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1] 아동학대, 의무보호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의무보호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조흥식ㅣ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빈번한 아동학대 사건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아동학대 사건 보도, 더 끔찍하게는 아동 시신유기 사건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2016년에 들어 3개월간 경기도 광주, 대구, 부천, 평택, 청주 등에서 아동학대로 사망한 채 발견된 아동이 10명에 이른다. 왜 하필 올해 들어와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 보도가 빈번히 등장하고 있는가? 지난해 12월 12일 인천의 빌라에 감금된 11살 소녀가 아버지의 학대와 굶주림을 피해 맨발로 탈출하면서 각 시도 교육청과 지원청을 중심으로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에 따른 경찰의 집중적인 수사 결과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아동학대는 전형적인 가정폭력의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시기, 어떤 장소에서 발생하든 폭력이 갖는 속성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공통으로 갖고 있다. 첫째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순환성의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 단순히 가해자로만, 피해자로만 인식해서 나타난 결과로서의 현상만을 봐서는 문제의 핵심을 놓치기 쉽다. 둘째, 폭력의 형태가 너무나 많고 서로 다른 다양성의 속성을 갖고 있다. 흔히 폭력은 하층계층에게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이는 신체적 폭력만 두고 하는 말이다. 폭력에는 정서적, 사회적, 언어적, 성적, 인터넷 폭력 등 다양하게 존재하며, 심지어 아동을 잘 양육하지 않고 버려두는 방임이나 유기 등도 폭력의 대표적인 한 유형이다. 그러니 아이를 때리는 것만 폭력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셋째, 폭력은 형태는 다르지만 계층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존재할 수 있는 편재성의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제 폭력은 전 세계적으로 가정 안에서든 밖에서든 구분 없이 공공영역의 일환으로 취급되고 있다. 특히 아동과 관련된 폭력의 경우에는 이제 가정이 사적 영역이 될 수 없음은 1989년 11월 20일 유엔 총회에서 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 이후 세계적인 추세이다. 사랑의 매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매를 들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사랑으로 훈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아동복지법 제2조에서도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및 유기로 아동학대의 범위를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도 아동학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아동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한 훈육의 목적이라도 체벌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객관적 타당성을 잃었을 경우 정당행위로 볼 수 없으며 아동학대”라고 판시하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과 치료의 실상

현재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예방과 치료 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정리해 보면 첫째, 아동학대 예방 및 조기발견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최근 아동학대 의심신고 및 판정 건수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2015년 아동 1000명당 아동학대 발견율이 우리나라는 1.3명인 데 비해 미국과 호주에서는 각각 9.1명(2013년)과 7.8명(2012~2013년)이다. 물론 여기에는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부족과 무관심도 한 몫 하지만 아동학대 신고율 자체가 낮다는 점이다. 교사, 아동복지 담당자 및 의료인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갖는 학대자와의 관계, 진단서 발급 및 진료비 부담문제 등 신고에 따른 부담으로 인해 신고의무자들의 신고가 미흡하고, 신고에 대한 홍보 및 예방교육도 미흡하다.
둘째, 아동학대 예방과 치료 시설의 부족과 전문 인력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아동학대 예방과 치료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2016년 4월 현재 중앙센터 1개와 지역센터 55개 있으며, 올해 2개가 더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여기 근무하는 전문 상담인력은 모두 513명으로 아동 900만 명을 맡고 있는데, 이는 상담원 한 명이 아동 1만 8천명을 담당하고 있는 꼴이다. 아동인구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상담원 숫자가 2013년 기준으로 4,932명이니 우리나라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다. 따라서 아동학대 현장조사 및 사후관리 등을 수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며,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셋째, 학대예방을 위한 가족지원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이다. 학대자의 82% 정도가 부모이고, 그중 친부모가 90% 가까이 되므로 학대가정에서 아동을 모두 분리하여 보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학대발생 원인이 주로 자녀양육에 대한 정보부족에 따른 부적절한 양육태도에 기인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부모교육 실시 등 적절한 가족지원 프로그램의 개발과 시행이 필요하다. 특히, 가족해체를 경험한 편부모 가정의 경우에는 적절한 지원이 없을 경우 아동유기나 방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넷째, 학대아동 보호와 가해자 치료 프로그램과 의뢰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학대받은 아동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나 현재는 일반 요보호아동과 같이 시설보호나 집단가정(group home) 또는 가정위탁보호의 방식으로 보호하고 있어 폭력문제에 대한 특별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과, 아동학대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아동의 원가정 보호 시 재학대의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또한 아동학대 사례에 대한 다양한 의뢰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주로 모든 사례를 관리하는 비효율적인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점이다. 학대자의 82% 정도가 부모라는 점을 감안하여 아직도 가족을 중시함으로써 대다수 가해자인 부모 처벌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와 관련해 확실한 처벌과 그 근절을 위해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2014년 9월 29일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형량강화와 가중처벌이 외국에 비해서 상당히 약한 편이다. 특례법 제8조에 따르면 아동을 학대하여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5년 이상의 징역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외국의 경우는 무기징역이 상당수 인데 비해 우리의 경우 무기징역까지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상 우리나라 아동학대 예방과 치료 대책이 갖는 문제의 핵심은 시설부족, 전문 인력 부족, 프로그램 미비, 홍보미흡, 의뢰체계의 미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빈약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리고 프로그램 미비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빈약 등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문제들이 공통적으로는 서비스 전달체계의 문제라 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가 예산과 관련됨을 알 수 있다.

 

아동학대, 의무보호서비스 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가 2년 전인 2014년에 아동학대예방종합대책을 잘 발표하고도 손 놓고 있다가 최근 아동학대 사망사건 보도가 쏟아진 이후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부랴부랴 대응 방안을 내 놓고 있지만 너무 졸속적이다. 실효성 있는 지속적인 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의무교육 대상자가 아닌 고등학생은 학대예방대상에서 아예 빠져있다. 그리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협력체계 구축이 부실하며,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쉼터와 치료 지원도 상당히 부족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학대아동과 가해자인 가족에 대한 의무보호서비스(protective services) 전달체계의 제도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아동학대 예방과 치료 사업은 근본적으로 의무보호서비스(protective service)의 하나이다. 아동학대 관련 의무보호 서비스는 아동이 겪는 해로운 경험이나 현재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지켜주고 감독하며 안전이나 복지에 관련된 위험을 감소시켜 주고 가능한 한 적절한 부모의 기능을 회복시켜주며, 필요하다면 아동을 가정에서부터 격리시켜서 더 적절한 양육을 받을 수 있도록 위탁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의무보호서비스는 다른 아동복지 서비스체계와 달리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의무보호서비스는 한 가족에게 서비스가 주어지는 것이지만 가족 외의 제삼자가 서비스를 요청함으로써 서비스가 시작된다. 그러므로 다른 아동복지 서비스체계에서는 대체로 클라이언트의 참여가 자발적인 반면, 의무보호서비스에서는 클라이언트가 비자발적일 수 있다. 즉, 아동의무보호서비스는 부모의 역할수행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다루기 때문에 그 부모가 서비스의 필요성을 인식하거나 인식하지 않거나 제공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거나 받지 않으려고 하거나를 막론하고 서비스가 주어지게 된다.
둘째, 일단 서비스가 개입되면 의무보호서비스 기관은 아동이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질 때까지 서비스를 철회할 수 없다. 가족이 의무보호서비스 기관의 도움을 원하는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것처럼 의무보호서비스 기관도 그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기 때문에 임의로 서비스 제공의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
셋째, 의무보호서비스 기관은 위임된 권한의 기반 위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넷째, 의무보호서비스는 시간적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학대에 대한 신고가 접수된 후 단기간에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학대가 사실인지의 여부 결정도 제한된 시간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아동학대 관련 의무보호서비스는 피해자나 가해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다양한 기관 간에 상당히 밀접하게 연계된 서비스 제공을 요구한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제한된 자원, 법적 한계성, 그리고 다양한 욕구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이라는 문제는 의무보호서비스 전달체계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에 걸림돌이 된다. 이러한 문제의 개선을 위해, 그리고 파편화된 서비스의 조정과 통제를 위해, 서비스 전달체계는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통합을 이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통합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특히 아동학대 문제는 복합적이고 여러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 간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풀뿌리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해야 소정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지역사회와 문화가 서구와는 다르기 때문에 서구의 지역사회 개입모델을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혈연, 지연, 학연 등에 기초하지 않는 지역사회 공동체의식이 약하고, 아직도 가부장적 문화가 강하며, 아동학대에 대한 허용정도가 훈육이라는 관점과 맞물려 서구에서보다도 훨씬 크며, 아동학대 전문가집단도 상당히 부족하다. 따라서 서비스 전달체계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통합을 이루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지역사회 기반모델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때 현실적으로 가장 유리한 대안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사례관리 모델이다. 그리고 아동학대예방과 치료 사업을 위한 사례관리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첫째, 사례관리에 대해 훈련받은 인력, 둘째, 연계기관들의 확보, 셋째, 사례관리를 수용하는 피해아동과 가족, 넷째, 사례관리를 위한 제도적 보장 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아동학대 예방과 치료 사업이 잘 실행되기 위해서는 첫째, 정치적인 지지, 즉 공공 행정 당국의 행정적인 지지가 필요하고, 둘째, 관련된 법규의 마련이 필요하며, 셋째, 그러한 노력이 더욱 실현 가능하게 하기 위한 특별 재정지원 방법이 마련되어야 하며, 넷째, 각 기관, 정부 조직, 전문가들 사이에서의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각 기관 및 정부 조직 내에서의 상하 간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다섯째, 통합 노력을 위한 훈련과 경험들이 필요하고, 여섯째,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태도 및 관련된 개인들 간 그리고 기관들 간의 긍정적인 관계형성 등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여 지역사회 문제해결 노력의 통합을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관련된 각 개인 및 기관의 내적 요소들의 준비가 있어야 할뿐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외적 요소들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제 아동학대에 대한 예방과 치료사업의 문제는 한 가정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정-학교-지역사회-정부가 함께 나서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임을 깨달아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여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시급히 이러한 여러 방안을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상설 컨트롤 타워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설립해 일을 과단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 길만이 무참히 학대당하고 살해당한 아동들이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해주고, 가정에서 사랑받으면서 자라날 수 있게 해달라는 간절한 ‘시그널’에 대한 부끄러운 우리 사회 어른들의 뒤늦은 응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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