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나는 사회를 위해

김주호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인터뷰 및 정리 : 이경민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언제부턴가 우리들은 관계에 있어 '쿨하다'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특히 여러 모로 피로가 누적된 청년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얇고 넓은 관계를 맺는 건 옳고 그름을 떠나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하나의 현상이리라.
여기 조금은 다른, 끈적끈적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 청년 무리가 있다. 때론 부담스럽기도, 조금은 번거롭기도, 순간순간 불편해 지기도, 가만 생각해보면 손해보는 것 같기도, 그리고 복잡하기도 하지만 사람 냄새를 제대로 풍기며 사람 냄새 나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 날로 불평등해지는 사회 속에서, 날로 빈곤의 늪으로 깊이 침체되고 있는 고달픈 청년들의 삶을 위해 내는 목소리는 그래서 더없이 값지다. 
아직 씨앗이 싹을 틔운 듯한 미생단체이지만 으쌰으쌰하는 마음으로 청년운동을 하는 이들. 숨만 쉬어도 피로가 누적되는 사회에서 이 청년들은 왜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일까. 그 대답을 청년참여연대 김주호 사무국장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소속이며 청년참여연대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청년참여연대는 이 전부터 활동했고 사무국장은 올해 초 인준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 

 

청년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을 다니는 동안 학생회 활동을 계속해 왔다. 기억나는 것은 1학년 때 효순이 미순이 사건이 있었고, 한미 FTA 등 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제대 후에는 활동을 접고(?) 공부에 매진을 해보려고 했으나 광우병이라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여 자연스럽게(?) 또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현재 일부 대학은 기업의 자본을 받고 운영되는 구조인데 우리학교도 그랬다. 그래서 총학생회를 조직하는데 대학본부가 개입을 한다든지 불합리한 일이 있었고 선후배들과 함께 으쌰으쌰(?) 하다 보니 청년들과 함께하는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학교를 벗어나 본격적인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활동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참여연대 자원활동가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여름 참여연대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민생희망본부에 배정되어 민생관련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리고 참여연대 활동가로 활동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지원을 했고 운 좋게 합격하여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원래는 사업부서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으나 조직에서 청년사업 담당간사 요청이 있어 시민참여팀 청년사업을 맡았다. 청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이 시작 된 것이다. 이후에는 참여연대가 20주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청년사업에 지원을 하면서 청년참여연대가 발족하게 된 것이다. 인턴 프로그램을 담당하면서 청년참여연대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었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만큼은 아니더라도 반의반? 정도는 우리가 어떤 기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년참여연대에 대해 소개해 달라.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얘기하면 “벌 수 있는 돈은 높이고, 쓰는 돈은 줄이자!” 이다. 자세히 설명을 하면 최저임금은 높이고,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는 늘리는 요구를 하고 교육비, 주거비 등은 줄이자는 의미이다. 
청년참여연대에는 5개의 분과가 있다. 경제분과, 대학분과, 정치분과, 평화다양성분과, 성평등분과이다. 경제분과는 소득을 증가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최저임금 1만 원, 청년고용특별법 등이 있고 대학분과는 지출을 줄이는 등록금 인하, 입학금 폐지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와 민생희망본부와 결합하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청년정치참여, 시민의 권리보장을 위한 정치분과가 있고, 국제적 이슈, 소수자들의 인권 연대 측면에서의 평화다양성분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성평등분과는 젠더 문제, 차별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고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성평등분과는 다른 과와는 약간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기존 참여연대에서 추진했던 활동과도 다르다.

그렇다. 모인 사람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했던, 그래서 자기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래서 더욱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이 있어 활동성이 높다고 본다. 더욱이 올해는 강남역 살인사건, 낙태죄 등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우리가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아니 외면했던 분야로 해결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평등분과는 당자사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 

 

청년문제가 심각하다. 지자체에서는 청년빈곤 등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수당, 청년배당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청년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겠지만 지금 어려운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한시적이지만 가뭄의 해갈이가 될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장기적인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본소득이 이슈가 되고 있고 있듯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 정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저출산 문제, 청년빈곤 등 청년문제에 중심에는 주거문제가 있다고 본다.

청년 뿐 아니라 전세대에 걸쳐 주거문제는 넘어야 하는 큰 사이다. 대부분 가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주거비일 것이다. 청년들이 돈을 벌어도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고, 서울에서는 집을 구할 수 없어 결혼을 미루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출산은 기피하게 되는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다. 
예전에 허경영 씨가 신혼 1가구 1주택이라는 공약을 내세운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정말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책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닌 진입장벽을 낮추는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내년 대선에도 청년문제, 청년정책은 주요 핵심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면서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고 싶다. 총선에서도 많은 청년단체들이 결합하여 우리의 목소리를 주장했다. 대선에서도 우리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좀 더 획기적이고 매력적인 정책을 만들고 합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청년참여연대가 작년에 발족을 하고 벌써 1년이 되었다. 아직은 미생(?)단체인데 짧은 기간이지만 활동을 하면서 보람되었던 일은 무엇이 있을까?

맞다. 얼마 전 청년참여연대 1주년 행사를 했다. 그날 대학분과에서 활동하는 친구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어왔는데 참 기분이 새로웠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환경에서 다른 모습으로 활동했지만, 1년간의 시간을 통해 서로 감정적인 유대를 나누었던 것이었다. 청년참여연대에서 이런 끈끈함을 가졌다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애잔하면서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

어떤 활동을 하는데 있어 자기의 시간과 노력이 담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청년참여연대 활동도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년들이 여건이 되지 않는다. 지금 청년들의 현실이다. 직장이 있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등 개인적 사유가 누적되면서 관계망이 얇아지는 것을 볼 때,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부분들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이 활동이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플러스가 되는 스펙이 아니고 인정받는 경험이 아닐 수 있어 속상하기도 하다. 자의적이지 않는 환경 때문에 떠나는 친구들을 보면 참 아쉽고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청년의 삶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급작스럽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은 기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의 것들을 하고자 한다. 내부적으로 활동하는 친구들과의 유대를 끈끈히 하고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나눔의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더욱 끈적끈적한 청년참여연대를 기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