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받은 제림에 대한 탄원 편지와 자료들을 보여주고 있다. ⓒAmnesty International

경찰이 받은 제림에 대한 탄원 편지와 자료들을 보여주고 있다. ⓒAmnesty International

필리핀 법원이 버스 기사 제림 코리를 고문한 혐의로 경찰관에게 유죄를 선고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리면서, 고문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관행을 뒤집을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고 국제앰네스티가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국제앰네스티가 3년간 진행한 고문중단 캠페인 결과로, 2009년 고문방지법이 발효된 이후 처음으로 나온 유죄 판결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제림 코리가 체포된 지 1년 반이 지난 2013년 12월, 국제 고문중단(Stop Torture) 캠페인의 주요 사례로 제림의 이야기를 선정했다.

참파 파텔(Champa Patel) 국제앰네스티 동남아시아 지역 국장은 “제림은 경찰에게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도 날조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며 4년이 넘는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했다. 고문에 관여한 경찰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두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하나는 고문이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고문 가해자들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것이다.”

참파 파텔 지역 국장은 이어 “피고인 경찰관은 항소할 수 있지만, 이러한 재판이 진행된 것 자체만으로 이미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한 것이다. 이제 필리핀 정부는 경찰과 정부 관계자들이 저지른 고문과 부당대우 사례를 모두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이 나온 것은 3월 29일로, 국제앰네스티는 4월 1일 해당 판결문을 입수해 확인할 수 있었다.

수도 마닐라 북부에 위치한 팜팡가 주의 한 법원은 3월 29일 경찰관 제릭 디 지메네스(Jerick Dee Jimenez)에게 고문 혐의로 최대 징역 2년 1월형을 선고했다. 또한, 피해자인 제림 코리에게 10만 페소(미화 2,173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도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경찰관은 불구속 입건됐다.

제림 코리는 지난 2012년 1월 팜팡가 주의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무장한 사복 경찰 10명에게 체포돼 수용소로 끌려갔고, 이곳에서 전기충격과 구타 및 살해 협박을 당했다. 경찰은 제림이 마약 관련 범죄와 외국인에 대한 강도살해, 경찰관 살해 등에 연루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제림은 모든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경찰은 제림 코리를 고문하며 계속해서 “보옛”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제림의 신분증으로 이름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지역 관계자 역시 경찰에게 다른 사람을 잘못 체포했다고 알렸음에도 고문은 계속됐다. 제림은 내용조차 확인할 수 없는 “자백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당했고, 그 뒤로 지금까지 마약 관련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이날 판결은 처음으로 필리핀 고문방지법에 따라 법원에서 고문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사례였다. 국제앰네스티는 고문 사건 수사가 매우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에 대해 지속해서 우려를 제기해왔다. 대부분 사건이 예비수사 단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아주 드물게 재판이 이루어지더라도 극도로 느리게 진행된다.

국제앰네스티는 필리핀 정부에 상습적으로 이루어지는 고문과 부당대우 문제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고문 피해자들이 가해 경찰을 더 쉽게 고발할 수 있도록 현행 민원 제도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참파 파텔 국장은 “경찰의 고문 피해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하고, 피해자 본인은 물론 그 가족과 변호인, 시민사회단체 역시 어떤 고문과 부당대우 사건이든 고발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필리핀 정부는 경찰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독립적 처벌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경찰에 의한 고문 사건을 모두 효과적으로 조사하고 기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경정보

2015년 3월 27일, 국제앰네스티 필리핀지부는 매년 진행하는 편지쓰기 캠페인 ‘Write for Rights’를 통해 전 세계에서 모은 7만 건 이상의 탄원서명을 필리핀 경찰에 전달했다.

이후 제림 코리와 가족들은 국제앰네스티의 탄원 내용에 따라, 경찰 내부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첫 심리가 진행될 당시 경찰은 “한 인권단체”에서 전달한 편지를 바탕으로 수사를 시작했다고 확인했다.

필리핀은 2014년 국제앰네스티의 고문중단 캠페인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진 국가였다. 국제앰네스티 조사 결과 경찰관들이 주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자백을 받아내려는 목적으로 전기 충격, 모의 처형, 물고문을 가하고 비닐봉지로 질식시키거나 구타, 때로는 강간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고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2009년 필리핀이 고문반대 관련 주요 국제조약 2개를 비준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었다.

2014년 발표한 보고서 법 위에 있는 자: 필리핀 경찰의 고문 실태(영문)>는 경찰이 고문 및 잔혹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또는 형벌을 가해도 처벌받지 않는 관행을 폭로하고, 2009년 고문이 금지된 이후에도 피해를 당한 고문 생존자 55명의 증언을 수록했다. 고문을 당할 당시 어린이였던 피해자도 21명에 이르렀다.

조사 결과 많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두려워했고, 실제로 신고한 사람들은 목숨을 위협하는 협박을 당했다. 고문 사실을 신고하는 규칙과 절차가 불분명하고 일관적이지 못해, 절차상의 문제로 신고가 접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영어전문 보기

Philippines: Historic ruling on police torture following Amnesty International campaign

A historic ruling by a Philippines court this week in which a police officer was convicted of torturing bus driver Jerryme Corre plants a seed of hope that the tide may be turning against impunity for perpetrators of torture, Amnesty International said today.

It is first under the country’s 2009 Anti-Torture Act, and follows a three-year campaign by Amnesty International. The organization took up Jerryme Corre’s case in December 2013 – one year after his arrest – in its global Stop Torture campaign.

“Jerryme has spent more than four years in prison while under trial on trumped-up charges against him, after suffering horrific torture at the hands of the police. The conviction of the officer involved sends a clear message that the torture must stop and that the perpetrators will be brought to book,” said Champa Patel, Director at Amnesty International’s South East Asia Regional Office.

“Even if the police officer still has the right to appeal, this trial has in itself been a step in the right direction. Philippine authorities must now ensure prompt and impartial investigations into all reports of torture and other acts of ill-treatment committed by the police and other state agents.”

The ruling came down on 29 March, but Amnesty International only today obtained court documents confirming the sentence.

Police officer Jerick Dee Jimenez was sentenced on 29 March to a maximum of two years and one month imprisonment by a court in Pampanga, north of the capital Manila, having been convicted of torture. He must also pay Jerryme Corre damages amounting to 100,000 pesos (USD $2,173). Another police officer faces the same charges but remains at large.

Jerryme Corre was visiting a relative in Pampanga province in January 2012 when 10 armed plain-clothed officers arrested him and took him to a police camp where he was electrocuted, punched and threatened with death. The police accused him of being involved in drug-related crimes, of robbing and killing a foreigner and of killing a police officer, all of which he strongly denied.

While the police were torturing Jerryme Corre they repeatedly called him by the name “Boyet”, even though his ID proved that was not his name and an official from his community told the police they had arrested the wrong man. He was forced to sign a “confession”, which he was not allowed to read, and has been in prison on drugs charges ever since.

Tuesday’s verdict is the first time anyone has been convicted for torture in a Philippines court under the Anti-Torture Act. Amnesty International has consistently raised concerns about the ineffectiveness of criminal investigations into cases of torture. Many cases do not make it past the preliminary investigation stage and the few cases that do reach the courts progress extremely slowly.

Amnesty International is calling on the Philippine government to publicly acknowledge and condemn the persistence of torture and other ill-treatment in the country, and to review existing complaints mechanisms against police to make it easier for torture victims to access justice.

“It is vital that victims of police abuse know their rights, and that victims, as well as their families, lawyers and civil society organizations are able to access justice in all cases of torture and other ill-treatment. The Philippine government must now strengthen independent accountability mechanisms for police violations, and ensure that all cases of police torture are effectively investigated and prosecuted,” said Champa Patel.

Background

On 27 March 2015, Amnesty International Philippines handed over a petition with 70,000 signatures collected during the annual Write for Rights campaign to the Philippine National Police.

Following this, Jerryme Corre and his family were informed that an investigation would be opened by the police’s Internal Affairs Service (IAS), in line with Amnesty International’s calls. During the first hearing it was confirmed that the IAS initiated the investigation based on letters received “by a human rights organization”.

In 2014 the Philippines was a focus country in Amnesty International’s Stop Torture campaign, and research by the organization revealed that methods such as electrocution, mock executions, waterboarding, asphyxiating with plastic bags, beatings and occasionally rape continue to be employed by police officers who torture mainly for extortion and to extract confessions. This is despite the fact that the Philippines ratified the two key international anti-torture treaties in 2009.

A 2014 report, Above the Law: Police Torture in the Philippines, documented a pervasive culture of impunity for 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 within the police force, and included the testimonies of 55 torture survivors, all of whom had been tortured after the 2009 prohibition. Twenty-one of these people were children when they were tortured.

The research found that many victims were too afraid to report their experiences, and death threats were made against some of those who did. The situation is made worse by the fact that rules and procedures for reporting torture are unclear and inconsistent, meaning complaints are often dismissed on a technica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