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프리존법, 폐기가 답이다

경제활성화 효과 없고 공익 저해하는 ‘규제프리존법’

 

 

글. 이경민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지난 19대 국회에서 무산되었던 「지역전략산업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규제프리존법)이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에 의해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었다. 규제프리존법은 기획재정부 장관과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의해 특정 지역에서 개별 법 상의 규제를 완화, 철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기획재정부는 지역 발전을 위해 규제프리존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공익적 가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보건의료, 개인정보보호, 환경, 교육, 경제적 약자보호 등 광범위한 영역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포함하고 있어 문제다. 

하나의 예로 ‘기업실증특례’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의 신기술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거나 불명확한 경우 기업이 안전을 입증하면 특례를 승인하는 것이다. 기업실증특례로 인해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재발될까 우려된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약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음에도 안전성 입증을 기업에게 맡기고 사후처리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업실증특혜의 도입을 납득할 수 없다. 

 

재벌대기업 특혜 주는 규제프리존법

규제프리존법은 박근혜 정부가 재벌과 대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만든 법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재벌들이 입금이 완료된 다음날 박근혜는 경제활성화법이라 일컫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의 통과를 촉구했고, 전경련이 ‘규제청정구역(규제프리존)’의 통과를 요구하자 박근혜는 전경련이 주도하는 경제활성화법 입법 촉구 서명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정부는 “규제특례는 기업규모와 관계없이 규제프리존 지역전략산업 관련 모든 기업이 적용 대상”이라고 밝혔지만, 규제프리존법과 관련한 일부 지방자치 단체의 사업계획을 확인한 결과 재벌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재벌 대기업의 기존 사업에 대한 추가적인 혜택 혹은 지원으로 추정되는 세부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경상북도와 삼성의 의료산업, 강원도와 네이버의 빅데이터 관련 사업, 전라남도와 LG 혹은 GS의 기존 사업에 대한 지원 등의 사례가 그 내용의 일부이다.

또한, 규제프리존법 도입과 운영이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사례인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규제프리존법은 시·도지사가 규제프리존의 운영 등을 담당할 ‘추진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데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르면 이 ‘추진단’에 재벌대기업이 일대일로 전담하여 지원하고 있는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참여할 수 있다. 재벌대기업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규제프리존법의 실제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추진단의 공동단장을 전경련 이승철, 차은택이 맡았으며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위원회는 대기업과 안종범, 김상률이 주도해 왔다. 창조경제는 처음부터 재벌과 정권의 유착에서 시작되었고 규제프리존법과 창조경제혁신센터, 재벌과 전경련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지난 1월 재벌에 특혜를 주는 규제프리존법을 추진한 박근혜-최순실-전경련을 고발하기도 했다.

 

참여사회 2017년 3월호 (통권 243호)

 

생명 안전 무시하고,
개인정보 침해하는 규제프리존법

현재 의료법에서는 병원 내 부대사업을 장례식장, 주차장, 일반음식점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프리존법에서는 제한 없이 영리성 부대사업을 대폭 허용하고 있다. 병원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아지면 환자의 편리성이 증대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병원 내 이용시설을 강권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의 축소로 나타나 결국 환자의 진료비 부담은 가중된다. 

또한 규제프리존법에는 허가나 인증을 받지 않은 의료기기에 대해 의료기기법, 의료법에 준하는 심사과정을 밟지 않고 단기간에 심사를 받아 유통하도록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의료 영리화 하는 조항을 일부 포함하고 있다. 보건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의료를 산업화로 여기고 이를 위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경제논리를 앞세워 환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개인정보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것도 문제다. 규제프리존법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수집을 한 이후에 식별자 제거, 범주화, 총계화, 데이터마스킹이 된 사본을 만드는 것(일명 ‘비식별화’)으로 원본을 이용하여 개인정보를 복원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정보가 누구의 것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개인정보 보호는 등한시 하겠다는 의도인가? 정부에게 반문하고 싶다.

규제프리존법은 국정농단의 주역 박근혜가 재벌 대기업을 위해 제정한 것이고 공익성 저해에 미치는 위험이 크다. 그런데도 14개 시·도지사들은 규제가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며 규제프리존법 통과를 재촉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민할 필요 없다. 규제프리존법은 폐기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