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씨앗 이야기]

이름만 듣고도 알 수 있어요

개골팥, 부채콩, 개세빠닥상추

 

 

이름은 그것을 듣는 사람에게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어떤 뜻에서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 생각했던 것이 맞는 경우도 많

다. 그래서 이름짓기가 그토록 중요한가 보다. 

 

텃밭에서 빠질 수 없는 상추는 그 이름도 다양하다. ‘매꽃마을’이 불리는 과정에서 매꽂이, 매꼬지로 변하면서 이름 붙여진 ‘매꼬지상추’는 한여름까지도 꽃이 잘 피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는 상추다. 육종하는데 모본으로 쓰이는 상추이기도 하다. 그밖에 이름만으로 나를 확 당긴 것은 ‘개세빠닥(개의 혀)상추’였다. 모양은 그야말로 개의 혀처럼 길고 밋밋하다. 붉은빛을 띠는데 쓴맛이 조금 강한 상추다. 

 

콩은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재미있는 이름도 많다. ‘아주까리밤콩’, ‘선비잡이콩’, ‘오가피콩’, ‘쥐눈이콩’, ‘눈까메기콩’, ‘준저리콩’, ‘푸른독세기콩’, ‘푸르데콩’, ‘납떼기콩’ 등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 중 ‘부채콩’은 이름과 모양이 딱 맞아떨어져 보는 사람에게 재미를 느끼게 한다. 메주콩 종류로 콩꼬투리가 맺힌 모양이 마치 부채처럼 끝 부분에 주렁주렁, 아니 다닥다닥 달린다.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사탕부케를 연상케 하는 모습니다. 

 

종류가 많기로는 팥도 빠지지 않는다. ‘그루팥’, ‘이팥’, ‘가래팥’, ‘앵두팥’, ‘두루팥’, ‘쉰날거리팥’ 등. 

 

비슷한 모양의 팥을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부르기도 한다. 흔히 ‘개골팥’으로 부르는 것을 ‘새대가리팥’, ‘색깔쟁이팥’, ‘재롱팥’, ‘갈가마귀팥’, ‘까치팥’ 등으로 바꿔 부른다. 개구리 등처럼 알록진 팥인데, 검은빛과 약간 붉은빛, 흰빛이 얼룩덜룩해서 붙여진 이름들이다. 

 

냉큼이라는 뜻의 ‘올’이 이름에 붙은 것들은 빨리 심거나 짧은 작기를 지닌 것들이다. ‘올조’, ‘올콩’, ‘올깨’, ‘올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얼마나 급하게 심어서 거두고 싶길래 ‘냉큼조’라고 이름 붙였을까 하며 혼자 웃기도 했다. 

 

사연도 많고, 정겨운 작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우리 농업의 근간을 이룰 토박이씨앗의 존재를 가슴팍에 자리매김

하는 소중한 시간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글 박명의 솔뫼농장 생산자·세밀화 박혜영 한살림대전 조합원

 

 

 

  글을 쓴 박명의 생산자는 토박이씨앗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매 해 농사지은 농작물의 씨앗을 손수 갈무리하고 있습니다.

•  세밀화를 그린 박혜영 조합원은 따뜻한 느낌이 묻어나는 그림을 좋아하고, 한 아이를 키우며 대전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