 동원하도록 뇌물을 제공한 삼성 재벌의 불법이 탄핵정국으로 밝혀지지 전까지 국민들의 관심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였다. 이런 세간의 관심 속에 에버랜드 불법 전환사채 발행을 비롯한 불법과 편법, 무노조 경영철학,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탄압,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의 죽음,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고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들로 남았다. 

이재용이 뇌물 혐의로 특검에 의해 구속되면서 ‘정경유착’의 주범인 미래전략실 해체, 계열사들의 독립, 책임경영 체제 등 앞으로 재벌 체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변화 앞에서 이재용 구속은 재벌 해체를 의미하며, 삼성그룹이 해체되면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걱정과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재용 구속 소식에 자본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현상으로 볼 때, 삼성 재벌의 진정한 위기는 총수(일가)가 아주 적은 지분으로 70여 개가 넘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총수지배 체제에서 생긴 것임을 말해준다.

 

이재용 게이트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중심의 제조업과 삼성생명을 필두로 한 금융업을 동시에 장악하기 위한 안정적 지분(삼성물산 지분 17.08%) 확보를 위한 서막에 불과하다. 만약 이재용이 수감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삼성전자 인적분할, 삼성전자 자사주(12.79%)의 의결권 부활 등 이재용에 의한 그룹 장악의 마지막 퍼즐조각을 맞추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탄핵된 대통령 박근혜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태극기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 
2014년 초 조선일보는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제하의 특집 기사를 냈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여러 측면에서 진단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없으면 한국경제가 급격하게 추락할 것이라는 일종의 협박이었다. 이어 “삼성전자 없으면 수출코리아도 없다”며 이런 상황을 어느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삼성전자 분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빼먹지 않았다. 이재용을 감옥에 둔 채 삼성전자가 발표한① 삼성전자 분할을 예측이라고 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기사가 의도했던 ‘삼성의 위기가 대한민국의 위기’라는 메시지는 과거 재벌 ·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시대의 산물일 뿐이다. 삼성(그룹)의 위기로만 따지면 이건희 회장이 자식과 부인을 빼고 모두 바꾸라고 할 때부터 이미 감지된 것이었다. 애플을 따라갈 수는 없고, 화웨이같은 중국 기업들에 가격경쟁력이 밀리고 있던 상황에서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은 삼성전자 경쟁력에 치명타를 안겼다. 5대 신수종 사업도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데다 이 중 ‘이재용 사업’으로 알려진 바이오 분야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 상장과정에서 분식회계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② 다른 한편으로 삼성전자는 9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로 자동차 전장사업 분야의 하만(Harman)을 인수했다. 이 사건들은 이재용의 경영승계 프로젝트의 대가가 ‘삼성’의 경쟁력 추락이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탄핵 정국에서조차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경영능력 부풀리기는 계속되었다.

과거 발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시절, 삼성웨이(Samsung Way)의 경영전략적 요소가 삼성의 성공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전략은 다음 두 가지가 맞물림으로써 가능했다. 하나는 국가에 의한 대기업 지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계열사 및 협력업체에 대한 통제와 수탈이었다. 전자는 97년 외환위기 후 빅딜 구조조정 수혜,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인한 차익(2008년에서 2011년까지 32.3조 원), 법인세 감면, 민영화와 규제완화 같은 정부정책에서 잘 드러난다.

 

후자는 사내하청과 불법적인 파견노동, 하청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비정상적인 ‘갑’의 횡포로 나타났다. 삼성 계열사 전체를 통해 관철되는 무노조 경영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횡포는 더 본질적으로 총수(일가)의 1인 중심 지배구조에 기인한다. 요컨대 발빠른 추종자 시대 ‘대한민국 없는 삼성’ 재벌의 경쟁력은 ‘오너 경영’이 아니라 총수 1인 체제의 지배구조, 그리고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책임을 사회에 떠넘길 수 있는 경제사회적 지배력, 거대 경제권력을 바탕으로 한 정치권력화에 있었다. 

 

대한민국 없는 삼성 : 이재용과 삼성의 결별을 두려워 말자!
삼성의 성공요인과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무엇보다 ‘대한민국 없는 삼성’의 실체를 온전히 드러내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산업계를 주도하는 경쟁력 있는 기업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치권력을 이용해 시장 규칙을 바꿔 불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고,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국민이나 다른 중소기업들에 전가하며, 또 그런 행위들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의 경쟁력이 강화되려면 첫째,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진 그룹승계과정에서 이루어진 불법에 대한 책임, 지분만큼 권한을 행사하는 투명한 지배구조와 투명경영, 반도체 공장 황유미 노동자 등에 대한 책임, 그간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사업(e-비즈니스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특히 뇌물을 대가로 성사시킨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무효화되어야 한다. 

둘째, 이재용의 구속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지만 총수(일가)의 지분과 독립적인 전문경영인들에 의해 경영되는 기업, 의사결정의 민주화가 보장되는 기업경영이 필요하다. 과거 계열사 자원을 동원하여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여러 계열사들의 지원으로 사업을 키우는 오너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대는 지났다.

 

셋째, 그간의 무노조경영,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정당한 노동 권리를 보장하며, 노동이사제 등 다양한 수준에서 이해당사자들을 경영에 참여시키는 것은 그룹의 민주적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권리에 대한 책임을 부과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넷째, 수직화되고 종속적인 기업관계(계열사간 또는 계열사와 하청중소기업간)를 토대로 하청중소기업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구조조정을 이유로 정규직으로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을 해고하여 노동자에게 비용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막대한 규모의 유보금을 따지지 않는다고 해도 이는 경제 전체의 소득과 소비를 억제함으로써 경제성장을 방해한다. 

마지막으로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을 당연시하고, 불법 ·  편법에 관대하며, 총수일가의 지배력 약화를 마치 한국 경제의 위기인 양 확대함으로써 재벌체제를 정당화하고 미화시키는 데 동참했던 언론과 일부 지식인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낸 프레임을 벗지 못하고 있던 우리들 자신의 반성도 필요하다. 삼성과 이재용의 결별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것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그럴 때라야 경쟁력 있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을 동반자로서 여기게 될 뿐아니라, 산업을 선도하고 다른 기업들과 떳떳하게 경쟁하며, 공정한 경제를 더 성장하게 만들 것이다. 

 


① 일요신문, 2017년 3월 17일자, “이재용 구속 불구 삼성 지주사 전환 서두르는 까닭”

②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물산 51.04%, 삼성전자 46.79% 지분 보유)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제일모직 가치를 과대평가하게 만든 주요인이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참여연대(경제금융센터)는 합병 후 이루어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에서 ‘분식회계’와 상장규정 개정을 통한 ‘맞춤형 특혜 상장’ 등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특집. 이재용과 삼성공화국 2017-4월호 월간 참여사회
1. 재벌과 사법정의를 다시 생각하다
2. 삼성과 정권의 은밀한 거래
3. 삼성의 변칙상속, 왜 문제인가?
4. 삼성 없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없는 삼성의 경쟁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