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개입으로 민주주의 훼손한
정종섭 장관·최경환 부총리 즉각 사퇴하라
선관위는 법 원칙에 따른 일벌백계로 선거 공정성 수호하라
<경실련>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 필승’ 건배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으로 총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선거 개입 발언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선거주무부처 장관과 국가 예산을 책임지는 부총리가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발언을 일삼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엄연한 위헌 행위다. <경실련>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선거개입 행태에 대한 선관위의 엄중한 처벌과 정 장관·최 부총리의 즉각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라.
정 장관은 새누리당 연찬회 건배사로 “제가 ‘총선’이라고 외치면 의원님들은 ‘필승’이라고 외쳐 달라”고 했다. 최 부총리는 총선을 위해 경제 성장률을 높이겠다고 의원들에게 다짐했다. 이는 명백히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와 선거 개입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9조와 85조 위반 행위이다. 위헌 소지도 다분하다. 우리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로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과거의 사례를 보아도 명백히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판단과 탄핵 심판까지 받은 ‘열린우리당 압도적 지지 기대’ 발언과 비교해도 수위가 다르지 않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과거의 관권선거 문제 등으로 우리 헌정사에서 특히 민감한 부분이다. 민주주의 근간인 공직자 선거 중립을 위반한 만큼 선관위는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정권 눈치보기식 미온적 대응이 아니라 반드시 법과 원칙대로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국정원 선거개입으로 공정선거의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정 장관과 최 부총리를 엄중 처벌하지 않는다면 선거에 대한 총체적 불신과 선관위의 존립 근거마저 위협받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정종섭 장관과 최경환 부총리는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
정 장관은 지자체를 통해 각종 선거를 지원하는 선거 관리 주무 부처의 장관이다. 오늘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의도가 없는 단순 발언임을 주장했으나 누구보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선거를 치러야 할 주무 장관이 특정 정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을 외친 것은 본분을 망각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 명백한 선거 개입 행위이다. 국민들은 내년 총선에서 행정자치부가 중립적으로 선거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 부총리의 발언 역시 한 나라의 경제 정책을 여당 총선용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매우 위험하다. 경제 정책을 책임지고 수립·집행하는 부총리의 이런 행태는 국가 경제와 민생 기반을 흔드는 것이다. 더구나 내년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이런 언급은 총선용 예산 편성을 자인하는 것으로 분명한 선거 개입이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이어 장관과 집권 여당 의원들까지 주거니 받거니 선거 개입을 도모하자는 것인가. 정 장관과 최 부총리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 국민이 아닌 특정 정당에 봉사하겠다는 사람은 공직자의 자격이 없다.
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이렇게 선거 개입이 노골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것을 넘어 이제는 장관과 부총리까지 여당의 총선 승리를 외치고 나섰다. 이는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을 드러낸 것이며 본분을 망각한 비상식적 행동이다. 선관위는 법 규정에 따라 반드시 일벌백계해 선거의 공정성을 지켜내야 한다. 새누리당 역시 국민 앞에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이미 국정원의 지속적인 선거 개입 등으로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해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한 정 장관과 최 부총리가 엄중히 처벌받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내년 총선을 관권선거로 치르겠다는 것으로 보고,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