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구조의 변화와 노인돌봄정책
이미진 | 건국대학교 행정복지학부 사회복지전공 교수
1. 들어가며
한국문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효’사상은 노인의 돌봄은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이념적 기반으로 오랫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2008년 장기요양제도가 도입되기 이전 정부의 공식적인 문건에서 ‘선 가정보호 후 사회보호’의 캐치프레이즈를 흔하게 볼 수 있었고, 일반대중들은 시설입소를 ‘노인을 시설에 버린다’고 표현하였고 심지어는‘고려장’으로 인식하기도 하였다. 재가서비스에 대해서는 가족이 아닌, 남에게 돌봄을 맡긴다는 것은 가족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떳떳하지 못한 일로 생각하였다. 최근 들어 이런 인식에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노인돌봄은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고 인식하는 노인이 전체의 1/3을 넘을 정도로 아직도 이러한 인식은 공고하다.
그런데 가족이 돌보아야 한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논하기 이전에 우리는 가족이 노인을 돌볼 수 있는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가족이 노인을 돌볼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가족이 돌보아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당위적인 구호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고에서는 한국사회 가족구조가 어떻게 변화하였고, 이로 인해 노인돌봄이 어떤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가족이 돌보기 힘든 노인돌봄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향후 노인돌봄정책이 어떻게 변화, 발전해야 하는지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한국사회 가족구조의 변화와 노인돌봄
한국사회 가족구조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하고 있다. 평균 가구원수를 보면 1996년 5.5명에서 2015년 2.53명으로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1960-1970년대에는 7인 이상 가구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1980년에서 2005년까지 가장 주된 가구유형은 4인 가구로 바뀌게 된다. 2010년에는 2인 가구가, 그리고 2015년에는 1인 가구(27%)가 가구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가구규모의 소규모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다.
노인인구에 한정해서 살펴보면 1990년대에는 3세대 이상 가구가 49.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나 2010년에는 1세대 가구가 35.0%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2세대 가구(25.3%), 1인 가구(20.2%), 3세대 이상 가구(19.1%)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1994-2008년 전국노인실태조사를 보면 노인 독신가구는 16.2%에서 26.7%로 증가하였고, 노인 부부가구는 22.8%에서 39.7%로 증가하였으며, 자녀동거가구는 55.9%에서 28.6%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였음을 알 수 있다. 노인단독가구는 가구 내에서 돌봄을 제공할 인력이 부재함을, 노인부부가구는 배우자가 돌봄을 제공하지만 배우자 자신도 노화로 인해 돌봄에 어려움이 있는 노노(老老)케어문제가 앞으로 보다 심각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표> 한국노인가구의 거주형태 변화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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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
1998 |
2004 |
2008 |
노인독신가구 |
16.2 |
20.1 |
24.6 |
26.7 |
노인부부가구 |
22.8 |
21.6 |
26.6 |
39.7 |
자녀동거가구 |
55.9 |
53.2 |
43.5 |
28.6 |
기타 |
5.1 |
5.1 |
5.4 |
5.0 |
자료:
이가옥 외(1994), 『노인생활실태 분석 및 정책과제』.
정경희 외(1998), 『전국 노인생활 실태 및 복지욕구조사』.
정경희 외(2005), 『2004년도 전국 노인생활 실태 및 복지욕구조사』.
박명화 외(2008), 『2008년도 노인실태조사: 전국노인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 기초분석 보고서』.
가족구조는 핵가족화 추세를 보이고 중장년 인구는 감소를 하는 데 반해, 가족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인구의 증가는 가히 폭발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70년 99만 명(3.1%)이었던 노인인구는 급속하게 증가하여 2000년 339만 명(7.2%)으로 30년 만에 3.4배가 증가하였고, 2015년 657만 명(13.2%)에 달해 15년 만에 약 2배 증가하는 가속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2016년 발표된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15-2065년)에 의하면 내년인 2017년부터 노인인구는 유소년인구의 수를 상회하고, 2025년에는 천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되어 왔던 저출산의 여파로 인해 유소년인구(14세 이하)의 수와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생산가능인구(15-64세) 역시 2016년 정점으로 하여 그 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년부양비 역시 1965년 5.8%에서 2015년 17.5%로 급격히 증가하였고, 향후에는 2025년 29.4%에서 2065년 88.6%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수치는 2015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노인 17.5명을 부양하였지만, 2065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88.6명을 부양해야 함을, 즉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중장년기 성인자녀의 부담이 증가함을 보여준다. 한편 만혼화와 출산연령의 증가로 인해 30-40대 여성의 38%가 6세 이하 아동돌봄과 노인돌봄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중돌봄 문제가 증가하고 있어(송다영, 2014) 중장년층의 돌봄에 대한 부담이 과중되고 있다. 노인가구의 변화로 인해 자녀동거가구가 감소하고 있고, 자녀동거가구의 경우에도 이중돌봄으로 인해 가족이 전적으로 노인돌봄을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전통적으로 노인돌봄은 주로 여성이 책임져 왔는데, 중장년기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의 증가(1960년 28.0%, 2016년 1월 기준 50.3%)로 인해 가족 내 돌봄을 제공할 인력은 감소되고 있다.
요약하면 가구규모의 소규모화, 노인단독가구와 노인부부가구의 증가, 자녀동거가구의 감소, 이중돌봄 문제의 등장 등으로 인해 가족이 노인을 전적으로 돌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노인들의 가족부양에 대한 사회조사 결과에도 투영이 되고 있다. 2006-2014년 조사를 살펴보면 가족부양에 대해 가족의 책임으로 보기보다는 노인 스스로 해결하거나 가족, 정부, 사회의 공동책임을 강조하는 응답이 더 많게 나타났다. 2006년에는 가족 책임이라는 응답이 67.3%에 달하였으나 2014년에는 이의 절반 수준인 34.1%로 하락한 반면, 부모 스스로 해결은 2006년 13.7%에서 2014년 23.8%로, 가족, 정부, 사회의 공동책임이라는 응답은 동기간 14.9%에서 35.7%로 증가하였다. 2014년 노인실태조사를 보면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약 20%가 가족이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노인돌봄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돌봄을 받고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결과 돌봄제공자(복수응답)는 가족이 91.9%, 친척·친구·이웃 등이 7.3%, 개인간병인 등이 1.3%, 장기요양서비스가 15.4%, 노인돌봄서비스가 6.4%인 것으로 나타나 공적 돌봄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족이 노인돌봄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족의 노인돌봄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자녀의 경제적 상태가 안정적이고 가족간의 유대가 끈끈할 때 노인들이 가족으로부터 돌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공선희, 2013). 둘째, 유럽국가들의 연구결과에서도 공적 돌봄서비스의 발달이 오히려 자녀의 노인돌봄에 대한 윤리적 규범을 강화시킨다는 점, 공적 돌봄서비스의 발달이 이루어진 국가에서도 노인의 가족돌봄은 보완적인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림] 가족부양에 대한 노인의 견해
자료: 통계청(2016) 고령자 통계
3. 노인돌봄정책의 현황 및 문제점
노인돌봄정책은 시설서비스와 재가서비스로 구분할 수 있으며, 시설서비스는 ①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양로무료/실비시설서비스와, ② 장기요양 1-2등급이 입소하는 노인요양시설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재가서비스는 ① 장기요양 1-4등급 및 치매특별등급노인이 이용할 수 있는 방문요양,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방문목욕서비스의 장기요양서비스, ② 장기요양보험 등급외 A, B 노인이 이용할 수 있는 노인돌봄종합서비스, ③ 요양서비스가 불필요한 독거노인 등에게 제공되는 노인돌봄기본서비스, ④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가정봉사원 파견사업 대상자였던 등급외자, 기초수급권자 등에게 일상생활지원 등을 제공하는 재가노인지원서비스가 포함된다. 이외에도 결식우려노인 무료급식이나 사회복지관의 재가복지사업 등도 존재하지만 노인돌봄정책에서 그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본 고에서는 이들 서비스는 제외하여 논의하며, 재가돌봄서비스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서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서비스 자격요건을 보면 장기요양서비스만 노인의 기능적 건강상태만을 위주로 하여 서비스 자격요건을 선별하고, 이외의 서비스들은 소득수준(노인돌봄종합서비스, 재가노인지원서비스), 독거노인 여부의 인구학적 조건(노인돌봄기본서비스)을 기준으로 하여 서비스 대상자를 선정한다. 장기요양서비스에서 노인돌봄은 오직 노인의 기능적 건강상태만을 위주로 평가하지만, 이외의 돌봄서비스에서 다른 기준을 설정한 것은 어떤 논리적 근거에 의한 것인가? 노인돌봄에 대한 욕구는 소득수준과는 무관하고 독거노인이 아닌 노인부부나 자녀동거가구의 노인이라고 하더라도 배우자의 건강상태나 자녀의 취업 등으로 인해 돌봄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가족과 동거하는 노인에게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재가돌봄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노인과 자녀가 별거해야 하는, 가족보존이 아닌 가족해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경제적 상태는 돌봄욕구가 아닌, 서비스 비용부담의 차별화에 적용해야 할 원칙이며, 독거노인만으로 서비스대상자를 제한함은 가족이 있는 노인은 돌봄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단순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한편 저소득층의 서비스 비용부담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남기철, 최혜지, 2012).
둘째, 현재의 노인돌봄정책은 장기간 돌봄욕구가 충족될 수 없는 경우를 가정하고 이에 대한 욕구충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노인이 병원에 입원한 후 퇴원하여 집에서 단기간 돌봄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경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단기간병서비스가 거의 부재한 형편이다(남기철, 최혜지, 2012). 장기요양서비스는 서비스의 명칭에서 보듯이 6개월 이상 장기간 일상생활수행에 도움이 필요로 한 자에게 서비스가 제공되고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역시 장기요양서비스와 유사하다. 실제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에서 단기간병서비스 대상자라는 이유로 서비스 신청이 기각되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물론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중 단기가사서비스가 만 65세 이상의 독거노인, 만 75세 이상 노인부부가구에게 제공되지만 노인돌봄종합서비스는 등급외의 저소득층 노인(전국가구 월평균 소득 150% 이하)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재가노인지원서비스 역시 독거노인, 수급자노인이 주요한 타깃이라는 점에서 중산층 노인이 재가에서 단기간병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현재로서는 이를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는 전무하다.
셋째, 노인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재가보호서비스가 영리화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이 주도함으로써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2012년 영리민간의 비중은 방문요양기관은 82.0%, 방문간호기관은 76.8%, 방문목욕기관은 84.5%로 압도적으로 높다. 이에 반해 국공립 소유시설은 방문요양기관은 0.4%, 방문간호기관은 1.2%, 방문목욕기관은 0.2%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가노인지원서비스기관 역시 바우처방식의 노인돌봄종합서비스나 방문요양서비스의 겸업을 수행하면서 수급자에게 양질의 재가노인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노인돌봄종합서비스나 방문요양서비스와 같은 서비스의 실적 쌓기에 보다 주력하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전용호, 2012).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역시 국가보조금 지원방식에서 바우처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서비스의 시장화, 영리화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네 가지 종류의 돌봄서비스 역시 서비스의 양적인 면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실제 서비스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큰 차별성이 없다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넷째,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이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절대적인 양 역시 부족한 형편이다. 예를 들면 장기요양서비스 1-2등급의 절반 이상은 재가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한편, 3등급의 72%는 시설서비스를 이용하는 실태는 기능상태별 등급구분, 등급에 따른 차별적인 서비스 제공량이 실제 현실과는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양난주, 최인희, 2013). 이는 3등급의 대부분이 치매노인인데 이들이 현재의 재가서비스 양과 질적인 측면의 문제로 인해 시설에 입소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섯째, 서비스 제공인력의 전문성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장기요양서비스의 돌봄서비스는 요양보호사에 의해 제공되는데,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초기 제대로 교육을 이수하지 않고 자격증을 받은 요양보호사가 대거 배출됨에 따라 이들 인력의 전문성 문제는 2008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재가노인지원서비스 역시 유무급 자원봉사자에 의존함으로써 서비스의 전문성을 제고하기에는 어려움이 큰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전용호, 2012). 뿐만 아니라 돌봄인력의 낮은 보수, 열악한 근로환경, 높은 이직률, 산재의 위험, 내실있는 보수교육의 미실시 등은 서비스 제공인력의 전문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으나, 여전히 개선이 안 되고 있다. 노인의 돌봄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재가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사례관리 인력이 필요하지만 장기요양서비스에서는 제도의 틀 안에 사례관리가 아예 빠져 있다. 다른 돌봄서비스에는 서비스 관리자가 사례관리 등을 수행하게 되어 있지만 돌봄서비스 제공인력에 대한 관리 및 행정업무를 수행하기에도 벅차 돌봄서비스를 제공받는 개별 노인에 대한 사례관리는 내실있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여섯째, 노인돌봄을 제공하는 재가보호서비스는 각기 다른 전달체계와 재정지원방식을 통해 서비스가 제공된다. 장기요양서비스는 재가노인복지시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요양보험의 보험수가를 통해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만(본인부담비율: 15%), 노인돌봄종합서비스는 저소득층은 바우처 방식으로 수급자는 조세방식으로 지원되고 바우처 관리는 보건복지정보개발원에서 수행하고 복지관, 재가노인복지시설 등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인돌봄기본서비스는 조세방식의 재정지원이 이루어지고 복지관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서 업무를 총괄한다. 마지막으로 재가노인지원서비스는 조세방식으로 재정지원이 이루어지고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 네 종류의 서비스는 유사한 서비스이지만 전산망 등이 통합되어 있지 않아 서비스의 중복 문제가 발생하고 서비스의 연계 등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노인돌봄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노인과 가족의 입장에서도 어떤 서비스를 어떤 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지 혼란스럽고, 유사한 서비스가 각기 다른 전달체계를 통해 수행됨으로써 효율성과 통합성이 저해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이선희, 2014; 전용호, 2015).
일곱째, 각기 다른 전달체계를 통해 제공되는 노인돌봄의 재가서비스는 지도감독 역시 다른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장기요양서비스는 건강보험공단이 평가를 하고 불법운영사례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지만, 시군구에서 기관의 지정, 지정취소, 영업정지·폐쇄명령권한을 가지고 있다. 지도감독의 이원화로 인해 장기요양서비스기관 중 노인학대가 발생하였거나 불법운영사례가 발견되어 시군구에 기관에 대한 제재를 요청해도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반해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재가노인지원서비스는 공급자의 선정 및 지도감독이 시군구 차원에서 이루어지지만 지도감독은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4. 노인돌봄정책의 발전적 방안 모색
공적 돌봄서비스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노인돌봄기능은 보완적인 형태로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이에 노인의 시설입소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노인돌봄을 지속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본 고에서는 다음과 같이 노인돌봄정책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혁될 것을 제안한다.
첫째, 노인돌봄에 대한 공적 서비스는 소득수준과는 무관하게 제공되어야 하고 독거가구나 수급자에게만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형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장기요양서비스과 동일하게 소득수준에 따른 차별적인 본인부담금 제도를 도입하고, 서비스 자격요건은 가구의 인구학적 조건보다는 노인의 기능적 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선정한다. 다만 독거가구 여부 등을 서비스 우선순위 선정시 기준으로 활용할 수는 있다고 본다. 서비스에 대한 비용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차상위층까지 본인부담금 감면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남기철, 최혜지, 2012).
둘째, 유사한 돌봄서비스를 통합하여 제도화하고 서비스의 품질관리를 수행하는 제 3의 기관 설립이 필요하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와 노인돌봄종합서비스는 서비스의 양적인 측면에서만 차이가 있고 서비스의 질적 측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 둘은 장기요양서비스체계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인돌봄서비스와 재가노인지원서비스 역시 서비스의 차별성이 없으므로 이 역시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비스 통합과 전산망 통합은 긴밀히 연계되어 있고 일차적으로는 두 개의 전산망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노인의 복잡다단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 안내, 연계, 제공 등을 위해서 사례관리를 수행하고 이 업무는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를 one-stop 노인종합지원센터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서비스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은 시군구로 일원화하되, 서비스의 품질관리는 장기요양서비스, 노인돌봄서비스를 포함한 사회서비스 전반의 품질에 대해 독립적인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함으로써 지도감독과 평가를 분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서비스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국공립시설의 비중을 높일 것을 제안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돌봄서비스 기관은 민간 영리시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서비스의 영리화, 시장화가 심각하다. 이로 인해 기저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기저귀를 재사용하거나 잘라서 사용하거나, 심지어는 성기에 비닐봉지를 씌우는 등의 극단적인 노인학대,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 국공립시설의 증대는 정부의 규제감독이 강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고 지역사회의 참여를 통한 서비스의 질 모니터링이 보다 용이해 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 공공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넷째, 장기간 돌봄 뿐만 아니라 단기간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도 공적 돌봄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단기간병서비스가 시급히 도입되어야 하고, 24시간 재가돌봄이 가능할 수 있도록 야간 방문요양 등의 서비스가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일상생활지원 등이 위주가 되는 돌봄서비스 이외에도 건강관리, 재활, 예방서비스 등 보다 다양한 재가돌봄서비스가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돌봄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돌봄인력의 전문성 증진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요양보호사 임금에 대한 최저 기준 설정, 인권보호 방안 마련, 4대 사회보험 적용 등의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돌봄인력의 전문성 증진을 위해 공적인 기관에서 체계적인 보수교육을 수행하도록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여섯째, 가족이 노인돌봄을 전담하기에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여 가족이 노인돌봄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키고, 돌봄 위기상황 발생시 가족이 우선적으로 노인돌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인 제도화, 일·가정양립문화의 정착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스웨덴의 돌봄휴직법(100일간 돌봄에 대해 급여의 80% 지원)처럼 아동, 노인 등 모든 돌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돌봄서비스는 치매상담센터가 수행하는 치매관리사업 등과의 연계, 조정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지역사회에서 자율적으로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인돌봄공동체에 대한 지원 등이 수행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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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2014). 노인돌봄서비스 관련 현행 제도의 실태와 개선방안. 보건복지포럼, 8월호, 5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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