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 축소에 대한 투쟁과 사회보장기본법 개정

조현수ㅣ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

 

작년 4월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아래와 같이 연설한 바 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권은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합니다. 세금과 복지의 문제점을 털어놓고, 국민과 함께 우리 모두가 미래의 선택지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중략)
그 고민의 출발은 장기적 시야의 복지모델에 대한 합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의 복지는 ‘저부담-저복지’입니다. 현재 수준의 복지로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에 크게 부족합니다.
(중략)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中부담-中복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민부담과 복지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 정도 수준을 장기적 목표로 정하자는 의미입니다.

 

그간의 새누리당의 행보를 보았을 때 매우 이례적인 발언이었지만 객관적인 통계를 놓고 보았을 때는 너무나도 당연하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2014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0.4%로 28개 OECD 조사 대상국 가운데 꼴찌이며, OECD 평균 21.6%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리고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이 GDP에서 차지하는 국민부담율은 2013년 기준으로 24.3%로 나타나 OECD 조사대상 30개 국 가운데 28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OECD 국가와 비교하였을 때 장애인복지의 현실은 어떠할까.

 

한국은 2011년 OECD 34개국 중에서 멕시코(0.06%)와 터키(0.28%) 다음으로 GDP 대비 장애인복지예산이 가장 낮은 국가이다. 2005년 이후 장애인복지예산 비율의 추이를 놓고 보았을 때도 2005년(0.54%)보다 오히려 낮아졌으며, 절반이 넘는 19개 국가가 대체적으로 복지예산 비율이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 사뭇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OECD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GDP 대비 장애인복지지출 규모는 0.51%로 제시되었다.
유승민 의원의 말처럼 OECD 평균으로 장애인복지예산이 맞춰진다면 2011년 기준 보건복지부 소관 장애인복지예산 약 8천억 원의 4배인 3조2천억 원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각각 5천억원 수준인 장애인연금 예산과 장애인활동지원 예산이 최소 2배 가까이 인상된다면 OECD 평균(12.9%)보다 약 3배 정도 높은 장애인가구의 빈곤율(33.1%)도 낮아질 것이며, 전체가구 대비 2배 이상 높은 상대적 빈곤율도 많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박근혜복지법’으로 불리며 2013년 1월부터 시행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은 박근혜정부 복지정책 기조의 핵심적 기능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 의미는 ‘복지재정효율화’ 및 ‘복지재정 절감’ 등 ‘복지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남찬섭 교수가 지적하였듯 지금의 사회보장기본법이 “복지국가논쟁을 배경으로” 개정되었음에 주목해야 하며, 2014년 지방선거 정세를 경과하며 강화된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은 박근혜정부 복지축소 기조와의 싸움이라고 할 것이며, 이는 단순한 법률 개정의 의미를 뛰어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박근혜정부의 ‘예산’ 맞춤형 복지의 기만성을 드러내야 하고, OECD 국가 평균 수준의 사회보장제도 예산 확보 등 구체적인 투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지자체 추가지원

본 원고에서 제도 사례로 꼽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대표적인 장애인의 사회보장제도로서, 2005년 12월 경남 함안의 한 장애인이 수도관이 얼어 터져 동사한 사건을 계기로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의 투쟁으로 제도화를 이뤄냈다. 2007년 4월부터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도입·실시되었으며 2010년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으로서 2011년 11월부터 현재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제도 도입 초기부터 현재까지 제도의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문제로 ‘① 서비스 대상 제한 ② 서비스양의 절대적 부족 ③ 과도한 본인부담금 ④ 전달체계 시장화로 인한 서비스 제공 노동자의 불안정한 노동’이 이어지고 있다. 2007년 제도 도입 시기부터 장애계는 지속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왔으나 모두 중앙정부 예산과 연동되는 문제이기에 예산의 부족을 이유로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2년 10월과 2014년 6월 최중증장애인으로서 하루 활동보조 24시간을 제공받지 못 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故김주영과 故오지석. ‘장애등급제’라는 잘못된 제도로 인해 활동보조 신청 자격조차 갖지 못 하고 결국 화마에 휩쓸려 운명을 달리한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송국현. 이러한 참극을 계기로 장애계는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하루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이라는 생존권적 요구를 제기해왔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2012년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2016년 현재 최중증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시간은 중앙정부 기준으로 하루 약 13시간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독거이거나 취약가구가 아니면 서비스 수급시간은 크게 제한된다. 이러한 제도의 사각지대와 절대적인 양의 부족 때문에 장애계는 중앙정부 투쟁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투쟁을 통해 지자체 활동지원 추가지원을 확대시켜 올 수밖에 없었다.
지방자치단체 투쟁을 통해 서울을 시작으로 시행된 장애인활동지원 지자체 추가지원은 서비스 양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지원기준에서 배제되었던 서비스 대상의 확대를 견인해내기도 했다. 2007년 제도 시행부터 2012년까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등급 1급으로 신청자격이 제한되어 있었다. 이에 중앙정부가 포괄하지 못 하는 대상에 대한 지자체 추가지원을 장애계는 요구해왔으며 일부 지자체에서 중앙정부 기준보다 넓게 대상을 확대한 성과가 있었다.
또한 ‘최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관련하여 2013년 7월 전라남도를 시작으로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추가지원이 조금씩 확대되어왔다. 이는 장애인활동지원 지자체 추가지원이 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앙정부의 잘못된 지원 기준과 부족한 양에 대한 ‘보충적’ 추가지원임이 명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협의·조정제도 운영 부적정’으로 지목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2014년 지방선거를 거치며 장애계는 지자체장 후보자들을 상대로 중앙정부가 보장하지 못 하는 장애인 활동보조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역시나 이중 핵심은 바로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하루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이었으며, 이미 전라남도 등에서 시행 중이고 관련 조례 등을 근거 삼아 각 지자체에서 충분히 시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구지역에서 2014년 하반기 현 대구광역시장이 공약으로 약속했던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하루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이 중앙정부와의 협의 끝에 불수용 처리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인천광역시와 광주광역시, 경상북도, 강원도 등 지자체 추가지원 확대가 가로막히는 상황이 연이어 발생하였다.
이는 2014년 7월 28일 제8차 사회보장위원회 회의를 통해 ‘사회보장제도 조정·연계 및 관리 강화방안’이 확정된 것과 시기상 맞닿아 있다. 이후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제도’는 보다 강화되어 2014년 전체 81건 중 단 33건만이 ‘수용’되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한편 2015년 1월부터 2개월간 감사원은 ‘재정누수 차단 및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목적으로 ‘복지사업 재정지원실태(복지분야)’에 대한 특정감사를 시행하였으며 그해 6월 결과를 발표하였다. 감사원의 감사내용 중에는 ‘신설·변경 복지사업 협의·조정제도 운영 부적정’이 언급되었으며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장애인활동지원 지자체 추가지원’이 지목되었다. 그 내용은 「사회보장기본법」 개정 시행일인 2013년 1월 27일 이후 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 등 6개 광역자치단체와 서울특별시 성동구 등 27개 기초자치단체에서 보건복지부와 사전 협의·조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하루 24시간 추가사업’을 표본으로 선정, 21개 지자체를 조사하여 앞서 언급한 대구광역시는 협의·조정을 거친 이후 시행되지 않았기에 나머지 지자체도 협의요청서를 제출하도록 할 것을 통보하였다. 또한 보건복지부와의 미협의 상태로 지자체 추가지원을 실시 중인 33개 지자체에 대해 ‘과도한 복지서비스 제공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지자체 추가지원의 축소·폐지 등 본격적인 복지축소의 진행

2015년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대정부질의를 통해 복지축소를 야기하는 ‘지자체 협의·조정제도’의 문제를 김용익 전 국회의원이 지적하였지만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중앙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책임을 회피하였다. 장애계는 이 사안에 대해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진행하였고, 감사원의 특정감사 결과가 드러난 그해 8월 감사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후 8월에 모두가 알고 있는 ‘지자체 유사·중복사업 정비 방안’이 사회보장위원회를 통과하였고,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복지 자체사업 총 230개 사업(예산액 181,365백만 원)이 대상사업으로 지목되었다. 이중 활동지원 지자체 추가지원 사업은 37개 사업이었으며, 광역지자체 15곳에서 시행 중인 17개 사업과 기초지자체 20곳에서 시행 중인 20개 사업이 지목되었다.
아래 표는 앞서 언급한 감사원 지적 지자체 추가지원 사업과 ‘유사·중복 사업’으로 지목된 37개 사업 중 2015년 대비 2016년 예산이 삭감된 지자체 목록과 예산 규모다.

 

총 13개 지자체에서 예산 삭감이 진행되었으며 예산 규모는 3,331백만원에 이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자체 추가지원이 완전히 폐지된 곳도 2곳이나 되며, 최중증장애인에 대해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을 이미 지원하고 있던 인천광역시는 대상자 3명에 대한 지원을 올해 전면 중단한 상황이다.
예산이 삭감되거나 폐지된 지자체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대비 2016년 예산이 동결된 지자체의 경우에도 이미 신청자격에 해당되는 장애인이 지자체 추가지원을 신청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 역시 후퇴되고 축소된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19개 지자체에서 2015년 대비 2016년 예산이 동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예산 동결의 이유가 ‘협의·조정 의무화’와 ‘유사·중복 사업 지목’과 무관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감사원과 사회보장위원회의 영향으로부터 해당 지자체가 자유로웠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자체도 장애인서비스과도 사회보장조정과도 나 몰라라

이러한 지자체 활동지원 추가지원 축소에 대해 지자체에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면 지자체는 권한이 없다면서 대부분 중앙정부로 책임을 떠넘겼다. 그래서 보건복지부내 담당과인 장애인서비스과에 답변을 요구하면 사회보장조정과에서 진행하는 일이라 알 수 없다면서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보장조정과에 확인을 요청하면 ‘협의·조정’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사회보장제도 관련 담당부서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서 업무를 진행 중이라며, 이러한 결정이 이뤄진 것은 담당부서의 결정이라고 마찬가지로 책임을 떠넘겼다.
지자체와 관련 담당부서 모두가 책임을 떠넘기고 회피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으며, 이는 결국 그 단계보다 높은 결정을 행하는 실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사태는 박근혜정부의 정책기조와 방향에 의해 결정되었고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마치며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하루 24시간 보장’ 대신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는 ‘야간순회서비스’와 ‘응급안전서비스’로 대체될 전망이다. 재난상황이나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초동대처가 어려운 최중증장애인에게 ‘야간순회서비스’와 ‘응급안전서비스’는  ‘故김주영, 故송국현, 故오지석’처럼 상시적인 재난 상황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시범사업 실시 중인 ‘야간순회서비스’의 경우 중앙정부 보조금 사업이 아닌 순수 지자체 사업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장애계 최대 현안 중에 하나인 ‘장애등급제 폐지’문제와 관련해서 박근혜정부는 ‘등급제 완전 폐지’가 아닌 ‘중·경 단순화’를 추진 중에 있으며, 예산의 확대 없이 ‘주간활동지원’, ‘의사소통지원’ 등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역시 ‘맞춤형 지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추진 중이지만, 각 서비스에 대한 내년도 시행 예산이 책정되지 않는 등 ‘예산 맞춤형 지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수급자격 갱신과 관련해서 대대적인 수급자격 하락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현 제도는 2년마다 한번씩 서비스 수급자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수급자격을 갱신해야 하는데, 지난해에 수급자격 갱신 중 18.9%가 기존 등급보다 하락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무려 46.9%가 기존 수급자격에서 하락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하락 건수 중 75.6%가 중앙정부 활동지원 최고 등급인 1등급의 중증장애인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현재의 「사회보장기본법」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복지축소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도 아니고 말 그대로 “아랫돌도 빼고 윗돌도 빼”는 형국라고 할 것이다. 중앙정부의 장애인복지예산은 2015년 대비 2016년 사실상 동결된 상황이고, 이조차도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장애인연금제도 등 자연증가분을 감안하면 사실상 후퇴된 상황이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포함한 장애인의 사회보장제도는 이미 복지축소가 진행되고 있으며, 객관적인 수치만 놓고 보아도 박근혜정부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전략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빠른 시일 내에 개정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를 계기로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사회보장제도가 권리로서 보장될 수 있도록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