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민생경제 살리기와는 거리 멀어

박근혜식 금융개혁은 금융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금융개악’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8/6일 오전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공·노동·교육·금융의 4대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강변과, 의료민영화 우려가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의 통과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과 우리 국민들의 인식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음이 드러난 담화였다고 총평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우리 국민들을 공포와 걱정으로 몰아넣었고, 민생경제까지 더욱 침체하게 만들었던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책임과 대책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국정최고 책임자임에도 국민에 대한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역시 국민들에게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크게 환기시키고 있는 롯데재벌 사태에 대해서도 아예 모른 체 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훈시하듯이 자기 얘기만 발표하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도 없이 담화를 마쳤다. 담화의 기조, 형식, 태도 모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담화의 내용에도 큰 문제가 있었다. 현재 한국경제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가계부채 문제 대책과 가계소득 증대 방안이다. 가계부채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가계소득을 어떻게 늘릴 것인지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과 구상도 없이 어떻게 민생을 얘기하고, 경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랫돌 빼서 윗돌 쌓겠다는 방식의 노동개혁으로는 가계소득을 절대로 늘릴 수 없고, 노동개혁을 빙자한 노동유연화를 통하여 서민․중산층의 민생과 노후를 불안하게 하면 현재의 가계경제가 악화됨과 동시에 미래 불안까지 가중되어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도 더욱 위축될 뿐이다.

 

또 저출산, 양극화가 사회적으로도 가장 큰 문제가 된지 오래지만 이에 대해서도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저출산 대책과 청년대책은 서로 연동되어 있다. 청년 실업에 대한 대책과 별도로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비로소 청년들이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하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고민과 기획을 통해, 보육·교육의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공공임대주택, 주택임차권 보호 강화 안정 등 주거복지를 광범위하게 제공하여 젊은이들이 큰 부담 없이 결혼하고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출산 문제와 청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지만, 대통령의 담화에는 이런 내용이 하나도 담겨있지 않다. 오로지 자본의 이해를 위해‘노동개악’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청년실업 문제를 앞세우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고, 그러니 당장 청년세대들이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냉소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재벌 개혁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증세의 인상을 통한 재원을 바탕으로 공공 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청년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경제민주화를 통해 제 경제주체들의 상생과 활력을 제고하겠다고 것이 더욱 설득력 있는 해법이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일자리의 안정성을 흔드는 것은 경제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동유연화는 세계 금융위기로 파탄난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일 뿐이며, 서민·중산층의 삶을 위협함으로써 그들을 빚을 지면서까지 자산소득을 노리는 투기대열로 내몰게 될 우려가 매우 크다. 한국경제가 어렵사리 지나온 금융위기를 다시 겪는 길로 기어코 가야만 하겠는가? 이번 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금융에 대한 규제 완화만을 가지고 금융개혁이라고 강변하고 있는바, 그런 우려를 더욱 강하게 하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감독기구를 설립을 내세웠다. 그러나 임기 3년이 다 지나가도록 정부는 공약 실천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키코 사건, 저축은행 사건, LIG CP 사건, 동양증권 사건,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 사건 등 지난 몇 년 사이에 발생했던 여러 금융 이용자·금융소비자 피해 사례들이 과거 정부가 금융개혁을 빌미로 금융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에 나서서 발생하였던 대형 사고들임에도 금융소비자보호는 포기하고 오로지 금융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 완화와 금융을 통한 수익 창출만 강조하고 있으니 이번 담화의 설득력이 더더욱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금융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금융소비자 보호장치를 철저히 완비하고 금융기관들이 금융소비자들의 이익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이전과 같이 금융소비자보호를 외면한 금융규제 완화는 필연적으로 금융소비자피해를 불러올 뿐이고, 금융의 공공성에 대한 신뢰를 더욱 저해하는 결과로만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박근혜 식 금융개혁은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개악’이라고 비판하는 맥락과 비슷하게 ‘금융개악’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훈시 방식과 민생경제에 대한 잘못된 진단과 해법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