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2021년 7,8월호-우리들이야기(4)][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

코로나19 확산과 서점, 그리고 여행

 

조진석 나와우리+책방이음 대표

거리두기 4단계가 발령되고 나서 일주일째 재택근무 중입니다. 우선 연일 1000명이 넘는 확진 환자가 나오는 코로나19의 가파른 확산세가 두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미 친족 중에 확진자가 나왔기에 더욱 주의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또 대면 영업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위험 정도를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작년 혜화동 매장을 정리한 뒤 옮긴 서촌 공간에는 대체로 예약한 손님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 특별한 예약이 없습니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주문은 온라인으로 받아 처리하고, 업무는 단톡방에서 논의하고 회의는 디지털플랫폼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특별한 어려움 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며칠 만에 찾을 것이 있어 외출 나온 김에, 지금 상황에서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곳은 어떤가 싶어서 몇 곳을 들러보았습니다. 역시나 평소보다 현저히 방문객이 줄었거나 어떤 곳은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문을 열 수밖에 없는 책방지기는 너나없이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임대료와 공과금과 인건비를 낼 매달 수입이 필요한 책방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소득 역시 없습니다. 물론, 공공기관과 기업에 도서 납품 위주로 운영하는 곳은 이런 상황에서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네책방은 손님 개개인이 들러서 책을 매만져보고 구입하는 형태로 대부분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방지기의 심정은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가뭄을 맞아서 하늘만 쳐다보는 농사꾼의 마음과 진배없습니다. 어서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기를, 사람들이 찾아와서 꼭 책 사 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 곳이 한두 곳이 아닐 텐데, 정부의 대처는 미온적이기 이를 데 없습니다. 관심도 의지도 전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2년째 코로나19의 확산이 지속하고, 최고 수위인 거리두기 4단계가 발령되고 있는데, 책방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현장 실사조차 한 번 없었습니다. 조사의 의지조차 없는 정부하에서 현장에 필요하고 긴요한 정책이 무엇이며 당장의 지원은 무엇이며 제도적 보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책의 순서를 어떤 과정으로 밟아야 하는지 도대체 방안이라고 나온 것이 없습니다. 책방만이 그렇겠습니까. 대개의 자영업이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인 노력으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고, 홀로 사생결단을 강요받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것이 무정부 상황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도 팍팍하기는 매한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실업이 다반사인 상황이고 일자리를 지켜내고 하루의 일상을 버텨나가는 것조차 힘든 현실에서 어떻게 주변의 어려움을 살피고 자영업자의 생활을, 책방지기의 살림을 나서서 챙길 수 있겠습니까. 이런 현실을 타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나만이 아니라 이웃의 사는 모습과 세상을 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알게 되면 당장 곤경에 처한 것이 나 혼자만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이들에 관한 관심과 함께 무엇인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고 실천할 어떠한 방법이 있다면 이를 시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매일 발행하는 신문 읽기를 하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신문을 매일 구해서 읽는 것부터 현재 쉽지 않고 정치·경제·사회·생활·세계·칼럼까지 매일 읽어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 신문 읽기는 차후로 미루고 매일 아침 시사주간지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을 10명 남짓의 사람과 함께 읽고 있습니다. 을 선택한 이유는 시민들의 삶을 참 꼼꼼히 살펴서 보도하는 잡지이자, 2021년 상반기 시민독서프로그램 ‘읽는당신 x 동네책방’을 책방이음을 포함해서 28개 동네책방, 327명의 독자와 함께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잡지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있고 신뢰가 높아서 3개월짜리 프로그램으로 주 5회 매일 아침 9시 이전에, 한 번씩 인증하는 독자클럽을 7월 12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8시 즈음이 되면 각자 그날 읽은 기사와 의견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누구는 델타변이바이러스 관련 기사를 올리고, 다른 이는 퀴어퍼레이드를 쓰고, 어떤 사람은 미중관계를 읽고서 글을 쓰지만, 타인의 관심과 의견을 단톡방에서 공유하면서 서로 배우고 있습니다. 간혹 토론이 벌어지곤 합니다. 이 또한 배우는 과정의 일환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 아래 문장을 마음에 새기면서 독자클럽 같은 북클럽을 연속해서 열고 있습니다. “(지금)기본적인 지식을 기초로 한 올바른 좌표축이 필요합니다(…) (또) 필요한 것은 오타쿠적 정보가 아니라, 나날이 등장하는 새로운 용어가 아니라(…) 종합하는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현재는 어떤 시대이고 자신들은 어떤 곳에 서 있으며, 여기에서 어떤 생존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 탐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글은 2012년 3월, 후쿠시마원전사고 1주년 즈음 신문사인 아사히신문사(朝日新聞社)와 출판사 슈에이샤(集英社)가 창설하고 각 분야의 제1인자가 연속으로 강의하는 의 강의록에서 만난 문장입니다. 골간이 되는 지식과 이를 아울러서 종합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대학, 본연의 목적이라고 웅변하는 문장으로 읽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사는 시대, 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현재의 대학이 하지 않고, 못 하고 있다면 누군가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본에서 신문사와 출판사가 대학을 만들었듯이.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 이어져서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이즈음 마치 떠나지 못하는 마음을 알아서인지, 국내외 서점으로 떠난 여행을 펴낸 책이 하나둘씩 나왔습니다. “아이 둘을 낳고 결혼 생활에 지쳐 있었고 맘먹은 대로 살아지지 않는 인생살이가 지겹고 따분했다. 가슴속에 울화가 차오르던 시절, 때마침 베이징 미세먼지까지 연일 최악을 갱신하던 터라 베이징 아닌 곳이라면 어디라도 행복할 것 같았다. (…) 그즈음 알게 된 곳이 바로 알래스카. 베이징의 한 서점에서 우연히 호시노 미치오의 『영원의 시간을 여행하다』를 만나고부터 나는 알래스카를 사랑하게 되었다. (…) 스무 살 호시노는 도쿄의 어느 헌책방에서 『알래스카』라는 영문 사진집을 우연히 만났고, 시슈머레프라는 작은 마을의 항공사진에 마음이 출렁였다. 그가 인생의 ‘빛’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북극해에 있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마을을 보면서 ‘세계의 끝에도 인류가 살고 있는 이유가 몹시 궁금해진’ 호시노는 그 마을 촌장에게 편지를 썼다.” 이렇게 시작한 호시노의 알래스카 여행은 불의의 사고로 죽을 때까지 이어졌고, 이 글을 쓴 의 작가 박현숙에게 빛을 선사했다. 중국의 서점 기행을 엮은 책으로 떠나는 여행이, 우리 모두의 오늘에 빛을 선사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또 지금 외국 여행을 나갈 수 없으니, 여름휴가로 국내 서점 여행은 어떨까요.


[당신과 나를 이어줄 ㅊㅊㅊ]은 책방이음의 조진석 대표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책방이음은 시민단체 나와우리에서 비영리 공익 목적으로 운영하는 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