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수하물 지연 보상, 외국인만 된다?

 

ㆍ‘거주지 기준’ 탓 내국인에겐 해당 안 돼
ㆍ지방 거주자 각종 경비 발생에도 항공사 ‘모르쇠’

 

세종시에 사는 직장인 ㄱ씨는 출장갔다 지난달 3일 귀국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수하물이 도착하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에 문의하니 “운송이 지연돼 늦어도 내일 오후 1시쯤에야 도착한다”고 했다. 수하물에는 다음날 오후 3시인 지인 결혼식에 갖추고 갈 옷과 구두가 들어 있었다.

ㄱ씨는 경기도 고향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짐을 기다렸지만 다음날도 짐은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 결국 ㄱ씨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ㄱ씨는 아시아나항공에 수하물 도착 지연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항공사 측은 “규정상 외국인에게만 보상이 가능하다”며 거부했다. ㄱ씨는 “거주지가 지방이고, 다음날 일정 때문에 임시로 머물러야 했다”며 “엄연히 피해를 봤는데 왜 보상이 안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ㄱ씨의 보상 요구를 거부한 것은 수하물 보상 규정에 있는 ‘거주지 기준’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지연 보상금은 거주지가 없는 이들이 세면도구나 속옷 등 임시 생활용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루에 50달러(약 5만9000원) 안팎의 돈이 나온다. 하지만 국내 대다수 항공사는 국내 거주지가 없는 외국인에게만 보상을 해준다. 내국인도 공항과 거주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런 사정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12일 “지방 사람들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라며 “향후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항공사들의 이 같은 행태를 진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짐이 늦어지는 시간 동안 발생하는 기회비용도 있을 텐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ㄱ씨는 “항공사에서는 ‘도로상의 사고 때문에 더 늦어졌다’고 했지만, 경찰서에 확인해보니 실제 사고가 난 적은 없었다”며 “승객들이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책임을 회피하려 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참여연대 공동기획>

 

[기사원문] 박용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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