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을 먼저 설레게 한 
음악들 

 

 

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과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민중의소리’와 ‘재즈피플’을 비롯한 온오프라인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 연출뿐만 아니라 정책연구 등 음악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다양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 등의 책을 함께 썼는데, 감동받은 음악만큼 감동을 주는 글을 쓰려고 궁리중이다. 취미는 맛있는 ‘빵 먹기’.

 

 

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니 봄이고, 세월호가 드디어 인양되니 봄이다. 박근혜씨가 대통령 아닌 나라의 봄이고, 세월호가 끝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온 봄이다. 웃음이 나오는 봄이다. 눈물이 나는 봄이다. 봄이면 왠지 양희은의 <하얀 목련>을 들어야 할 것 같고, 이장혁의 <봄>을 들어야 할 것만 같다. 이소라의 <봄>도 좋다. 하지만 요즘의 봄노래는 단연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벚꽃엔딩>은 벚꽃 보험, 혹은 역주행의 대표곡으로 불리며 이 봄 곳곳에서 다시 벚꽃처럼 흩날릴 것이다.

물론 이렇게 익숙한 옛노래들도 좋지만 오늘도 좋은 노래는 계속 새롭게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음반을 사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음악을 듣는 시대다. 손가락 터치 몇 번이면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근사한 새 음악들과 함께 진짜 봄을 웃으며 맞이해보자.

 

한국 대표 록밴드 새음반 출시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음반은 3호선 버터플라이의 [Divided By Zero]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2000년에 데뷔해 지금까지 계속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모던 록 밴드이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 삽입된 ‘꿈꾸는 나비’로도 알려졌는데, 2013년에는 제 10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과 노래를 석권한데 이어, 올해의 음반까지 수상하면서 밴드의 저력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3호선 버터플라이가 지난 1월 6일에 발표한 새 음반 [Divided By Zero]는 밴드의 프론트맨이었던 성기완이 밴드를 떠난 뒤의 첫 음반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를 전면적으로 결합시키면서 밴드의 음악을 다채롭게 변화시켰다. 전반부의 노이지한 곡들과 후반부의 서정적인 곡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린 음반은 현재의 록음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좋은 음악은 장르를 초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텍스트로 충분하다.

근사한 음악을 내놓은 밴드가 3호선 버터플라이만은 아니다. 블루스와 하드록 밴드로 록 마니아들의 일관된 지지를 받아온 로다운 30의 새 음반도 있다. 어느새 홍대 큰형님 밴드가 된 로다운 30이 지난 3월 15일에 내놓은 새 음반 [B]는 블루스와 하드록에 국한되지 않는다. 때로는 펑키하고, 때로는 끈적대며, 때로는 폭발하는 사운드를 리드미컬하게 넘나들면서 새 음반은 록 음악이 오랫동안 쌓아온 음악적 아름다움들을 풍성하게 재현한다. 음악에는 유행이 있지만 좋은 음악은 유행과 무관하다. 

로다운 30이 원숙하고 전통적인 사운드에 가깝다면 스카웨이커스는 맹렬하고 강력하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스카밴드로 촛불집회 무대에도 수차례 오른 스카웨이커스는 지난 2월 21일 새음반 [The Great Dictator]를 내놓았다. ‘위대한 독재자’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 음반은 스카의 경쾌한 리듬에 펑크와 하드코어의 전투적인 사운드를 결합하면서 불타는 전의를 보여준다. 스카웨이커스의 전의는 바로 부당한 권력과 자본의 동맹으로 구축된 한국사회에 대한 전의이다. 물러서지 않고 거침없이 싸우겠다는 스카웨이커스의 의지는 스카의 리듬으로 인해 유쾌함을 잃지 않지만 지금껏 한국에서 출반된 어떤 스카 음반보다 과감하고 뜨거운 사운드로 인해 촛불의 열기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만 같다.

 

3호선버터플라이로다운 30스카웨이커스

태연안녕의온도

3호선 버터플라이 <Divided By Zero> / 로다운 30 <B> / 스카웨이커스 <The Great Dictator>

 

 

태연 <My Voice> / 안녕의온도 <사랑에 관한 각자의 기억>

 

 

 

감성적이고 편안한 팝음반
하지만 편안한 음악을 듣고 싶다면 태연의 [My Voice]는 어떨까? 소녀시대의 메인보컬로 이미 잘 알려진 태연은 지지난해부터 솔로 활동을 전면화했다. 그리고 드디어 2월 28일에 출반된 태연의 첫 번째 솔로 음반은 태연의 깔끔한 보컬 능력만으로 빛나지 않는다. 태연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섬세하게 프로듀싱한 음반의 수록곡들은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가 뻔한 팝에 충분히 공감하고 매료될 수 있을만큼 단정하다. 명확한 기승전결 구조에 실린 선명하고 인상적인 멜로디와 태연의 자연스럽고 능숙한 표현은 누가 들어도 좋은 팝 음반을 완성시켰다. 

좀 더 내밀한 팝을 원한다면 안녕의온도가 내놓은 [사랑에 관한 각자의 기억] 음반이 좋다. 재즈연주자인 정상이, 이소월 등이 결성한 안녕의온도는 재즈가 아닌 팝 음악으로 편안하게 다가온다. 보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선우정아, 박준하, 안녕하신가영, 모하 등의 싱어송라이터를 참여시킨 이 음반은 미니멀하고 감성적인 팝으로 침잠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재즈 음반 중에는 김준범의 [Human Emotions]와 이부영의 [Songs of Michel Legrand]이 각각 다른 매력으로 인상적이다. 힙합 음반 중에서는 코드쿤스트의 [Muggles' Mansion]이 괜찮고, 일렉트로닉 음반으로는 예서의 [No City For Love]를 놓칠 수 없다. 밴드 로로스를 좋아했던 청춘이라면 도재명의 [토성의 영향 아래]를 들을 일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신해경의 [나의 가역반응]과 아는 사람만 아는 웨스 에이치큐의 [Clayheart]도 근사하다. 아마 좋은 음반은 이뿐만은 아닐 것이다. 희망과 슬픔과 분노가 교차하는 봄, 당신 곁에 가능한 자주 음악이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