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영남도금 사고, 그 이후
-2014년 영남도금 화학물질 누출 사고 후 개선방안
글 : BLISS조 (일과건강 대학생 기자단)
2014년 12월 10일 낮 12시 23분께 대구시 달서구 갈산동 도금공장 영남도금에서 염소산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염소탱크에 주입해야 할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황산탱크에 주입하면서 염소산 가스가 발생한 것이다. 황산탱크에는 1톤 가량의 황산이 남아있었지만 다행히 폭발이나 화재 등 2차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탱크로리에 실려 공장으로 반입됐고, 관리자가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탱크로리 기사(나모·46)가 보호 장구 없이 직접 주입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경찰과 환경당국은 보고 있다.
살균제와 표백제로도 사용되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의 증기는 공기 중 농도가 0.1% 이상이면 인체에 유해하고 과다흡입하면 점막이나 폐 손상 등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특히 황산과 만나면 염소산 가스로 바뀌는 유독물질로 알려져 있다.
사고의 주요 원인
- 작업자의 실수가 아니라 안전장치 미비
겉으로 보기에 대구 도금공장 사고는 작업자 실수가 주요 원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바라보는 ‘안전’에 대한 관점으로 본다면 그렇지는 않다.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수를 하더라도 사고를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하는 것이 ‘안전’이기 때문이다. 즉 제대로된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고 발생 이후 시스템은 개선돼
일과건강 대학생기자단 BLISS는 당시 현장을 방문하여 사고의 시스템적 원인과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사항을 중점 취재했다. 폐기물관리담당자 박모씨를 만나 인터뷰 및 현장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사고에 대한 개선은 완료된 상황이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상에 위치한 호스의 경우에는 황산과 차아염소산나트륨 2종에만 해당하는 호스에 염화 제2철 호스를 1종 추가하고 각각을 색으로 구분 및 명판을 부착하여 식별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밸브에 보호 상자를 설치함으로써 화학제품 주입 작업 시 관리자가 입회하여 상자를 열어야만 작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옥상에 위치한 저장탱크 또한 마찬가지로 색깔 및 명판을 통한 구분이 가능하도록 하였고 토양환경보전법 시행령 제 7조 “특정 토양 오염 관리 대상 시설의 토양 오염 방지 시설 설치 등” 및 시행규칙 별표 3의 2에 따라 화학물질의 과다 주입 시 토양 오염을 막기 위해 탱크 바닥면을 FRP로 대체하였으며, 방수 및 방유가 가능하도록 탱크 주변에 약 30cm 콘크리트 벽을 시공하였다.
또한 작업 수행 시에는 개인 보호 장구를 휴대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보호구 착용이 가능하도록 유독물장비 및 보호구 보관함을 설치하였다.
▲ 대구 달서구 도금공장의 모습. 사고 후 개선 된 저장탱크와 호스가 보인다. 2015.07.08.
소기업체 스스로 안전 장치 마련 불가,
정부와 시민들의 협조 필요
영남도금은 워낙 작은 소기업체다. 상무이사, 폐기물관리담당자 박씨, 경비원 세 명으로 인력이 구성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폐기물관리 담당자 박씨가 현장 관리와 작업을 동시에 수행해야만 한다. 이런 인력 구조에서는 사고를 방지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발빠른 대처를 하기 어렵다. 특히 소기업체에서 안전‧보건‧환경 경영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투자도 어렵다.
따라서 영남도금의 화학누출사고와 같은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업체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소기업체에서도 안전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주기적으로 교육을 실행해야 한다. 또 현장 지도와 정기 감사를 통해 사고 발생을 막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나아가 주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힘써야 한다.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 이후 급증하고 있는 화재, 폭발, 누출로 인한 화학물질 사고는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주민의 알권리 보장은 안전한 대한민국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