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국무조정실의 반헌법적·반노동적
파업대응지침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라
국무조정실이 주도하여 ‘합법파업’임을 알면서 불법으로 낙인찍어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와 공안기관에 강력대응 주문한 사실 드러나
정당하고 합법적인 철도노조파업에 대한 탄압 중단되어야
국무조정실이 철도·지하철 노조의 파업와 관련하여 직접 나서 전국철도노동조합 등의 파업을 불법으로 단정하고,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에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16.10.5. 공개한 <철도파업 관련대책 관계기관 회의 결과 보고>(이하 문건)라는 문건 (관련 경향신문 기사)을 통해 드러난 위와 같은 사실은 중앙노동위원회와 사법부 등에 의해 목적과 절차 등이 적법하다고 확인된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침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심지어, 문건에 따르면 법무부와 고용노동부는 철도·지하철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은 철도·지하철 노조의 파업이 불법임을 확신하지 못하는 내부 의견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에 성과주의를 관철시키기 위해 또다른 불법을 택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문건에 대한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의 공식적인 입장을 요구하며, 근거 없이 불법파업으로 낙인찍어 여론을 호도하고 노동조합을 비난하며 노사교섭을 가로막고 있는 행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다.
<철도파업 관련대책 관계기관 회의 결과 보고_전국철도노동조합제공>
문건은 2016.09.27. 국무조정실 오균 국무1차장이 주재하고 국토교통부 철도국장,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 법무부 공안기획과장, 경찰청 정보3과장, 행정자치부 기조실장 등이 참여한 철도·지하철 노조의 파업 관련 회의의 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에서 국무1차장은 ‘불법파업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였으며 특히 국토교통부에 철도·지하철 노조의 파업이‘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근간에 관한 문제임을 인식하면서 강력히 대응해 줄 것’을 주문하였다. 심지어, 파업이 장기화되면 청와대와 협의한 후 대응방안을 결정하겠다는 국무조정실의 입장도 문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중앙행정기관 행정의 지휘·감독, 정책 조정 및 사회위험·갈등의 관리’등에 관해 국무총리를 보좌하기 위해 설치된 기관이다. 이러한 목적을 가진 국무조정실이 정부 부처에 불법을 종용하고, 정당하고 합법적인 파업에 대해 ‘불법파업’운운하며 노사관계를 갈등 일변도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업의 불법 여부에 대해 법무부와 고용노동부가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위해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점에서 국무조정실의 행위의 배후에 청와대의 파업대응지침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문건에는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도록 지도’한다는 계획과 ‘파업조기종결을 위해 검찰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실제 철도공사 사측의 경우, 철도노조의 파업이 시작되자 140여 명의 파업참가자를 직위해제했고 심지어 일부 파업참가자에게 “직위해제를 당하면 직장 떠날 수도 있다”는 내용의 협박 문자를 보냈다. 또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 등 9명에 대해서는 이번 파업과 관련하여 업무방해죄로 고소(9/30)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중앙노동위원회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9/29)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는 파업이다. 또한, 철도노조의 2006년 파업에 대한 재판에서 대법원은(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은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의 경우에 파업이 위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서도 1심 법원과 고등법원은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철도노조 조합원 대해 예고된 불법파업에는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지 못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거듭된 판결을 모를 리 없는 철도공사 사측이 불법파업 운운하며 파업참가자들을 고소하는 행태의 배경에는 공권력을 이용하여 파업참가자들을 겁박하고 여론몰이로 노동조합을 고립시키려는 국무조정실의 파업대응지침이 있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2016.9.30.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정부에 철도 등 공공금융부분 노동조합과 대화와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하며 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하기 어렵다면 국회에서 노사당사자가 모인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016.10.4.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고, 철도공사 사측은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소위, ‘2대지침’을 통해 ‘사실상 사측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려 했고 이를 일방적이고 맹목적으로 공공부문에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이번 파업이 촉발되었다. 대화도, 대책도 없이 대결만을 선택하는 정부의 국정운영기조로 인해 공공부문의 노사관계는 갈등과 반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건은 국무조정실이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불법을 사주하고 있음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앞장서 ‘불법파업’운운하며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행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하며 문건에서 이번 파업과 관련하여 청와대와 관계부처의 연결고리가 드러난 이상 이 문건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나서 해명해야 한다. 정부는 개별 공공기관 노사간의 교섭을 가로막는 반헌법적, 반노동적 행위를 중단하고 당장 사회적 대화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