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6월 2일 (목) 오전 11시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의 사망의 진상을 밝히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힘을 모으기 위해 '(가칭)서울시 지하철 하청노동자 사망재해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문>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저희가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 필요 없습니다. 제발 우리 아들이 살아서 제 곁으로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도 우리 아들이 온 몸이 부서져서 차가운 안치실에 누워있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지킬 수 없는 규정을 만들어놓고 아이가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고로, 아이의 과실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너무 억울합니다.”
어머니만의 절규가 아닙니다. 청년들의 울부짖음이고 시민들의 울분입니다. 어쩌면 열아홉 청년의 억울한 죽음은 우리 모두가 공범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수역에서 이 억울한 죽음을 멈추게 했다면, 강남역에서 죽음을 막았다면 구의역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열아홉 청년의 죽음은 어쩌면 우리의 침묵과 외면과 무관심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루에 서울시민 800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입니다. 한두 달 일하는 업무가 아니라 365일 해야하는 상시적인 업무입니다.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업무입니다. 안전문을 수리하고, 전동차를 고치고, 역무실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살피는 업무는 절대 외주화하거나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비용 절감이라는 이름으로, 이익을 남긴다는 이유로 결국 꽃다운 청춘을 죽음에 몰아넣었습니다. 성수역에서 죽음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강남역에서 하청의 굴레를 벗어냈다면 구의역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발 우리 아이를 떳떳이 보내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어머니가 절규하고 있습니다. 열아홉 청년의 억울한 영혼을 달래고, 구의역 참사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은 책임자를 처벌하고, 상시적인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누구 한 사람 날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죽음으로 향하는 일터의 하청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만이 네 번째 죽음을 막는 길입니다.
이제는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시민들이 나서서 싸우겠습니다. 어머니의 눈물을 닦고, 열아홉 청년의 원한을 풀기 위한 싸움에 나서겠습니다.
2016년 6월 2일
(가칭) 서울시 지하철 하청노동자 사망재해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참고자료 1>
서울시 지하철 하청 노동자 사망에 대하여
서울시의 책임을 묻는다
서울시 전역에 젊은 청년노동자들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꽃도 피워보지 못한 주검이 분통해 떠나지 못하는 것이며, 너무나 기가 막히고 미안해 시민들이 떠나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3년 1월 성수역에서, 2015년 8월 강남역에서, 그리고 바로 지난 토요일 구의역에서 ‘하청 노동자’라는 젊은이들이 가장 참혹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하루 8백만 명이 탑승하는 서울시 지하철의 승객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며 가장 최전선에서 일하는 스크린도어 고장 수리 노동자들 중 절반은 서울시 지하철 공기업 소속 노동자가 아니다. 하청노동자라는 이름을 달고 1호선~4호선의 스크린도어 고장을 도맡아 처리해왔다.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뿐만 아니라 모든 안전 관련 규제가 무엇 하나 작동하지 않았다.
● 공공기관의 상시 업무, 생명안전 업무에 하청, 비정규직 사용이 핵심 원인이다.
<2014 지방정부와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가 3,223명이 일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 중 서울메트로의 간접고용 업무는 전동차 경정비, 모타카 및 철도장비 취급, PSD(Platform Screen Door) 유지보수 등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들이 상당부분 외주화되어 있다.
전국의 다른 지하철공사는 더욱 심각하다. 전국 7개 지하철공사의 인력 현황을 보면 정규직이 71.5%인 23,516명이고, 간접고용이 25.2%인 8,293명입니다. 4명 중 1명은 간접고용인 노동자다.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정규직 노동자 547명으로 60.4%에 지나지 않았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가 349명으로 38.6%에 달했다. 전국 7개 지하철공사는 청소, 시설물 유지관리를 넘어 방호, 역무운영, 전동차정비, 구내운전 등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업무까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떠맡기고 있었다.
공공기관의 상시적인 업무를 외주화하고,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담당하는 일을 하청에 떠넘긴 것이 성수역과 강남역에 이어 구의역 참사를 몰고 온 것이다. 일터의 하청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제4의 죽음을 계속될 수밖에 없다.
● 불법과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 현장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궤도나 그 밖의 관련 설비의 보수·점검작업을 할 때는 규칙 제38조에 따라 작업장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의 작성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래야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청노동자의 고용주는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고 심지어 설비를 가지고 있는 진짜 주인인 원청 서울메트로로부터도 이러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
또한 제408조에 따라 열차가 운행하는 궤도상에서 궤도와 그 밖의 관련 설비의 보수·점검작업 등을 하는 중 위험이 발생할 때에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열차통행의 시간간격을 충분히 하고,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것을 확인한 후에 작업에 종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림의 떡일 뿐 역시 이를 진행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서울메트로는 공사 감독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성수역 사고 이후 2인1조 작업(1인은 작업, 1인은 열차감시)을 자구책으로 도입했지만 그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원청에서는 하청에게 유지보수를 계약하면서 요구한 내용을 보면 ‘점검 및 보수 등은 발주기관의 통상근무 시간 내에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열차 운행, 승객안전 등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점검 및 보수사항은 영업종료 후 시행하여야 한다.’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모든 스크린 도어 정비 업무는 영업시간 중에 시행되었다.
그리고 ‘수리업체는 점검 및 보수를 위해 선로 출입시 역사 내 역무실 출입대장에 등재 후 출입하여야 하며, 영업 종료 후에도 발주기관의 규정에 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런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으며 이를 감독하지도 않았다.
● 산재 사망은 하청노동자의 숙명이 아니라 원청의 ‘갑질’ 때문이다
서울메트로의 ‘2015년 PSD유지보수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수리업체는 고장 및 모든 장애 발생시 신고 접수 후 1시간 이내에 출동을 완료하여 즉시 처리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최대 24시간 이내에 처리가 완료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못하였을 경우 지체일수에 대하여 지체상금을 물도록 되어 있다. 이에 더하여 정비소홀로 인한 승강장 안전문 고장으로 10분 이상 열차운행이 지연 되었을 경우, 월 동일개소 동일 장애가 3회 이상 발생되었을 경우, 월 동일역사에 도어 전체 연동장애가 2회 이상 발생되었을 경우에도 벌칙이 적용되는 계약 내용을 가지고 있다.
계약 내용이 다소 과도하더라도 하청이 이를 잘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겠으나 실제로 지급되는 비용의 규모와 전문성 확보 지원책과 같은 것은 현실과 매우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2인 1조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1시간 이내에 출동하여 즉시 처리해야 한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은 또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 서울시의 관리 책임이 가장 크다
몰지각한 일부 언론에서는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가 사고를 불러왔다는, ‘망자를 두 번 죽이는’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노동자가 자살을 할 목적이 아니었다면 업무상 재해는 관리자의 책임, 기업 안전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하청 사업주의 책임인가?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하청 사업주는 설비 하나 가지지 못한 고작 인력도급회사의 사업주일 뿐이다. 실제로 설비를 가지고 있는 원청의 책임이 사실상 더 크다. 자신의 설비를 통해 공공교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하루 1천만 명에 가까운 승객 안전을 책임져야 할 주체는 바로 원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감독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원청인 서울메트로의 실질적 관리주체는 서울시이다. 모든 중대한 의사결정과 재정에 대한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운영회사인 서울메트로의 감독기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이 비극적 상황을 재생산하고 있는 원초적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고 볼 것이다.
● 서울시와 시민의 무관심이 제3의 비극을 불렀다
2013년, 2015년 사고를 통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를 제대로 상기했다면 이번의 똑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강남역 사고로 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동자 부주의’, ‘노동자 과실’이 문제의 전부였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니 개선할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되었고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서울시, 원청, 하청은 제3의 비극을 불러온 주체들이고 시민들의 무관심 역시 여기에 한 몫을 했다.
금번의 사고는 반드시 철저하게 조사되어야 한다. 그리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그쳐서는 결코 안 된다. 신속하고 직접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는 새로운 비극이 우리를 고통 속에 빠뜨리게 놔두어선 안 된다.
● 우리는 제4, 제5의 희생자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우리는 서울시가 이 문제를 해결할 핵심적인 역량과 지도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뼈를 깎는 성찰을 해야 한다. 당장 내일 사고가 또 발생할 수도 있다. 즉각적일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책임자를 처벌하고 상시적인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성수역, 강남역에서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면 구의역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공공기관의 상시적인 업무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하나, 전면적인 작업중지를 발동해야 한다.
현재 2인1조로 이루어지지 않는 스크린도어 작업은 열차 운행 중에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1인 작업밖에 할 수 없다면 열차 차단시간에만 작업해야 한다. 열차 운행 중에 긴급하게 1인 작업을 해야 한다면 기술분야나 역무분야에서의 업무지원이 이루어지거나 선로 안쪽으로 들어가는 작업은 없어야 한다. 이외의 모든 형태는 즉각적인 작업중지 대상이다.
하나, 121개 역사 하청의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하청이 없는 5호선~8호선의 사고는 아직 가시적이지 않은데 그 이유는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가 직접 정비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유력하다. 물론 이 노동자들도 인원부족으로 2인1조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업무에 대한 압박감은 하청노동자들이 겪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모든 역사의 스크린도어가 외주화 되어 있는 서울메트로의 하청 노동자 안전실태에 대한 대대적이고 꼼꼼한 실태조사를 진행하여 문제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통한 개선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하나, 서울시민과 하청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노·사·민·정 논의기구를 마련하라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고 시민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 책임질 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질적인 책임자 모두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진실을 덮는데 급급해 하고 있다. 시민들은 슬픔과 불안을 동시에 겪고 있다. 노동자들은 분노와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최종 주체로서 서울시는 모두가 겪고 있는 문제를 끌어안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이해당사자 모두가 모일 수 있는 논의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가장 민주적인 협치 서울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2016년 6월 2일
(가칭) 서울시 지하철 하청노동자 사망재해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참고자료 2>
지하철 하청노동자 사망재해, 시민대책위원회 요구사항
지난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발생한 안전문(스크린도어) 외주하청 노동자의 사망재해는 2013년 1월 성수역 사고, 작년 8월 강남역 사고에 이어 세 번째 사고이다. 또한 서울메트로 지하철 안전문(스크린도어) 사고로 2014년 9월 총신대역 승객 사망사고, 금년 2월 서울역 승객사망 사고 등이 발생했다. 계속된 안전문(스크린도어) 사고로 외주하청 노동자와 승객의 사망에 대해 시민대책위원회는 아래와 같이 요구서를 전달하오니 올바른 사고(진상)조사와 근본적인 안전대책의 수립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 요구사항
1. 올바른 사고(진상규명)조사 실시
노사민정 진상조사단 구성 객관적인 조사 실시
2. 책임자 문책 및 처벌
3. 지하철 안전문(스크린도어) 안전대책 수립
o 인력운영 : 지하철 안전업무 정규직 직접고용 촉구
- 서울메트로 :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관리업무 정규직 직접고용 및 인력증원
- 도시철도공사 : 인력증원 없이 신호분야 업무담당으로 인력부족 절실 인원증원
o 국토부 스크린도어 점검. 유지보수에 대한 기준재정립(철도안전법)
o 전면적인 안전문 시설개선 : 서울시 지하철 전역사 스크린 도어
- 부실(최저가 낙찰제, 공기단축 등)공사로 스크린도어 불안전 시설 많아 전면적인 시설 개량공사 및 센서 등 내구연한 경과 주요부품 교체 / 노사민정 진상조사단 서울시 지하철 1~9호선 실태조사 필요
o 안전문화 및 조직문화 개선
- 작업 매뉴월 및 안전 매뉴월, 안전수칙 등 현장의 조건과 상황을 반영하여 개선필요
- 전동차 운행 중 선로작업 금지(전동차 운행 종료 후 스크린도어 정비)
- 책임추궁의 안전문화에서 재발을 방지하는 원인규명의 안전문화로 전환
- 승무원 자살(메트로 2건, 도시철도 9건)사고에서 노출된 잘못된 조직문화 개선
4. 노사 공동안전 위원회 및 노사민정 안전위원회 구성운영
o 사업장 : 메트로, 도시철도공사
- 노사공동 안전위원회 구성운영 : 시민안전 및 노동자 안전확보
- 지하철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정규직, 자회사, 비정규직 등)참여보장
o 서울시 : 노사민정 안전거버넌스 구축 운영
- 교통서비스 이용자인 시민(시민사회)과 전문가 및 교통서비스 생산자인 노조가 운영기관(메트로, 도시철도공사), 서울시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노사민정 안전위원회를 구성하여 안전점검 및 안전활동으로 시민안전 등 확보
o 서울시 지하철 재정확보 공동활동 전개
- 도시철도 무임비용 중앙정부 지원을 위한 입법을 위한 공동활동
5. 지하철 안전확보를 위한 공동활동 제안
o 지하철 안전업무 직접고용에 대해 중앙정부인 행정자치부가 정규직 인력과 인건비 예산에 대해 실질적으로 불가입장으로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활동을 다양하게 협력하여 공동으로 대응
o 지하철 무임비용 중앙정부 지원 입법화 활동지원
- 지하철의 안전을 위한 인력과 시설(전동차 교체, 노후 시설개보수)에 대한 재정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나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으로 시행되는 무임(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비용의 대폭증가로 인력과 시설의 안전에 대한 재정확보를 위해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무임비용 중앙정부 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