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톡]

취업맘들의 와글와글 양육분투기
: 일을 하는 엄마가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

패 널 : 김남희, 주소현, 오연희
정 리 : 이경민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토끼 같은 자식들과 한백년 살고 싶어'
필자 또한 그렇다. 그러나 내 집 마련을 꿈으로만 가져야하는 현실에 먹고 살기 위해 얼굴 제대로 볼 틈도 없이 바쁜 님과 앞으로 돈 들어갈 일 태산인 토끼 같은 자식만이 존재한다.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 백년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걱정부터 드는 게 사실. 그래서일까? 아직 미혼인 필자에게 결혼과 출산은 해를 거듭할수록 기대감보단 허탈함과 체념의 대상으로 다가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도 한 몫하지만 진짜 문제는 내가 여자라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 임신과 출산은 여자가 홀로 져야하는 개인적인 일로 치부된다. 임신과 출산이 마땅히 사회적으로 함께 책임져야 할 일임에도 말이다.
그러나 국가는 여전히 현장을 담보하지 않은 제도만을 뽐내듯 제시하고 있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저출산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 헬조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세 명의 엄마가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항시 선행되는 건 나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과의 공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육자로서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으며, Somebody가 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녀들이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김남희 : 올해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입학한 8세, 5세 두 아이를 둔 엄마이다. 직장을 다니고 있고, 남편은 대체적으로 바쁜 편이라 내가 주로 양육을 담당하고 있다. 

 

주소현 :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다니는 6살, 4살 난 두 아이가 있다.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남편이 외국인 교수로 퇴근시간이 빠른 편이라 제1양육자를 담당하고 있다.

 

오연희 : 올해 3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3살 아이가 있다. 출산을 위해 일을 그만두고 아이가 9개월 때 다시 일을 시작해서 1년 정도 지난 것 같다. 남편과 내가 직장을 다니다 보니 양육은 주로 친정엄마가 해주고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어떻게 양육하고 있나?

 

김남희 : 첫째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친정에 들어갔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둘째가 생기니 부모님도 힘드셨던지 집에서 나가라고 하더라. 남편은 많이 바빠서 양육에 도움이 되지 못했고  나도 직장을 다니고 있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친정에서 나와 월-금까지 상주하는 아주머니를 고용하게 되었다.

 

주소현 : 아이가 6시에 밥을 먹고 8시에는 잠을 자는데, 우리나라 근무시간에 맞춰 아이를 양육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1년 정도 아이를 돌봤다. 남편이 외국인이라 시댁에서 도움을 줄 수 없었고, 친정부모님이 도움을 주시긴 했지만 직장을 다니셔서 어려움이 있었다. 대체적으로 남편이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 저녁시간에는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데 아이를 재우고 나면 그때부터 남편도 나도 일을 시작한다.

 

오연희 : 친정엄마와 위아래집에 살고 있어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고 있어 주양육자는 친정엄마이다. 아빠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모시고 살던 할머니도 작년에 돌아가셨다. 그동안 누군가의 엄마, 부인, 며느리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엄마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손자의 양육자가 되었다.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다.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 스트레스가 심해 작년 재취업을 하면서 상담을 받기도 했다.

 

출산과 양육을 위해 그만둔 경험들이 있다. 다시 재취업한 이유는?

주소현 : 아이를 낳기 전에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출산을 하기 전까지 아이를 낳고 빨리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최소한 6개월은 아이와 함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첫째 아이를 낳고 아이가 6개월 되었을 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둘째를 낳았는데 아이가 젖병을 빨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다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모유수유 때문에 직장에서 유축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직장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해 공감 받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결국 1년 정도 양육을 위해 일을 쉬었다.

 

오연희 : 전 직장은 첫 직장이었고, 입사한지 1년이 안된 상태라 임신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임신을 알리지 않고 직장에 다녔는데, 원래 임신 후 12주 정도까지 조심해야 하는데 맨날 야근하고 갑질을 당했다. 당시 팀장이 나에게 성향이 적극적이니 지방을 다니면서 일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서 그때 임신했다고 말하니 다음에 너는 알바로 빼야겠다는 말을 하더라. 잘할 수 있다고 했더니,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는데 생각해보니 경력이 1년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김남희 : 나 같은 경우는 친정엄마나 입주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서 상황이 나은 편이긴 하다. 그럼에도 힘들었던 것은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 맞춰지다보니 내 시간이 없더라. 남편은 주말에도 회사에 출근할 때가 많은데 아이들과 주말 내내 있다보니 어른과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점이 힘들었다.

 

주소현 : 아이를 낳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었는데, 모유수유가 힘들었다. 모유수유를 하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남편은 두 아이를 돌보는데 많이 힘들어 하지 않았는데 반면 나는 너무 힘들었다. 대부분 엄마가 독박 육아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대단한 것이다.

 

오연희 : 맞다. 그래서 나는 미혼모 단체 기부를 위해 알아보기도 했다.

 

김남희 : 결혼하기 전에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키워보니 절대 그럴 수 없더라. 

 

오연희 : 아이를 낳았는데 예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머리감을 시간도 없고, 혼자 있을 때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가야하고.... 친정엄마가 산후조리 한 달 정도 해주시고 밖에 나가셨는데 집에 혼자 있으니 매일 남편과 엄마를 기다렸다. 그리고 왜 나만 경력 단절이 되어야 하는지 원망스러웠다. 당시 스트레스 정도가 심했다. 

 

주소현 : 아이를 낳으면 이런 엄마가 되어야지 생각도 하고, 아이에게 샹송도 불어주고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 보니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오연희 :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우울한지도 몰랐다.

 

주소현 : 80년대에 나온 워킹걸이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 나온 노래 가사 중에 “nine to five(9-5시)~~~”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5시에는 퇴근을 해야 6시에 아이와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6시에 끝나고 야근도 하고, 집에 오면 밤이다.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오연희 : 북유럽 국가는 4시에 와서 가족끼리 밥 먹더라.

 

김남희 : 4시나 5시에 일이 끝나지 않으면 부부만의 힘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힘들다.

 

오연희 : 회사에서 우스갯소리로 일이나 가정 둘 중에 하나만 하는 것도 힘든데 일가정양립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고 하더라.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설 증가에 대해서는?

김남희 : 첫째 아이는 민간어린이집에 보냈고, 둘째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보냈는데, 확실히 국공립어린이집의 만족도가 높았다. 그리고 유치원은 오전, 오후 선생님이 따로 있어서 보육의 질이나 환경이 더 나은 것 같다. 반면 5시에 끝나다 보니 일을 하는 부모에게는 어려운 점이 있다.

 

주소현 : 민간어린이집 및 서울형 어린이집보다 국공립어린이집의 만족도가 높다. 선생님이 돌보는 아이 수가 지켜지고, 보조선생님 등이 지원이 되다보니 환경이 훨씬 좋은 편인 것 같다. 내 자식을 키우는데 나도 화날 때가 있는데 선생님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이 든다. 하물며 선생님은 한 명이 아닌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을 돌보는데, 힘들 것이라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어린이집 선생님이 다른 아이에게 윽박지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속상하면서 안타까웠다. 내가 이러면서 일을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오연희 : 여건만 되면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고 싶다. 현재보다 더 많은 시설확충이 필요하다.

 

누리과정 사태, 맞춤형 보육, 초과보육에 대하여

김남희 : 둘째 아이가 누리과정에 속한다. 매번 예산 편성시기만 되면 누리과정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주소현 :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공약이었다.

 

오연희 : 어느날 TV에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 저출산이 문제라고 해서 아이를 낳았고 무상보육 한다고 하더니 어떻게 되는거냐고...국가가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주소현 : 다른 말은 필요 없다. 정부가 책임지면 된다.

 

김남희 : 그리고 올해 7월부터는 맞춤형 보육을 한다고 한다. 부모의 취업여부에 따라 보육료를 차등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오연희 : 취업맘과 전업맘을 나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주소현 : 편가르기 식이다. 아이는 부모가 돌보는 것이 가장 좋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이 아이를 돌보고 나서도 취업보장을 해주던지.. 프랑스에 사는 친구는 3년 동안 육아휴직을 쓰더라. 3명의 아이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에게 임신은 축복이기도 하지만 출산과 동시에 거의 대부분 경력단절을 경험하게 되고, 많은 보육비를 지출하게 되는 등 양육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외국은 보육료 뿐 아니라 학용품비용 등이 지원되기도 하더라. 즉 양육수당이 지원되는 것이다.

 

김남희 : 맞다. 우리나라는 보육료를 주니마니 하는 수준 낮은 논의를 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정부는 교사 대 아동비율을 늘리는 정책이 지자체에 내리고 17개 지자체 보육정책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하였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의 심의 등 일부 유보조건을 둔 곳도 있지만 모두 허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주소현 :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 부모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어린이집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나?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보육 정책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부모들은 이미 이슈가 되고 나서 알게 된다.

 

오연희 : 교사대 아동비율 확대에 대해 부모들은 거의 모를 것이다. 여전히 열악한 보육교사의 처우와 노동환경은 어떻게 하나? 보육교사가 키즈노트를 보내는데 하루에 2-3장의 아이사진을 보내는데 바쁜 시간에 사진까지 찍으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소현 :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임금이라도 확 올리던지...그리고 유치원은 한 달 정도의 방학이 있는데, 어린이집은 고작 일주일정도 쉰다. 안타까운 일이다.

 

김남희 : 교사대아동비율 확대(초과보육)는 아이를 돌보는 환경이 좋지 않은데, 보육교사에게 더 많은 짐을 지우는 게 하는 것이다.

 

주소현 : 보육을 비즈니스처럼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초과보육은 절대 안될 말이다.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이다. 열악한 보육환경, 이쯤 되면 낳지 말라는 것이다.

주소현 :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으면 여자가 손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아이를 양육하면서 내가 왜 공부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실생활에 도움 되는 아이키우는 법, 살림하는 법을 배워야 했어야 하지 않나...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항상 섬바디(somebody)의 느낌을 받고 싶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경력단절이 되니 노바디(nobody)가 되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김남희 : 일가정양립이 안되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힘든 일이다.

 

주소현 : 정말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이 있어도 막상 일터에 나가면 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재취업을 위해 계약서를 쓰는데, 일년에 휴가가 3일 밖에 없다고 하더라. 말이 되나? 일하는 사람의 인권이 필요하다.

 

김남희 : 맞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인권,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주소현 : 현재 제도는 보여주기식이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것은 사회안전망, 인권 등의 의식과 현실성 있는 제도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의 인권, 정말 중요하다. 인간답게 노동할 때, 출산과 양육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오연희 : 현재 둘째를 낳을 생각이 없다. 그러나 육아휴직이 3년이 되고, 우리 엄마한테 아이를 맡기지 않을 수 있도록 지원이 되고, 대기하지 않고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다면 낳을 것이다.

 

김남희 : 인간다운 노동이 있을 때만 저출산 해결이 될 것 같다. 다들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