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은 2016. 5. 27. 수원대학교 교수협의회 소속 배재흠 교수와 이상훈 교수가 수원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운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파면처분무효확인등 청구소송에서, 학교법인의 위 교수들에 대한 파면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그 파면처분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학교법인은 위 교수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이 사건 1심은 파면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면서도 학교법인의 손해배상책임은 부정했습니다. 이와 달리 항소심은 파면처분이 교수들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라고 선언하고 학교법인의 손해배상책임까지 인정하여 미지급 임금 외에도 1인당 2천만 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한 것입니다. 수원대학교의 파면처분이 교수들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한다고 인정하게 된 근거와 그 의미에 대해 이명헌 변호사의 칼럼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대학자치 참여는 교수의 인격권 실현이다
[광장에 나온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나2062577 파면처분무효확인 등(재판장 김상환, 판사 이영창, 조찬영)
이명헌 (변호사,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사립학교 교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거나 법원에 제소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파면처분을 당한 경우 구제를 구하는 일반적 형태는 해당 파면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의 확인을 구하고 파면처분시부터 복직할 때까지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 나아가 사립학교 교원이 부당한 파면처분으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학교법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가, 인정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가 문제된다.
먼저 이 사건 파면처분의 경위를 보면 다음과 같다. 학교법인 고운학원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다음카페에 ‘수원대학교 교수협의회’라는 카페를 개설한 후 수원대학교를 폄하하고 총장 등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들을 게시하고 수원대학교에서 불법과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으며 총장이 교비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와 공동성명서 발표를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2014. 1. 9. 교수들에게 1차 파면처분을 하였다. 교수들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1차 파면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하였고 심사위원회는 2014. 4. 30. 1차 파면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학교법인은 1차 파면처분에서 든 징계사유와 사실상 동일한 사유로 2014. 8. 26. 2차 파면처분을 하였다. 이에 교수들이 이 사건 파면처분무효확인등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1993. 10. 12. 선고 92다43586 판결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근로계약에 따라 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격체이고 근로자의 근로제공은 단순히 임금획득을 위하여 근로계약을 이행하는 것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근로를 통하여 이러한 인격을 실현한다는 측면도 아울러 갖고 있다(대법원 1993. 12. 21. 선고 93다11463 판결). 그러하기에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와 사이에 근로계약의 체결을 통하여 자신의 업무지휘권, 업무명령권의 행사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가 근로제공을 통하여 참다운 인격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근로자의 근로제공을 계속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이와 같은 근로자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사용자는 이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된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인정된다(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6823 판결).
학교법인 또한 사용자로서 사립학교 교원을 부당하게 파면하고 근로수령을 거부하는 것은 근로자에 대한 배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그로 인해 사립학교 교원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1다44901 판결 참조).
그런데 사립대학에 있어서 대학교수는 사용자인 학교법인의 배려의무의 상대방인 근로자의 지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교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의 주체이다. 헌법 제2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문의 자유는 연구의 자유와 강학의 자유를 내용으로 한다. 그러므로 사립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대학교수를 부당하게 파면한 경우 사용자로서 근로자인 대학교수에 대한 배려의무를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대학교수의 기본권인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은 2008년에 “대학교수는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학문연구를 보다 발전시키는 것이 그 인격권 실현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므로, 대학교수의 사용자인 학교법인이 그 업무지휘권 등의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오로지 소속 대학교수를 본연의 업무에서 배제하려는 의도하에 그 의사에 반하여 전공분야와 관련 없는 과목의 강의를 배정함으로써 결국 강의할 수 없게 하는 행위는 교원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 되고, 학교법인은 그로 인하여 대학교수가 입게 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배상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2008. 6. 26. 선고 2006다30730 판결).
수원대학교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일응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즉, 이 사건 파면처분은 대학교수로서 대학의 자율적 운영에 참여하고 적절한 의견을 제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교수들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학문의 자유의 실질적인 구현은 대학의 자치로 이루어진다. 대학의 자율성 내지 대학의 자치는 대학의 인사, 학사, 질서, 재정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지만 그 중에서도 교수회에 의한 학교의 자율적 운영이 교수회의 자주적인 판단에 의하여 행해지는데 그 의미가 있다. 수원대학교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학교법인이 등록금을 학생들 교육에 제대로 쓰지 않고 적립금으로 쌓아두어 학생들은 노후된 실험실습장비와 협소한 공간 등 열악한 환경에서 심각한 학습권 침해를 당하고 있고 교수들은 가혹한 연구업적과 저임금으로 혹사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장이 교비를 부적정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그 시정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교수들의 요구는 대학의 자치라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행사라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학교법인은 파면처분으로 대응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이 대학의 자치의 주체로서 대학교수가 대학의 자율적 운영에 참여하고 적절한 의견을 제시할 권한과 책임이 있음을 확인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학교법인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2016다230690호 사건). 부디 대법원이 대학의 자치의 주체로서 대학교수의 권한과 책임에 관한 의미 있는 판결을 하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