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의 주요 목표를 중심으로 본 해양 생물 다양성 복원
환경운동연합은 8월 24일 국회에서 기후위기·생물다양성 위기 시대 극복(적응)을 위한 자연복원법 제정 토론회를 우원식 의원, 이수진 의원, 풀씨행동연구소 등과 공동 주최했습니다. 아래 토론문은 환경운동연합에서 해양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고 보전하기 위한 자연복원법 제정 토론문입니다.
정부의 자연 복원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환경단체에서 본 정부의 정책은 육상뿐 아니라 바다에서도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정부의 정책과는 반대로 국제사회는 2022년 생물다양성 협약을통해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결의했다. 세계적 흐름이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한다는 흐름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 정부의 흐름은 생태계와 생물 그리고 다양성이 배제된 개발만 존재하고 있다. GBF를 통해 바다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2번, 3번, 18번 목표로 ▲훼손 생태계의 30%를 복원하는 것 ▲보호지역을 30% 이상 확대하는 것 ▲생물다양성의 유해보조금을 식별해 연간 5천억 불 이상을 삭감하는 것이다.
바다에서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한다면 얼마나 될까?
훼손된 바다를 가장 수치로 나타내기 쉬운 곳은 갯벌이다. 1987년 3,203㎢이었던 갯벌 면적은 2018년 기준 2,482㎢로 30년간 721㎢가 사라졌다. 721㎢는 72,100헥타르로 신안을 제외한 단일 보호구역으로 가장 면적이 넓은 가로림만 해양생물 보호구역의 7배가 넘는 수준이고 축구장 10만 980개의 넓이다. 바다 갯벌을 기준으로 찾을 수 있는 데이터의 수준이 1987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더 오래된 데이터가 있다면, 훼손된 갯벌의 면적은 더 넓어질 것이다.
바다에서 진행된 인간 활동으로 파괴된 생태계는 추정조차 할 수 없다. 한 예로 41종의 허가어업 중 연안자망과 근해자망의 그물 허가량의 길이는 17만 킬로미터다. 지구가 약 4만 킬로미터의 둘레로 추정되기 때문에 지구를 4바퀴 감을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어구 관리 시스템의 부재로 어선에서 사용하는 어구량은 허가정수대비 2배에서 5배까지 더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수치로 환산하기 좋은 자망 어업을 예로 들었지만, 39개의 허가어업이 있고 양식어업은 고려치 않은 수치라는 걸 생각해야 한다. 바다에서 사용하는 부표는 5,500만 개씩 사용하는데 유실되거나 폐기에 대한 데이터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21년 수산업법 전부개정안으로 어구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하지만, 이제야 법적 효력이 생기며 어구 관리에 대한 준비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수십 년간 사용하면서 유실되거나 고의로 폐기한 그물이 우리 바다에 한가득이다. 당연히 어업이라는 인간 활동으로 바다 생태계는 파괴됐지만, 그 추정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유럽은 자연복원법을 통해 생태계의 20%를 복원하는 걸 제도로 결의했다. 우리나라가 GBF 목표인 30%의 복원을 목표로 한다면 사라진 갯벌의 30%인 216제곱킬로미터(축구경기장 30,294개)를 복원해야한다. 유럽과 같이 20%만 고려한다 해도 144제곱킬로미터(축구경기장 20,196개)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런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유럽과 같이 우리도 자연복원법을 제정해 법적 근거와 제도를 통한 실행 의지를 세울 필요가 있다.
보호지역 30%를 확보하는 것
GBF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다른 한 가지는 육⋅해양 생태계의 30%를 보호구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이다.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선 인간 간섭을 최소화하거나 배제해야 한다. 법적인 보호구역 지정을 통한 인간 행위와 간섭을 배제하는 일이다. 하지만 8월 22일까지 IUCN에 등록된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의 면적은 전체 관할수역 대비 2.46%에 불과하다. IUCN에서 표기된 우리나라 관할 수역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한일 중간수역이나 한국과 중국 사이의 한중 잠정수역에 대한 보수적 판단으로 우리 정부가 말하는 관할수역의 면적보다 모수가 20% 이상 적다. IUCN에 등록된 2.46%의 해양보호구역은 실제 모수가 더 큰 관할수역 면적을 대입하면 수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해양보호구역의 면적도 좁지만 인간 행위 제한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도 문제다. 미국의 해양대기청(NOAA)는 해양보호구역의 면적을 수치로 나타낼 때 행위 제한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지역의 수치를 따로 나타낸다. NOAA는 인간의 행위 제한이 되지 않는 해양보호구역은 형식상 이름만 갖춘 지역(Paper park)으로 분류하고 있다. NOAA의 기준으로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을 비교한다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든 해양보호구역이 문서상으로만 존재하는 보호구역으로 봐도 무방하다. 법적 구역이라도 지역 주민이 해안 쓰레기를 줍기 위해 지원되는 폐기물처리 비용, 보호구역 주변에 건설되는 건물이 결국은 지어지겠지만 일반 건물보다 조금 더 많은 문서를 지출하게 하는 법적 절차 외에는 어업도, 주변 토지의 이용도 모두 가능하다.
우리나라 관할수역 대비 30%의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면 장기적으로 해양생물의 다양성이 보장되면서 어업과 같은 인간 행위가 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재자연화의 결과가 결국 인간 삶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이런 결과는 실제로 영국의 라임베이 해양보호구역, 미국의 파파하노모쿠아키아 해양보호구역을 통해 입증됐다. 학자들은 법적 지정 후 영국 바다와 태평양에 직접적인 해양생물 개체수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파파하노모쿠아키아 해양보호구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어업금지 구역으로 2006년에 지정됐다. 2016년 오바마 대통령 정부에 의해 그 규모를 넓힌 해양보호구역은 스페인 영토 세 배에 달했다. 2022년 10월 20일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파파하노모쿠아키아와 관련된 논문에는 어업금지 해양보호구역의 넘침효과(Spillover effect)를 통해 태평양 황다랑어의 개체수가 54% 증가하고 눈다랑어 개체수가 12%가 증가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비단 다랑어류뿐 아니라 모든 어종 개체수의 8%가 증가함을 입증했다.
유해수산보조금의 철폐
지난 2023년 6월 27일 세계무역기구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가 결의한 유해수산보조금 철폐를 중국이 수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이 오랜 시간 동안 세계무역기구에서 결의한 유해수산보조금 철폐 정책에 동의한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 뒤 일본이 중국에 이어 유해수산보조금 철폐 결의를 공식적으로 수용했다.
유해수산보조금은 공해와 연근해 그리고 타국의 수역에서 진행하는 조업행위에 지원되는데 정부가 어업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말하고 이 중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보조금을 통칭한다. 국제 시민사회와 학자가 20여 년 전 해양 생물 개체수를 저감하는 유해수산보조금 문제를 인지했고, 세계무역기구에 유해수산보조금에 문제를 다뤄 달라고 요구가 지금의 논의를 끌어내고 있다.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유해수산보조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도 20년간 해결책 없이 계속 논의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세계무역기구는 작년 6월 12일 제네바에서 유해수산보조금 문제에 대해 부분적으로 유해수산보조금을 지급하지 말자는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 내용은 유류비와 다른 보조금이 빠진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과 남획에만 한정한 유해수산보조금이라 세계무역기구에서 규정하는 보조금에 대한 정의를 규정하자는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협정과 마찬가지로 유해수산보조금에 대한 결의가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시행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협정의 내용을 국내법으로 가져오는 절차와 유해수산보조금 지급에 해당하는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과 남획 대상을 규정하고 인과관계를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는 2025년 2월 모든 보조금 금지에 대한 협상을 재개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 유해수산보조금 철폐 결의에 대한 아무런 입장을 내고 있지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유해수산보조금 지급국 상위 15개국 안에 이름을 올렸다. 정확히는 상위 15개 유해수산보조급 지급국 중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 국가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해수산보조금 총액은 14.996억 달러로 한화 약 2조가 넘는 금액을 유해수산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 중 배타적경제수역을 포함하는 관할수역 내에서 사용된 유해수산보조금은 13억2천 달러로 전체 금액의 88%에 달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BC)는 세계 유해수산보조금의 20%에서 37%가 공해나 관할수역 외곽지역에서의 어업에 지원된다고 밝히고 있고 이런 유해수산보조금이 세계적으로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바다에서 해양생물이 회유하는 동안 국경의 간섭을 받지 않지만, 이동하는 해양생물을 목적으로 어선이 따라가며 포획할 때 생기는 생태적 영향은 결국 모든 국가의 연근해 관할수역 생물까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유해수산보조금에 대한 철폐를 국제사회가 동의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의 국가가 유해수산보조금 철폐 결의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국제적 흐름에 맞춰가기위해선 재자연화를 위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또, 국회의 노력 역시 매우 절실하다. 장기적 안목으로 생태계를 보전해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방법이 인류와 생태계를 공존시키는 최선의 방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자연복원에 대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적 흐름에서 벗어난 국가로 낙인찍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