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원재입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투표하러 가라는 이야기가 차고 넘칩니다.
어떤 때는 매혹적인 광고로, 어떤 때는 껄끄러운 훈계로, 어떤 때는 분노에 찬 웅변으로, 다들 투표하러 가라고 외칩니다.
특히 청년들에게 ‘꼭 투표하라’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은 이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희망제작소에서 ‘좋은 대표 좋은 정치’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이관후 연구자문위원, 이은경 연구위원, 황현숙 연구원은 최근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작정 투표하러 가자고 말하는 대신, 대학 캠퍼스를 찾아가 토론의 장을 펼쳤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 개발한 ‘노란테이블’ 토론툴킷을 사용해 대학생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곳에 다녀온 황현숙 연구원이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봄꽃이 피기 시작한 3월의 어느 날,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경희대학교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 수강생의 대부분인 시민교육 강의에서 ‘누가 좋은 국회의원인가’라는 주제로 노란테이블보를 펼쳤습니다.
처음으로 투표권을 가진 20대 초반의 학생 중에는 투표는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힘주어 말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선택이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아직 어색하거나 어렵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모의투표를 위한 시간에서는, 공보물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쳐가며 가상후보의 경력과 공약을 비교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노란테이블은 예상했던 것보다 진지하게 진행됐습니다.
토론 도중,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중국 유학생들이 투표해본 적이 없고, 중국은 선거가 실시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사실과 다릅니다. 중국은 공산당 중심의 정치체제이지만, 지역 대표자를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등 선거제도가 분명 존재합니다. 다만, 우리와 다른 체제로 인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은 한정적입니다. 유학생들의 발언에 한국 학생들은 당황하면서도, 우리의 선거제도와 투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투표하라는 이야기를 건넨 일이 있으신가요?
그 이야기에 ‘누가 좋은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말을 덧붙여 보신 적 있으신가요?
집으로 배달된 선거 공보물을 가족 혹은 이웃과 함께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으신가요?
좋은 정치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고, 어떤 정책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희망제작소가 개발한 토론툴킷, ‘노란테이블’이 위 질문의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투표하러 가기 전에 가까운 이들과 꼭 한 번 토론해보시길 바랍니다.

투표,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투표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하지만 투표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깨어 있는 투표가 필요합니다.
토론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찾아봐야 합니다.
이런 경험이 있어야 선거 뒤에도 민주주의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내가 투표한 후보가, 당선된 국회의원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볼 수 있는 힘이 그 토론으로부터 나올 겁니다.
중요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국회의원을 찾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그 토론으로부터 나올 겁니다.

민주주의는 한판의 승부가 아닙니다.
끈질긴 대화와 토론의 긴 여정입니다.
투표하러 가라고만 하지 마세요.
누구를 위해 왜 투표해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 나눠 보세요.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이원재 드림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는 길을 고민하며 쓴 ‘이원재의 희망편지’는 2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발송됩니다. 이메일로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메인에 있는 ‘희망제작소 뉴스레터/이원재의 희망편지’에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