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제개편, 어떻게 손대야 할까?

 

신원기ㅣ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

 

들어가며

 

지난 6월 1일(월),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에서는 지난 3년간 박근혜정부의 조세정책 평가와 함께 세수구조 및 조세체계의 특징과 개선방향,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를 지향하는 세법개정 방안 등을 담은‘공평과세와 복지국가를 위한 세법개정 방안’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담긴 핵심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해보고자 한다.

 

박근혜 정부의 세제개편

 

출범 직후부터‘증세 없는 복지’기조를 내세운 박근혜정부는 그간 공약가계부에서 밝힌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를 중심으로 한 세수확보 계획을 밝혔지만 그 효과는 대단히 미미했다. 매년 강하게 주장해온 세출구조조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필연적으로 불거진 세수부족사태에는 투자 및 고용 위축을 이유로 법인 및 재벌 대기업보다는 근로소득세와 소비세 위주의 증세를 추진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처럼 지난 3년간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한 세제개편은 세수확보나 공평성, 정치적 책임성 등 어느 것 하나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정부에 의한 적극적인 경기 부양 및 사회안전망 제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임에도, 이미 실패로 판명난 이명박 정부의‘작은 정부 및 감세 기조’를 지속함으로써 오히려 경기침체를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박근혜 정부 세제개편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재정건전성 문제를 증세를 통해서 해결하려하기 보다는 ‘PAYGO 제도’ 도입이나 무원칙한 재정지출을 일괄 축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든다는 점은 대단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녹록치 않은 현 상황에 앞으로 제기될 미래재정소요 역시 적지 않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구체적인 수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 양극화 현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낮은 조세부담률과 취약한 과세공평성, 조세 및 이전지출의 미약한 재분배기능 등 조세구조의 특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공평과세와 조세정의’에 초점을 맞춘 과감한 세제개편이 절실한 시점이다.

 

과거 경제개발 시절에는 공급부분의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저부담 조세체계'를 설계했다. 조세부담률이 낮으니 당연히 재정규모도 작았고 복지서비스 역시 미약한 측면이 있었다. 그래도 인구가 늘어나는 시점에는 낮은 조세부담률이나 작은 재정, 미약한 복지서비스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른바 '저부담․저복지'의 배경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경제성장을 통한 세수입 증가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저부담·저복지의 틀에 대한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대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증세와 관련해서는 참 많은 입장들이 엇갈린다. 앞서 표에서 언급한 세 가지 세목(법인세, 소득세, 양도소득)과 관련된 쟁점과 현황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법인세 정상화

 

「2014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도 우리나라 법인의 총수입과 총소득은 각각 4,313조 원과 250조 원으로 확인되며, 이를 바탕으로 추정된 총비용은 4,063조 원이므로 2013년 법인세 총 부담세액 37조 원은 총비용의 0.9%에 불과했다. 법인세가 투자 및 고용에 미치는 효과 역시 분석 자료와 추정방법에 따라 그 결과는 상이하지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도 그 효과는 매우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어도 데이터 상으로는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킨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 셈이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법인세율 정상화를 주장해왔다. 이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법인세율을 올리면 해외자본이탈이 가속화되고 세부담은 근로자에게 전가된다는 논리로 반박하지만 그 근거가 희박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낮은 법인세율과 고용주의 낮은 사회보장기여금을 고려한다면, 외국자본의 직접투자(FDI)가 법인세율에 민감하더라도 세율보다는 해당 국가의 임금수준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기업의 위치선정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법인세율 인상으로 세후수익이 줄게 되면 자본의 이탈에 따른 노동생산성의 하락으로 임금수준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이 법인세 부담을 진다는 논리도 해외자본이 빠져나가지 않고 있으니 전제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트렌드라는 주장 역시, 2008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에 법인세를 낮춘 OECD 회원국은 18개 국가로 평균 1.6%p 인하, 11개 국가는 기존의 세율을 유지, 6개 국가는 평균 3.2%p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폭넓은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소득세제의 누진성 강화

 

소득세의 경우는 각종 비과세 감면으로 인해 근로소득세 부담의 집중도가 매우 높고, 소득세 실효세율 역시 매우 낮다. 소득분포 100분위 기준으로 최상위 1% 근로소득자의 연평균 소득과 결정세액은 각각 2억 5,520만 원과 5,460만 원이고, 상위 10% 근로소득자의 연평균 소득과 결정세액은 각각 7,530만 원과 430만 원이다. 중위소득자의 연평균 소득과 결정세액은 3,140만 원과 40만 원에 불과하다. 실효세율로 따지면 각각 21.4%와 5.7%, 중위소득자는 1.1% 수준입니다. 절대적으로도 높은 수치는 아니다.

 

국제적 수치와 비교해도 격차가 적지 않다. 국민총생산 대비 소득세의 비중은 2013년 기준 7.1%로 OECD 평균 11.6%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개인소득세 비율은 3.4%로 OECD(8.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득세수 비중과 소득세의 재분배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소득의 불평등한 분배구조를 개선하면서도 보편적이고, 누진적인 방식으로 실효세율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상장주식 양도소득 차익과세

 

상장주식 양도차익은 자본시장 육성 차원에서 비과세 정책을 유지해 왔으나, 우리 자본시장이 이미 국제적 수준으로 성장하였고 조세공평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비과세 정책을 고집할 명분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지분비율 2%, 금액기준 50억 원 이상을 소유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에 한해 저율과세(대기업 주식은 20%, 중소기업 주식은 10%)를 하고는 있지만,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일부 고액 자산가들에겐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실제 2008 ~ 2010년 동안 5억 원 초과 주식 양도소득을 신고한 경우는 전체 신고 건수의 8.7%지만, 이들이 전체 양도소득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4.9%에 달했다.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전면 과세조치는 개인과 법인간의 조세형평과 근로소득자와 금융소득자간의 불합리한 조세차별을 시정함으로써 전반적인 과세형평성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외에도 임대소득 과세나 자본이득 과세, 자산소득 과세 등 손봐야 할 부분은 무궁무진하다. 현행 과세체계의 불합리성을 인식하고 개편하려는 노력보다는 부족한 세입확충을 위해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추진되는 세제개편은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이제 진지한 증세의 필요성, 세금과 복지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요구되는 만큼, 증세 없는 복지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세제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유 부리기엔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