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불공정 관행 개선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 

대표적 방송음악 불공정기업 ‘로이엔터테인먼트’ 고소고발을 시작으로

※ 일시 장소 : 2016년 3월 16일 수요일 오후 1시 / 광화문광장
 

지난 3월3일 발표된 2015 문화예술인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예술활동 관련 계약체결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30.7%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12.2%에 달하는 예술인들이 부당한 계약 체결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가 5천여 명의 일부 예술인들을 표본으로 한 조사이며, 예술인들의 경우 예술활동 과정에서 입은 불합리한 피해에 대해 밝히길 꺼려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예술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한 관행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로이엔터테인먼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응답하라 1994, 1997’, ‘삼시세끼’, ‘프로듀사’ 등의 예능, 드라마 방송음악을 제작한 대표적인 방송음악 제작사입니다. 하지만 로이엔터테인먼트의 진짜 얼굴은 불공정한 계약서 체결을 강요하고, 작곡가들의 저작권리를 빼앗고, 엔지니어의 임금을 상습 체불하는 등 문화예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한 관행의 백화점이나 다름없습니다. 로이엔터테인먼트의 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불공정한 관행의 상징과 같습니다.

 

이에 로이엔터테인먼트 피해 작곡가들과 뮤지션유니온, 예술인소셜유니온, 문화연대, 참여연대 등 예술인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이 손잡고 문화예술계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고 예술인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공동행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방송음악계의 대표적인 불공정 기업인 로이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고소고발은 그 공동행동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문화예술계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공동행동’ 성명서 전문

 

‘창작의 권리’는 창작자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 대표적인 방송음악 불공정 기업 ‘로이엔터테인먼트’ 고소고발을 시작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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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에 히트를 친 드라마 ‘응답하라1997, 1994’ ‘프로듀사’ 등의 배경음악을 만든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한 로이대응모임, 예술인소셜유니온 그리고 법률가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2016년 3월 16일 오늘, 로이엔터테인먼트를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과 노동청에 고소고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동안 방송음악 창작자들의 정당한 보상 문제에 대하여 다양한 문화예술단체와 법률단체, 시민단체들이 로이대응모임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작년 1차로 발표한 “유령작곡가들, 헬조선 뚫고 여기 왔다”는 한국 음악시장에서 최초로 라이브러리 음악 작곡가의 존재와 그들이 받고 있는 부당한 권리 침해, 노동 착취를 고발했습니다. 뒤이어 많은 음악가 동료들, 예술가들은 물론이고 이들이 작곡한 음악이 사용된 드라마를 사랑했던 시민들로부터 연대의 격려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여론에도 로이엔터테인먼트는 완강했고 그만큼 음악산업생태계에 뿌리내린 기득권 구조는 견고했습니다. 

 

이어 발표한 “유령들이 ‘진짜’ 방송국 JTBC에 묻습니다”라는 2차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기본적으로 라이브러리 작곡가들의 음악을 사용하는 최종 창작물은 방송을 통해서 시청자 시민에게 전달됩니다. 또 현재의 외주 작업환경을 고려하더라도 방송사의 직간접적인 지배개입은 명백한 현실적인 힘이며, 따라서 이를 통해 불공정한 음원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서 사회적 공기인 방송의 공적 의무를 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존의 카르텔화된 제작관행과 상호봐주기로 일관하는 업계의 유착관계에 가로 막혔습니다. 그 사이 시간은 흘렀고, 일부 마지못해 개선되는 결과를 보았으나 어디까지 사업자로부터 시혜적으로 주어진 양보였고 그것은 더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 마케팅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방송사는 장막 뒤로 숨어버렸습니다.  

 

결국 이들의 상식은 잘못된 관행 뒤로 숨어버렸고, 추악한 방송권력의 카르텔 틈으로 스며들어 갔습니다. 이 성명서를 보는 이들에게 부탁합니다. 로이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축적하고 또 다시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에는 유령작곡가와 같은 많은 창작자들의 희생이 있었고, 방송계에 만연한 기득권 구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힘을 가진 사업체와 방송계의 큰 손들은 아마 시간을 오래 끌면 가진 것이 없는 쪽이, 당장 힘 센 ‘빽’이 없는 쪽이 무엇보다 불공정하더라도 그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노예시장과 같은 음악생산환경이 우리를 무릎 꿇게 만들리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마 함께 했던 이들의 ‘선의’가 그저 감정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적당한 악수와 함께 흩어지고 말 것이라 생각했었나 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여기에 함께 서있습니다. 지금 싸우지 않는다면 다시 로이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일이 더 영악하게 뿌리를 내려갈 것이라는 사실이 두려웠고, 그 두려움이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싸우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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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사태에 공동대응하며 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떠올렸습니다. 

로이엔터테인먼트라는 음원제작업체가 한 개의 방송국과 다수의 외주제작물의 음원 계약을 할 경우 이는 개별 음악가들로서는 경쟁할 수 없는 구조가 됩니다. 편하게 외주제작을 하려는 현행 방송국들의 관행, 방송국이라는 폐쇄적인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친분관계 등은 음악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생사여탈권을 진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로이엔터테인먼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응답하라 시리즈’, ‘삼시세끼’, ‘송곳’, ‘조선명탐정2’ 등의 음악을 제작한 대표적인 방송영화음악 제작사입니다. 하지만 로이엔터테인먼트의 진짜 얼굴은 작곡가들에게 불공정한 계약서 체결을 강요하고, 작곡가들의 크레딧과 저작권리를 빼앗고, 엔지니어의 임금을 상습 체불하는 등 문화예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한 관행의 백화점이나 다름없습니다. 로이엔터테인먼트의 문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불공정한 관행의 상징과 같습니다.

 

우리 예술인소셜유니온은 그동안 예술노동을 화두로 <예술인복지법> 개정안, 공연스태프의 공정보상을 위한 <공연법>개정안 마련 및 음악가들이 자신의 노동으로 만든 음원료 분배에 있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 등 제도개선 활동과 함께 웹툰의 어시스턴트 노동권 문제, 미술계의 아티스트 피 문제까지 다양한 장르별 문제들을 다뤄왔습니다. 

 

이제 다양한 방송콘텐츠 뒤에서 감춰진 유령작곡가의 문제를 직시하면서, 이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제기하려고 합니다. 로이엔터테인먼트에서 벌어진 노예 계약과 노동 착취가 극히 예외적인 사례인 것인지 아니면 한국의 문화산업을 다루는 법제도가 그런 환경을 만든 것인지 묻기로 했습니다. 이는 무너진 권리 앞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작곡한 곡인데도 실제 창작자의 이름 대신 업체 대표의 이름으로 크레딧이 올라간다든지, 최초 방송과 같은 콘텐츠 임에도 재전송이나 해외 판매시 창작자의 이름을 바꿔치기 한다든지, 아니면 2차 판권에 대한 저작료 수입을 업체가 부당하게 가져가는 등의 관행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재 방송산업 내 음악창작자들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음악가 개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방송계의 고질적인 수직계열화, 전현직 인적 관계로 카르텔화되어 있는 전근대적인 제작환경 등에 대해 시청자인 시민들에게 알려나가고 이런 환경에서 착취당하고 있는 창작자들의 현실을 알려나갈 것입니다. 한두 개 드라마의 대박이 몇 몇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콘텐츠 창작환경으로는 경마 경주와 같은 창작환경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에 방송국은 방송국 대로, 제작사는 제작사 대로, 제작유통업체는 그것대로 해야 하는 공정한 역할이 필요합니다. 전근대적이고 불공정한 제작 환경, 이는 비단 음악계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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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월평균 소득 81만원이라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술은 원래 가난해,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야. 우리는 묻고 싶습니다. 과연 예술은 원래 가난하고 배고픈 것인가. 

전세계적으로 한류의 바람이 불고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정부의 기조가 되는 현시점에서 문화예술계는 전반적인 성장세 속에 있습니다. 문화예술의 근간을 이루는 모든 창작물들은 예술인, 즉 창작자에게서 비롯됩니다.

여기에서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문화예술계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왜 창작자들은 생활고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가. 문화예술계에 착취의 구조가 만연한 것은 아닌가. 창작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그 수익으로 배불리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닌가. 

 

지난 3월3일 발표된 <2015 문화예술인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예술활동 관련 계약체결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30.7%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12.2%에 달하는 예술인들이 부당한 계약 체결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가 5천여 명의 일부 예술인들을 표본으로 한 조사이며, 예술인들의 경우 예술활동 과정에서 입은 불합리한 피해에 대해 밝히길 꺼려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예술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한 관행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로이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고소고발을 시작으로 우리는 현재와 같은 상황을 당연하게 만드는 구조, 일차적으로는 법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입니다.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함께 문화예술계에 만연되어 있는 착취의 현실을 드러내기 위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국회와 공동으로 관련법을 개정하거나, 필요하다면 별도의 강력한 특별법을 제정하더라도 로이사태와 같은 나쁜 관행이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것입니다. 

 

이 성명을 들으시는 시민들께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이 보고 듣고 즐기는 모든 창작물은 창작자에게서 비롯됩니다. 좋은 창작자 없이 좋은 콘텐츠, 좋은 작품은 탄생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문화예술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작의 권리는 창작자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착취 속에서 숨죽이며 일하는 문화예술계 창작자들께 말씀드립니다. 여기 연대의 손이 있습니다. 로이대응모임의 음악가들처럼 목소리를 내십시오. 그래야만 여러분이 처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계약 구조를 벗어나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창작의 권리는 창작자 여러분들의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창작의 권리를 창작자에게’라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진실이 승리할 수 있도록 공동행동을 해나갈 것을 선포합니다. 

 

여러분이 힘을 더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16. 3. 16.

로이대응모임, 문화연대, 뮤지션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예술인소셜유니온,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