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지탐방]

코끝을 간질이는 나물향이
봄을 알려왔습니다

- 한살림서울 농산물위원회 / 홍천 서석공동체

 

19면-생산지탐방

 

남쪽에서는 꽃소식이 들리고 경칩까지 지난 터라 봄이 다 왔는가 싶었는데 홍천 생산지로 떠나는 날은 바람 끝이 매서웠습니다. 그래도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영락없는 봄입니다. 한살림서울 북동지부 농산물 분과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 홍천 서석면에 도착했습니다.동네 앞 멀리까지 마중 나와 계신 손근오 홍천연합회 사무국장님을 따라 달래밭으로 향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달래향이 코끝을 찡하게 하네요. 홍천의 봄은 달래향으로 오나 봅니다.

지난해 10월 씨를 뿌리고 긴 겨울 동안 속으로, 속으로 깊은 향을 품고 있던 달래가 드디어 밥상 위에 오를 때가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을 씩씩하게 이겨낸 떡잎을 떼내고, 흙을 털어내고…. 소비자 조합원에게 보내기 위한 작업을 바지런히 하고 계셨습니다.

달래에는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C가 풍부해 정신을 안정시키고 숙면을 도와준다고 하죠. 생산자님의 따뜻한 손길로 자란 달래로 달래된장찌개, 달래장, 달래무침, 달래전 등을 만들어 한상 푸짐하게 차릴 생각을 하니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달래밭에 이어 냉이밭으로 향했습니다. 아쉽게도 저희가 찾아갔을 무렵 냉이는 출하가 막 끝난 시점이었습니다. 자가채종한 냉이씨를 추석 무렵에 뿌리면 겨울을 지내고 2월 초순경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하니 냉이를 만나기엔 너무 늦은 방문이었던 거지요. 아쉬운 마음을 갖고 돌아서려는데 다행히 성장이 더뎌 3월 20일께나 출하한다는 냉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냉이는 그 옛날 동무들과 봄 들녘에서 캤던 뿌리가 튼실하고 자줏빛 도는 것이었는데 우리 앞에는 연초록을 띤 녀석들이 빼곡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냉이는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라 인건비 비중이 높고, 기후의 영향도 예민하게 받는다고 합니다. 기온이 적정온도를 넘어서면 바로 꽃이 피고 뿌리에 심이 생겨 출하를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 생산한 물품을 소비자 조합원들게 보내고 있지만 혹여 놓친 떡잎이나 물류과정에서 생긴 약간의 문제들은 너그러이 이해 바란다는 말씀을 간곡히 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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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바귀 생산지는 거리상 갈 수는 없었지만 생산자님이 직접 오셔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인삼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씀바귀는 여러 가지로 힘든 점이 많아 기피 작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작기가 8개월 이상으로 긴데다 한여름에 작업해야 해서 뿌리를 내리기 힘들거니와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많이 죽는다고 합니다. 머리 부분과 잔뿌리를 자르고 한겨울 추울 때 세척을 한 다음 햇볕에 자연건조를 해서 출하하는데, 씀바귀 소비가 저조해 안타깝다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소비가 안 되면 버릴 수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말이죠. 

봄나물 하면 먼저 생각나는 달래, 냉이, 씀바귀 생산지를 다녀오는 길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기후변화가 점점 심해져 농사짓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 때, 물품에 담긴 생산자의 마음과 수고로움을 느끼기보다는 물품에 있는 조금의 흠결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소비자 조합원을 만날 때면 정말 힘이 빠진다는 생산자님들의 얘기가 내내 남아서였을까요. 긴 겨울을 이겨 내고 봄을 데리고 온 달래, 냉이, 씀바귀를 매해 봄마다 환하게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살림 식구 모두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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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이월녀 한살림서울 농산물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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