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데 이어 포스코 수사 등 사정 정국이 도래한 가운데 대통령비서실이 지난해 말 ‘적폐 해소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정체불명의 민간 기관에 의뢰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신문과 함께 보고서를 검토한 학계 전문가들은 형식과 내용 모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15일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프리즘)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실은 지난해 11월 ‘적폐의 성격 규명 및 국민 인식 분석을 통한 효율적 해소 방안 연구(적폐 척결을 위한 전략보고서)’라는 정책 연구를 ‘KDN’과 900만원에 수의계약했다.




●靑 허점투성이 연구용역에 900만원 써… 연구원 베일에 가려




연구는 지난해 말 종료됐고 사이트에는 ‘연구 결과를 활용 중’이라고 돼 있다. 보고서는 척결해야 할 적폐와 관련해 “정경 유착 가능성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며 “일부 대기업의 불법 비자금 조성, 공기업·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등을 적극 파헤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물론 사실상 이명박 정부를 겨냥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정책 연구 결과를 반영한 사정 정국 조성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보고서의 형식과 내용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공개된 보고서 표지에만 KDN이라고 나올 뿐 연구자 이름도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KDN은 민간 연구기관이며 더는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김유승(중앙대 기록관리학과) 교수는 “사이트에 용역 수행 주체가 명시돼 있지 않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내세운 ‘정부3.0’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30%가 요약분… “소설에 가까운 웅변조” 비판 




불과 60쪽짜리 보고서 중 19쪽에 이르는 ‘요약’ 부분이 본문에서 반복되기도 한다. 행자부 정책 용역 연구보고서 평가단에도 참여했던 건국대 행정학과 이향수 교수는 “60여쪽짜리 보고서에서 요약 19쪽은 과하다”고 평가했다.




논쟁적인 대목도 눈에 띈다. 적폐의 배경과 관련해 “민주화 열풍으로 시작된 다양한 사회이익집단의 목소리는 소위 ‘떼법’이라는 악습으로 정착되었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익집단을 결성하고 그들 주장이 정책으로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노조 파업을 ‘떼법’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웅변조인 데다 내용도 평이하다”면서 “학연, 지연에 얽혀 연구 수행자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 없는 용역 보고서가 양산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과학적 글쓰기와 거리가 먼 소설에 가까운 내용”이라면서 “용역비 대비 분량과 내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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