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톡]

노인다운 노인이 되자
김선태 노년유니온 위원장

인터뷰 및 정리 : 이경민(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2016년 대한민국 청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헬조선. 헬조선은 청년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를 기록한 노인빈곤국. 대한민국은 노인을 위한 나라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많은 문제들이 초래되었고, 앞으로 더 많은 문제가 야기 될 예정이지만, 이에 대한 대안 마련엔 속수무책이다. 
못살던 시절 보릿고개를 겪었던 세대는 1차 산업 전선에 뛰어들어 대한민국의 성장을 위해 나보단 모두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여태껏 일했지만 여전히 보릿고개를 경험하고 있다.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 벼랑 끝에 내몰린 노인들이 부지기수이다. 이러한 때의 정부는 구체적인 대안 없이 평균수명의 상승으로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 조정하려 한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은커녕 수수방관하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임시방편으로 내놓는 줏대 없는 정책. 노인을 위한 나라는 정녕 없는 것인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지만 노인을 위한 노인은 있다. 누구보다 노인을 둘러싼 문제들을 고민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노인, 노인다운 노인으로 살자는 슬로건을 가지고 사는 김선태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한다.

노년유니온 위원장 김선태이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고, 교장 재직시절에 교육방송에서 전교조수석부위원장과 세 번이나 토론을 할 정도로 노조와는 반대의 입장에 서 있었던 사람이었다.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꼰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래 전부터 오마이뉴스 기자를 하고,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었는데 보수적인 위치에 있었던 것이고 생각은 나름 진보적이었다. 그래서 교장들 모임에 가면 같이 어울리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노년유니온 활동 이외에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시니어보릿고개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시니어보릿고개’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오래전 교편을 잡았던 시절인데 전남 고흥이었던 것 같다. 당시 4학급에서 7개 반이 오전, 오후로 운영되었는데 아이들은 도시락을 싸오지 못할 정도로 보릿고개를 겪고 있었다. 그래서 싸온 도시락을 보면 톳과 셀 수 있을 만큼의 보리밥이었다. 이처럼 배고팠던 보릿고개를 겪었던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이른 은퇴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고생을 하는 것을 보며, 또다시 보릿고개를 겪는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시니어보릿고개라고 붙여 블로그를 만들고 이런 이야기를 신문에 투고도 하였다.

 

노년유니온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노인 일자리 확대를 국가에 요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고 종로시니어클럽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고 하여 조직 설립이 반려되었다. 그래서 종로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모아 이름을 노년유니온으로 하여 2014년에 설립인가를 받았다.

위원장이지만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부위원장은 젊은 시절부터 노조활동을 해 왔던 사람이라 운영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노년유니온 활동에 동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58년생부터 78년생까지 가르쳤더라. 그리고 제자들을 보니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 후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들의 고달픔을 보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노년유니온 활동을 하게 된 계기이다. 또한 사회적 이슈 공적연금강화,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노년유니언 회원은 얼마나 되나?

약 300여명 정도 되고 50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노년유니온에 가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학교 경비직의 가입 요청이 많다. 연령으로 보면 퇴직 이후 경비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처우와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이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 사람들이 노년유니온이나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싶지만 노조에 가입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할 가능성이 커서 가입을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이렇게 노인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은퇴한 노인 계층은 젊은 시절 대부분 1차 산업에 종사했다. 충분한 소득이 없는 가운데 노후를 준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빈곤율 1위는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청년들인 것 같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고, 그나마 생활유지는 하는 사람들도 노후준비를 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내는 것도 버겁고 공적연금을 강화하자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노인빈곤율이라는 현실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있지만 나아가 청년세대들의 노후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대안이 절실하다. 사회안전망을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데, 어떤 발전 없이 이렇게 유지된다면 후세대는 노인들을 다 버리고 도망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저출산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 정부에서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해결은 명확하다.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면 된다. 안정된 일자리와 충분한 급여, 이것들 통해 결혼과 출산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향하는 정부를 보면 답답하다.

 

현실이 심각함에도 정부는 노인연령 기준을 상향하려고 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요즘은 퇴직의 시기가 빨라졌다. 40대 후반부터 퇴직을 한다고 하더라. 그러나 퇴직을 하는 시기가 자녀들을 양육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는 때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입이 단절되면 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대책도 없이 고령화 시대이고 수명이 길어졌으니 노인연령 기준을 상향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본다.
많이 양보해서 정부의 대책이 꼼꼼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연령을 상향 시도한다면 오케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무작정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빈곤율, 자살률이 높은데 이 문제에 대한 대책도 없이 상향을 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다.

노년유니온 활동을 하면서 보람되었던 일은 있었나?

재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지만 제자들에게 조금이나 보탬이 되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 보람이 된다. 그리고 활동에 대한 것들을 블로그에 올렸을 때, 누군가가 격려 해주면 참 기분이 좋다. 작지만 사회 변화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

 

사회활동에 대해 가족이나 이웃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거나 자신의 일도 아니면서 왜 나서서 그러고 다니느냐는 핀잔을 들을 때가 많다. 퇴직 했으니 편하게 노후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나 큰 변화는 없지만 우리의 요구를 담은 법안이 제출이 된다거나 하는 일들도 일부의 성과라고 보고, 가족들에게도 얘기해 준다. 반면 가끔은 제자들에게서 그 연세에 이렇게 나서서 할동을 해주시니 존경스럽다는 소리를 듣는데 이런 응원의 말을 들으면 힘이 난다.

 

향후활동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앞으로 우리 노년유니온의 세를 늘리는데 좀 더 많은 노력을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서 조직은 되어 있지만 노조 결성이 안 되서 협상권을 확보하지 못한 단체들 같은 경우, 연합을 해서 그들에게는 협상권을 만들어주고, 우리는 조합원을 늘려서 세력을 키워가는 등의 활동을 생각하고 있다. 일부 추진 중인 곳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e-book을 만들고 있다. 현제 800권이 넘는 책을 발간했다. 특히 카프 문학(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 Korea Artista Proletaria deratio)이 해금 되었지만 잘 아는 사람들이 없다. 그래서 이곳저곳에서 카프문학을 모으고 체계를 만들고 있는데, 이것들을 모아 e-book으로 발간하고자 한다. 앞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끔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