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파수꾼의 역할을 회복하고,

문화영역에서의 독과점 현상을 시정하라

 

공정위의 CJ CGV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 결정에 대한 공동논평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016. 09. 30. 스크린광고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계열회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들어 CJ CGV(이하, ‘CGV’)에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과 과징금 72억 원을 부과하고, CGV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하였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는 제작, 배급, 상영 등의 영화산업 영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고, 자사 상영관에 자사 제작 영화를 독점적으로 배급, 상영하는 등 국내 문화산업의 시장을 왜곡하는 CGV의 추악한 행태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를 일단 환영하나, 심각한 우려 또한 표명할 수밖에 없다.

 

계열회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는 지원객체인 계열회사가 활동하고 있는 개별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동시에 지원주체의 독점력을 강화하여 국민경제 전체에 심각한 폐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계열회사는 부당지원행위를 통해 기술력이나 경영능력과 무관하게 경쟁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부당지원행위가 없다면 마땅히 시장에서 퇴출되었어야 할 부실한 계열회사가 계속 존속하게 되고, 부당지원행위에 의해 확보된 우월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경쟁자인 다른 회사를 해당 개별시장에서 부당하게 배제시킨다. 또한 재벌은 계열회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통해 시장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경쟁사업자들을 시장에서 배제시키고,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신규진입조차 좌절시켜 해당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며, 결국 부실한 계열회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는 해당 대기업집단 전체를 동반 부실화하는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공정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CGV는 2005. 07. 재산커뮤니케이션즈가 설립되자 기존 중소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사업 이력이 전무했던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현저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스크린 광고 영업 대행 업무를 전속 위탁하기 시작했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친동생 이재환이 100% 최대주주이자 대표자로 있는 회사이다. 기존 CGV 거래처 중소기업이 스크린 광고 영업 대행 업무를 부분적으로 위탁받았던 것과 달리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업무 전량을 위탁받으면서도 기존 거래처 대비 25%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받았다. 이러한 7년에 걸친 부당지원행위로 인하여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102억 원 상당의 경제상 이익을 제공받아 국내 스크린 광고 영업 대행 시장의 1위 사업자가 되었고, 같은 기간 CGV와 거래하던 중소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되기까지 하였다. 앞서 살펴본 부당지원행위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의 전형이자 CGV가 문화산업 영역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는 일련의 과정을 잘 나타내주는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계열회사의 대표이자 CJ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이재환을 검찰에 고발하지 아니한 점과 부당지원으로 얻은 이익 102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과징금을, 그것도 지원주체인 CGV에게만 부과한 공정위의 처분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부당지원행위의 최대수혜자를 배제한 검찰고발과 경미한 과징금 부과는 여전히 공정위가 재벌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기대하는 국민의 법 감정에도 반한다.

 

문화산업영역에 있어 독점기업들의 출현은 시장에서의 독점을 감시하여야 할 공정위가 이러한 솜방망이 처분으로 대응하고 있음과도 무관하지 않다. 재제로 얻는 불이익보다 법위반으로 얻는 이익이 크다면 기업들은 이 사례와 같이 법위반을 버젓이 감행하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 3사가 영화상영시간을 거짓으로 표시하여 소비자들을 기만한 행위에도 무혐의 처분을 통해 면죄부 부여하거나, 수직계열화를 가속화하여 독점공룡으로 군림하는 CGV, 롯데시네마 들의 행태에도 침묵하고 있는 공정위는 하루 속히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하여 문화영역에서 공정한 경쟁이 설 수 있도록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끝.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