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커와 저어새 방문의 차이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지 난달 인천에 두 그룹의 손님이 찾아왔다. 중국 관광객과 멸종위기종 저어새다. 3월 말 중국의 아오란그룹 직원 6000여 명이 인천을 찾았는데 이들은 한류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인 송도석산과 인천대, 차이나타운 등을 돌아보고 투어의 백미로 월미도에서 치맥파티를 가졌다. 이날 월미도 행사장에는 500㎖ 캔맥주 4500개와 치킨 3000마리가 공수됐고 케이팝 공연과 더불어 기마경찰대, 공무원 150여명, 그리고 인천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이 직접 나와 인천방문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지난달 중순에는 인천 남동유수지에 멀리 남녁에서 저어새 30여 마리가 도착했다. 알다시피 저어새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전 세계 3000여 마리 밖에 없는 희귀조류다. 남북 접경지역의 무인도로 가던 저어새가 인천의 도심 한가운데인 인공섬에 날아오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로, 인천은 저어새 어린 새끼를 볼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도시다. 저어새가 온 이후 인천지역 환경단체회원들은 저어새 환영행사를 개최했다. 물론 저어새가 둥지를 잘 짓도록 둥지재료와 주변을 청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3월달에 인천을 찾아온 두 그룹의 손님에 대해 인천시의 반응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 저어새의 방문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은 반면 중국유커의 방문에 대해서는 공항까지 공무원을 파견해서 환영을 하는등 극진한 접대를 한 것과 비교된다. 그 환영의 차이는 방문으로 인한 지역경제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경제논리에 기반한다.
물론 중국유커들 덕분에 인천의 지역경제에 일부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방문한 중국관광객들이 단순히 인천을 배경으로 한 한류드라마 현장과 관련 투어일정이어서 인천에 숨어있는 진정한 가치를 볼 기회를 놓쳐버리지 않았는가 하는 걱정이다. 아니 그런 가치를 소개할 프로그램이 아직 준비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인천의 관광컨셉을 단순히 한류드라마의 배경도시로만 대치돼서는 안 된다. 그런 투어는 일시적인 것이 라는 것을 신도 풀하우스나 무의도 천국의 계단 드라마세트장의 현재 모습이 증명한다. 진정 지속가능한 인천의 관광컨셉은 인천 본연이 갖고 있는 가치에서 나온다. 특히 자연유산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래야 오고 또 오고 싶은 인천이 된다.
인천은 저어새뿐만이 아니라 백령도 물범, 덕적군도의 섬, 이작도와 장봉도앞의 풀등, 그리고 강화도 갯벌등 가히 해양도시 인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수많은 자연유산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유산을 감상하고 투어하는 생태프로그램은 체계적으로 준비돼 있지 못하다. 도리어 저어새가 날아오는 남동유수지에 하수종말처리장을 이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인천시 내부에서 나온다. 한마디로 저어새를 쫒아내고 건설하겠다는 것으로 저급한 경제논리에 기반한다.
물론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인천방문의 가치, 즉 환경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다. 이른바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조건부 가치측정법(CVM)이다. 이것은 공공재나 환경재 등과 같이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상품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가상적인 시장을 설정해 소비자의 환경에 대한 교환 가치를 설문에 의해 도출하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굳이 이런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멸종위기종 저어새의 서식지의 파괴는 기존의 환경가치를 제로로 만들뿐 아니라 그 저어새라는 자연유산을 통해 신규로 얻을 수 있는 무한한 생태관광의 가치마저 잃게 된다.
저어새의 방문이 벌써 8년째다. GCF사무국을 유치한 인천은 저어새가 바로 송도옆에 서식하고 있음에 긍지를 가져야 한다. 전 세계 조류학자들의 방문도 빈번해지고 있고, 학계에서는 관련 논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인천시의 시조는 현재 두루미지만 이제는 저어새로 바꿀 때가 됐다는 여론도 팽배하다. 나아가 남동유수지의 저어새 섬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속가능하고 질 높은 인천의 관광전략은 인천 본연의 가치에 기반하지 않고 시류에 편승하는 결과적으로 근시안적인 관광사업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진실로 인천의 가치를 찾고 홍보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노력이 인천이라는 도시 품격을 높이는 것이라 판단한다. 중국유커들이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저어새를 보는 생태관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천시의 적극적인 자세변화를 기대한다.
*2016년 4월 4일 인천일보에 기고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