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결제 '캐시 제도'
ㆍ“400원짜리 악보 한 장 사는데 3300원 결제해야”
ㆍ캐시 충전 뒤 구매하는 식… 최소 금액 한정한 곳 많아
30대 여성 ㄱ씨는 최신 가요의 피아노 악보를 다운로드하려고 유명 악보 판매 사이트인 ‘악보공장’에 들어갔다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400원짜리 악보 하나만 내려받으면 되는데 캐시 충전을 위해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최소한 3300원을 결제해야 한다고 안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5500원을 결제하면 6000캐시를, 1만1000원을 결제하면 1만3000캐시를 지급해 주는 것과 달리 3300원을 충전하면 3000캐시만 받을 수 있게 돼 있기도 했다. 소액인 경우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결제한 액수보다 적은 것이다.
ㄱ씨는 어쩔 수 없이 3300원을 결제하고 500원짜리 악보를 다운로드했고, 남은 2500원은 쓰지 않고 캐시로 남겨놓을 수밖에 없었다. ㄱ씨는 8일 “악보 하나만 필요한데 나머지 캐시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언제 또 그것을 쓸지 어떻게 아느냐”고 말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이 사이트에서 2만7500원을 캐시 충전으로 결제한 ㄴ씨는 아직도 쓰지 못한 650캐시가 남아 있다. ㄴ씨는 “악보를 구매하려고 했는데 캐시가 부족한 데다 또 최소 3300원을 결제해야 해서 구매를 포기했다”며 “악보 하나 사기 위해 배에 달하는 돈을 지불하는 건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악보바다’ 등 다른 악보 판매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악보 판매 사이트 관계자는 “중간 결제 수수료와 저작권료를 따지면 악보 판매로 이익을 남기기 힘들다”며 “악보사들도 결제 수수료가 너무 비싸 겪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 파일을 공유하는 웹하드 사이트들도 최소 5000원의 캐시를 충전하도록 돼 있다. 적게는 50캐시짜리 파일도 있지만 이를 다운로드하려면 100배에 달하는 5000원을 결제해야 하는 것이다.
ㄷ씨는 “충전을 한 번 하면 쓰다가 캐시가 남게 되는데 이 남은 캐시가 아까워서 계속 충전을 하는 식”이라며 “일부러 최소 충전 금액을 정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파일노리, 온디스크, 엠파일 등 사이트가 이런 정책을 쓰고 있다.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도 최소 충전 단위를 정해놓은 경우가 많다. 멜론은 최소 1000원부터 1000원 단위로만 충전을 할 수 있다. 벅스는 3000원 이상부터 5000원, 7000원, 1만원 단위로 충전이 가능하다.
<경향신문·참여연대 공동기획>
[기사원문] 이혜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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