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1] ‘기저귀·분유값도 부탁해’…지자체에 예산 떠넘긴 정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한겨레] 이유주현 기자 14.11.23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보류사업 예산 감액 등을 심사하기에 앞서 자료를 든 채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진태, 이현재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박완주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보류사업 예산 감액 등을 심사하기에 앞서 자료를 든 채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진태, 이현재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박완주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누리과정·기초수급 교육급여 시도교육청에 떠넘긴데 이어 저소득층 기저귀·분유값 지원도 지자체가 52% 분담케 해 논란.  기업투자유치 국고보조금은 삭감.

 


세수 부족으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중앙정부가 2015년도 예산안 편성에서 지방자치단체 또는 시·도교육청에 각종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분담시키거나 국고지원율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2조원이 넘는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이미 논란이 된 누리과정(3~5살 유치원·어린이집 통합교육과정)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가 사업비 절반 이상을 분담하게 된 저소득층 기저귀값·분유값 지원 등 ‘대통령 공약 수호’를 위해 지방재정을 쥐어짠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년 10월부터 저소득층(최저생계비 150% 이하) 가구에 기저귀값·분유값을 지원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3개월분 전체 예산 280억7500만원 중 지자체가 145억9900만원(52%)을 분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기저귀값·분유값 지원은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공약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14년도 예산안에 시범사업으로 50억원을 편성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예산 부족과 예비타당성 조사 미실시를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가,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야당의 주장으로 50억원이 다시 반영돼 올해 집행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내년도 관련 예산안에는 기재부가 저소득층 기저귀값·분유값에 대한 국고지원을 결정했으나,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48%, 52%를 분담한다고 되어 있다. 비율대로라면 2016년도부터는 전체 3202억원 가운데 지자체가 1665억원을 분담해야 한다.




정부는 또 기업 또는 외국인 투자유치 등을 위해 지자체에 지원하는 투자기반시설 조성사업 국고보조율도 기존의 80~90%에서 70%로 일괄삭감했다. 국회 예결위 관계자는 “정부가 국고보조율을 줄인다면 지방정부는 관련 사업을 진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올해 예산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누리과정 사업비, 부양의무자 완화로 인한 교육급여 증가액도 모두 중앙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비판받고 있다. 정부가 누리과정 국고지원을 거부함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3곳이 ‘울며 겨자먹기’로 내년도 2~7개월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다. 기재부는 전체 누리과정 예산 2조1527억원 중 5600억원만이라도 국비로 지원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꿈쩍 않고 있다. 이외에도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대상자 선정 기준 완화로 저소득층 교육급여 확대 예산이 1544억원에 이르자, 중앙정부 추가 지원금 440억원, 교육특별회계 187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917억원을 시·도교육청이 내도록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정부의 이런 ‘예산 떠넘기기 공세’에 대해, 내년부터 분권교부세가 폐지되는데다 기초연금 등 복지 지출이 더욱 늘어나 허리가 휘는 지자체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전남도청의 한 관계자는 “사회복지비 부담액이 해마다 늘어 자체 신규사업 투자는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행정적 처리와 선심성 예산 남발 문제 때문에 지방정부가 분담금을 내는 것이지, 전국적으로 똑같이 집행되는 복지사업에 대해선 중앙정부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 쪽은 “중앙정부가 복지사업을 늘리려고 한다면 사회복지세 같은 목적세를 신설하든지 지방교부금을 늘려주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주현 기자, 광주/정대하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자 표시
Clear keys input el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