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19대 국회, 우리를 다시 ‘번호’로 만들 것인가!

 

지난 2014년 7월 진선미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 54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사건 등 진상규명과 국가책임에 관한 법률]이 안행위에 상정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2015년 2월 한 차례 법안소위에서 논의된 바 있었으나, 여, 야 의원들 사이에 ▲예산, 과 ▲법안 명칭(‘국가책임’이 명시된 점), 그리고 ▲사회복지시설에서 벌어진 단일사건인데 꼭 특별법이어야 하는가 하는 점 등에 대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특별법은 또다시 법안 서류뭉치 속에 잠자고 있었습니다.

그 후 피해생존자들은 “왜 우리를 잡아 가두었는지, 국가는 말 해 달라!”며 “한국 사회 최대 규모의 수용소였던 형제복지원에서의 의문사와 인권유린이 가능했던 국가 정책(내무부훈령 410호)에 대해서 진실을 밝혀 달라!”며 58일간(4. 28-6. 24) 국회 앞 노숙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생존자들은 안행위 의원실을 방문하며 간곡히 호소했었습니다. 사건에 대해 힘든 증언이 있었고, 원장 박인근 개인의 비리문제가 아니라 국가정책이었음을 증명하는 자료들이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대 국회는 남의 일 보듯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개 사회복지시설에서 벌어진 불미스런 일로 치부하는 등 사건의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태도들을 보여, 생존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몰랐던 사건이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알고 아는 즉시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는 당연한 상식을 19대 국회는 외면해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외면은 오래갈 수 없었습니다. 피해생존자들의 절규어린 목소리를 외면할 명분이 없었던 탓입니다. 제정법이라 7월 3일 안행위 주최의 공청회가 열렸고, 한 단계 진척된 상황은 다시금 피해생존자들에게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당시 조원진(새누리당 간사,위원장대리)의원은 십 수명의 피해생존자들이 지켜보는 속에서 공청회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28년이 지난 암흑의 시대를 지금 보고 있습니다. 오늘 어려운 걸음 해 주신 진술인들께 특히 감사를 드립니다. 진술인, 특히 피해자를 제외한 진술인 세 분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은 다르지만 진상 규명은 필요하다 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늘 합의점을 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곧 다시 법안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피해생존자들에게 큰 기대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 후, 다시 3개월이란 시간이 또 흘렀습니다. 19대 국회는 어느 새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법안소위-상임위-법사위-본회의 등 거쳐야 하는 절차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11월 국회에서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어렵게 증언하기 시작한 생존자들은 또다시 ‘등 돌린 국가’에 좌절하며 아픈 상처를 안고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형제복지원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에겐 ‘번호’가 붙여졌습니다. 생존자들은 ‘왜 나에게 번호를 주었는가’라며 자유를 박탈당한 채 관리의 대상으로 살아갔던 수용소에서의 삶에 의문을 제기하며 “진실을 밝혀 달라!” 요구하고 있습니다.

19대 국회는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었던 ‘번호가 된 삶의 올가미’에서 존엄한 인간이자 자유로운 사람임을 국가가 밝혀야 합니다. “과거사는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 현 정권의 기본 입장이라지만, 입법부인 국회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19대 국회의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하며,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생존자들의 모습이...이것이 마지막이길 소망합니다.

▪일시: 2015년 11월 4일(수) 오전 11시
▪장소: 국회 앞
▪주최: 형제복지원사건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모임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사회: 조아라(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1. 특별법 제정 경과보고: 여준민(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사무국장)
2. 19대 국회, 우리를 다시 ‘번호’로 만들 것인가: 한종선(피해생존자모임 대표)
3. 국가책임은 특별법 제정으로부터: 조영선(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4. 형제복지원과 역사, 역사교과서: 명숙(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5.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당사자들의 편지: 이향직, 홍두표, 김희곤(피해생존자) 등
6. 기자회견문 낭독: 박김영희(형제복지원대책위 공동대표), 피해생존자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