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새벽녘, 너른 들판에 나가면 이슬방울 담뿍 머금은 거미줄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어떤 보석보다도 영롱한 빛을 발하면서 볏논을 수놓은 거미줄. 수많은 거미류 중 이번에 소개하려는 녀석은 호랑거미랍니다. 파리, 메뚜기, 나비 등 작은 곤충부터 사마귀, 매미 등 큰 곤충까지 가리지 않는 먹보 호랑거미.이 녀석은 다른 거미들과 다른 방식으로 집을 만든답니다. 나뭇가지 사이사이나 풀숲 또는 처마 밑에 수직으로 대형 그물을 치고, 그 가운데 X자 모양의 흰색 띠를 만든 뒤 그 교차점에 거꾸로 매달려 지내요. 논에서는 벼 포기와 포기 사이에 주로 집을 짓고, 과수원에 들어가려면 통과의례처럼 이 녀석이 만들어 놓은 그물을 뚫고 지나가야 한답니다. 끈적한 것이 아주 질긴 거미줄이라 상당히 신경이 쓰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논에 사는 작은 친구입니다.

 

글 김경희 충남 예산 자연농회 생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