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얼굴 볼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다산인권센터 인권학교 ‘문화가 있는 인권클라스’ 후기-
아샤
다산은 보통 1년에 두 번 정도의 교육 사업을 진행합니다. 인권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만나기에 교육 프로그램만한 게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올해 활동을 계획하면서 ‘과연 대면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을까.’ 활동가들끼리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냥 강의를 찍어서 온라인에 올릴까,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여 비대면 교육을 진행하는 게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결정했습니다.
‘그래, 우리에게는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해. 조금 조심하더라도, 대면으로 교육을 하자!’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는 만큼 좀 더 대중적인 주제를 선정하는 좋을 것 같다는 판단하에 영화, 음악, 드라마라는 대중문화와 인권을 함께 엮어보기로 하고 강사를 물색했습니다. 다행히 다산인권센터의 벗바리 중에 인권의 관점으로 문화의 영역을 짚어줄 수 있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요즘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계신 변영주 영화감독과 꽤 오랜 시간 이 주제로 강의를 해오신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그리고 자칭 ‘드라마 전문가’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를 강사로 모셨습니다. 장소를 섭외하고, 홍보 자료를 만들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수강생들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29일을 마지막으로 '문화가 있는 인권클라스' 3주간의 대장정을 끝냈습니다. 아직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아주 오랜만의 대면 행사라 수강생이 적으면 어떡하나 마음 졸였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함께 해주셔서 강좌를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오랜만의 대면 교육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많은 수의 사람이 모였고, 3강을 모두 개근한 분들도 열 한 분이나 되었습니다. 많은 분이 대면 교육을 기다리고 계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강사인 변영주 감독님은 역시 요즘 대세 방송인답게 유창한 말솜씨로 수강생들을 휘어잡으셨습니다. 영화인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어른으로 ‘어떻게 하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하는 감독님의 고민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인권과 관련하여 어떤 영화를 보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켄 로치의 영화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저희가 몰래 감독님이 예전에 방송에 출연하셨던 영상을 준비해서 틀었는데, 본인의 예전 모습을 보시는 것을 매우 힘들어 하시던 감독님의 모습이 아직까지 기억나네요. ^^;;
두 번째 시간은 대중음악 의견가 서정민갑님의 강의였는데요, 인권과 대중음악이 어떻게 서로의 곁을 지켜왔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대중음악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많은 음악이 다양한 인권의 가치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중간중간에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직접 감상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잘 알지 못했던 음악인도 소개받을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시간은 다산인권센터 박진 활동가가 인권이라는 키워드로 최근의 드라마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여성을 기존의 문법과는 다른 시선으로 다루었던 드라마와 사적 복수를 다루는 드라마를 언급하면서 강력 범죄자와 피해자를 한 쌍으로 대치시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피해자 자리에 국가를 두어야 한다던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강좌를 준비하는 활동가로서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한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비록 마스크는 꼈지만) 얼굴 보면서 함께 웃고, 감탄하고, 질문을 나누고, 시간과 공간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며 ‘그래, 우리는 만나야 해. 만나야 뭐든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강의 평가서에 대면 강좌를 열어줘서 고맙다는 의견들을 보니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더라구요. 이후에도 다산은 상황이 허락하는 내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인권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려 합니다. 그때도 함께 해주실 거죠?