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 논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비례대표 확대가 핵심이다
중앙선관위의 ‘의원정수 300명 유지 권역별 비례대표제안’ 수용 촉구

 

시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여야는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소모적인 논쟁만을 거듭하고 있다. <경실련>은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결코 여야 양당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당리당략적 논쟁으로 점철되어서는 안 되며, 정치개혁의 핵심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비례대표의 확대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비례대표 확대, 의원정수 확대의 입장을 내놓자 새누리당은 지역구 의석 축소 반대, 비례대표 축소, 의원정수 동결을 주장하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외형적으로 여야 모두 정치개혁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여야의 유불리라는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있다. 여당의 비례대표 축소와 야당의 의원정수 확대는 모두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정략적 계산의 결과물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정략적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거제도 도입’이라는 정치개혁의 목적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비례성을 강화하고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비례대표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정치개혁 큰 흐름이다.

 

현행 선거제도는 정당 지지율과 실제 의석수 간의 불비례성이 높고, 많은 사표 발생, 지역주의 심화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의 수도 지나치게 적어 급속히 다양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국회가 제대로 수용하고 반영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대표성을 강화하여 다양한 집단과 계층의 의사를 보다 균형 있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해야 한다. 비례대표 축소는 정치개혁 흐름에 어긋나는 퇴행이다. 학계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현행 제도의 단점을 완화하고 직능 대표성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로 비례대표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꾸준하게 제기하여 왔다.

 

선거제도 개혁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소모적인 정쟁은 시민들의 정치불신만을 심화시킬 뿐이다. 의원정수 문제는 여야가 정치개혁의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타협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올해 2월, 국민정서를 고려해 현행 300인의 의원정수를 유지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300석 내에서 비례대표를 확대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2:1로 하도록 했다.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라 총의석을 배분하고, 다시 권역별로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에 배분(지역구+비례대표)하는 병용제를 채택했다.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간 불비례성을 극복하고, 사표 발생을 최소화해 유권자 표심 왜곡·지역주의 완화가 가능한 대안이다. 이에 준하는 선거제도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원하는 정치개혁은 요원할 수 있다. 여야는 속히 의원정수 문제와 같은 비본질적 논쟁을 중단하고 선관위의 대안을 참조해 정치개혁적 관점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국회가 의원정수와 지역구-비례대표 비율 등 선거구 획정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하는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제도를 개혁함에 있어 여야 모두가 기득권과 당리당략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합의를 이루기도,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도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