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 감시, 검열의 현 주소

글 | 손지원(고려대 인터넷투명성보고팀 연구원, 변호사)

 

투명성보고서란 무엇인가 ?

국가는 범죄의 예방 또는 수사를 위하여 통신에 대한 감시, 검열 활동을 행할 수 있다. 모든 공권력 행사가 그렇듯 통신에 대한 감시, 검열 권한 역시 필요 최소한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고, 이것이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역감시할 수 있도록 국가는 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한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대중들 사이에서 통신 감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자 구글이 각국 정부의 통신 감시, 검열 요청과 제공 현황을 공개하는 투명성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현재는 전 세계 58개 사업자들이 투명성보고서 발간에 참여하고 있다.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이용자들의 신뢰도에 민감한 ‘사업자’들에게 투명성보고서가 보다 일반적인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감시, 검열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는 국가이기 때문에, 역감시의 중점은 국가가 전체적으로 수행하는 감시, 검열에 맞춰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가 단위의 투명성보고서와 연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구글(Google)이 지원하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CLEC)가 사단법인 오픈넷과 협력하여 수행하고 있는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 연구 사업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이루어진 정부의 인터넷상 감시(감청, 신원정보제공 등) 및 검열 (사이트 차단, 게시물 삭제 등)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2015)’를 발간하였다.

 

한국의 통신 감시와 검열, 얼마나 행해지고 있나?

그렇다면 본 보고서상 나타난 최근의 통신 감시, 검열의 주요 현황은 어떠할까?

전체 통신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 (송수신 번호, 시간, 위치 등 통신 내역·기록에 대한 확인)은 연평균 약 25만 건, 2천만 개 계정에 대해 이루어지고 있다. 계정수 기준으로 보면 전 국민의 약 2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한편, 통신의 ‘내용’을 포함하여 상대방, 통신기록, 신원정보 모두를 포괄적으로 확인 가능한 통신사업자에 대한 압수·수색 현황은 현재 정부에서 공개하고 있지 않다. 국내 양대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2015년 초부터 공개하고 있는 자료가 유일하다. 이에 따르면 두 사업자에 대한 압수수색만 연 평균 약 9,000건, 약 45만 개의 계정에 대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2014년만 기준으로 보면, 이들 사업자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확인, 통신자료제공 요청으로 조치된 계정 수를 다 합쳐도 약 1만 4천 개인데 압수수색으로는 양사 이용자 중 40만 명 이상의 정보가 제공되었다는 것은, 적어도 인터넷 감시에 있어서는 통신사 서버 압수수색이 가장 주력으로 쓰이는 수단임이 확인된 것이다. 또한 압수·수색이 보통 통신의 ‘내용’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이루어짐을 감안할 때, ‘통신제한조치(감청)’ 현황 상의 양사의 비율을 고려하면 약 150만 개의 인터넷 이용자 계정, 약 5백만 명의 전체 통신 이용자 정보가 압수·수색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대략 추산된다. 이런 엄청난 양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을 이용한 통신감시 현황이 정부 차원에서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통신 검열 분야를 살펴보면, 방심위의 시정요구 건수는 해마다 약 1.3배씩 증가하여 2011년 5만 7,944건에서 2014년 13만 2,884건으로 4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SNS 심의는 2012년 뉴미디어 심의가 시작된 이후로 2012년 4,454건, 2013년 6,403건에서 2014년 17,591건으로 급상승하였다. 또한 2014년 시정요구를 받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및 게시판 관리 운영자들의 준수율(이행율)은 99.2%이며, 4년간 총 362,694건 의 시정요구에 대하여 시정요구 철회나 이의를 신청한 건수는 단 219건(0.06%)에 불과하다. 그밖에도 본 보고서에는 방심위 통신심의의 개별 문제 사례도 수록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인터넷 검열 현황을 더욱 생생하게 파악할 수 있다.

 

투명성보고, 국민 스스로의 관심이 있어야 진정한 의미

위에서 분석한 것과 같이 한국의 통신 감시, 검열의 규모는 매우 방대하다. 주로 어떠한 범죄의 수사를 위하여 위와 같은 감시가 행해지고 있는 것인지, 그것이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진 것인지 등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공개가 없는 이상 명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 국민의 20%에 상당하는 수치가 그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통신에 대한 감시가 상당히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국가가 범죄 예방이나 국민의 안전 등을 위해 수행하는 적절한 감시와 검열은 사회 보호를 위한 수단일 수 있지만, 이러한 활동은 한편 필연적으로 통신의 자유,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국민의 권리침해를 동반한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공권력을 행사하여야 한다는 최소한의 기본권 감수성이 없어질 때 국민들은 ‘당신을 위해 당신도 감시하고 검열해야 한다’는 권위주의적 국가의 모순적 표어 아래 자신의 권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비극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가 국가의 감시, 검열이 적절하게 행해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여야 한다. 만약 일반 국민이 이에 대해 무감각하면 국가나 사업자는 이러한 활동에 대하여 점점 책임감을 덜 느끼게 될 것이고, 과도한 감시나 검열 관행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자신의 정보와 표현물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더욱 투명성보고서에 관심을 가지고 국가에 대하여 더 높은 투명성을 끊임없이 요구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는 http://transparency.or.kr (영문: http://transparency.kr) 에서 열람 및 다운로드할 수 있다.

 

* 위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