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윤석열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과된 간호법을 거부했다. 윤석열정부의 간호법거부는 근거와 절차 모든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우리는 이를 규탄한다.

 

첫째. 윤석열 정부는 간호법의 문제점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 간호법은 이미 수십년간 논의되어 온 법안이다. 윤석열 정부는 후보 시절 간호법 통과를 약속한 바 있음에도, 간호법의 내용과 성격과 관련해서는 책임을 방기해왔다. 그 결과 이번에 통과된 간호법에는 환자당 간호인력기준이 명시되지 않았고 간호업무의 범위 등이 달라지지 않아 사회적 논란에 비해 그 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명목상의 선언적 법률만 남았다. 간호법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정부가 간호법 제정에 필요한 핵심의제를 무시하고 외면한 책임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간호법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둘째. 간호법 거부로 병원인력 충원과 감염관리에 대한 논의를 차단하려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감염 사태를 겪으면서도 병원인력 확충이나 실질적인 병원 내 감염관리를 위한 추가적인 지원을 방기했다. 사실 우리는 간호법의 부실함 때문에 이 법안의 통과 이후 본격적인 간호인력 처우 개선과 의료의 질 개선과 환자의 안전, 감염관리 등의 쟁점이 추가로 논의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 방역에 동원된 공공병원부터 심각한 인력난과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 간호법 거부는 이런 논의를 아예 원천차단하겠다는 퇴행적 발상의 일환이다.

 

셋째. 간호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대상도 되지 못한다.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은 국민 다수의 의견에 반해 국회가 강행한 법률에 대한 행정부의 최소한의 견제기능으로만 존재한다. ‘지역사회’ 문구나 ‘탈의료기관화’ 등으로 사안을 호도하여, 직능단체들의 갈등만으로 법안을 거부한다면, 정부가 입법부의 위에서 자신의 구미에 맞는 법률만 승인하겠다는 독재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행정독재를 위해 과도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적 분열과 논란만 부추기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과도한 거부권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

 

간호법은 정부가 거부해야 할 이유도 없고, 국민 다수의 이해에 위배된다고 볼 근거도 없다. 도리어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부족했던 간호인력 확충, 환자안전 강화를 위한 내용이 추가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간호법을 거부하는 것은 상식적이고 생산적인 간호인력 관련 논의를 원천차단하겠다는 시도로 절대 용인될 수 없다. 망나니처럼 날뛰는 대통령 거부권은 이제 중단되야 하며, 실질적인 간호인력 확충과 환자안전, 지역사회 보건연계가 가능한 법안으로 간호법은 보충되어 조속히 재통과되어야 한다.

 

 

 

2023년 5월 16일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